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 PT 이후, 조희철 과장의 태도가 눈에 띄게 달라졌다.겉으로는 조용했지만, 지나가듯 제이의 모니터를 힐끔거리는 일이 잦아졌다. 화장실을 갈 때도, 커피를 타러 갈 때도, 묘하게 제이의 자리 주변을 서성였다.일하는 내내 뒤통수에 와닿는 시선이 있었다. 제이가 화면을 살짝 가리기라도 하면, 조희철 과장의 발걸음이 눈에 띄게 조급해졌다. 모니터 열기로 후끈한 사무실 안에서, 그 조급함만은 유난히 서늘하게 느껴졌다.제이는 그 시선을 진작 알아채고 있었다. 지난 생, 이 사람이 부하 직원의 파일을 몰래 들여다보고 자기 것으로 둔갑시키는 걸 몇 번이나 지켜본 적이 있었다. 방식은 늘 비슷했다. 자리를 비운 틈, 잠기지 않은 모니터, 열려 있는 폴더.또 그 버릇이 나오겠구나.제이는 퇴근 전, 노트북에 파일 하나를 새로 만들었다. 파일명은 "미니홈피 연계 마케팅 확장안(최종)". 겉으로는 그럴듯했다. 회원 전체를 대상으로 한 무료 도토리 대량 지급, 협력사 링크를 미니홈피에 자동 삽입하는 방식까지 담아, 화려한 성과를 약속하는 기획처럼 보이게 만들었다.하지만 그 안에는 함정이 있었다. 도토리월드 운영 정책상, 이용자 동의 없는 상업적 도토리 살포와 외부 링크 강제 삽입은 명백한 약관 위반이었다. 몇 년 뒤, 실제로 이런 방식을 시도했다가 서비스 정지와 손해배상 소송까지 갔던 업체가 있었다는 걸, 제이는 지난 생의 기억으로 알고 있었다. 지금 이 자리에 있는 누구도 알 수 없는 이야기였다.늦은 밤, 텅 빈 사무실에서 키보드 두드리는 소리만 낮게 울렸다. 지난 생, 그 업체가 하루아침에 문을 닫았다는 기사를 접했을 때만 해도 그저 남의 일이었다. 지금은 그 몰락의 이유를, 눈앞의 사람을 처리할 도구로 쓰고 있었다.이번엔 내가 이걸 미리 아는 쪽이지.제이는 화면을 마지막으로 한 번 더 훑어본 뒤, 노트북을 그대로 열어둔 채 자리에서 일어났다.다음 날, 조희철 과장은 평소보다 일찍 출근해 있었다.점심시간, 제이는 노트북 화면을 그대로 켜둔 채 자리를 비웠
Last Updated : 2026-07-28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