강시아는 몇 번이나 손에 닿았으나 끝내 받지 못한 돈주머니를 바라보다가 속으로 다짐했다. 물고기가 제법 크니 이제는 거두어 들일 때가 되었다고. 그녀는 은은한 웃음을 띠며 돈주머니를 받아들며 말했다.“연아가 요 며칠 내내 집안에만 갇혀 있어 답답했을 것이다. 오늘은 나가 바람도 쐬고 기분도 풀어주자꾸나.”연아는 밖으로 나간다는 말에 금세 환하게 얼굴을 빛내며 폴짝 뛰어올랐다.경성에서 이름난 주루라면 덕흥루가 으뜸이긴 하지만, 그에 버금가는 곳이 바로 회월루이다. 다른 점이 있다면 회월루는 음식을 파는 주루인 동시에 뒤편에 연계된 별루가 있어 은밀한 풍류의 장으로도 이름이 높다는 것이다. 회월루를 찾는 이들 대부분은 흥을 즐기려는 사내들이다. 그러나 그곳의 대주방장이 내놓는 별미만큼은 천하제일이라, 달마다 새로운 요리를 선보여 사방의 맛을 보여주었다. 덕분에 각 가문의 하인들이 오로지 음식을 사러 이곳을 찾는 일도 잦았다.잠시 후 강시아가 몇 사람과 함께 가마에서 내렸을 때, 하 유모는 그만 기절초풍할 뻔했다.“마님, 여, 여기가 대체…?”강시아는 태연하게 답했다.“여기도 그저 어디까지나 음식을 파는 집일뿐인데, 뭐 그리 놀라는 것이냐?”회월루라 해도 아예 아가씨들이 드나들지 않는 건 아니었지만 실로 드문 일이긴 했다. 점소이는 그들을 보자마자 서둘러 인도하여 사람들의 눈길을 피할 수 있는 삼층의 별실로 향했다.방의 창을 활짝 열자 중정의 풍광이 한눈에 들어왔다. 인공으로 쌓아 올린 바위, 졸졸 흐르는 물, 만발한 꽃과 푸른 버들잎이 어우러져 마치 한 폭의 그림 같았다.풍광뿐만 아니라 음식 또한 뛰어나, 만약 뒷간의 풍월 자리가 없었다면 덕흥루의 명성도 회월루에게 내주어야 했을 정도였다. “어머니, 여기는 정말 예뻐요!”연아는 작은 손으로 의자에 올라서 창턱을 꼭 붙잡았다. 그 순간, 마침 맞은편 1층 마당에 사람 그림자가 스쳐 지나갔고, 그녀는 호기심에 어머니의 팔을 붙들고 몸을 내밀었다. 강시아는 서둘러 그녀의 뒷덜미를 움켜쥐어 안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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