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내 아이를 모르는 그가 내 상사라니!: Chapter 671 - Chapter 6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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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71화

도대체 뭐가 문제인지 서은석은 알 수가 없었다.서은석보다 더 사랑하는 좋은 사람을 만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걸까?아니면 평생을 함께할 만한 남자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걸까?서은석은 생각들이 뒤엉켜 머릿속이 복잡해졌다.송원영이 젤리 한 알을 입에 넣고는 서은석한테도 한 알 건넸다."결혼은 두 사람만의 일이 아니라 두 집안의 일이기도 해요. 내가 은석 씨 가족 안으로 들어가고 은석 씨가 내 가족 안으로 들어오면 그만큼 서로의 에너지와 관심을 나눠 써야 할 거예요. 거기에 새 생명까지 태어난다면 가족의 결합은 곧 생명의 연속이 되는 셈이죠.""그런데 나는 지금 아이를 낳을 계획이 없어요. 그러니까 나한테 결혼은 당장 꼭 필요한 게 아니에요."송원영이 차분한 얼굴로 서은석을 바라봤다.마치 잔잔한 호수처럼 물결 한 점 일지 않는 눈빛이었다. "아니면 결혼하면 실질적으로 좋은 게 뭐가 있는지 말해줄래요?"분명 송원영이 나이도 더 어리고 사회 경험도 한참 부족한데 이 순간만큼은 서은석이 평가받고 있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우리 같이 살 수 있잖아. 그게 좋은 거 아니야?""지금은 같이 못 살아요?"되묻는 송원영의 말에 서은석은 순간 말문이 막혔다. 사실 서은석이 상상했던 결혼 생활도 지금과 별다를 게 없는 것 같았다.더 중요한 건 송원영이 서은석보다 더 많은 걸 훨씬 명확하게 바라본다는 것이었다. 송원영이 보고 느끼는 것들은 서은석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꼼꼼했다.순간 서은석의 마음속에서 좌절감이 차올랐다."우리 아직 어리잖아. 그렇게까지 깊이 생각할 필요 없어."송원영의 생각은 단순했다.당장 아이를 낳을 생각이 없다면 굳이 결혼할 필요가 없었다.결혼으로 달라지는 것들도 지금의 생활과 별 차이가 없을 터였다.오히려 결혼 때문에 굳이 관계를 유지할 필요가 없었던 사람들까지 알아가야 했다. 그건 송원영을 힘들게만 만들 뿐이었다.서은석의 마음속에 만감이 교차했다. 전에 권지헌한테 왜 결혼하고 싶은 건지, 혹시 연희의 존재 때문에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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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72화

서은석이 입을 꺼내자마자 송원영은 손에 들고 있는 물건의 정체를 알아차렸다.당장에라도 내팽개치고 싶었다. 서은석은 웃음을 꾹 참고 있었다. 원래도 잘생긴 얼굴인데 계산대 앞에 서 있는 그 얼굴 위로 조명이 비추었다. 서은석이 길고 가는 손가락을 뻗어 송원영의 손에 있던 상자를 가져갔다.송원영이 한숨을 돌리는 순간 서은석의 목소리가 귓가를 스쳤다."작아, 사이즈 바꿔야 해."송원영의 얼굴이 순식간에 빨갛게 달아올랐다. 말을 마친 서은석은 진열대에서 다른 브랜드의 포도맛 제품을 함께 계산했다.계산하면서 슬쩍 고개를 돌려 송원영의 표정을 살폈다. 고개를 홱 돌리고 있는 송원영은 못 본 척하며 말리지도 않았다.서은석이 씩 웃었다.너무 귀여웠다.이걸 사는 것만으로도 이렇게 부끄러워하는데 막상 포장을 뜯어서 사용할 때는 어떤 표정을 지을지 궁금했다.집에 돌아온 뒤, 서은석은 우유를 냉장고에 넣고 곧바로 달걀의 유통기한을 확인했다. 두 달 전 날짜가 적힌 달걀은 그대로 쓰레기통에 버렸다.송원영은 집에 돌아오자마자 연달아 전화를 몇 통이나 받았다. 조예진이 전화를 걸어와 주문 정보를 확인하면서 내일 어떤 부품을 보낼지, 누가 받는 건지 다시 한번 체크했다. 디테일한 부분까지 정하고 나서야 송원영은 기지개를 켰다.휴대폰을 내려놓자마자 등 뒤에서 따뜻한 손이 다가왔다. 남자의 손길에 송원영은 그대로 서은석의 품 안으로 쓰러지듯 안겼다.따뜻한 입술이 송원영의 얼굴과 목덜미에 닿더니 점점 더 밑으로 향했다. 입맞춤은 낯설지 않았다.하지만 오늘 밤은 송원영을 으스러지게 끌어안아 자기 몸 안에 녹아들게 하려는 듯했다. 송원영의 허리에 힘이 풀리고 정신이 아득해지는 순간, 손목에 찬 팔찌가 부딪치며 소리를 냈다. 에덴 시리즈의 사과 펜던트가 손목에서 달랑달랑 흔들렸다.서은석의 따뜻한 입술이 송원영의 손목에 달린 새빨간 사과 펜던트를 머금었다.시선을 들어 올린 서은석의 눈동자에는 뜨겁게 들끓는 열망으로 가득했다. 송원영은 마치 한여름 뙤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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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73화

-5월이 훌쩍 지나고 6월로 접어들자 건영시 날씨는 바싹 타들어 갈 정도로 뜨거워졌다.유치원에서 허설아에게 연락해 올해 연희를 여름방학 돌봄반에 보낼 건지 물었다.예전 같으면 허설아가 일이 바빠 연희도 따로 방학이랄 게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사정이 달랐다.허민정과 박희수가 진작부터 연희의 여름방학 계획을 세워둔 상태였다."올해는 돌봄반 안 가고 그냥 방학 보낼게요.""알겠습니다. 전서준 학생은 참가 신청이 돼 있는데 혼자 남겠네요."유혜원은 여전히 바빴다.이혼 후로 오히려 더 바빠진 느낌이었다.회사에서 최근 몇 년 사이 굵직한 인수합병을 여러 건 성사시켰는데 모두 유혜원이 직접 나서서 협상한 결과였다.유혜원이 일터를 훨훨 누비고 다니느라 전서준을 제대로 봐줄 사람이 없었다. 고유민이 봐준다 해도 24시간 내내 지켜볼수는 없는 노릇이었다.선생님과의 통화를 마친 허설아는 곧바로 박희수에게 전화를 걸었다.여름방학 동안 고유민과 전서준이 함께 와서 지내도 괜찮을지 상의했다. 어린애 혼자 방학 내내 돌봄반에서만 지내게 하는 게 영 마음에 걸렸다.박희수는 흔쾌히 받아들였다."내가 얘기해 볼게. 서준이와 연희가 같이 방학 보내면 좋지."허설아도 같은 생각이었다.어차피 돌봄반에 가봐야 배우는 것도 별로 없었다.그저 애들끼리 모여 놀게 하는 게 전부였고 맞벌이 가정의 부담을 덜어주려는 취지일 뿐이었다.잠시 뒤 유혜원에게서 전화가 왔다."그래도 서준이 그쪽에 보내면 너무 신세 지는 거 아니에요?""괜찮아요. 어머니도 서준이 예뻐하시고 이모님도 같이 오시면 자매 두 분이 할 얘기도 많으실 거예요."사실 유혜원이 전화를 건 진짜 목적은 따로 있었다."지헌이네 회사에 요즘 되게 살가운 비서가 있다던데 한번 가 보는 게 어때요?"허설아가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소식이 정말 빠르네요.""계약 건 때문에 회사에 갔다가 직접 본 건데 못 믿겠어요?"허설아가 핸드폰을 어깨에 끼운 채 오늘 처리할 업무 자료를 넘기며 물었다."뭐 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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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74화

권서진이 어리둥절해하며 되물었다."……아니, 잠깐만요?"지금 무슨 말을 들은 건지 의심스러울 지경이었다.이게...... 무슨 소리야? 권서진은 바로 정신이 번쩍 들었다."우리 오빠가 뭘 어쨌는데요?""별일 아니에요. 혜원 씨가 그러는데 누가 회사에서 지헌이한테 살갑게 군다고 꼭 가보라고 해서요."권서진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어릴 때부터 권지헌한테 살갑게 구는 여자는 한둘이 아니었다.권서진이 이름을 댈 수 있는 사람만 해도 셀 수 없을 정도였다.이름조차 모르는 사람은 말할 것도 없었다.허설아의 말투를 들어보니 딱히 신경 쓰는 것 같지도 않았다. 그냥 핑계 삼아 권지헌을 보러 가는 것 같았다. "계약서는 두고 가세요. 이따 들어가서 사인할게요.""네, 오늘 약속이 있어서 일찍 퇴근해야 해요.""약속이요?"권서진이 목을 가다듬더니 말했다."양준우 씨랑요. 굳이 밥을 산다는데 안 먹으면 손해잖아요." 허설아는 가볍게 웃고 전화를 끊었다.권서진 본인조차 약속 한 번 잡기 그렇게 어려운 사람이 양준우의 식사 약속에는 왜 순순히 응했는지 눈치채지 못한 듯했다. 권서진은 절대 밥 한 끼 탐내는 사람은 아니었다. 다만 권서진 스스로 깨닫지 못했을 뿐이었다. 허설아도 굳이 얘기하지는 않았다.권율 그룹에 도착한 허설아는 권지헌이 전에 줬던 카드를 찍고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권지헌 전용 엘리베이터를 타려 했지만 마침 옆 엘리베이터가 먼저 문이 열려서 직원들 틈에 섞여 올라탔다.그 탓에 안쪽 구석으로 떠밀렸다. 엘리베이터가 위로 이동하기 시작했다.앞쪽에 서 있던 직원 하나가 입을 열었다."그거 봤어요? 게임 프로젝트 팀에 한 명이 자꾸 대표님 찾아가던데." "비서팀에 새로 온 직원도 맨날 대표님 앞에서 알짱대잖아요. 날씨가 아무리 덥다지만 사무실에서 그렇게 짧은 치마 입고 다니는 사람은 처음 봐요."회사 안 사무실은 냉방이 빵빵했다.초미니스커트 차림으로 출근하는 건 확실히 흔한 일이 아니었다.게다가 비서팀 소속이면 매일 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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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75화

사모님 앞에서 어떻게 감히 그런 말을 한 거야! 방금 떠들었던 직원이 입을 열었다."죄송해요, 허 대표님. 저희가 일부러 그런 게 아니라……""나한테 사과할 거 없어요. 회사 직원이면 맡은 업무나 잘하면 돼요."본인들한테 달린 입으로 무슨 말을 하든 결국 편견일 뿐이었다. 하지만 그런 편견이라 한들 허설아는 굳이 바로잡을 생각이 없었다.잠시 엘리베이터 안엔 식은땀을 닦는 소리만 가득했다.다행히 곧 대표 사무실 층에 도착했고 문이 열리자 조민규가 기다리고 있었다."허 대표님, 대표님께서 여기서 마중하라고 분부하셨습니다. 대표님은 회의실에 계세요."허설아가 엘리베이터 안에서 걸어 나오며 조민규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몇 걸음 걷다 말고 다시 고개를 돌린 허설아는 방금 뒷담화하던 직원들을 바라봤다.흘러내린 잔머리를 쓸어올리는 손에는 결혼반지의 다이아가 눈부신 빛을 뿜으며 영롱하게 반짝였다.허설아는 차분하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권지헌의 낳고 싶다고요? 화이팅이에요. 그 꿈 존중할게요.""하지만 여자의 가치는 출산에 있는 게 아니에요. 자궁도 여러분의 카드가 될 순 없고요. 본인의 출산과 결혼이 갖는 가치를 스스로 소중히 여겨요, 남자한테 기대려고 하지 말고요. 그럴 만한 가치가 없으니까요." 직원들은 서로 얼굴만 쳐다봤다. 사과라도 하고 싶었지만 고개를 들었을 때 허설아는 이미 저 멀리 성큼성큼 걸어간 뒤였다.조민규가 뒤에서 종종걸음으로 따라가다 직원들을 돌아보며 경고의 눈빛을 보냈다. 조민규는 너무 조마조마했다. 허설아가 엘리베이터를 잠깐 탔을 뿐인데 어쩌다 저런 얘기까지 나온 건지. 다른 것도 아니고 하필 권지헌과 허설아의 뒷담화를 하다니. 허설아가 추궁할 생각이 없어 보여서 다행이었다. 그저 어린 여직원들이 지름길에 인생을 걸려는 게 안타까웠다. 권율 그룹에 들어왔다는 사실 자체가 이미 실력을 충분히 증명한 셈이었다. 인생에 지름길이 없다는 걸 깨닫게 된다면 허설아 나름의 선의 어린 충고가 될 수 있었다. 조민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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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76화

회사 건물 전체에 환기 시스템이 설치돼 있어 실내는 항상 적당한 온도로 건조하고 쾌적하게 유지되고 있었다. 권지헌 앞으로 다가가 책상을 짚고 선 허설아의 손바닥에 나무 테이블의 매끄러운 감촉이 느껴졌다.긴 머리카락이 옆으로 흘러내려 앞을 가리자 권지헌이 살며시 머리카락을 잡았다."권 대표님, 왜 이렇게 인정머리가 없어?"권지헌이 허설아를 바라봤다."응?"허설아는 문득 떠오르는 게 있었다.학교 다닐 때부터 이런 일에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그때는 허설아 혼자 속으로 끙끙대기도 했는데 지금도 변함이 없었다.옆에 있는 비서들이 꿀 떨어지는 눈빛을 보내든, 노골적으로 수작을 걸든 권지헌에게는 업무 능력이 없다는 꼬리표만 남을 뿐이라는 걸 허설아도 잘 알고 있었다.권지헌이 자리에서 일어나 허설아의 손을 잡고 회의실을 나섰다.대표 사무실까지는 아직 두 층이 남아 있었다. 위층으로 통하는 내부 계단이 있긴 했지만 그 계단을 이용하면 몇 분 안에 회사 전체가 허설아의 방문을 알게 될 게 뻔했다.엘리베이터 안에서 있었던 일은 이미 온 회사에 퍼져 있었다. 그때 사람이 너무 많았던 탓이었다.누군가 엘리베이터를 내리자마자 사내 게시판에 글을 올린 탓에 허설아가 회의실을 나서기도 전에 회사 전체에 소문이 나버렸다.안초희와 김아림도 그 글을 보고서야 허설아가 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권지헌은 여유롭게 허설아의 손을 잡고 계단을 한 걸음 한 걸음 올라갔다.평소엔 한걸음에 계단 세 칸씩 뛰어오르며 시간을 아끼던 사람이 지금은 국빈 방문 중에 비행기에서 내려 회의장에 들어서듯 한 걸음 옮길 때마다 멈출 기세였다. 허설아는 그 모습이 너무 우스웠다.손을 뻗어 권지헌의 손등을 톡톡 치며 말을 꺼냈다. "당신 딸, 여름방학에 돌봄반 안 갈 거니까 당신이 케어해야 해.""그래. 같이 자기 회사로 가서 야근하지 뭐."권지헌이 사뭇 진지하게 말했다.복잡한 회사 일은 잠시 내팽개치고 연희를 데리고 허설아 회사로 가서 같이 야근하는 것도 나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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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77화

조민규가 옆에서 거들었다."대표님께서 그 거래처로 정하셨어요. 원래는 경쟁 후보가 몇 군데 더 있었거든요."권지헌이 코웃음을 쳤다."당연히 안목 있는 거래처와 손잡아야지."허설아가 궁금해하며 물었다."무슨 업체인데?""새 공사 현장에 철근 납품할 업체."허설아는 말이 막혔다.철근 납품업체를 고르는데 무슨 안목이 필요하다는 거야?누가 봐도 자랑하고 싶어서 하는 소리였다. 조민규가 나가자 권지헌이 허설아의 목덜미에 얼굴을 파묻었다."사람들한테 결혼식 사탕도 다 돌렸는데 말이야."사탕 상자에는 허설아가 직접 그린 캐릭터와 카드도 들어있었다. 권지헌이 결혼했다는 걸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저렇게 떠들어대는 사람들이 정작 본업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자기야, 내가 이렇게 잘생기지만 않았어도 귀찮은 일이 훨씬 줄었겠지?""그러게."허설아가 그 말에 동의한다는 듯 말했다."귀찮은 일도 줄었을 테고 나도 너한테 반하지 않았겠지." 처음에 권지헌한테 끌렸던 것도 결국 얼굴 때문이잖아? 권지헌이 순간 시무룩해진 걸 허설아는 알아볼 수 있었다. 유혜원도 본인의 경험 때문에 허설아가 걱정돼서 좋은 마음에 귀띔한 거였다.권지헌 눈에 그런 사람들은 일도 제대로 하지 않으면서 딴마음이나 품고 있다는 게 짜증났다. 인턴이라면 모를까. 능력과 경력을 갖춘 직원들은 회사가 공들여 키워낸 인재들인데도 가끔 권지헌을 골치 아프게 했다. 다행히 이번 허설아의 방문으로 귀찮은 일을 적잖이 차단할 수 있었다. 적어도 집에 눈 부릅뜨고 지켜보는 아내가 있다는 걸 다른 사람들도 알게 될 테니까.공처가 소리 좀 듣는다고 나쁠 것도 없었다.-하루 업무를 마무리한 허설아와 권지헌은 각자 회사에서 나와 미리 예약해둔 식당으로 향했다.이상하게도 한여름인데 양고기 샤브샤브가 당겼다.허설아는 권율 그룹 근처에 예전에 자주 가던 식당이 떠올라 그곳에서 권지헌과 만나기로 했다.식당 여사장이 아직도 허설아를 기억하고 있었다. 가게에 들어서자마자 사장님이 환한 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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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78화

송원영 부모가 송원영과 서은석에게 같이 밥 먹자고 부른 데는 당연히 다른 목적이 있었다. 송원영이 양고기를 좋아한다고 생각해서 일부러 전에 온 가족이 함께 갔던 식당은 선택한 것이다. 송원영한테 가족의 정을 보여주려는 속셈이었다.그런데 되레 일이 꼬여버렸다. 송원영이 양고기를 안 먹는 건 가벼운 알레르기 때문이었다. 먹기만 하면 얼굴에 두드러기가 올라왔다.김수진과 송동건은 이런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양고기를 좋아하는 건 송민재와 송수정이었다.서은석이 식탁 앞으로 다가와 송원영 옆에 앉았다.서은석까지 부른 건 송원영도 금시초문이었다. "은석 씨는 여기 어떻게 왔어요?""아저씨, 아주머니가 너랑 같이 식사한다고 나도 오라고 해서 왔어." 송원영은 속에서 짜증이 치밀었다.이미 서은석의 휴대폰에서 송동건과 김수진의 번호를 차단해 둔 상태였다.그렇다면 다른 번호로 서은석한테 연락한 게 분명했다.양고기는 손질이 잘 돼 있었지만 여전히 특유의 누린내가 남아 있었다. 코끝에 감도는 고기 냄새에 속이 울렁거린 송원영은 구역질을 간신히 참으며 말했다."번호 바꿔요.""알았어."서은석은 전혀 망설임 없이 단호하게 대답했다.송동건과 김수진마저 멍해졌다.송동건이 손을 싹싹 문지르며 말했다."원영아, 여기 소고기도 있던데 좀 시킬까? 너 소고기는 먹을 수 있잖아!"먹을 수야 있지만 송원영은 입맛이 없었다."입맛 없어요. 할 말 있으면 그냥 바로 해요."여기 오기로 한 것부터가 잘못이었는지도 몰랐다.이제 좀 조용히 지내려나 싶었는데 여전히 상황 파악을 못 하고 있는 가족들이었다.어쩌면 송원영도 요행을 바랐던 건지 몰랐다.부모에게 남은 미련 때문에 송원영은 사랑에 굶주려서 식당 문 앞에 쪼그리고 앉아 누군가 던져줄 뼈다귀를 기다리는 떠돌이 개가 된 기분이었다.양고기 냄새에 마지막 남은 인내심마저 완전히 바닥나버렸다.송동건이 멋쩍게 웃으며 서은석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냥 두 사람 결혼은 어떻게 할 생각인지 궁금해서." 송원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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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79화

김수진이 발끈하며 소리 질렀다. "청소? 그럼 너는 왜 청소 안 해? 수정이도 어쨌든 네 동생이야. 송원영, 너 어쩜 이렇게 지독해!""너 지금 사는 게 도대체 뭐가 불만이야? 꼭 우리 가족 들들 볶아야겠어?"송원영은 자리에 앉아 전골냄비에서 피어오르는 수증기를 바라보았다. 귓가에는 김수진의 악담이 끊이질 않았다. "무슨 자격으로 우린 다 고생하는데 너 혼자 잘 먹고 잘 사는 거야? 네 동생들이 너한테 뭘 잘못했는데!""우리가 밥 먹자고 불러도 몇 번씩이나 거절하고 안 나오는 게 그게 어른 공경하는 태도야?""나중에 시집가 봐, 시댁에서 얼마나 들들 볶는지 두고 볼 거야!""알레르기? 너 어릴 땐 왜 알레르기 있는 거 우리가 몰랐을까? 그냥 일부러 그러는 거지! 고기 한 점 먹는다고 죽기라도 해?"저주처럼 퍼붓는 악의 가득한 말에 송원영은 마치 눈앞에 있는 양고기가 된 것 같았다.한 점 한 점 썰려 나가는 기분이었다.분명 마음을 진정시켰다고 생각했는데 왜 여전히 가슴이 아픈 걸까. 송원영이 젓가락을 들어 양고기 한 점을 집어 먹었다.서은석이 반사적으로 말리려 했지만 송원영이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조금은 괜찮아요."양념장도 찍지 않고 냄비에서 바로 집어서 입에 넣었다.원래 하얗던 얼굴에 눈에 보일 정도로 빠르게 붉은 두드러기가 올라왔고 금세 손등까지 번지며 부풀어 올랐다.악다구니를 퍼붓던 김수진이 입을 꾹 다물었다. 송원영은 침착하게 가방에서 알레르기약을 꺼내 몇 알을 삼키고는 차분하게 말했다."이만하면 됐어요?""원영아, 엄마는 그런 뜻이 아니라……"송원영이 더 말하지 못하게 말을 끊었다."어릴 때, 양고기 알레르기가 있다고 몇 번이나 말했어요. 밀가루와 땅콩 알레르기도 있다고 했지만 아무도 안 들어줬어요. 오히려 엄마가 땅콩 사탕을 제일 좋아한다고 저한테 억지로 먹이기까지 했잖아요.""그래서 어릴 때부터 항상 가방에 알레르기약을 넣고 다녔어요.""열 살 때, 송민우가 병원에서 아파서 바지에 오줌을 쌌을 때 민우 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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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80화

송원영이 룸을 나서자 서은석이 뒤따라 나왔다.송원영은 온몸이 싸늘하게 식어가는 것 같았다.양고기를 먹은 데다 약까지 먹어서인지 속이 울렁거리고 메스꺼웠다.뭔가 역겨운 것이 목구멍에 걸린 것처럼 삼킬 수도, 뱉어낼 수도 없어 숨이 막힐 정도로 구역질이 났다. 송씨네 식구들이 룸에서 쫓아 나왔다.몇 걸음 뒤에서 송원영을 붙잡으려 했지만 서은석이 앞을 가로막았다.서은석은 자기보다 한참 작은 송동건과 김수진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두 분이 원영이를 그렇게 대했다는 걸 알게 돼서 참 유감입니다."송동건은 속으로 케케묵은 일이나 들춰낸다며 송원영에게 욕설을 퍼부었다. 하지만 겉으로는 빠르게 변명거리를 찾았다."그런 게 아니에요. 우린 항상 원영이한테 잘해줬어요. 어릴 때부터 부족한 거 하나 없이 키웠어요, 다 오해예요. 어릴 때 잘 못 기억한 걸 크면서 사실이라고 믿은 거예요. 진짜가 아니에요." 김수진도 재빨리 거들었다."그럼요, 원영이는 우리 유일한 친딸인데 어떻게 막 대하겠어요? 얘가 성격이 좀 유별나서 그래요. 평소에 버릇도 좀 없고 이간질하는 것도 좋아한다니까요. 혹시 평소에 원영이 때문에 기분 상한 일 있으면 나한테 얘기해요."이 와중에도 송원영 흉보는 걸 빠뜨리지 않았다.송원영이 편하게 잘 사는 꼴이 배 아파 못 견디겠는 모양이었다. 서은석도 이런 부모는 처음이었다. 가냘프고 야윈 송원영의 뒷모습에 마음이 아파왔다. 예전엔 송원영이 자기 감정에 좀처럼 응답하지 않는 게 꼭 고슴도치처럼 너무 방어적이라고만 생각했다. 하지만 지켜줄 사람이 송원영 자신밖에 없어서였다는 걸 이제야 알게 되었다.옆방 문이 열리고. 밖으로 나오던 허설아와 권지헌은 송원영과 서은석, 그리고 두 사람 뒤를 따라 나온 송씨 가족을 발견했다. 송수정은 김수진의 손을 잡고 있고 송동건이 두 사람을 감싸듯 막고 서서 경계하듯 송원영을 바라보고 있었다.이 광경만 보면 송원영이야말로 친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서은석이 송씨네 식구들을 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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