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만일
나는 태어날 때부터 부모님이 내 몸에 통증 전이 시스템을 연결해 놓았다.
그래서 온몸이 상처투성이였다.
백색증인 형은 어떤 빛도 견디지 못할 정도로 상태가 심각했다. 의사는 형이 16살까지만 살 수 있다고 단언했다.
하지만 형은 원래 노는 걸 좋아하는 성격이라 자꾸 몰래 밖으로 나갔고, 결국 온몸이 짓무르고 말았다.
아빠는 밤낮없이 돈을 벌었고, 마침내 거금을 들여서 나와 형에게 통증 전이 팔찌 두 개를 사 주었다.
6년 동안 형이 햇빛에 노출되면서 겪은 고통이 모두 내게 전이됐다.
엄마는 늘 나를 품에 안고 다정하게 상처를 치료해 주며 말했다.
“진호야, 미안해. 엄마는 그저 네 형이 남은 날들만이라도 행복하게 지냈으면 해서 그래.”
그런데 섣달그믐날, 부모님은 형을 데리고 외출했다.
하필 그날은 햇빛이 유난히 강했다.
집을 나서자마자 내 온몸에 물집이 돋아났다. 나는 견딜 수가 없어서 아프다고 소리쳤다.
그러자 형이 전이 팔찌를 잡아 뜯으며 울부짖었다.
“아파? 네가 아프면 전이하지 마! 그냥 내가 아파서 죽어버리면 되잖아!”
“어차피 나는 16살까지만 살 수 있어! 일찍 죽든 늦게 죽든 똑같잖아!”
순식간에 형은 온몸에 화상을 입은 채 정신을 잃었다.
엄마는 나를 거칠게 밀치면서 넘어뜨렸다.
“네 형은 이렇게 오랫동안 아파하면서도 한 번도 아프다고 소리친 적이 없어! 그런데 너는 겨우 6년 동안 통증을 전이받았다고 못 견디는 거니?”
“네 형은 16살까지만 살 수 있어! 엄마는 그저 형이 남은 몇 년이라도 행복하게 보내길 바란 것뿐인데, 그게 잘못이야?”
아빠가 형을 품에 안아 올리면서 말했다.
“아빠도 네가 아픈 건 마음이 아파. 하지만 통증은 친형제끼리만 전이할 수 있어...”
부모님은 형을 데리고 병원으로 향했다.
나는 바닥에 떨어진 전이 팔찌를 주웠다.
팔찌 위에 한 줄의 문구가 떠올랐다.
[상대방에게 수명을 전이할 수 있는데, 하시겠습니까? ]
나는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확인’을 눌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