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조. 스킨십은 손잡기까지만. 그것도 필요할 때만.('필요할 때만'에 밑줄 두 번. 그 자리만 냅킨이 살짝 찢어져 있다.)다음 날 회의에서 둘은 평소처럼 싸웠다."달토끼 편지 글자 수 제한이 왜 40자예요?""서버에 저장하니까요.""편지를 40자로 어떻게 써요. 문자도 그보다 길어요.""그럼 문자를 보내시든가."팀장이 한숨을 쉬었고, 여섯 명이 동시에 커피를 마셨다. 완벽했다.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다. 제2조, 이상 무.다만 회의가 끝나고 나갈 때, 이현이 서윤 옆을 지나가며 아주 작게 말했다."일곱 시. 정문 말고 뒷문."서윤은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노트에 적던 볼펜이 한 번 미끄러졌다.일곱 시 정각. 서윤은 뒷문 앞에 모자를 푹 눌러쓰고 서 있었다. 마스크까지 썼다.이현이 나오다 걸음을 멈췄다."……누구세요.""저예요.""알아요. 그래서 묻는 거예요. 그게 더 수상한 거 알죠?""제2조 때문이잖아요. 민지가 요즘 촉이 좋아요."이현은 대답 대신 서윤의 모자챙을 손가락으로 톡 들어 올렸다. 시야가 환해졌다."사진 찍으러 가는 사람이 얼굴을 가리면 어떡해요."서윤은 모자를 벗었다. 앞머리가 납작하게 눌려 있었다. 이현이 그걸 보고 고개를 돌렸는데, 어깨가 조금 떨렸다."웃었죠.""아뇨."회사 뒷골목 카페는 직원들이 잘 안 오는 곳이었다. 조용했고, 조명이 노랬다."커플 사진 기획안 짜 왔어요." 서윤이 태블릿을 켰다. "배경 세 가지. 카페, 산책로, 야경. 각각 셀카 한 장, 남이 찍어 준 척 한 장.""남이 찍어 준 척은 어떻게 찍어요.""타이머요.""기획자는 다르네.""비꼬는 거죠?""칭찬인데."믿기 힘든 칭찬이었다. 서윤이 메뉴판을 펼치자 이현이 먼저 일어났다."주문하고 올게요.""저 아직 안 골랐는데요."이현은 이미 카운터에 가 있었다. 서윤은 그 뒷모습을 보며 입을 삐죽였다. 제멋대로네, 정말. 뭘 시킬 줄 알고.잠시 뒤 쟁반이 놓였다. 컵 두 개. 하나는 따뜻한 아메리카노. 다른 하나
Last Updated : 2026-10-15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