บททั้งหมดของ 무능한 장녀라더니 상단을 먹어버렸다: บทที่ 81 - บทที่ 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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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화

화이트살롱이 문을 연 다음 날.아침부터 입구 앞이 소란스러웠다.마차가 멈출 때마다 시녀가 내렸고, 손에는 편지나 작은 수첩이 들려 있었다.대부분 예약을 잡으러 온 사람들이었다.“오늘 가능한 시간은 없습니까?”“죄송하지만 오늘 예약은 모두 마감되었습니다.”직원이 장부를 펼쳐 가장 빠르게 예약할 수 있는 시간을 알려주었다.한동안 실랑이를 벌이던 시녀는 결국 가능한 날짜에 예약을 잡고 돌아갔다.정하은은 안쪽에서 그 모습을 지켜봤다.어제와 달라진 점이 있었다.처음에는 예약이 없다는 말을 들으면 화를 내고 돌아갔다.오늘은 화를 내면서도 예약을 잡았다.화이트살롱을 이용하기 위해 기다려야 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시작한 것이다.그때 입구 앞에 세린이 나타났다.밖에서 손님을 맞던 직원이 세린을 보자 얼굴이 환해졌다.“세린아!”세린도 걸음을 멈췄다.“오랜만이야.”“그러게. 잘 지냈어?”“응.”직원은 세린의 옷차림을 한번 살펴보았다.“너도 오늘부터 일하는 거야?”“아니. 부인께서 오라고 하셨어.”“아, 그래? 안에 계셔. 들어가 봐.”“응. 나중에 봐.”“그래.”세린이 화이트살롱 안으로 들어왔다.교육소에서 입던 작업복 대신 깨끗한 회색 원피스를 입고 있었다.하지만 옷이 달라졌다고 긴장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었다.양손을 앞으로 모은 채 손가락만 계속 움직이고 있었다.정하은은 세린이 들어오자 가까이 오라고 손짓했다.세린은 급히 허리를 숙인 뒤 조심스럽게 다가왔다.“부르셨습니까?”“앉아요.”세린이 정하은의 맞은편에 앉았다.“그날 오래 기다렸나요?”“조금 기다렸습니다.”“미안해요. 이곳을 갑자기 준비하게 돼서 그동안 정신이 없었네요. 이제야 부르게 됐어요.”“괜찮습니다.”정하은이 자리에서 일어나 비어 있는 개인실을 가리켰다.“그럼 그때 하려던 걸 지금 한번 해봐요.”세린도 자리에서 일어났다.“네.”“들어가요.”그러나 세린은 개인실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왜요?”세린이 잠시 머뭇거리다가 물었다.“어떤 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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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화

직원은 대답하지 못했다.뒤에 서 있던 직원들도 움직이지 못했다.어제까지 상대했던 사람들은 영애들이었다.백작가와 자작가의 딸들.화를 내도 다음 예약 날짜를 알려주면 결국 돌아갔다.하지만 지금 문밖에 서 있는 사람은 달랐다.남부에서 가장 높은 귀부인이었다.미라가 불안한 얼굴로 말했다.“지금 들어가신 손님에게 양해를 구하면 어떨까요?”“왜 양해를 구해요?”“후작부인이잖아요.”“그 손님도 돈을 냈고, 시간을 예약했어요.”정하은은 개인실 쪽을 바라봤다.안에는 어제부터 기다린 백작가 영애가 머리를 하고 있었다.오늘 오후에 중요한 만남이 있다고 했다.그 시간을 맞추기 위해 아침 일찍 찾아왔다.후작부인이 왔다는 이유로 그 손님을 기다리게 만들 수는 없었다.한 번 예외를 만들면 끝이었다.다음에는 백작부인이 왔다고 시간을 비워야 했다.그다음에는 후작가의 친척이라고 요구할 것이다.결국 예약은 아무 의미도 없어졌다.“제가 나갈게요.”정하은이 말했다.미라가 그녀를 바라봤다.“괜찮겠어요?”“예약이 없다고 말씀드릴 거예요.”정하은은 문을 바라봤다.시녀는 여전히 직원에게 따지고 있었다.후작부인은 그 뒤에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화를 내지도 않았다.그저 살롱 안을 조용히 살피고 있었다.“문 앞에서 돌려보내지는 않을 거예요.”정하은은 현관으로 향했다.직원이 정하은을 발견하고 안도한 얼굴을 했다.“이벨리아 님.”정하은은 후작부인 앞에서 허리를 숙였다.“화이트 살롱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후작부인의 시선이 정하은에게 향했다.가까이에서 본 얼굴은 생각보다 차분했다.나이는 마흔을 조금 넘긴 듯했다.눈가에 옅은 주름이 있었지만, 그것을 가리려고 짙은 화장을 하지는 않았다.대신 머리를 높게 올리고 진주 장식을 여러 겹 둘렀다.목걸이와 머리 장식이 겹쳐 목이 짧아 보였다.“당신이 이곳의 주인인가요?”“예.”“이벨리아라고 들었습니다.”“맞습니다.”후작부인은 정하은을 한동안 바라봤다.그녀의 시선이 정하은의 머리와 붉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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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화

델하임 후작부인의 생일 무도회에는 남부의 귀족 대부분이 모였다.하지만 사람들의 시선을 붙잡은 것은 연회장이 아니었다.후작부인의 머리였다.평소보다 낮게 말아 올린 머리에는 진주가 한 줄만 둘러져 있었다. 얼굴 옆으로 흘러내린 머리카락이 굳은 인상을 부드럽게 만들었고, 드러난 목선은 전보다 길어 보였다.화려한 장식은 줄었다.그런데도 누구보다 눈에 띄었다.“후작부인.”세르반 자작부인이 가까이 다가왔다.“오늘 분위기가 무척 달라지셨군요.”후작부인은 잔을 든 채 그녀를 바라봤다.“그런가요?”“머리 때문인 것 같습니다.”곁에 있던 백작부인이 끼어들었다.“어디에서 하셨습니까?”“화이트살롱에서요.”짧은 대답이 떨어지자 주변의 부인들이 귀를 기울였다.“그곳이 그렇게 대단한가요?”후작부인은 잔을 한 모금 마셨다.“내가 다시 갈 생각이 들 정도는 됩니다.”그것으로 끝이었다.세르반 자작부인은 답답한 얼굴로 후작부인의 머리를 다시 살폈다.“예약을 잡기 어렵다는 소문이 있던데요.”“그렇더군요.”“후작부인께서도 기다리셨습니까?”후작부인의 시선이 천천히 그녀에게 향했다.“세르반 자작부인.”“예.”“오늘은 내 생일을 축하하러 오신 것 아니었나요?”세르반 자작부인의 입이 다물렸다.“물론입니다. 후작부인.”후작부인은 희미하게 웃으며 잔을 내밀었다.“그럼 축배부터 들죠.”부인들은 더 묻지 못했다.그러나 시선만큼은 계속 후작부인의 머리에 머물렀다.얼마 지나지 않아 부인 하나가 조용히 자신의 시녀를 불렀다.“화이트살롱에 사람을 보내렴.”그 말을 들은 옆자리의 부인도 시녀를 돌아봤다.연회가 끝나기도 전에 후작저를 빠져나가는 시녀들이 하나둘 늘어나기 시작했다.그 모습을 조금 떨어진 곳에서 지켜보던 비비안 로세트가 천천히 잔을 들었다.시선은 후작부인에게 머물러 있었다.한때 이벨리아는 가장 다루기 쉬운 딸이었다.시키는 대로 혼인하고, 가문이 정한 자리에서 조용히 살아갈 아이.그런데 이제는 달랐다.귀족 부인들이 스스로 찾아가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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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화

에드릭의 눈빛이 조금 달라졌다.예전 같았으면 마음이 뛰었을 것이다.그런데 지금은 별것 아니었다.에드릭이 자기를 보든 말든, 오늘 클라라에게 말을 걸고 싶어 하는 사람은 많았다.누구는 머리에 붙인 색을 묻고 싶어 했다.누구는 다음 예약을 잡을 수 있는지 궁금해했다.누구는 화이트살롱에서 클라라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 알고 싶어 했다.아직 정해진 역할은 없었다.하지만 클라라는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정 안 되면 이벨리아에게 자리 하나를 달라고 하면 됐다.처음부터 크게 시작할 필요도 없었다.자기 이름으로 사람을 모으고, 화이트살롱의 머리를 보여주면 되었다.어느 도시에 가든 자신을 보고 따라 하는 사람은 생길 것이다.그런 생각을 하자 에드릭이 없는 미래가 더 이상 빈 것처럼 느껴지지 않았다.오히려 에드릭과 결혼한 뒤의 미래가 갑자기 답답하게 보였다.후작가의 둘째 며느리.후작부인의 눈치를 보고, 에드릭이 어느 영애에게 웃었는지 신경 쓰고, 자기 자리가 어디인지 매번 확인해야 하는 삶.예전에는 그 자리가 안전하다고 생각했다.이제는 좁게 느껴졌다.“조금 뒤에 정원으로 나가시겠습니까?”에드릭이 물었다.클라라는 그를 바라봤다.“싫어요.”에드릭의 표정이 처음으로 완전히 멈췄다.“바깥 공기가 좋을 텐데요.”“추워요.”“망토를 가져다드리겠습니다.”“추운 게 싫은 게 아니라.”클라라는 잔을 옆의 하인에게 건넸다.“공자님하고 나가는 게 싫어요.”주변의 영애들이 숨을 죽였다.에드릭은 한동안 클라라를 바라봤다.“내가 실수를 했습니까?”“네.”“말해주시면 사과하겠습니다.”“사과받을 만큼 중요한 일은 아니에요.”클라라는 에드릭의 옆을 지나쳤다.“이제 나한테도 중요하지 않고.”그녀는 다른 영애들이 있는 쪽으로 걸어갔다.등 뒤에서 에드릭의 시선이 느껴졌지만, 돌아보지 않았다.**첫 번째 춤이 끝난 뒤, 카시안은 잠시 자리를 비웠다.정하은은 벽 쪽에 마련된 긴 탁자로 걸어갔다.하인이 건넨 잔을 받아 들고 연회장을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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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화

델하임 후작부인의 생일 연회가 끝나고 계절이 한 번 더 바뀌었다.그사이 라베른에는 살롱 지점이 세 곳이나 더 문을 열었다.화이트가 아닌 블랙이라는 이름으로.귀족이 아닌 평민들을 상대로 하는 살롱이었다.블랙 살롱에는 개인실이 없었다.커다란 홀 안에 의자 열두 개가 일정한 간격으로 놓여 있었고, 손님들은 다른 사람들과 나란히 앉아 머리를 잘랐다.값은 화이트 살롱보다 훨씬 쌌다.예약을 하지 않아도 됐고, 자리가 비면 누구나 바로 앉을 수 있었다.첫 번째 지점이 자리를 잡는 데에는 한 달도 채 걸리지 않았다.곧 중앙 시장에 두 번째 지점이 문을 열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부두 근처에 세 번째 지점까지 생겼다.한 사람에게서 버는 돈은 화이트 살롱보다 적었다.하지만 하루 동안 받는 손님의 수가 달랐다.세 지점의 수익을 합치자 화이트 살롱을 넘어섰다.지점이 늘어난 만큼 사람도 더 필요했다.그동안 교육소는 세 기수의 졸업생을 내보냈고, 지금은 네 번째 훈련생들을 가르치고 있었다.새로운 강사들이 자리를 잡자 엘린은 교육소에서 빠져나왔다.미라도 자신의 기술을 후배들에게 넘기고 저택으로 돌아왔다.화이트 살롱은 클라라에게 맡겼다.정하은이 그 말을 꺼내자 클라라는 잠시 눈을 깜빡였다.“내가?”“응.”“화이트 살롱을?”“응.”클라라는 정하은의 얼굴을 한동안 바라봤다.“어디까지 내가 정해?”역시 첫 질문부터 달랐다.“문제만 안 생기면 마음대로 해.”클라라의 눈빛이 달라졌다.“내 마음대로?”“응.”“후작부인이 와도?”“그건 조금 생각해보고.”“왜?”“후작부인은 무섭잖아.”클라라가 피식 웃었다.“너도 무서운 사람은 있네.”“많아. 그래서 맡는 거지?”“잠깐.”클라라가 손을 들었다.“손님은 내가 상대해도, 머리는 내가 못 하잖아.”“그건 기술자들이 하지.”“내가 고른 대로?”“가능한 거면.”클라라의 눈이 가늘어졌다.“가능한 것만 하면 재미없는데.”“사람 머리를 망칠 수는 없잖아.”클라라는 몸을 앞으로 기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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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화

“하루?”“하루 동안 완벽하게 유지되는 상자.”엘린은 바로 고개를 저었다.“하루로는 아버지한테 아무 도움도 안 돼.”“알아.”“배에서 돌아오는 데만 이틀이야.”“그것도 알아.”정하은은 차분하게 말했다.“그러니까 하루부터 만들자는 거야.”엘린의 표정이 거칠어졌다.“말이 안 되잖아.”“왜?”“내가 필요한 건 나흘짜리라고.”“나흘짜리를 만들지 말라는 게 아니야.”“그럼?”“하루를 완벽하게 만들고, 그다음 이틀로 늘려.”정하은은 손가락을 하나씩 접었다.“이틀 다음은 사흘.”“그다음 나흘.”“가능하면 닷새까지.”엘린은 정하은의 손을 바라봤다.“언제 될지 몰라.”“괜찮아.”“계속 실패할 수도 있어.”“그것도 괜찮아.”엘린이 고개를 들었다.“우리가 그동안 번 돈이 있잖아.”“살롱에서 번 돈을 여기에 쓴다고?”“응.”“그 돈은 네 돈이잖아.”“블랙우드 돈이지.”옆에서 듣고 있던 마일로가 바로 정정했다.“정확히는 블랙우드 장부에 귀속된 자금입니다.”정하은이 그를 봤다.“그게 그 말이에요.”“다릅니다.”“지금은 같아요.”마일로는 입을 다물었다.“정말 하루만 가면 돼?”“완벽하게.”정하은이 마일로를 봤다.마일로는 불길한 표정으로 그녀를 마주 봤다.“이제 제 차례입니까?”“네.”“듣고 싶지 않습니다.”“그래도 들어야 해요.”정하은은 책상 위에 지도를 펼쳤다.라베른에서 수도까지 이어지는 길이 표시된 지도였다.정하은이 라베른을 손가락으로 짚었다.“수도까지 빨리 달리면 닷새죠?”마일로가 지도를 내려다봤다.“쉬지 않고 말을 갈아타며 달리면 그렇습니다.”“보통 화물 마차는요?”“더 걸립니다.”“그러면 하루 단위로 갈 수 있는 곳마다 거점을 만드세요.”정하은은 라베른에서 수도까지 이어진 길을 따라 손가락을 옮겼다.마일로가 지도를 내려다봤다.“하루마다 상자를 바꾸는 방식이군요.”“네. 그렇게 수도까지 이어지는 운송망을 만들 거예요.”정하은은 마지막으로 수도를 짚었다.“최대한 신선한 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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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화

마차는 큰길을 벗어나고 있었다.처음에는 정하은도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단풀 마을로 가는 길을 아는 사람은 실렌과 노아였고, 두 사람은 이미 사전 조사까지 마치고 돌아온 뒤였다.하지만 창밖 풍경이 점점 이상해졌다.길 양옆에 늘어서 있던 민가가 사라지고, 상인들의 마차도 더는 보이지 않았다. 길은 마차 한 대가 겨우 지나갈 만큼 좁아졌다. 양옆으로 뻗은 나뭇가지가 길게 늘어져 있었고, 마차가 흔들릴 때마다 잎이 창문을 스쳤다.정하은은 창가에 손을 얹었다.“실렌.”마부석 쪽에서 짧은 대답이 돌아왔다.“예.”“이 길로 가는 게 맞아요?”“예. 이쪽이 더 빠릅니다.”정하은은 다시 창밖을 봤다.빠른 길이라기에는 풀이 너무 무성했다. 길가에는 부러진 나뭇가지가 널려 있었고, 길 위에는 오래된 바퀴 자국만 남아 있었다.“사람이 거의 안 다니는 것 같은데요.”“맞습니다.”“그런데 빠르다고요?”“막히지는 않으니까요.”정하은은 잠시 말이 없었다.틀린 말은 아니었다.“그것 때문에 이쪽으로 온 거예요?”실렌의 대답이 잠깐 늦었다.“그것도 있습니다.”“그것도?”앞에 앉아 있던 노아가 고개를 돌렸다. 실렌을 한 번 보고는 다시 정하은을 봤다.표정이 묘했다.뭔가 알고 있는 얼굴이었다.정하은이 물었다.“다른 이유도 있어요?”“가는 길에 경비를 좀 마련하려고 합니다.”정하은은 그 말을 바로 이해하지 못했다.“여행 경비를 어디서 마련해요?”“곧 나옵니다.”“뭐가요?”대답은 없었다.마차는 계속 산길 안쪽으로 들어갔다.정하은은 노아를 봤다.“알고 있죠?”“무엇을 말입니까?”“지금 우리가 어디로 가는지요.”“단풀 마을로 가고 있습니다.”“그거 말고요.”노아는 잠깐 생각하는 척했다.“산길을 가고 있습니다.”정하은은 그를 똑바로 봤다.노아는 시선을 피하며 창밖을 가리켰다.“나무가 많습니다.”“그건 저도 보여요.”“그러면 제가 더 말씀드릴 게 없는데요.”정하은이 입을 열려던 순간이었다.앞쪽에서 거친 목소리가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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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화

쾅!거대한 몸이 땅을 밀며 쓰러졌다. 흙과 마른 잎이 사방으로 튀었다.멧돼지는 몇 번 다리를 움직였다.곧 완전히 멈췄다.공터가 조용해졌다.정하은은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실렌은 멧돼지 뒤쪽에 서 있었다. 검끝에 묻은 피를 한 번 털고, 천천히 검집에 넣었다.정하은은 쓰러진 멧돼지와 실렌을 번갈아 봤다.“저걸 어떻게 한 번에 잡아요?”실렌이 돌아왔다.“목 아래가 약합니다.”“그걸 달려오는 동안 봤어요?”“원래 알고 있었습니다.”“원래 안다고 되는 크기가 아닌데요.”실렌은 대답하지 않았다.노아가 멧돼지 가까이 다가갔다.발끝으로 옆구리를 한 번 밀어봤다.움직이지 않았다.그는 허리에 손을 얹고 멧돼지를 내려다봤다.“다 가져갈 수는 없으니까 좋은 부위만 떼어가죠.”정하은은 기가 막힌 얼굴로 물었다.“손질할 줄 알아요?”노아가 실렌을 봤다.실렌도 노아를 봤다.둘 사이에 짧은 침묵이 흘렀다.노아가 말했다.“먹을 줄은 압니다.”“그건 저도 해요.”실렌이 검 손잡이에 손을 올렸다.“자르는 건 할 수 있습니다.”정하은은 그의 얇은 장검을 봤다.“그걸로요?”“잘립니다.”“안 되는 게 뭐예요?”실렌은 잠시 생각했다.“요리는 못 합니다.”노아가 바로 말했다.“저도 못 합니다.”정하은은 쓰러진 멧돼지를 다시 봤다.탁자 위에서는 차가 식어가고 있었다.빵과 치즈는 그대로였고, 말린 고기 냄새를 맡고 나온 멧돼지는 땅에 쓰러져 있었다.산적들에게서 빼앗은 여행 경비에, 집채만 한 멧돼지까지.단풀 마을에는 아직 도착하지도 않았다.정하은은 길게 숨을 내쉬었다.“일단 차부터 마셔요.”노아가 멧돼지를 가리켰다.“고기는요?”“차 마시고 생각해요.”실렌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주전자 앞으로 돌아갔다.찻잔에 차를 따랐다.정하은은 의자에 앉으며 멧돼지를 한 번 더 봤다.거대한 몸이 공터 절반을 차지하고 있었다.차를 다 마신 뒤에도 노아는 멧돼지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찻잔을 내려놓고 멧돼지 쪽으로 가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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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화

촌장은 정하은을 마을 안쪽으로 안내했다.길 양옆으로 단풀밭이 끝없이 이어졌다.바람이 불자 수백 개의 잎이 한꺼번에 흔들렸다.사락.사락사락.소리만 들으면 갈대밭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정하은은 밭 가장자리에 멈춰 섰다.“이게 전부 단풀이에요?”촌장이 고개를 끄덕였다.가까이에서 본 단풀은 정하은의 키보다 조금 낮았다. 줄기는 손가락 두세 개를 합친 만큼 굵었고, 마디마다 길고 뾰족한 잎이 뻗어 있었다.정하은은 가까이 있는 줄기 하나를 손으로 잡았다.겉은 생각보다 단단했다.촌장은 밭 안쪽으로 들어가 굵은 단풀 몇 개를 골라 잘랐다.줄기가 잘릴 때마다 맑은 즙이 단면에 맺혔다.“이 정도로 자란 것이 가장 답니다.”촌장이 단풀 하나를 정하은에게 내밀었다.“한번 드셔보십시오.”정하은은 줄기 끝을 조금 깨물었다.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달았다.“지금이 수확기인가요?”“따로 정해진 때는 없습니다. 다 자란 것만 골라 그때그때 자릅니다.”정하은은 밭을 둘러봤다.촌장의 눈빛에 기대가 떠올랐다.“정말 이걸 사시려는 겁니까?”“아직은 아니에요.”정하은은 단풀을 들어 보였다.“씹어서 단 건 알겠어요.”“예.”“그런데 제가 사람들한테 이걸 하나씩 물고 다니라고 팔 수는 없잖아요.”실렌이 마을 사람들에게서 받아온 줄기 묶음을 바닥에 내려놓았다.정하은은 촌장을 봤다.“물을 끓일 수 있는 곳이 있어요?”“예?”“큰 솥도요.”“공용 창고에 있습니다.”“절구는요?”“곡식을 빻는 게 있습니다.”“깨끗한 천하고, 물 받을 통도 필요해요.”촌장의 눈이 흔들렸다.“무엇을 하시려는 겁니까?”정하은은 손에 든 단풀의 잘린 단면을 바라봤다.“씹지 않고 단맛을 빼보려고요.”**마을의 공용 창고 앞에 사람들이 모였다.큰 솥은 곡식을 삶거나 축제 음식을 만들 때 쓰는 것이었다.솥 아래에는 장작이 쌓였고, 옆에는 단풀 줄기가 수북하게 놓였다.정하은은 소매를 걷었다.노아가 물었다.“직접 하시려고요?”“제가 하자고 했잖아요.”정하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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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화

촌장의 얼굴이 굳었다.“실패한 겁니까?”“아니요.”정하은은 고개를 저었다.“너무 잘됐어요.”“그런데 왜 다시…….”“스무 줄기로 얼마나 나오는지 정확하게 재야죠.”정하은은 손가락으로 솥을 가리켰다.“물은 얼마나 넣었는지.”“얼마나 끓여야 이 상태가 되는지.”장작을 가리켰다.“불은 얼마나 필요한지.”마지막으로 단풀밭을 바라봤다.“그리고 밭 하나에서 얼마나 나오는지도.”촌장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정하은은 웃었다.“그래야 값을 정하죠.”촌장이 침을 삼켰다.“사시겠다는 말씀입니까?”“네.”누군가 뒤에서 낮게 말했다.“정말 산대.”사람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정하은은 그들을 잠시 지켜보다가 국자를 들었다.솥 가장자리를 가볍게 두드렸다.땅.크지 않은 소리였다.그래도 사람들의 시선이 모였다.“먼저 확인할 게 있어요.”정하은은 촌장을 바라봤다.“이 단풀은 예전부터 이 마을에서 재배한 거예요?”촌장이 잠시 생각하다가 고개를 저었다.“아닙니다.”정하은의 눈썹이 올라갔다.“아니라고요?”“제가 어릴 때만 해도 없었습니다.”“그럼 언제부터 심은 거예요?”촌장은 밭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삼십 년은 조금 안 됐을 겁니다.”정하은은 주변의 단풀밭을 바라봤다.마을 전체에 퍼져 있는 모습만 보면 수백 년 전부터 키웠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았다.“처음에는 어디서 가져왔어요?”“지나가던 상인이 줬습니다.”“상인이요?”“예. 남쪽에서 올라온 사람이었습니다.”촌장은 기억을 더듬듯 천천히 말했다.“마을로 오는 길을 잘못 들었다고 했던 것 같습니다. 가진 식량도 거의 떨어진 상태였고요.”주변의 나이 든 마을 사람 몇 명이 고개를 끄덕였다.“마을에서 며칠을 머물다 떠났는데, 그때 씨앗이 든 작은 자루를 하나 주었습니다.”“왜요?”“신세를 진 보답이라고 했습니다.”촌장은 단풀 줄기 하나를 손으로 만졌다.“척박한 땅에서도 잘 자라는 풀이라고 했지요. 당시에는 저희 마을도 먹을 게 늘 부족했거든요.”“처음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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