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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미끼를 문 사람

مؤلف: 지호
last update تاريخ النشر: 2026-07-28 17:59:25

경쟁 PT 이후, 조희철 과장의 태도가 눈에 띄게 달라졌다.

겉으로는 조용했지만, 지나가듯 제이의 모니터를 힐끔거리는 일이 잦아졌다. 화장실을 갈 때도, 커피를 타러 갈 때도, 묘하게 제이의 자리 주변을 서성였다.

일하는 내내 뒤통수에 와닿는 시선이 있었다. 제이가 화면을 살짝 가리기라도 하면, 조희철 과장의 발걸음이 눈에 띄게 조급해졌다. 모니터 열기로 후끈한 사무실 안에서, 그 조급함만은 유난히 서늘하게 느껴졌다.

제이는 그 시선을 진작 알아채고 있었다. 지난 생, 이 사람이 부하 직원의 파일을 몰래 들여다보고 자기 것으로 둔갑시키는 걸 몇 번이나 지켜본 적이 있었다. 방식은 늘 비슷했다. 자리를 비운 틈, 잠기지 않은 모니터, 열려 있는 폴더.

또 그 버릇이 나오겠구나.

제이는 퇴근 전, 노트북에 파일 하나를 새로 만들었다. 파일명은 "미니홈피 연계 마케팅 확장안(최종)". 겉으로는 그럴듯했다. 회원 전체를 대상으로 한 무료 도토리 대량 지급, 협력사 링크를 미니홈피에 자동 삽입하는 방식까지 담아, 화려한 성과를 약속하는 기획처럼 보이게 만들었다.

하지만 그 안에는 함정이 있었다. 도토리월드 운영 정책상, 이용자 동의 없는 상업적 도토리 살포와 외부 링크 강제 삽입은 명백한 약관 위반이었다. 몇 년 뒤, 실제로 이런 방식을 시도했다가 서비스 정지와 손해배상 소송까지 갔던 업체가 있었다는 걸, 제이는 지난 생의 기억으로 알고 있었다. 지금 이 자리에 있는 누구도 알 수 없는 이야기였다.

늦은 밤, 텅 빈 사무실에서 키보드 두드리는 소리만 낮게 울렸다. 지난 생, 그 업체가 하루아침에 문을 닫았다는 기사를 접했을 때만 해도 그저 남의 일이었다. 지금은 그 몰락의 이유를, 눈앞의 사람을 처리할 도구로 쓰고 있었다.

이번엔 내가 이걸 미리 아는 쪽이지.

제이는 화면을 마지막으로 한 번 더 훑어본 뒤, 노트북을 그대로 열어둔 채 자리에서 일어났다.


다음 날, 조희철 과장은 평소보다 일찍 출근해 있었다.

점심시간, 제이는 노트북 화면을 그대로 켜둔 채 자리를 비웠다.

자리로 돌아오자, 어딘가 익숙한 냄새가 먼저 코끝을 스쳤다. 조희철 과장 특유의 담배와 믹스커피 냄새였다. 제이는 모니터부터 살폈다. 마우스 각도, 서류 봉투가 놓인 방향까지, 미세하게 어긋나 있었다. 누군가 다녀간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멀리 자기 자리에 앉은 조희철 과장이, 모니터 너머로 이쪽을 흘끔거리고 있었다.

미끼를 물었네.

제이는 옅게 웃으며 모니터를 다시 잠갔다.


며칠 뒤, 확장안 중간 보고 자리가 잡혔다. 박영철 상무를 비롯한 임원진이 모인 회의실에, 조희철 과장이 자신만만한 얼굴로 들어섰다.

"이번 확장안, 제가 좀 더 다듬어서 준비했습니다. 회원 전체 대상으로 도토리를 무료 배포하고, 협력사 링크를 자동으로 삽입하는 방식입니다. 파격적인 만큼, 반응도 폭발적일 겁니다. 이건 유통 마케팅의 완전히 새로운 혁신이라고 자부합니다."

발표가 자신만만하게 이어졌다. 회의실 안 몇몇은 고개를 끄덕이며 흥미를 보였다.

박영철 상무가 자료를 훑다 미간을 좁혔다.

"이거, 이용자 동의 없이 그렇게 진행해도 되는 겁니까? 약관 검토는 하셨어요?"

"그, 그 부분은... 반응만 좋으면 크게 문제 될 거 없다고 봅니다."

조희철 과장이 얼버무렸다. 제이가 그 순간, 차분하게 손을 들었다.

"과장님, 도토리월드 운영 정책상 상업적 도토리 배포와 외부 링크 강제 삽입은 약관 위반입니다. 이용자 동의 없이 진행하면 서비스 정지는 물론, 손해배상 소송까지 갈 수 있는 사안입니다."

제이는 미리 준비해 온 약관 인쇄물을 테이블 위로 조용히 밀어 넣었다. 종이 넘기는 소리만 정적을 갈랐다.

회의실 안이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검토는 해보고 발표하신 건가요? 아니, 이 기획, 원래 제가 검토 단계에서 폐기했던 초안인데요."

조희철 과장의 얼굴에서 핏기가 가셨다.

"...폐기한 초안이라고요?"

"네. 법적 리스크 때문에 진작 걷어낸 안입니다. 최종본은 따로 있고, 방식도 완전히 다릅니다."

거짓말은 아니었다. 다만 그 위험을 '누가' 먼저 짚어내게 될지, 제이는 이미 알고 있었을 뿐이었다.

박영철 상무가 서류를 덮었다.

"조 과장님, 본인이 다듬었다는 기획이 정작 법적 리스크 때문에 폐기된 초안이었다는 게, 지금 무슨 뜻인지 아시겠죠. 약관 검토도 없이 이런 자료를 그대로 들고 오신 겁니까?"

조희철 과장은 아무 대답도 하지 못했다. 기획서를 훔친 것도 모자라, 기본적인 약관 검토조차 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회의실 전체에 그대로 드러난 순간이었다.


회의실을 나서며, 제이는 조희철 과장과 눈이 마주쳤다. 그는 아무 말도 못 한 채 시선을 피했다.

자리로 돌아온 제이에게, 수정이 조심스럽게 다가와 속삭였다.

"근데 아까 그거 진짜 어이없지 않아요? 폐기된 초안을 몰래 훔쳐서, 그걸 자기가 다듬은 것처럼 발표한 거잖아요."

제이는 대답 대신 옅게 웃었다.

"그러게요. 검토도 제대로 안 하고 들고 나가신 거 보면."

"아무리 급해도 그렇지, 어떻게 남의 파일을 그렇게..."

수정은 어이없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제이는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지난 생, 이런 식의 억울함을 그저 삼키고 넘어갔던 숱한 날들이 떠올랐다. 이번엔 삼키는 대신, 미리 준비하는 쪽을 택했을 뿐이었다.

조희철 과장의 자리는, 그날 이후로 눈에 띄게 비어 있는 날이 많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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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물다섯으로 돌아온 날, 그 재벌이 나를 찍었다   57. 갑작스러운 어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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