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연애 계약서 제3조

가짜 연애 계약서 제3조

last updateHuling Na-update : 2026-10-15
By:  JinoIn-update ngayon lang
Language: Korean
goodnovel16goodnovel
Hindi Sapat ang Ratings
40Mga Kabanata
13views
Basahin
Idagdag sa library

Share:  

Iulat
Buod
katalogo
I-scan ang code para mabasa sa App

사내 앙숙 차이현과 냅킨에 쓴 가짜 연애 계약서. '스킨십은 손잡기까지', '진짜 사랑에 빠지면 파기'. 하지만 5년 내내 싸워온 그가 왠지 수상하다. 과연 이 계약은 무사히 끝날 수 있을까?

view more

Kabanata 1

1화. 제1조, 기간은 추석 연휴까지

제1조. 본 계약의 기간은 추석 연휴 마지막 날 자정까지로 한다.

(냅킨에 쓴 글씨. '자정까지'에서 볼펜이 한 번 번졌다.)

"그러니까 차이현 씨 말은, 이 기능을 빼자는 거죠."

회의실 화면에는 정서윤이 사흘 밤을 새운 기획서가 떠 있었다. 슬라이드 제목은 '추석 이벤트: 달토끼의 소원 편지'.

"빼자는 게 아니라." 테이블 맞은편에서 차이현이 노트북을 반쯤 덮었다. "연휴 전에 못 넣는다는 겁니다."

"못 넣는 거랑 안 넣는 거랑은 다르죠."

"결과는 같죠."

회의실에 앉은 여섯 명이 동시에 커피를 마셨다. 이 회사에서 둘이 부딪히면 다들 그렇게 했다. 끼어들지 않겠다는 뜻이었다.

서윤은 레이저 포인터를 탁 내려놓았다.

"유저가 편지를 쓰면 보름달이 차오르는 연출. 이게 이벤트의 핵심이에요. 이거 빼면 그냥 출석 체크고요."

"출석 체크가 뭐 어때서요. 제일 잘 돌아가는 콘텐츠인데."

"차이현 씨는 송편 보고도 그냥 떡이라고 하시겠네요."

"떡 맞잖아요."

누군가 쿨럭, 하고 커피를 삼켰다.

팀장이 두 손을 들었다. "자, 자. 연출은 간소화 버전으로. 차 선임이 내일까지 공수 다시 뽑아 보고. 정 선임은 문구 정리. 됐지?"

"네."

"네."

대답은 동시에 나왔고, 둘은 동시에 서로를 노려봤다.

입사 동기. 같은 날 같은 강당에서 사원증을 받았다. 5년째 같은 층을 쓰고, 5년째 회의 때마다 이랬다. 둘의 회의를 '명절 특집 씨름'이라고 부르는 단톡방이 사내 어딘가에 있다는 소문도 돌았다.

자리로 돌아오자 옆자리 후배 한민지가 의자를 굴려 왔다.

"선배, 오늘도 차 선임님이랑 3라운드까지 가셨다면서요."

"2라운드. 팀장님이 말렸어."

"근데 선배, 그거 알아요? 차 선임님 회의 때 선배가 말할 때만 노트북 덮어요."

"무시하려고 그러는 거지."

"그런가? 다른 사람 말할 땐 계속 타자 치시던데."

서윤은 모니터를 봤다. 기획서 파일 이름이 '달토끼_최종_진짜최종_차이현때문에수정'이었다. 그녀는 조용히 파일 이름을 바꿨다. '달토끼_최종_v7'.

"쓸데없는 거 보지 말고 문구나 봐 줘."

"네에."

사건은 퇴근 무렵 탕비실에서 일어났다.

서윤의 휴대폰이 테이블 위에서 드르륵 울렸다. 화면에 뜬 이름은 '엄마'. 그리고 미리보기.

[서윤아 연휴 둘째 날 점심 비워 놔라. 이모가 소개한다는 총각 치과의사래. 사진 보낸다.]

서윤은 폰을 뒤집었다. 너무 늦었다.

"치과의사."

뒤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차이현이 머그컵을 들고 서 있었다.

"……남의 폰을 봐요?"

"테이블에 놓인 걸 봤죠. 알림 글씨 좀 줄이세요. 22포인트는 되겠던데."

"우리 엄마가 노안이라 맞춰 놓은 거거든요?"

"그럼 어머님 폰에서 크게 하시면 되잖아요."

서윤은 대꾸 대신 커피 머신 버튼을 눌렀다. 기계가 웅웅거리는 동안 또 휴대폰이 울렸다. 이번엔 이현 쪽이었다. 그는 화면을 보더니 짧게 한숨을 쉬었다.

"뭔데요."

"아무것도."

"아무것도가 아닌 얼굴인데."

이현은 잠깐 망설이다 화면을 돌려 보여 줬다.

[이현아 추석에 선 한 번만 보자. 엄마 친구 딸 약사. 착하대. 싫으면 여자친구를 데려오든가.]

서윤은 입을 막았다. 새는 웃음을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약사."

"웃지 마세요."

"치과의사랑 약사면, 둘이 병원 차려도 되겠네요."

"그 둘 말고 우리 얘기거든요."

우리. 서윤은 그 단어가 조금 이상하게 들렸지만 그냥 넘어갔다.

한 시간 뒤, 둘은 회사 앞 편의점 파라솔 아래 앉아 있었다.

어쩌다 이렇게 됐는지 서윤도 정확히 설명할 수 없었다. 엘리베이터에서 또 마주쳤고, 둘 다 집에 가기 싫은 얼굴이었고, 이현이 "맥주 한 캔만" 하고 말했다. 그게 다였다.

편의점 냉장고 앞에서부터 이미 한 번 부딪혔다.

"네 캔 묶음이 더 싼데 왜 한 캔만 사요."

"한 캔만 마실 거니까요."

"나머지는 집에 가져가면 되잖아요."

"그럼 그건 한 캔이 아니죠."

결국 이현이 두 캔을 샀다. 하나는 그냥 라거, 하나는 복숭아 맛. 서윤은 제가 복숭아 맛을 만지작거리던 걸 이현이 언제 봤는지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계산대에 그게 먼저 올라가 있었다.

탁. 캔 따는 소리.

"우리 엄마 목표는 제가 서른 되기 전에 식장 잡는 거예요." 서윤이 말했다. "올해만 선 자리 네 번. 전부 이모 루트."

"저희는 할머니요. 추석마다 '증손주 보고 죽겠다'로 시작하세요. 올해로 7년째 정정하시고요."

"건강하셔서 다행이네요."

"그러니까요. 그래서 더 곤란하죠."

서윤은 맥주를 한 모금 마셨다. 반 캔 만에 볼이 뜨거워졌다. 원래 술이 약했다. 이현은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편의점에서 사 온 땅콩을 서윤 쪽으로 슬쩍 밀었다.

"근데 아까 그 문자요." 서윤이 말했다. "'싫으면 여자친구를 데려오든가'."

"네."

"데려가면 되잖아요."

"없는데요."

"알아요. 그러니까."

서윤은 캔을 내려놓고 이현을 똑바로 봤다. 술기운인지 기획자 본능인지 알 수 없었다. 머릿속에서 슬라이드가 착착 넘어갔다.

"차이현 씨는 여자친구가 필요하고, 저는 남자친구가 필요해요. 기간은 딱 추석까지. 서로 집에 한 번씩 보여 주고, 연휴 끝나면 '성격 차이로 헤어졌다' 하면 끝. 최소 내년 설까지는 조용하겠죠."

이현이 한참 서윤을 봤다.

"……그거 지금 기획하신 거예요?"

"삼십 초 만에요."

"공수를 너무 적게 잡은 거 아닌가."

"또 그 소리."

"리스크가 커요. 회사에서 알면."

"그러니까 조건을 달죠."

서윤은 가방에서 볼펜을 꺼냈다. 종이가 없었다. 테이블 위엔 땅콩 봉지와 냅킨 몇 장뿐이었다. 그녀는 냅킨 한 장을 펼쳤다.

"계약서요?"

"말로 하면 차이현 씨가 나중에 딴소리할 거잖아요."

"딴소리는 정서윤 씨 전문 아닌가."

서윤은 못 들은 척 적었다. 냅킨이 얇아서 볼펜이 자꾸 걸렸다.

제1조. 기간은 추석 연휴 마지막 날까지.

"자정까지로 하죠." 이현이 말했다. "마지막 날 저녁에 갑자기 끝내면 이상하니까."

"오, 디테일."

"개발자라서요."

이현이 셔츠 주머니에서 볼펜을 꺼내 '자정까지'를 덧붙였다. 글씨가 번졌다.

제2조. 사내에선 비밀.

"이건 당연하고." 이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 둘이 사귄다고 하면 팀장님 쓰러지세요."

"씨름 방 사람들은 축제 하겠죠."

"그 방 진짜 있어요?"

"있대요. 저도 초대 못 받았어요."

그다음 조항에서 서윤의 볼펜이 멈췄다.

"스킨십은……."

이현이 맥주를 마시다 멈췄다. 파라솔 위로 가로등 불빛이 번졌다. 둘 사이에 이상하게 긴 정적이 흘렀다.

"……필요하면 손잡기 정도는 해야 하지 않을까요." 서윤이 먼저 말했다. 말하고 나니 귀가 뜨거웠다. 맥주 탓이라고 생각했다.

"손잡기까지만." 이현이 말했다.

"그것도 필요할 때만."

"필요할 때만."

제3조. 스킨십은 손잡기까지만. 그것도 필요할 때만.

서윤은 '필요할 때만'에 밑줄을 두 번 그었다. 냅킨이 살짝 찢어졌다.

"마지막." 서윤이 말했다. "이게 제일 중요해요."

"뭔데요."

"서로한테 진짜로 빠지면, 즉시 계약 파기."

이현이 피식 웃었다. 드문 일이었다. 회의실에서 그가 웃는 걸 본 적이 거의 없었다.

"그럴 일은 없을 것 같은데."

"저도요. 그래도 조항은 넣어야죠. 리스크 관리."

"제 말 따라 하시네."

제4조. 서로에게 진짜로 빠지면 즉시 계약 파기.

"벌칙도 있어야죠." 이현이 말했다.

"벌칙?"

"조항을 어기면요. 안 그러면 계약서가 아니라 낙서예요."

"뭐로 할까요."

이현이 잠깐 생각했다. "어긴 쪽이 회의에서 한 번 져 주기."

서윤은 눈을 가늘게 떴다. "그건 차이현 씨는 절대 안 어길 자신 있다는 거네요."

"서윤 씨도 자신 있으면 받으세요."

"받죠."

부칙. 위반한 쪽은 회의에서 한 번 져 준다.

서윤은 맨 아래에 '갑 정서윤'이라고 쓰고 볼펜을 넘겼다. 이현은 그 옆에 '을 차이현'이라고 썼다. 글씨가 의외로 반듯했다. 밤새 코드를 짜는 사람 글씨 같지 않았다.

"왜 제가 을이에요."

"제가 먼저 제안했으니까요."

"그런 규칙이 어디 있어요."

"방금 생겼어요."

이현은 뭐라 하려다 말았다. 대신 냅킨을 반으로 곱게 접어 서윤에게 내밀었다.

"원본은 갑이 보관하세요."

"사본은요?"

이현은 휴대폰을 꺼내 냅킨을 찰칵 찍었다. 플래시가 터졌다.

"이걸로."

서윤은 접힌 냅킨을 지갑 카드칸에 끼워 넣었다. 맥주 한 캔에, 도장 대신 땅콩 부스러기. 이상한 계약이었다.

"그럼 내일부터 연애하는 거예요?" 이현이 빈 캔을 구기며 물었다.

"내일부터가 아니라 지금부터요. 계약은 서명 즉시 효력 발생."

"그럼 지금 여자친구를 집에 데려다줘야 하나."

"버스 타고 갈 거예요."

"정류장까지는요."

정류장까지는 오 분 거리였다. 둘은 한 번도 싸우지 않고 걸었다. 5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었다.

집에 가는 버스에서, 서윤은 엄마에게 문자를 보냈다.

[엄마 둘째 날 점심 안 돼. 나 남자친구 있어.]

답장은 삼 초 만에 왔다.

[누구??????? 사진!!!!!!!]

물음표가 일곱 개였다. 서윤은 차창에 이마를 댔다. 술이 확 깼다.

그때 메신저 알림이 하나 더 떴다. 이현이었다. 회사 메신저가 아니라, 5년 동안 한 번도 쓴 적 없는 개인 메신저였다.

[차이현: 저희 쪽도 보냈습니다. 할머니가 사진부터 달라고 하십니다.]

[차이현: 내일 퇴근하고 찍죠. 커플 사진.]

서윤은 화면을 오래 내려다봤다.

커플 사진. 그러려면 적어도 한 번은, 제3조를 써먹어야 할 것 같았다.

Palawakin
Susunod na Kabanata
I-download

Pinakabagong kabanata

Higit pang Kabanata

To Readers

굿노벨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굿노벨에 등록하시면 우수한 웹소설을 찾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완벽한 세상을 모색하는 작가도 될 수 있습니다. 또한, 로맨스, 도시와 현실, 판타지, 현판 등을 비롯한 다양한 장르의 소설을 읽거나 창작할 수 있습니다. 독자로서 질이 좋은 작품을 볼 수 있고 작가로서 색다른 장르의 작품에서 영감을 얻을 수 있어 더 나은 작품을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작성한 작품들은 굿노벨에서 더욱 많은 관심과 칭찬을 받을 수 있습니다.


Walang Komento
40 Kabanata
1화. 제1조, 기간은 추석 연휴까지
제1조. 본 계약의 기간은 추석 연휴 마지막 날 자정까지로 한다.(냅킨에 쓴 글씨. '자정까지'에서 볼펜이 한 번 번졌다.)"그러니까 차이현 씨 말은, 이 기능을 빼자는 거죠."회의실 화면에는 정서윤이 사흘 밤을 새운 기획서가 떠 있었다. 슬라이드 제목은 '추석 이벤트: 달토끼의 소원 편지'."빼자는 게 아니라." 테이블 맞은편에서 차이현이 노트북을 반쯤 덮었다. "연휴 전에 못 넣는다는 겁니다.""못 넣는 거랑 안 넣는 거랑은 다르죠.""결과는 같죠."회의실에 앉은 여섯 명이 동시에 커피를 마셨다. 이 회사에서 둘이 부딪히면 다들 그렇게 했다. 끼어들지 않겠다는 뜻이었다.서윤은 레이저 포인터를 탁 내려놓았다."유저가 편지를 쓰면 보름달이 차오르는 연출. 이게 이벤트의 핵심이에요. 이거 빼면 그냥 출석 체크고요.""출석 체크가 뭐 어때서요. 제일 잘 돌아가는 콘텐츠인데.""차이현 씨는 송편 보고도 그냥 떡이라고 하시겠네요.""떡 맞잖아요."누군가 쿨럭, 하고 커피를 삼켰다.팀장이 두 손을 들었다. "자, 자. 연출은 간소화 버전으로. 차 선임이 내일까지 공수 다시 뽑아 보고. 정 선임은 문구 정리. 됐지?""네.""네."대답은 동시에 나왔고, 둘은 동시에 서로를 노려봤다.입사 동기. 같은 날 같은 강당에서 사원증을 받았다. 5년째 같은 층을 쓰고, 5년째 회의 때마다 이랬다. 둘의 회의를 '명절 특집 씨름'이라고 부르는 단톡방이 사내 어딘가에 있다는 소문도 돌았다.자리로 돌아오자 옆자리 후배 한민지가 의자를 굴려 왔다."선배, 오늘도 차 선임님이랑 3라운드까지 가셨다면서요.""2라운드. 팀장님이 말렸어.""근데 선배, 그거 알아요? 차 선임님 회의 때 선배가 말할 때만 노트북 덮어요.""무시하려고 그러는 거지.""그런가? 다른 사람 말할 땐 계속 타자 치시던데."서윤은 모니터를 봤다. 기획서 파일 이름이 '달토끼_최종_진짜최종_차이현때문에수정'이었다. 그녀는 조용히 파일 이름을 바꿨다. '달토끼_최종_v7'."쓸
last updateHuling Na-update : 2026-10-15
Magbasa pa
2화. 제3조, 스킨십은 손잡기까지만
제3조. 스킨십은 손잡기까지만. 그것도 필요할 때만.('필요할 때만'에 밑줄 두 번. 그 자리만 냅킨이 살짝 찢어져 있다.)다음 날 회의에서 둘은 평소처럼 싸웠다."달토끼 편지 글자 수 제한이 왜 40자예요?""서버에 저장하니까요.""편지를 40자로 어떻게 써요. 문자도 그보다 길어요.""그럼 문자를 보내시든가."팀장이 한숨을 쉬었고, 여섯 명이 동시에 커피를 마셨다. 완벽했다.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다. 제2조, 이상 무.다만 회의가 끝나고 나갈 때, 이현이 서윤 옆을 지나가며 아주 작게 말했다."일곱 시. 정문 말고 뒷문."서윤은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노트에 적던 볼펜이 한 번 미끄러졌다.일곱 시 정각. 서윤은 뒷문 앞에 모자를 푹 눌러쓰고 서 있었다. 마스크까지 썼다.이현이 나오다 걸음을 멈췄다."……누구세요.""저예요.""알아요. 그래서 묻는 거예요. 그게 더 수상한 거 알죠?""제2조 때문이잖아요. 민지가 요즘 촉이 좋아요."이현은 대답 대신 서윤의 모자챙을 손가락으로 톡 들어 올렸다. 시야가 환해졌다."사진 찍으러 가는 사람이 얼굴을 가리면 어떡해요."서윤은 모자를 벗었다. 앞머리가 납작하게 눌려 있었다. 이현이 그걸 보고 고개를 돌렸는데, 어깨가 조금 떨렸다."웃었죠.""아뇨."회사 뒷골목 카페는 직원들이 잘 안 오는 곳이었다. 조용했고, 조명이 노랬다."커플 사진 기획안 짜 왔어요." 서윤이 태블릿을 켰다. "배경 세 가지. 카페, 산책로, 야경. 각각 셀카 한 장, 남이 찍어 준 척 한 장.""남이 찍어 준 척은 어떻게 찍어요.""타이머요.""기획자는 다르네.""비꼬는 거죠?""칭찬인데."믿기 힘든 칭찬이었다. 서윤이 메뉴판을 펼치자 이현이 먼저 일어났다."주문하고 올게요.""저 아직 안 골랐는데요."이현은 이미 카운터에 가 있었다. 서윤은 그 뒷모습을 보며 입을 삐죽였다. 제멋대로네, 정말. 뭘 시킬 줄 알고.잠시 뒤 쟁반이 놓였다. 컵 두 개. 하나는 따뜻한 아메리카노. 다른 하나
last updateHuling Na-update : 2026-10-15
Magbasa pa
3화. 제4조, 진짜로 빠지면 즉시 파기
제4조. 서로에게 진짜로 빠지면 즉시 계약 파기.(네 조항 중 이것만 밑줄이 없다.)추석 첫날 아침 여덟 시. 이현의 차가 서윤의 오피스텔 앞에 섰다.서윤은 조수석 문을 열다 멈췄다. 뒷좌석에 선물 상자가 세 개 쌓여 있었다."……이거 다 뭐예요?""배, 한과, 그리고 막걸리.""막걸리는 왜요.""어제 물어봤잖아요. 아버님 뭐 좋아하시냐고. 서윤 씨가 막걸리라고.""그건 그냥 한 말인데.""그냥 한 말이 제일 정확해요. 기획서보다."서윤은 안전벨트를 매며 창밖을 봤다. 괜히 할 말이 없었다.컵홀더에 컵 하나가 꽂혀 있었다. 아이스 바닐라라떼. 뚜껑 옆에 매직으로 '시럽 1/2, 얼음 조금'."이거 직접 쓴 거예요?""카페 사장님이 바빠 보여서요."서윤은 빨대를 물었다가, 씹기 전에 얼른 입을 뗐다.고속도로에 올라서자 서윤은 태블릿을 꺼냈다."설정 맞춰요. 이모들 질문 폭격 대비.""설정이요.""사귄 지 얼마나 됐냐. 석 달. 여름휴가 끝나고부터.""석 달.""누가 먼저 고백했냐. 차이현 씨가.""왜 제가요.""제가 갑이니까요."이현은 운전대를 잡은 채 짧게 웃었다. "그럼 언제부터 좋아했냐고 물으면요?"서윤은 태블릿을 톡톡 두드렸다. "그건…… 입사 초부터 몰래 좋아했다고 해요. 그게 제일 그럴듯해요. 로맨틱하고.""입사 초부터.""어려워요? 연기가?""아뇨." 이현이 깜빡이를 켜고 차선을 바꿨다. "그건 쉬울 것 같네요."서윤은 그 대답이 좀 건방지다고 생각했다.솔뫼리 본가까지는 두 시간 반이 걸렸다. 마당엔 감나무가 있었고, 평상이 있었고, 대문 앞에 이모 셋이 서 있었다.나란히. 팔짱을 끼고. 면접관처럼."왔다!" 큰이모가 외쳤다."생각보다 크네." 둘째 이모가 이현을 위아래로 훑었다. "백팔십?""백팔십 맞습니다.""거봐, 내가 맞혔지."막내 이모는 입을 삐죽였다. "치과의사 총각도 백팔십이었어.""이모!"이현은 선물 상자를 든 채 고개를 숙였다. "안녕하세요. 차이현입니다.""알아,
last updateHuling Na-update : 2026-10-15
Magbasa pa
4화. 제3조 해석, 필요할 때는 언제인가
제3조. 스킨십은 손잡기까지만. 그것도 필요할 때만.(을의 할머니 댁에서는 '필요할 때'가 하루 종일이었다.)연휴 둘째 날 아침, 솔뫼리 대문 앞은 또 붐볐다.엄마는 보자기 두 개를 들고 나왔다. 똑같은 남색 바탕에 흰 꽃무늬."하나는 할머님 드리고, 하나는 이현 씨 서울 가서 먹어. 동그랑땡이랑 깨송편.""어머님, 이렇게까지 안 하셔도…….""받아. 서윤이 거랑 똑같이 쌌어. 둘이 나눠 먹으라고."서윤은 보자기를 받아 드는 이현의 옆얼굴을 봤다. 또 그 얼굴이었다. 회의실에서 반박할 말을 고를 때처럼 조용한데, 어딘가 조금 풀린 얼굴.막내 이모가 팔짱을 낀 채 말했다. "치과의사 총각은 아직 대기 중이다.""이모, 대기를 왜 시켜.""혹시 모르잖니."복실이가 이현의 바짓단을 물고 놓아주지 않았다. 결국 아빠가 복실이를 안아 들었다."사위, 설에 또 와라.""아빠!"아빠는 대답 대신 복실이의 앞발을 잡고 흔들었다. 바이바이. 이현이 허리를 숙여 인사했다.차가 마을을 빠져나가자 서윤은 조수석에 등을 붙였다."우리 아빠가 사위라고 한 거, 못 들은 걸로 해요.""두 번 들었는데요.""그러니까 두 번 다 못 들은 걸로요.""노력해 볼게요."청매골 할머니 댁까지는 한 시간 반이었다. 가는 동안 서윤은 태블릿에 새 목록을 만들었다. 제목은 '을의 가족 대응 매뉴얼'."할머니 좋아하시는 거.""화투요. 근데 치지 마세요. 할머니는 확률 계산해도 이기세요.""약점은요?""없어요.""차이현 씨 어머님은요?"이현이 잠깐 생각했다. "약사 선이 무산돼서 좀 서운하실 거예요. 근데 금방 풀리세요. 서윤 씨가 말 걸면.""그걸 어떻게 장담해요.""어제 이모님 셋 다 넘어오셨잖아요. 한 분은 반쯤."그건 이현 덕분이었다. 서윤은 반박하려다 빨대를 물었다. 컵은 비어 있었다.할머니는 대문 밖 골목까지 나와 계셨다. 키가 서윤 어깨쯤 되는 작은 분이었다. 서윤을 보자마자 할머니가 손을 덥석 잡았다."아이고, 우리 손주며느리.""
last updateHuling Na-update : 2026-10-15
Magbasa pa
5화. 제5조, 설까지 연장한다
제5조. 본 계약의 기간을 설 연휴 마지막 날 자정까지 연장한다.(냅킨 뒷면. 앞면 글씨가 비쳐서 조항 두 개가 겹쳐 보인다.)문제는 할머니가 대문 앞에서 한 말이었다."설에 둘이 꼭 와라. 떡국은 내가 끓인다."연휴 마지막 날 아침이었다. 할머니는 서윤의 손을 두 손으로 감싸고 놓아주지 않았다. 손등이 따뜻하고 버석했다."할머니, 설은 아직 멀었는데요.""금방 온다. 나이 먹으면 추석 지나고 눈 한 번 감았다 뜨면 설이야."이현의 어머니는 옆에서 보자기를 하나 더 챙겨 주었다. 남색이 아니라 분홍이었다."이건 서윤 씨 거. 우리 엄마 콩송편은 빼고 쌌어."서윤이 놀라 이현을 봤다. 이현은 차 트렁크를 닫고 있었다. 귀가 또 빨갰다."어머님이 어떻게…….""얘가 어젯밤에 나한테 조용히 그러더라. 콩은 빼 달라고." 어머니가 웃었다. "쟤가 나한테 부탁하는 거 처음 봤어."차가 마을을 벗어나자마자 서윤의 휴대폰이 울렸다. 가족 단톡방이었다.[엄마: 설에 이현이 차례 지내고 바로 올라오라 그래라][큰이모: 설에는 윷놀이다. 준비시켜라][둘째 이모: 설에는 한복 입혀 봐야지. 키가 커서 잘 어울리겠다][막내 이모: 치과 총각 아직 대기 중][아빠: 사위 막걸리]아빠의 문장은 단어 두 개였다. 서윤은 휴대폰을 뒤집어 무릎에 올렸다."저희 쪽도 설 얘기 나왔어요.""알아요. 할머니한테 문자 왔어요." 이현이 턱으로 거치대의 휴대폰을 가리켰다.[할머니: 손주며느리 설에 오나]"……할머니가 벌써 전송을 마스터하셨네요.""서윤 씨가 가르쳐 드렸잖아요."그리고 고속도로는 주차장이었다.한 시간에 십 킬로미터. 서윤은 창밖의 트럭 번호판을 외울 수 있을 지경이 됐다. 오후 두 시에 출발한 차가 저녁 여섯 시에 겨우 첫 휴게소에 들어갔다.화장실 줄은 삼십 미터였다. 서윤이 줄을 서서 나왔을 때 이현은 벤치에 앉아 있었다. 무릎 위에 호두과자 봉지 하나. 손에는 컵 두 개."뜨거운 건 제 거, 아이스는 서윤 씨 거.""휴게소에도 시
last updateHuling Na-update : 2026-10-15
Magbasa pa
6화. 제2조, 사내에선 비밀
제2조. 사내에선 비밀.(조항 중에 제일 짧다. 그래서 제일 먼저 구멍이 났다.)연휴가 끝난 첫 출근 날, 서윤은 엘리베이터에서 거울을 보며 표정을 연습했다.무표정. 조금 짜증. 차이현을 보면 약간 더 짜증.5년 동안 저절로 되던 표정이 오늘따라 잘 안 됐다. 입꼬리가 자꾸 제멋대로 움직였다. 서윤은 볼을 두 번 두드리고 엘리베이터에서 내렸다."선배, 연휴 잘 보냈어요?" 민지가 의자를 굴려 왔다. "얼굴 탔다. 시골 다녀오셨구나.""응. 본가.""치과의사는요? 둘째 날 점심.""안 봤어.""오, 왜요?""일이 있었어.""무슨 일이요?"서윤은 모니터를 켰다. "민지야, 달토끼 결과 보고서 오늘까지지?""네에. 말 돌리시는 거죠?""보고서 돌리는 거야."오전 열 시, 달토끼 이벤트 결과 회의가 열렸다. 연휴 동안 편지가 이십만 통 넘게 쌓였다. 반응은 좋았다. 불만 게시판의 1위는 역시 글자 수였다."'40자로는 할머니한테 안부도 다 못 쓴다'. 이게 추천 수 1위예요." 서윤이 화면을 가리켰다. "제가 뭐랬어요.""서버 비용 보고서 보셨어요?" 이현이 노트북을 반쯤 덮었다. "편지 한 통당 저장 공간이.""유저는 서버 비용을 안 봐요.""회사는 봐요."익숙한 흐름이었다. 여섯 명이 동시에 커피를 마셨다. 서윤은 안심했다. 잘하고 있었다. 제2조, 이상 무.다만 반박하는 동안 이현의 머그컵이 눈에 들어왔다. 연휴 전과 다른 컵이었다. 하얀 바탕에 작은 달토끼 그림. 이벤트 굿즈 샘플이었다. 그녀가 기획 단계에서 억지로 끼워 넣었던 것. 이현은 그때 "누가 이런 컵을 써요"라고 했다.서윤은 빨대를 물려다 멈췄다. 씹으면 안 될 것 같았다. 반박당해서 씹는 게 아니라는 걸, 이현은 알아챌 것 같았다.문제는 점심시간이었다.서윤은 연휴에 받아 온 동그랑땡을 도시락통에 담아 왔다. 엄마가 싸 준 남색 보자기에 싸서. 버리기엔 양이 너무 많았고, 엄마 보자기는 튼튼했다.그녀가 책상 위에서 보자기 매듭을 푸는 순간, 민지의 의자
last updateHuling Na-update : 2026-10-15
Magbasa pa
7화. 부칙, 위반한 쪽은 한 번 져 준다
부칙. 위반한 쪽은 회의에서 한 번 져 준다.(을이 제안한 조항. 을은 이 조항으로 5년 만에 처음 졌다.)서윤은 밤새 기획서를 고쳤다.원래는 무난한 안이었다. 설 이벤트, 까치가 세배 편지를 물어다 주는 콘셉트. 편지 글자 수는 이번에도 40자.새벽 두 시에 그녀는 40을 지우고 100을 썼다. 새벽 세 시에는 연출 항목을 하나 더 넣었다. 까치가 편지를 물고 화면을 가로질러 날아가는 애니메이션. 유저마다 까치 색이 다르게.새벽 네 시, 파일 이름을 저장하며 서윤은 스스로에게 물었다. 이걸 왜 하고 있지.답은 알았다. 확인하고 싶었다. 정말 지는지. 5년 동안 한 번도 지지 않은 사람이, 이렇게 말도 안 되는 안 앞에서도 지는지.파일 이름은 '까치_킥오프_v1_진짜로지나보자'. 저장 직전에 '까치_킥오프_v1'로 바꿨다.오전 열 시. 회의실.서윤이 슬라이드를 넘길 때마다 회의실 공기가 조금씩 무거워졌다. 편지 글자 수 100자에서 누군가 볼펜을 떨어뜨렸다. 까치 애니메이션에서 팀장이 안경을 벗었다. 까치 색 개인화에서는 개발팀 막내가 조용히 계산기 앱을 켰다."……이상입니다."여섯 명이 동시에 커피를 들었다. 그리고 동시에 이현을 봤다.이현은 노트북을 덮었다. 반이 아니라 완전히."좋습니다."아무도 커피를 마시지 않았다."100자로 가죠. 까치 연출도 넣겠습니다. 색 개인화는 여덟 가지까지 가능할 것 같습니다. 공수는 제가 맞추겠습니다."팀장의 볼펜이 테이블 위를 굴러 바닥으로 떨어졌다. 아무도 줍지 않았다.서윤은 레이저 포인터를 쥔 채 서 있었다. 반박을 기다렸다. 반박이 오면 받아칠 문장을 스무 개쯤 준비해 왔다. 그 문장들이 목구멍에서 갈 곳을 잃고 우왕좌왕했다."……진짜요?""네.""서버 비용은요? 편지 한 통당 저장 공간이.""그건 회사가 보겠죠. 유저는 서버 비용을 안 보니까요."어제 서윤이 한 말이었다. 토씨 하나 안 틀리고."아니, 근데 까치 애니메이션은 기기 사양이 낮으면 버벅일 수 있잖아요.""저
last updateHuling Na-update : 2026-10-15
Magbasa pa
8화. 부칙 해석, 계약 관리
부칙. 위반한 쪽은 회의에서 한 번 져 준다.(누가 먼저 지느냐로 싸우게 될 줄은, 쓸 때는 몰랐다.)목요일 오전 열 시. 회의실에는 평소보다 사람이 많았다. 안건과 상관없는 디자인팀 두 명이 뒷자리에 앉아 있었다. 둘 다 노트를 펴 놓고 아무것도 적지 않았다."까치 구조 설계안입니다." 이현이 화면을 띄웠다.서윤은 심호흡을 했다. 목록은 외워 왔다. 순순히 수긍한다. 기능을 뺀다. 억울해 보이지 않게."편지 저장은 연휴 기간만 서버에 두고, 끝나면 요약본만 남기겠습니다.""좋아요." 서윤이 말했다.회의실이 술렁였다. 뒷자리 디자인팀 한 명이 드디어 노트에 무언가를 적었다."그리고 까치 색은 여덟 가지로…….""여덟 가지면 충분해요. 아니, 많아요. 여섯으로 줄여도 돼요."이현이 서윤을 봤다. 서윤은 억울해 보이지 않는 얼굴을 했다. 연습한 대로였다."……열두 가지까지 가능한데요.""네?""구조를 바꿔서 색은 늘려도 공수가 거의 안 늘어요. 열두 가지로 하죠.""아뇨, 여섯이요. 차이현 씨 팀 설에 집에 가야죠.""열두 가지요. 유저는 자기 까치가 특별하길 바라니까요. 서윤 씨가 기획서에 그렇게 쓰셨잖아요.""그건 제가 욕심낸 거고요.""좋은 욕심이었어요."회의실이 조용해졌다. 팀장이 안경을 벗었다가 다시 썼다. 개발팀 막내 둘은 서로의 얼굴을 봤다. 이 회의에서 누가 누구 편인지 아무도 몰랐다."……그러니까 지금." 팀장이 천천히 말했다. "기획이 기능을 빼자고 하고, 개발이 더 넣자고 하는 거지?""네." 둘이 동시에 대답했다."5년 만에 처음 보는 광경이네."서윤은 이를 악물었다. 이렇게 지는 게 아니었다. 그녀는 마지막 카드를 꺼냈다."그럼 차이현 씨 안대로 가죠. 열두 가지. 제가 질게요.""아뇨, 서윤 씨 안대로…….""차 선임." 팀장이 손을 들었다. "정 선임이 진다잖아. 받아."이현은 입을 다물었다. 서윤은 억울하지 않은 얼굴로 앉아 있었다. 한 번 졌다. 부칙 이행 완료. 이상하게 이긴 것보다
last updateHuling Na-update : 2026-10-15
Magbasa pa
9화. 제3조 경계선, 우산 하나
제3조. 스킨십은 손잡기까지만. 그것도 필요할 때만.(비가 오면 '손'의 범위가 넓어진다는 건, 조항에 없었다.)청솔 연수원으로 가는 버스에서 서윤은 맨 앞자리에 앉았다. 이현은 맨 뒷자리에 앉았다. 제2조의 모범 답안이었다.민지는 서윤 옆에서 과자 봉지를 뜯으며 말했다."선배, 7조 된 거 운명 아니에요?""제비뽑기야.""제비가 둘을 뽑았잖아요. 서른 명 중에서.""확률상 있을 수 있는 일이야.""차 선임님도 똑같이 말했대요. '확률상 있을 수 있는 일'. 토씨 하나 안 틀리고."서윤은 창밖을 봤다. 누가 누구 말투를 닮아 가는 건지 알 수 없었다.연수원에 도착하자 사회자가 마이크를 잡았다. 인사팀 과장이었다. 그는 이 행사를 일 년 내내 기다린 사람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첫 번째 게임! 짝꿍 취향 맞히기!"서윤의 등줄기가 서늘해졌다. 추석 점심상의 큰이모가 떠올랐다."7조! 차이현 선임, 정서윤 선임이 제일 좋아하는 음료는?"강당이 웃음으로 술렁였다. 다들 기대하는 얼굴이었다. 원수가 원수의 취향을 알 리 없다는 기대."아이스 바닐라라떼. 시럽 반, 얼음 적게." 이현이 말했다.강당이 조용해졌다."……정답입니까, 정 선임?"서윤은 입을 열었다. 여기서 틀렸다고 해야 했다. 제2조. 그런데 뒤쪽 테이블에 민지가 휴대폰을 든 채 눈을 반짝이고 있었다."……회의 때 맨날 들고 가니까요. 맞은편이면 보여요.""아, 그렇죠! 원수는 원수를 제일 잘 안다!" 사회자가 알아서 포장해 줬다. 강당에 웃음이 터졌다. 서윤은 숨을 내쉬었다."그럼 정 선임! 차 선임이 제일 싫어하는 음식은?"콩송편. 할머니 댁에서 알았다. 콩을 다 파내고 먹던 아이."……모르겠는데요.""하나도요?""관심이 없어서요."강당이 다시 웃었다. 이번엔 이현이 조금 늦게 웃었다. 서윤은 그걸 봤다. 봐 놓고 모른 척했다.두 번째 게임은 2인 3각이었다. 발목을 끈으로 묶고 반환점을 돌아오는 경기."어깨동무하세요!" 사회자가 외쳤다. "그래야 안 넘
last updateHuling Na-update : 2026-10-15
Magbasa pa
10화. 제4조, 빠진 건 나인가
제4조. 서로에게 진짜로 빠지면 즉시 계약 파기.(밑줄이 없는 조항. 그래서 어디서부터가 '진짜'인지 표시가 없다.)토요일 오전, 서윤은 노트북을 켜고 새 문서를 열었다.기획자는 감으로 결정하지 않는다. 기준을 세우고, 항목을 나누고, 점수를 매긴다. 5년 동안 그렇게 일했다. 차이현과 싸워서 이긴 스물네 번도 전부 그렇게 이겼다.그녀는 표를 하나 만들었다. 제목 칸에서 커서가 한참 깜빡였다. 결국 이렇게 적었다.'제4조 해당 여부 판단 기준표 (참고용)'참고용이라는 말을 붙이자 조금 덜 창피했다.항목 하나. 그 사람의 커피 취향을 안다.서윤은 체크하려다 멈췄다. 뜨거운 아메리카노. 여름에도. 그건 누구나 보면 아는 거라고, 이현이 그랬다. 체크하지 않았다.항목 둘. 그 사람의 말투를 따라 한 적이 있다.'방금 생겼어요'. '공수가 더 들어요'. '확률상 있을 수 있는 일'. 민지가 토씨 하나 안 틀린다고 했다. 체크.항목 셋. 그 사람이 없는 회의를 상상하면 심심하다.서윤은 눈을 감고 상상해 봤다. 반박이 없는 회의실. 노트북을 덮는 소리가 없는 회의실. 기획서가 한 번에 통과되는 회의실. 편할 것 같았다. 그리고 편한 게 이상하게 싫었다. 체크.항목 넷. 그 사람의 문자를 기다린다.휴대폰은 노트북 옆에 화면을 위로 한 채 놓여 있었다. 아침부터 세 번 확인했다. 알림은 없었다. 체크.항목 다섯. 그 사람의 어떤 부위가 사흘째 생각난다.서윤은 그 문장을 지웠다. 이상하게 읽혔다. 다시 썼다.항목 다섯. 그 사람의 젖은 왼쪽 어깨가 사흘째 생각난다.더 이상하게 읽혔다. 그래도 사실이었다. 체크.항목 여섯. 그 사람이 한 말을 혼자 있을 때 다시 재생한다.'싸우려면 봐야 하니까요.' '좋은 문장은 오래 가요.' '제 서비스의 유일한 유저.' 체크.그때 휴대폰이 울렸다. 서윤은 휴대폰을 뒤집으려다 거의 떨어뜨릴 뻔했다.[차이현: 감기 안 걸렸습니다. 보고 드립니다.]사진이 한 장 따라왔다. 냄비에 끓고 있는 김치찌개. 두
last updateHuling Na-update : 2026-10-15
Magbasa pa
Galugarin at basahin ang magagandang nobela
Libreng basahin ang magagandang nobela sa GoodNovel app. I-download ang mga librong gusto mo at basahin kahit saan at anumang oras.
Libreng basahin ang mga aklat sa app
I-scan ang code para mabasa sa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