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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화. 부칙, 위반한 쪽은 한 번 져 준다

مؤلف: Jino
last update تاريخ النشر: 2026-10-15 08:37:25

부칙. 위반한 쪽은 회의에서 한 번 져 준다.

(을이 제안한 조항. 을은 이 조항으로 5년 만에 처음 졌다.)

서윤은 밤새 기획서를 고쳤다.

원래는 무난한 안이었다. 설 이벤트, 까치가 세배 편지를 물어다 주는 콘셉트. 편지 글자 수는 이번에도 40자.

새벽 두 시에 그녀는 40을 지우고 100을 썼다. 새벽 세 시에는 연출 항목을 하나 더 넣었다. 까치가 편지를 물고 화면을 가로질러 날아가는 애니메이션. 유저마다 까치 색이 다르게.

새벽 네 시, 파일 이름을 저장하며 서윤은 스스로에게 물었다. 이걸 왜 하고 있지.

답은 알았다. 확인하고 싶었다. 정말 지는지. 5년 동안 한 번도 지지 않은 사람이, 이렇게 말도 안 되는 안 앞에서도 지는지.

파일 이름은 '까치_킥오프_v1_진짜로지나보자'. 저장 직전에 '까치_킥오프_v1'로 바꿨다.

오전 열 시. 회의실.

서윤이 슬라이드를 넘길 때마다 회의실 공기가 조금씩 무거워졌다. 편지 글자 수 100자에서 누군가 볼펜을 떨어뜨렸다. 까치 애니메이션에서 팀장이 안경을 벗었다. 까치 색 개인화에서는 개발팀 막내가 조용히 계산기 앱을 켰다.

"……이상입니다."

여섯 명이 동시에 커피를 들었다. 그리고 동시에 이현을 봤다.

이현은 노트북을 덮었다. 반이 아니라 완전히.

"좋습니다."

아무도 커피를 마시지 않았다.

"100자로 가죠. 까치 연출도 넣겠습니다. 색 개인화는 여덟 가지까지 가능할 것 같습니다. 공수는 제가 맞추겠습니다."

팀장의 볼펜이 테이블 위를 굴러 바닥으로 떨어졌다. 아무도 줍지 않았다.

서윤은 레이저 포인터를 쥔 채 서 있었다. 반박을 기다렸다. 반박이 오면 받아칠 문장을 스무 개쯤 준비해 왔다. 그 문장들이 목구멍에서 갈 곳을 잃고 우왕좌왕했다.

"……진짜요?"

"네."

"서버 비용은요? 편지 한 통당 저장 공간이."

"그건 회사가 보겠죠. 유저는 서버 비용을 안 보니까요."

어제 서윤이 한 말이었다. 토씨 하나 안 틀리고.

"아니, 근데 까치 애니메이션은 기기 사양이 낮으면 버벅일 수 있잖아요."

"저사양 기기는 정지 이미지로 대체하겠습니다."

"그럼 연출 의도가 반감되잖아요. 날아가는 게 핵심인데."

"그럼 저사양용으로 가벼운 버전을 따로 만들죠."

"그건 공수가……."

"정 선임." 팀장이 말했다. 목소리가 조금 떨렸다. "지금 차 선임이 찬성한 거야. 반대하는 게 아니고."

서윤은 입을 다물었다. 자기가 올린 안에 자기가 반대하고 있었다. 회의실의 모든 눈이 그걸 알았다.

테이블 밑에서 누군가의 휴대폰이 드르륵, 드르륵, 드르륵 끊임없이 울렸다. 민지는 무릎 위에서 엄지를 미친 듯이 움직이고 있었다.

"그럼." 팀장이 바닥에서 볼펜을 주웠다. "까치 안, 확정. 이견 없지?"

"없습니다." 이현이 말했다.

"……없습니다." 서윤이 말했다. 한 박자 늦었다.

회의실을 나서는 복도에서 개발팀 막내 둘이 이현을 양쪽에서 붙잡았다. 서윤은 두어 걸음 뒤에서 걷고 있었다. 들으려고 한 건 아니었다. 복도가 좁았을 뿐이다.

"선임님, 괜찮으세요?"

"뭐가."

"까치 여덟 가지 색이요. 여덟. 저희 이번 설에 집에 못 가요."

"안 가도 되게 할게. 구조 내가 짤게."

"선임님이요? 직접요?"

"응."

막내 하나가 다른 막내를 봤다. 다른 막내는 이현의 이마에 손을 대 보려다 참았다.

"혹시 연휴 때 무슨 일 있으셨어요?"

이현이 걸음을 멈췄다. 서윤도 따라서 멈출 뻔했다. 그녀는 급하게 복도 벽의 소화기 점검표를 들여다봤다. 점검일은 지난달이었다. 아주 흥미로운 점검표였다.

"송편 먹었어." 이현이 말했다.

"네?"

"깨송편. 맛있더라."

막내들은 그게 무슨 대답인지 끝내 이해하지 못했다. 서윤은 이해했다. 그래서 소화기 점검표를 한 번 더 읽었다.

회의가 끝나고 서윤은 자리에 앉자마자 민지 쪽으로 의자를 돌렸다.

"보여 줘."

"뭘요?"

"씨름 방."

민지가 비장하게 휴대폰을 내밀었다. 알림 숫자가 세 자리였다.

[속보. 차이현 선임 첫 패배. 5년 만에 처음]

[이게 패배임? 기권 아님?]

[노트북 완전히 덮음. 반 덮은 게 아니라 완전히. 역사적 순간]

[차 선임 어디 아프신 거 아님?]

[정 선임이 오히려 반대함. 자기 안에. 이게 무슨 일이냐]

[전적 갱신: 정서윤 24승 / 차이현 21승]

[아니 이건 승으로 쳐 주면 안 되지. 정 선임도 표정 보니 진 사람 얼굴이던데]

그리고 한 줄.

[방장: 다들 진정. 아직 회의 중이다.]

서윤은 그 줄에서 스크롤을 멈췄다.

"민지야, 이 방장 글 올라온 시각."

"열 시 사십 분이요."

"회의 끝난 게 열 시 사십오 분이잖아."

민지가 화면을 다시 봤다. 그리고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회의실에 있던 사람은 여덟 명이었다. 서윤과 이현, 민지, 팀장, 기획팀 둘, 개발팀 막내 둘.

"……선배, 저 지금 소름 돋았어요."

"나도."

그러나 지금 서윤에게 중요한 건 방장이 아니었다.

[정서윤: 옥상.]

[차이현: 지금요?]

[정서윤: 지금요.]

옥상은 바람이 셌다. 서윤이 먼저 올라가 있었고, 이현은 삼 분 뒤에 왔다. 손에 종이컵 두 개를 들고. 또.

"커피는 됐어요."

"식으면 아까워서요."

서윤은 결국 받았다. 따뜻한 바닐라라떼. 컵 옆에 '시럽 1/2'.

"씨름 방 방장이요." 서윤이 먼저 말했다. "회의실 안에 있었어요."

"알아요."

"알아요?"

"회의 중에 누가 테이블 밑으로 휴대폰 보는지 다 보이거든요. 제 자리에서."

"누군데요."

"그건 제 입으로 말하면 안 될 것 같은데요. 회사 생활이 걸려 있어서."

"차이현 씨 회사 생활이요?"

"방장님 회사 생활이요."

서윤은 머릿속으로 회의실 좌석을 그렸다. 민지, 기획팀 둘, 개발팀 막내 둘. 그리고 팀장. 팀장은 오늘 볼펜을 떨어뜨렸다. 그리고 그 볼펜을 한참 동안 줍지 않았다. 두 손이 테이블 밑에 있었다.

"……설마."

"저는 아무 말도 안 했습니다."

"뭘 위반했는데요?"

이현은 난간에 팔을 올렸다. 옥상 아래로 점심 먹으러 나가는 사람들이 작게 보였다.

"제3조요."

"제3조 뭐요. 손목은 긴급 상황이라고 차이현 씨가 예외로 했잖아요."

"손목 말고요."

"그럼요."

"식탁 밑이요."

바람이 한 번 크게 불었다. 서윤의 앞머리가 흐트러졌다. 그녀는 머리를 정리하는 척 손을 올렸다. 얼굴을 반쯤 가리려고.

"제3조. 필요할 때만." 이현이 말했다. 회의실에서 스펙을 읽는 목소리였다. "그때 이모님들은 손을 보여 달라고 하셨어요. 그런데 식탁 밑이었잖아요. 아무도 못 봤어요. 증명이 안 되니까, 필요가 없었죠."

"……그러니까."

"필요 없었는데 잡았으니까, 위반이에요."

서윤은 컵을 두 손으로 쥐었다. 따뜻했다. 너무 따뜻했다.

"그걸 일주일 동안 계산하고 있었어요?"

"개발자라서요."

"그걸로 5년 전적을 깼어요? 까치 애니메이션까지 받아 주면서?"

"부칙이니까요. 안 지키면 낙서예요."

서윤은 뭐라 반박하고 싶었다. 반박할 문장이 머릿속에 하나도 떠오르지 않았다. 5년 동안 이런 적은 없었다.

그녀는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그리고 컵을 난간 위에 내려놓았다.

"그럼 공정하게 하죠."

"뭘요?"

"저도 한 번 질게요. 다음 회의에서."

이현이 서윤을 봤다. 처음으로 그가 먼저 눈을 피하지 않았다.

"……왜요."

서윤은 컵을 다시 집었다. 대답은 짧았다. 준비하지 않은 문장이라서.

"그때 저도 안 뺐으니까요."

바람이 멎었다. 옥상 문이 끼익 열렸다가, 아무도 나오지 않고 다시 닫혔다.

이현이 들고 있던 빈 종이컵이 그의 손 안에서 천천히 찌그러졌다. 그는 그걸 모르는 것 같았다.

"먼저 내려갈게요." 서윤이 돌아섰다. "제2조. 같이 내려가면 안 되니까."

계단을 세 칸쯤 내려갔을 때 뒤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서윤 씨."

"네."

"다음 회의, 목요일이에요."

"알아요."

"기대할게요. 지는 거."

서윤은 돌아보지 않았다. 돌아보면 무슨 얼굴을 하고 있을지 몰라서.

자리로 돌아온 서윤은 새 문서를 열었다. 제목은 쓰지 않았다. 쓸 수가 없었다. '회의에서 자연스럽게 지는 법'이라고 적어 놓았다가 누가 보면 끝이었다.

대신 머릿속으로 목록을 만들었다.

하나. 반박당하면 순순히 수긍한다. 5년 동안 해 본 적 없음.

둘. 이현이 공수 부족을 말하면 기능을 뺀다. 5년 동안 해 본 적 없음.

셋. 표정 관리. 진 사람처럼 보이되 너무 억울해 보이지 않게. 5년 동안 해 본 적 없음.

서윤은 지갑을 꺼내 냅킨을 펼쳤다. 부칙. 위반한 쪽은 회의에서 한 번 져 준다. 이현의 반듯한 글씨 옆에, 서윤이 휘갈긴 글씨. 그때는 이 조항을 자기가 쓰게 될 줄 몰랐다.

"선배, 그거 뭐예요?"

민지의 목소리에 서윤은 냅킨을 영수증 사이로 밀어 넣었다.

"영수증."

"냅킨 같던데."

"냅킨 영수증."

"그런 게 있어요?"

"편의점에서 줘."

민지는 한참 서윤을 보다가 의자를 굴려 돌아갔다. 그리고 휴대폰에 무언가를 적었다. 서윤은 그게 씨름 방이 아니기를 빌었다.

그날 오후, 씨름 방 공지가 바뀌었다.

[다음 회의: 목요일 오전 10시. 이번엔 누가 질지 투표 받습니다.]

투표 결과는 한 시간 만에 나왔다. '차이현 또 짐' 19표. '정서윤이 짐' 1표.

그 1표가 누구인지, 서윤은 끝내 알아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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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짜 연애 계약서 제3조   40화. 제1조, 기간은 정하지 않는다

    제1조. 본 계약의 기간은 정하지 않는다.(편의점 냅킨. 아이보리색. '않는다'에서 볼펜이 한 번 번졌다. 1년 전과 같은 볼펜이었다.)"제가 먼저 할게요." 서윤이 말했다."제가 먼저 왔는데요." 이현이 말했다."반차 쓰고 먼저 온 건 반칙이에요.""예약은 양쪽이었다면서요. 직원분이.""그걸 어떻게 알아요?""서윤 씨는 제가 예약한 거 어떻게 알았는데요?"둘은 캔 네 개를 사이에 두고 서로를 노려봤다. 이 파라솔은 회의가 끝나는 곳이었지 시작되는 곳이 아니었다."둘째 이모요." 서윤이 먼저 털어놓았다. "양쪽 다, 라고 했어요. 그리고 편의점 직원분이 양쪽 예약이라고 했고, 팀장님이 양쪽에서 같은 걸 부탁한다고 했어요. 세 군데서 양쪽이 나오면 결론은 하나예요.""……저는 쓰레기통이요.""네?""쓰레기통 뚜껑이 제가 닫은 방향이랑 반대로 닫혀 있었어요. 8월 마지막 토요일에요. 그날 서윤 씨 그릇을 세 번 헹궜어요."서윤은 입을 벌렸다. 이 사람은 쓰레기통 뚜껑 방향까지 봤다."그럼 부칙으로 해요." 이현이 말했다."무슨 부칙이요.""원래 부칙이요. 위반한 쪽은 한 번 져 준다. 우리 둘 다 야근이라고 거짓말했잖아요. 둘 다 위반이에요. 근데 제 거짓말이 더 말이 안 됐어요. 반차 쓰고 야근이라니.""……그건 인정해요.""그러니까 제가 질게요." 이현이 손바닥을 서윤 쪽으로 펼쳤다. "먼저 하세요."서윤은 그를 봤다. 1년 전 이 자리에서 이 사람은 부칙을 제안했다. 위반한 쪽은 회의에서 한 번 져 준다. 그때는 그게 싸움의 규칙인 줄 알았다. 이제는 알았다. 그건 이 사람이 지는 법을 만들어 둔 거였다. 그녀한테만.서윤은 지갑을 꺼냈다. 카드칸에서 A4를 꺼냈다. 네 번 접힌 종이를 테이블 위에 펼쳤다. 냅킨 옆에. 아직 아무것도 적히지 않은, 이현의 아이보리색 냅킨 옆에."청혼 기획서 v1.0입니다."이현이 숨을 멈췄다. 이 사람이 숨을 멈추는 건 처음 봤다.서윤은 발표를 시작했다. 목소리가 떨리지 않게. 원고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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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짜 연애 계약서 제3조   37화. 거사 준비위원회

    추석 거사 준비위원회 회칙 제1조. 정서윤에게는 비밀로 한다.(방장: 큰이모. 회원 여덟 명. 개설일: 여름휴가 마지막 날 밤, 평상에서 아빠가 보고한 직후.)이현의 휴대폰에는 단톡방이 하나 더 있었다.방 이름은 '추석 거사 준비위원회'. 알림은 무음으로 해 두었다. 무음으로 해도 하루 이백 개가 쌓였다. 서윤 앞에서 휴대폰을 뒤집는 횟수가 여름 이후로 세 배가 됐다. 그 사람은 눈치가 빨랐다. 아마 이미 이상하다고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쓰레기통 속 냅킨까지 봤을 리는 없지만.회원은 여덟 명이었다. 큰이모, 둘째 이모, 막내 이모, 서윤 어머니, 서윤 아버지, 할머니, 이현 어머니. 그리고 이현.방장은 큰이모였다. 첫 공지는 이랬다.[큰이모: 회칙 제1조. 서윤이한테는 비밀. 어기면 고추장][큰이모: 회칙 제2조. 방장 퀴즈 통과 못 하면 거사 불허][막내 이모: 제3조 추가 요청. 주선자석 확보][큰이모: 기각]9월 첫째 주 수요일 밤, 이현은 퇴근하고 집에 와서 식탁에 앉았다. 식탁 위에는 회사 앞 편의점 냅킨이 한 묶음 쌓여 있었다. 아이보리색. 스무 장쯤 남았다. 처음엔 오십 장이었다.그는 볼펜을 쥐었다. 셔츠 주머니에 늘 꽂혀 있던 볼펜. 6년 전 입사 연수 때 받은 사은품 볼펜이었다. 1년 전 이맘때 그 밤, '자정까지'를 쓰다 한 번 번진 그 볼펜.냅킨 한 장을 펼쳤다. 썼다.'제1조. 본 계약의 기간은'거기서 멈췄다.또였다. 서른 번째였다. 그는 기간을 쓸 수 없었다. 공수를 따지는 머리가 자꾸 숫자를 요구했다. 기간은 날짜로 끝나야 했다. 끝이 없는 기간은 사양서에 쓸 수 없는 문장이었다. 그런데 이번엔 끝이 있으면 안 됐다. 막내 이모의 제5조. 이번엔 기간 없이.'평생'이라고 써 봤다. 너무 컸다. 과장 같았다. 서윤은 과장을 싫어했다. 기획서에 '최고의'라는 말이 들어가면 빨간 줄을 그었다.'무기한'이라고 써 봤다. 너무 딱딱했다. 계약 해지 조항 같았다.'영원히'는 쓰다가 스스로 구겼다.냅킨이 또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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