บททั้งหมดของ 밤이 깊어질 즈음에, 숨겨진 마음: บทที่ 951 - บทที่ 9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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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51화

"말씀하십시오, 아주머니."조사예는 고개를 숙인 채 고분고분한 태도를 취했다.도 부인이 자신에게 어떻게 대하든, 도경진과 혼인한 이상 그녀는 도 부인에게 효도할 작정이었다.도 부인은 그녀를 잠시 바라보다가 자리에서 일어나 다가왔다.침상 앞 발판에 올라선 도 부인은 고개를 숙여 그녀를 내려다보았다."경진이 마음에 다른 이가 있다는 건, 너도 알고 있겠지?"도 부인이 느릿한 어조로 물었다.조사예는 그녀의 옷에서 나는 비누향까지 맡을 수 있을 정도로, 둘 사이는 가까웠다."알고 있습니다."조사예는 고개를 끄덕이며 씁쓸함을 삼켰다.그녀의 머릿속에 강유영의 얼굴이 스쳐 지나가며 희미한 증오가 피어올랐다.'강유영, 두고 보자!'"경진이는 어릴 때부터 고집이 세서, 한 번 마음먹은 일은 절대 바꾸지 않는다." 도 부인이 말을 이었다. "황명은 거역할 수 없으니, 폐하께서 하사하신 혼인이라면 그 애는 널 아내로 맞이할 수밖에 없을 테지. 하지만 너와 혼인을 하더라도 그 애 마음속에서 그 사람을 지우지는 못할 거다. 이 점은 너도 분명히 알아야 해."상황이 이 지경까지 이르렀으니 아들에게 황명을 어기게 하여 앞길을 망치게 할 수는 없었다.오직 조사예를 압박하여 제풀에 지쳐 떨어져 나가게 하는 수밖에 없었다.하지만 도 부인 역시 조사예가 물러설 것이란 확신은 없었다. 조사예가 얼마나 자신의 아들에게 푹 빠져 있는지 모르는 바가 아니었다."아주머니, 전 그런 건 개의치 않습니다. 혼인을 하면, 도 대인과 오순도순 잘 살고 아주머니께도 효를 다하겠습니다."조사예는 고개를 들어 진심 어린 미소를 지어 보였다.도경진의 마음에 다른 이가 있다 것을 정말 개의치 않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부군과 잘 살고 시어머니를 극진히 모시겠다는 말은 진심이었다.도 부인은 그녀가 그 말을 듣고도 물러서기는커녕 오히려 기대에 부푼 듯한 모습을 보이자 속으로 화가 치밀었다."내 말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도 부인이 잠시 말을 멈췄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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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52화

해 질 무렵, 붉은 해가 서쪽으로 뉘엿뉘엿 저물고 있었다.소은원은 방이 좁아 채광도 좋지 않았다.강유영은 탁자 앞에 앉아 낮에 사 온 물건들을 정리하고 있었다."단비야, 이것들 좀 소 부인에게 갖다주렴."그녀는 소은경에게 주려고 산 몇 가지 연고를 나무 상자에 담아 단비에게 건넸다.단비가 다가와 상자를 받았다.강유영은 안의 약들을 가리키며 하나하나 설명했다."이건 부기를 가라앉히고 통증을 멎게 하는 약이야. 아플 때 한 번씩 바르라고 전해주렴. 이 약은 흉터를 없애는 건데, 상처가 다 아문 뒤에 써야 해. 그리고 이 약재들은 달여 먹는 건데, 사흘 치 분량이다. 상처가 빨리 아물게 도와줄 거란다."말을 마친 그녀는 고개를 들어 단비를 바라보았다."잘 기억했지?"소지란은 자신을 구하려다 다쳤으니, 약을 사다 주는 것은 응당 해야 할 도리였다."예, 기억했습니다."단비가 고개를 끄덕였다.강유영은 상자의 뚜껑을 덮고, 큼지막한 나무 상자 하나를 더 꺼내 단비에게 주었다."이 안에는 제비집이랑 질 좋은 당귀가 들어있다. 이것도 같이 가져다줘."이것들은 기혈을 보충하는 데 좋은 귀한 식재료로, 소지란에게 답례로 주려고 특별히 준비한 것이었다.비록 그녀와 벗이 될 수는 없었지만, 그녀가 자신을 지켜준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었으니 그에 대한 보답을 하고 싶었다.물론 이깟 물건들로 소지란의 은혜를 다 갚을 수는 없겠지만, 이것은 그녀의 진심이었다.단비가 고개를 끄덕이는 물건들을 받쳐 들고 나갔다."아씨, 어떤 것들을 준비하셨습니까?" 오씨 어멈이 탁자 곁으로 다가와 물었다. "어떻게 정리하면 될까요? 제가 돕겠습니다.""이런 자그마한 보자기와 주머니들을 몇 개 샀어요." 강유영은 탁자 위의 물건을 집어 어멈에게 보여주며 설명했다. "이런 건 옷 안에 묶어둘 수 있어서 금은보화를 조금 넣어두면 남들 눈에 쉽게 띄지 않거든요.""이런 건 처음 봅니다."오씨 어멈은 손을 뻗어 물건을 건네받아 살펴보았다."물통도 샀고, 온갖 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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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53화

날이 점차 어두워졌다.조원철은 창가에 서서 밖을 내다보고 있었다. 장포자락이 바람에 가볍게 휘날렸다.그는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몸에서 풍기는 분위기는 짙은 밤안개보다 더 서늘한 한기가 감돌았다."세자......."안으로 들어온 청류가 조심스레 인사를 올렸다."유영이는 좀 어떠하냐?"조원철은 창밖을 응시한 채 무심한 목소리로 물었다."아씨께서는 크게 놀라신 것 같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사람을 시켜 소 부인에게 여러 가지 약과 몸을 보할 귀한 식재료들을 챙겨 보내셨습니다."청류가 사실대로 고했다.오늘 행궁에서 전보희가 강유영에게 손을 쓰려 했던 것을 조원철도 봐서 알고 있었다. 그는 물론이고 청류 본인조차 강유영이 놀랐을까 봐 걱정했다. 강유영은 줄곧 겁이 많은 편이었고, 이번에는 곁에서 지켜주는 조원철도 없었다.하지만 뜻밖에도 강유영은 안색 하나 변하지 않았고, 아무 일 없었다는 듯 행궁을 나서 저잣거리로 물건을 사러 다녔다."무엇을 샀더냐?"조원철이 다시 물었다."아씨께서는 약품을 비롯해 부싯돌, 화종지, 그리고 기름종이와 비누 같은 것들을 많이 사셨습니다." 청류는 고개를 숙인 채 잠시 망설이다가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 "세자, 제 생각에는... 아씨께서 또 떠나시려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강유영이 산 물건들은 하나같이 먼 길을 떠날 때 필요한 것들이었으니, 그 속내를 짐작하기란 어렵지 않았다.정황도 너무나 뻔하지 않은가. 그녀는 조원철이 소지란을 마음에 품었다고 오해하여 단단히 상심한 나머지, 경성을 떠나 조원철에게서 멀어지려 하는 것이 분명했다.청류가 보기에는 강유영이 그렇게 행동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었다.그녀에게 아무런 말도 안 해준 것은 주군이었다."통행증도 준비했더냐?"조원철은 고개를 돌려 청류를 바라보며 물었다."그것까지는 확인하지 못했습니다만, 어쩌면 나중에 준비하실지도 모릅니다."청류가 고개를 저으며 답했다.짙은 어둠 탓에 주군은 얼굴 윤곽만 희미하게 보일 뿐, 지금 심정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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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54화

청류는 지난번 강유영이 떠났을 때를 똑똑히 기억했다. 그때 조원철은 밤낮으로 식음을 전폐하며 눈에 띄게 야위었었다.말을 마친 그는 청운과 함께 조원철을 바라보았다.강유영은 사리를 아는 사람이었다. 오해를 풀고 자초지종을 설명한다면 그녀는 떠나지 않을 것이다.하지만 조원철은 끝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청류는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세자가 입을 열지 않으니, 그로서는 그저 애가 탈 뿐이었다.한참 뒤에야 조원철은 마침내 입을 열었다."내일 그 아이가 외출하거든, 북교의 저택에서 날 기다리라고 전하거라."조원철은 청류에게 차분히 지시했다."예!"청류는 두 눈을 반짝이며 시원스럽게 대답했다.미처 생각하지 못한 방법이었다.저택 안에서는 강유영을 만날 수 없지만, 북교의 저택이라면 얼마든지 만날 수 있었다.그곳은 담장이 높고 주변이 온통 세자의 수하들로 깔려 있었다. 소지란의 사람들이 내부 상황을 엿볼 수 있는 조건이 아니었다.세자가 가서 오해를 풀고 두 사람이 예전처럼 화해한다면 모든 일이 무사히 풀릴 것이었다.*은표를 얻은 강유영은 오로지 통행증을 구하는 일에만 몰두했다.지난번 발급받은 통행증은 경성 귀환 기한이 명시되어 있어, 삼 년 뒤에는 반드시 돌아와야 했다.이번에는 아예 돌아올 생각이 없었기에, 그녀는 호적을 말소하는 탈적 통행증을 발급받을 생각이었다.경성을 떠나면 이곳의 호적이 말소된다. 그러면 경성에는 더 이상 강유영이라는 존재가 남지 않게 된다.그런 통행증이 있으면 밖에서도 당당하게 머물 수 있었다.다만 탈적 통행증은 발급받기가 까다롭고 시일도 꽤 오래 걸렸다.마차가 거리를 달리고 있었다."서유야, 마차 좀 세우렴."지필묵 상점 앞을 지나칠 때, 강유영은 마차를 멈춰 세웠다."왜 그러십니까, 아씨?"서유가 발을 걷고 안을 들여다보며 물었다."벼루를 하나 골라야겠어."강유영은 자리에서 일어나 마차 밖으로 나갔다.그녀는 번듯한 벼루를 하나 사서 통행증을 담당하는 관리에게 건네줄 생각이었다. 그러면 발급이 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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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55화

그날 강유영을 따라 외출했다가 돌아오는 길에 우연히 요월원 앞을 지나친 서유는, 청운과 청류가 문앞을 지키고 선 것을 보고 세자가 그곳에 있다는 것을 단번에 알아챘다.강유영 역시 그것을 보았다. 얼마나 상심했던지, 다음 날 아침 두 눈이 퉁퉁 붓고 붉게 충혈될 정도로 밤새 울어 눈에 띄게 수척해져 있었다.서유는 그때 생각만 하면 아직도 속이 상했다. 세자가 어찌 아씨에게 이럴 수 있단 말인가?"진짜 아니야. 그건 다……."청류는 상세히 자초지종을 설명하려 할 때, 강유영은 점포에서 질 좋은 벼루를 들고 밖으로 나왔다."아씨."그는 서유와 입씨름할 새도 없이 서둘러 다가가 인사를 올렸다."아씨를 뵙습니다."청류는 멋쩍게 웃으며 두 손을 모아 허리를 굽혔다."청류, 너도 물건을 사러 온 것이냐?"강유영은 그를 향해 가볍게 미소를 지었다.그녀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아, 무의식적으로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청류와 청운은 항상 조원철의 곁을 그림자처럼 지키는 자들이었다.다행히 주변에 조원철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저는 아씨를 뵈러 왔습니다."청류가 웃으며 대답했다."나를?"그의 대답에 강유영의 눈빛에 의아함이 스쳤지만, 이내 표정이 차갑게 굳어졌다."무슨 일로?"청류가 자신을 찾아왔다면 필시 조원철의 뜻일 터였다.그녀는 조원철을 상대하고 싶지 않았고, 그와 관련된 이야기는 단 한마디도 듣고 싶지 않았다."세자께서 북교 저택에서 기다릴 터이니 그곳으로 오라고 전하셨습니다. 아씨께 드릴 말씀이 있다고 하셨습니다."청류는 정중하고도 깍듯한 태도로 조원철의 말을 전했다."가지 않을 것이다."강유영은 일고의 여지도 없이 단호하게 거절했다.그녀는 코끝이 찡해지며 밀려드는 설움에 아랫입술을 꾹 깨물고 차오르는 눈물을 참았다.그녀가 식음을 전폐하고 밤잠을 설치며 가슴이 찢어지듯 고통스러웠던 가장 힘든 순간에, 그는 그녀를 외면했다.이제야 그 힘든 시간을 딛고 일어나 간신히 밤에 눈을 붙이고 억지로라도 음식을 삼킬 수 있게 되었건만,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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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56화

"앉거라."한씨는 찻잔을 든 채 풍씨 어멈을 향해 턱짓만 하고는 고개를 숙여 차를 마셨다.진 부인은 속으로 욕을 삼키며 조신하게 자리에 앉았다. 그러고는 풍씨 어멈을 바라보았다."진 부인, 저희가 알아본 바에 따르면 강유영이 요 근래 저잣거리에서 물건을 자주 사들인다고 합니다. 죄다 먼 길을 떠날 때 필요한 물건들이지요. 저희 부인께서는 이를 보고 강유영이 멀리 떠날 작정이라고 짐작하셨습니다."풍씨 어멈은 한 걸음 앞으로 다가가 진 부인에게 설명했다."후원에만 박혀 살던 규수가 어찌 홀로 먼 길을 떠난답니까?"진 부인은 의아함을 감추지 못했다."강유영의 속내야 알 수 없지만, 그것은 중요하지 않습니다."풍씨 어멈이 말을 이었다."부인께서는 본래 강유영을 멀리 유인한 뒤에 처리할 생각이셨습니다. 헌데 제 발로 떠나주겠다니 이보다 더 좋은 기회가 어디 있겠습니까."강유영은 한씨의 약점을 쥐고 있었다. 지금 한씨는 강유영을 당장 눈앞에서 치워버리고 싶은 심정이었다."언니는 제가 뭘 해주길 바라십니까?"진 부인은 한씨를 바라보며 잠시 뜸을 들이다가 말했다."미리 말씀드리지만, 저는 겁이 많아 사람을 죽이는 일은 못 합니다."아들과 부군의 앞날을 위해서라면 한씨를 도울 수는 있었다.하지만 제 손에 피를 묻히는 짓은 하기 싫었다.한씨가 주는 이득이 사람 목숨값을 짊어질 만큼 큰 것도 아니었다.진 부인도 바보가 아니었다. 만약 그녀가 직접 나서서 강유영을 죽인다면, 그것은 또다시 한씨에게 약점을 잡히는 꼴이었다.그러면 앞으로 더더욱 한씨에게 끌려다니게 될 것이다. 반대로 한씨가 강유영을 죽이는 것을 옆에서 지켜보기만 한다면 이야기가 달랐다.한씨의 약점을 손에 쥔다면, 더는 한씨의 협박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었다."누가 너더러 사람을 죽이라고 했느냐?"한씨는 찻잔을 내려놓으며 그녀를 흘겨보았다."미리 말씀드린 것입니다."진 부인은 어색하게 웃어 보였다.한씨는 코웃음을 칠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진 부인은 하는 수 없이 다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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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57화

강유영과 서유는 석궁을 한 자루씩 손에 쥐었다.두 사람은 활시위를 당겨보더니 모두 손에 착 감긴다고 느꼈다.강유영은 은표를 꺼내 값을 치르고, 훗날 밖을 돌아다닐 때 호신용으로 쓰기 위해 석궁을 챙겼다."짧은 병장기도 구경하러 가자꾸나."강유영은 서유와 이야기하며 상점을 나섰다.요 며칠 그녀는 먼 길을 떠날 채비를 하느라 바삐 돌아다녔다. 낮에 바쁘게 몸을 움직이니 밤에도 잠이 잘 왔고, 쓸데없는 잡생각에 빠질 틈도 없어 차라리 잘된 일이었다."아이고, 우리 딸. 여기서 다 보는구나."진 부인이 한쪽에서 걸어오며 강유영을 살폈다. 이내 강유영의 얼굴을 알아본 진 부인은 반색하며 다가왔다."이모님."강유영은 진 부인을 보고 내심 놀랐지만, 이내 깍듯하게 웃어 보였다.그동안 겪은 일이 너무 많아 머릿속이 어지러운 통에, 강유영은 진 부인이라는 '어머니'의 존재를 거의 잊고 지냈다.어릴 적부터 진 부인의 손에 자라지 않은 탓인지, 강유영은 진 부인에게 모녀간의 애틋한 정을 느끼지 못했다. 심지어 친근감조차 들지 않았고, 기껏해야 먼 친척뻘쯤으로 여겨질 뿐이었다."우리 착한 딸, 이런 물건들은 무엇에 쓰려고 샀느냐?"진 부인은 매우 살갑게 다가와 강유영의 손을 덥석 잡았다. 그러다 서유가 들고 있는 석궁 두 자루를 발견했다."아, 서유가 활쏘기를 배우고 싶다 하여 재미 삼아 산 것입니다."강유영은 고개를 돌려 서유를 힐끗 보고는 적당히 둘러댔다.그녀는 진 부인에게 정이 가지 않았고, 솔직하게 말하고 싶지도 않았다.진 부인은 미소를 잃지 않았다."그랬구나. 무예를 익혀 몸을 단련하는 것도 좋지."진 부인은 속으로 강유영을 살폈다.'이 계집애가 날 친어미로 여기지 않는 게 분명해. 먼 길을 떠날 채비를 하면서도 내게는 반자도 흘리지 않다니. 제법 약은 구석이 있군.'하지만 강유영은 아직 풋내기에 불과했다. 한씨 같은 늙은 여우를 당해낼 수 있을 리 만무했다.머지않아 강유영은 쥐도 새도 모르게 목숨을 잃고 말 것이다."이모님께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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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58화

눈가에 낯익은 인영이 스치자 강유영은 무심코 고개를 돌렸다."아씨, 국공 부인입니다."서유도 그쪽을 보고 재빨리 일러주었다.그 모습은 분명히 한씨였다.한씨는 뒤에 풍씨 어멈을 대동한 채, 무언가 급한 일이라도 있는 듯 걸음을 재촉하고 있었다."어머, 정말 네 어머니구나."진 부인은 그제야 한씨를 발견한 듯 손을 들어 아는 체를 하려 했다."이모님, 부르지 마십시오."강유영은 재빨리 진 부인의 손을 잡아끌었다.그녀는 직감적으로 전당포에서 빼돌린 은표의 행방을 떠올렸다.지난번 홀아비 손씨를 만나러 나왔을 때도 한씨는 저토록 은밀하게 움직였다.이번에는 또 누구를 만나려는 것일까?"왜 그러느냐?"진 부인은 고개를 돌려 강유영을 쳐다보며 물었다."저는 저쪽으로 가보겠습니다. 점포는 이모님 혼자 가셔야겠습니다."강유영은 진 부인에게 잡힌 손을 빼내고 한씨의 뒤를 쫓으려 했다.하지만 진 부인은 포기하지 않고 바짝 따라붙었다."나도 같이 가마."강유영은 미간을 찌푸리며 고개를 돌렸다.한씨의 뒤를 밟으려는데 진 부인이 따라붙는 것은 퍽 곤란한 일이었다."네 어머니는 결코 좋은 사람이 아니란다." 진 부인은 목소리를 한껏 낮춰 속삭였다. "어릴 적에 난 저 여자에게 얼마나 괴롭힘을 당했는지 모른다. 약점 하나만 제대로 잡으면 단단히 벼르고 있던 참이었어."그녀는 한씨의 뒷모습을 노려보며 이를 갈았다.그 표정만큼은 결코 꾸며낸 것이 아니라 마음에서 우러나온 진심이었다.강유영은 진 부인과 자신이 같은 뜻을 품고 있음을 깨닫고 경계심을 조금 늦추었다."알겠습니다."그녀는 결국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여기서 계속 거절하다가는 자칫 저쪽의 주의를 끌 수도 있으니, 우선은 따라가며 상황을 살피는 것이 나을 듯했다.세 사람은 앞서가는 한씨의 뒤를 밟았다.이윽고 한씨는 어느 모퉁이로 꺾어 들어갔다."저곳은 화훼 시장 아니냐. 꽃이라도 살 참인가?"진 부인은 한씨가 사라진 쪽을 바라보며 의아해했다."가서 보시지요."강유영은 한씨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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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59화

강유영은 무의식적으로 뒤를 돌아보았다가 흠칫 놀랐다.어디선가 검은 안개 같은 무리가 나타나 그녀를 향해 곧장 날아오고 있었다.자세히 보니 검은 몸통에 노란 무늬가 있는 독벌 떼였다. 한두 마리가 아니라 무리 지어 몰려오는 벌들의 요란한 날갯소리에 소름이 돋았다.주변에 있던 몇 안 되는 사람들은 그 광경을 보고 비명을 지르며 사방으로 흩어졌다.강유영은 반사적으로 자리에서 일어나 도망치려 했다.하지만 벌 떼는 이미 지척까지 다가와 있었다. 급히 일어서느라 중심을 잃고 휘청거리는 사이, 독벌 떼가 그녀를 향해 달려들었다."아씨, 피하십시오!"뒤늦게 상황을 파악한 서유가 소리치며 재빨리 자신의 겉옷을 벗기 시작했다.벌 떼가 덮쳐왔다.강유영은 황급히 양손으로 얼굴을 가리며 몸을 돌려 피하려 했다.그때 곁에 있던 누군가가 그녀를 향해 몸을 날렸다."유영아, 조심해!"진 부인이었다.진 부인은 독벌이 강유영을 쫓는 것을 보고도 도망치지 않고, 오히려 강유영을 감싸기 위해 몸을 던졌다.갑작스러운 충돌에 강유영은 그대로 바닥에 쓰러졌다.진 부인은 그녀를 덮어 누르듯 껴안고는 옷자락을 끌어당겨 강유영의 머리와 얼굴을 감쌌다.진 부인의 품에 짓눌린 강유영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귓가에는 요란한 벌 날갯소리와 진 부인의 거친 숨소리만 들려왔다.진 부인은 덮쳐오는 벌 떼를 보며 눈을 가늘게 떴다. 옷을 끌어올려 얼굴을 보호할 수도 있었지만, 그러지 않았다.그녀는 이를 꽉 깨물고 두 눈을 질끈 감았다.이런 독벌에 쏘인다고 당장 목숨을 잃지는 않을 것이다. 고통은 꽤 크겠지만, 보흥 전당포 지분 일 할을 생각하면 감수할 만한 일이었다.그녀는 짐짓 얼굴을 들어 벌 떼가 제 얼굴과 목덜미를 쏘도록 내버려 두었다.날카로운 통증이 밀려오자 진 부인은 참지 못하고 비명을 질렀다."이모님……."강유영은 무의식적으로 손을 뻗어 진 부인을 밀어내려 했다."가만히 있거라, 가만히 있어……."진 부인은 고통을 참으며 필사적으로 강유영을 감쌌다.강유영의 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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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60화

진 부인은 자신의 상처는 아랑곳하지 않고 절박한 눈빛으로 강유영만 바라보았다. 눈빛에는 걱정과 애정이 가득했다."왜 말이 없느냐? 이마가 차가운 것을 보니 많이 놀랐나 보구나."진 부인은 손을 뻗어 강유영의 이마를 짚었다. 초조한 얼굴로 서유를 돌아보았다."아씨!"서유는 마음이 놓이지 않아 몸을 굽혀 강유영을 부축해 일으켰다.그러고는 진 부인을 살폈다.진 부인이 독벌을 두려워하지 않고 가장 먼저 달려들어 강유영을 감싸리라고는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그동안 서유는 진 부인 역시 한씨의 사촌 동생이니 검은 속내를 가진 사람이라고 여겼다.오늘 보니 사람을 잘못 본 것인가 싶었다."다치셨잖습니까. 제가 의원으로 모시겠습니다."강유영은 몸을 일으키자마자 진 부인의 손을 잡고 서둘러 밖으로 이끌었다.진 부인의 붉게 부어오른 얼굴을 보자 왈칵 눈물이 쏟아졌다.자칫 벌에 잘못 쏘였다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었다.하지만 진 부인은 주저 없이 몸을 던져 그녀를 보호했다.그녀는 상처 하나 입지 않았지만, 진 부인은 벌떼에게 쏘여 적잖은 부상을 입었다.친어머니가 분명했다. 자신의 안위는 뒷전으로 한 채 필사적으로 자식을 지키는 이는 어머니뿐이었다.강유영은 여태껏 살면서 어른에게 이토록 보호받아 본 적이 없었다.한씨는 어릴 적부터 강유영을 거들떠보지도 않았고 커갈수록 더 미워하더니, 지금은 아예 죽기를 바라고 있었다.조씨 노부인도 마찬가지였다. 어릴 때는 없는 사람 취급하더니 지금은 그녀를 극도로 혐오했다.진국공은 말할 것도 없었다. 조정 일에 바빠 아들만 챙길 뿐, 딸은 안중에도 없었다. 하물며 양녀인 강유영이야 오죽하겠는가.남들의 애틋한 모녀지정을 볼 때마다 내심 부러웠다.평생 어머니의 사랑은 받지 못할 줄 알았건만, 마침내 어머니를 만난 것이다."녀석, 왜 울고 그러느냐?" 진 부인은 억지로 미소를 지어 보였다. "크게 다치지 않았어. 별일 아니니 그만 뚝 그치거라."진 부인은 강유영의 손을 부드럽게 다독였다.독벌에 쏘인 자리는 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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