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조. 스킨십은 손잡기까지만. 그것도 필요할 때만.(네 조항 중 끝까지 개정되지 않은 조항. 설 연휴 첫날 밤까지는.)설 연휴 첫날 아침 여덟 시. 이현의 차가 서윤의 오피스텔 앞에 섰다.서윤은 조수석 문을 열다 멈췄다. 뒷좌석에 선물 상자 세 개가 쌓여 있었다. 배, 한과, 막걸리. 추석과 똑같았다.그리고 상자 옆에, 할머니가 앉아 계셨다."손주며느리 왔나.""……할머니?""어제 올라왔다. 이놈 집에서 잤어. 집이 너무 반듯해서 잠이 안 오더라."할머니 무릎 위에는 보자기가 하나 놓여 있었다. 분홍색. 안에서 떡 냄새가 났다."떡국 떡이다. 두 되."서윤은 조수석에 앉아 안전벨트를 맸다. 컵홀더에는 컵이 하나 꽂혀 있었다. 아이스 바닐라라떼. 뚜껑 옆에 반듯한 글씨. '시럽 1/2, 얼음 조금'.서윤은 가방에서 종이컵 하나를 꺼냈다. 오는 길에 산 뜨거운 아메리카노. 옆면에 검정 매직으로 적혀 있었다. 조금 삐뚤게.'뜨거운 거, 식혀서'.이현이 그 컵을 받아 들고 한참 봤다."……이거 직접 쓰신 거예요?""카페 사장님이 바빠 보여서요."뒷좌석에서 할머니가 혀를 찼다. "둘이 뭐 하는 거냐. 커피에 편지를 쓰냐."고속도로는 추석보다 덜 막혔다. 할머니는 가는 내내 퀴즈를 냈다. 이현이 몇 살에 걸음마를 뗐는지, 처음 한 말이 뭐였는지, 초등학교 때 반장 선거에서 몇 표를 받았는지. 서윤은 하나도 맞히지 못했다. 이현은 운전하며 귀가 계속 빨갰다."두 표." 할머니가 말했다. "지 표랑, 짝꿍 표. 짝꿍이 여자애였다.""할머니.""그 짝꿍 이름이 뭐였더라.""할머니, 그만."서윤은 창밖을 보며 웃었다. 빨대를 물었다. 씹지 않았다.솔뫼리 대문 앞에는 이모 셋이 서 있었다. 나란히. 팔짱을 끼고. 면접관처럼.차가 서자 할머니가 제일 먼저 내렸다. 그리고 이모들 쪽으로 걸어가, 이모 셋 옆에 나란히 섰다. 팔짱을 꼈다.면접관이 넷이 됐다."……할머니, 왜 그쪽에 서세요." 이현이 말했다."나도 물어볼 게 많다."
آخر تحديث : 2026-10-15 اقرأ المزي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