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세 시,우리는 태준의 사무실에 도착했다.건물은 생각보다 조용했다.회색 벽,긴 복도,유리문 너머로 보이는 작업실.태준의 공간은딱 그 사람 같았다.군더더기 없고,차갑고,조용한데어딘가 날이 서 있었다.회의실로 안내받는 동안나는 벽에 걸린 건축 모형 사진들을 봤다.선이 깨끗했다.빛이 조용했다.빈 공간이 많았다.태준은 이런 것들을 만들며지난 3년을 버텼을까.내가 없는 동안.누군가의 공간을 설계하고,자기 안의 무너진 곳은계속 손대지 못한 채로.나는 그런 생각을 하다얼른 시선을 내렸다.또 거기까지 가고 있었다.그의 없는 시간을 상상하는 버릇.그러면 안 되는데.그 시간 안에는 내가 없었고,그 사실은 아직도 조금 아팠다.회의실 문이 열렸다.태준은 이미 안에 있었다.창가 쪽에 서서도면을 보고 있었다.검은 셔츠,걷어 올린 소매,손목에 얇게 드러난 힘줄.나는 그런 것까지 보고 있는 내가 싫었다.그는 고개를 들었다.우리 눈이 마주쳤다.잠깐.정말 잠깐.그런데 그 짧은 사이에어제 밤의 메시지들이 전부 지나갔다.보고 싶어.근데 오늘은 안 갈게.오늘은 진짜 잘했어.잘 자, 서윤아.나는 먼저 시선을 돌렸다.“안녕하세요.”업무용 목소리.태준도 바로 맞췄다.“오셨습니까.”그의 시선이 내 옆의 우진에게 닿았다.정우진은 평소처럼 고개를 숙였다.“안녕하세요.”“네.”짧은 인사.그 사이엔 아무 말도 없었는데이상하게 많은 게 지나갔다.나는 자리에 앉았다.우진은 내 오른쪽,태준은 맞은편.이 구도가 요즘 너무 익숙해지고 있었다.두 사람 사이에서나는 자꾸 내 마음의 위치를 확인하게 된다.어디가 편한지.어디가 아픈지.어디가 아직 위험한지.회의가 시작됐다.태준은 일할 때 더 차가워졌다.쓸데없는 말을 하지 않았고,필요한 부분만 정확히 짚었다.“입구 카피는 짧아야 합니다.”“벽면은 조명 간격을 다시 봐야겠어요.”“동선은 오른쪽으로 빼면 체류가 짧아집니다.”그는 일을 잘했다.
ปรับปรุงล่าสุด : 2026-07-17 อ่านเพิ่มเติ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