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동생이 신장암 말기라며 부모님은 내게 신장을 하나 떼어 주라고 했다. 나는 신장이 하나뿐이라, 그것마저 떼어 주면 죽는다고 말했다. 그런데 부모님은 내 말을 믿기는커녕 나를 그대로 수술대에 묶어 버렸다. “신장 하나 주는 게 뭐가 그렇게 어렵다고, 좀 그렇게 이기적으로 굴지 마.” 부모님은 내가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는 걸 몰랐을 것이었다. 예전에 아버지가 교통사고를 당했을 때, 나는 이미 신장 하나를 기증한 뒤라는 사실을.
View More그 뒤 유하경이 모은 증거를 바탕으로, 서도윤은 살인죄와 장기 매매죄를 비롯한 여러 죄가 가중 처벌되어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내 부모님은 응급조치가 제때 이루어지기는 했지만, 나이가 너무 많은 데다가 받은 충격이 너무 컸다.목숨은 건졌지만 뇌경색으로 식물인간이 되었고, 의식이 있다는 것 말고는 죽은 사람과 다를 바가 없어졌다.친척도 친구들도 두 사람이 저지른 역겨운 짓을 다 알게 되었고, 아무도 이들을 돌보려고 하지 않았다.병원비를 내지 못해서 집으로 돌려보내진 뒤로는, 주민센터 직원이 이따금 찾아와서 밥을 떠먹이며 생명에 지장이 없는지만 확인할 뿐이었다.서도윤의 판결문이 나온 날, 유하경이 두 사람을 보러 집으로 왔다.두 사람은 침대에 가만히 누워 있었다. 침대에는 온통 배설물이 묻어 있어서, 멀리서도 방 안의 악취가 느껴질 정도였다.두 사람의 몸에는 종기와 반점이 가득해서, 사람인지 귀신인지 분간하기조차 어려운 몰골이었다. 유하경이 가져온 판결문을 본 순간, 두 사람의 탁한 눈이 한 번 움직이더니 이내 눈물 한 방울을 흘렸다.유하경은 그 악어의 눈물을 보며 차갑게 웃었다. “도현이 살아 있었으면, 두 분이 오늘 이 꼴이 되지는 않았겠죠.”“하지만 이 모든 건 두 분이 자초한 일이에요!”말을 마친 유하경은 조금의 미련도 없이 일어나서 바로 자리를 떠났다.내 이름을 듣는 순간, 두 사람은 눈을 홱 크게 뜨더니 곧이어 동공이 거세게 수축했다.이튿날 주민센터 직원이 다시 갔을 때, 두 사람은 이미 숨이 멎어 있었다.손에는 사진 한 장을 꽉 쥐고 있었다. 우리가 어릴 적 온 가족이 함께 찍은 가족사진이었다.어쩌면 생의 마지막 순간에야, 부모님은 마침내 그때 나를 그렇게 대한 것을 후회했는지도 몰랐다.한때 온 가족이 함께했던 따뜻한 순간을 그리워했을지도 모른다.안타깝게도 모든 것이 너무 늦었다.저들이 숨을 거두는 순간, 내 몸은 자유를 되찾았다. 나는 마침내 환생하러 갈 수 있게 되었다.어릴 적부터 살아온 이 집을 바라보면서도
서도윤은 경찰을 본 순간 문을 박차고 달아나려고 했다.그러나 그 비쩍 마른 몸으로 훈련된 경찰을 어찌 당하겠는가?몇 번 손을 쓰기도 전에 제압당한 서도윤은 눈이 벌게진 채 유하경을 노려보며 소리쳤다.“이 미친년! 네가 무슨 자격으로 나를 잡아? 이거 놓으라고!”유하경은 거침없이 다가가서 서도윤의 뺨을 연달아 때렸다. 눈앞에 별이 보일 만큼 세게 맞으면서도 서도윤은 한마디도 하지 못했다.그 자리에 굳어 있는 부모님을 보면서, 유하경은 역겨움을 억지로 참으며 말했다.“도윤이는 자기 형이 죽을 걸 진작부터 알고, 장기 밀매업자를 장례식장에 대기시켜 놨어요. 제가 제때 가지 않았으면 도현이는 시신조차 온전하지 못했을 거예요!”아버지는 서도윤을 바라보며 이미 넋이 나가, 한마디만 끝없이 되풀이할 뿐이었다.“그럴 리가 없어... 그럴 리가 없어... 도윤이는 그렇게 철이 들었는데, 어떻게 짐승만도 못한 짓을 하겠어!”자기 몸 일부가 내게서 왔다는 걸 깨달은 뒤, 아버지의 감정은 눈에 띄게 더 격해졌다. 자기 손으로 나를 붙잡아서 병상에 눕혔고, 그 때문에 내가 병원에서 죽었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순식간에 끝없는 후회가 아버지의 마음을 가득 채웠다.어머니도 벼락을 맞은 것처럼 연신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거짓말이야! 이건 거짓말이야! 다들 짜고 나를 속이는 거야!”유하경은 차갑게 그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 아직 자극이 부족하다는 듯 말을 이었다. “사실 더 적합한 공여 신장이 이미 나와 있었어요. 그런데 도윤이 선의로 기증하겠다는 사람의 제안을 거절하고, 기어이 도현이 신장을 고집했죠.”세 사람의 표정이 점점 더 절망으로 물드는 것을 보면서, 유하경은 오히려 더 환하게 웃었다.“이게 무슨 죄인지 아세요? 살인죄예요.”유하경은 눈길이 내 부모님을 향했다.“그리고 두 분도요. 아들을 묶어서 수술대에 올린 것 역시 법적 책임을 져야 합니다.”말을 마치고 유하경은 처연하게 웃었다. 그 웃음에는 끝없는 원한이 서려 있었다.가장 먼저
손에 들고 있던 서류가 책상 위에 세차게 내던져졌다. 부원장은 세 사람을 가리키며 애써 분노를 억누른 채 말했다.“이게 두 분 아드님의 모든 진료 기록이에요. 직접 보시면 왜 신장 적출 수술로 목숨을 잃었는지 아실 거고요.”아버지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진료 기록을 집어 들고 아무렇게나 펼치며 차갑게 말했다.“당신들 병원에서 진작에 기록에 손을 댔겠죠. 우리가 모를 줄 알아요?”그러면서 눈을 가늘게 뜨고 내용을 꼼꼼히 살펴보았다.그러다‘환자는 신장이 하나뿐이며, 무리하게 수술할 경우 생명이 위험함’이라는 문구를 발견했다.그 순간, 무슨 결정적인 증거라도 잡은 사람처럼 의기양양하게 웃기 시작했다.“역시 수작을 부렸잖아요! 우리 애가 어떻게 신장이 하나뿐이에요! 거짓말도 제대로 못 하나 봐요?”말을 마치고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옆에 서 있던 어머니를 바라보았다. 두 사람은 벌써 눈앞에 거액의 배상금이 아른거리는 듯했다.하지만 누구도 서도윤의 이마에 갑자기 식은땀이 맺힌 것을 알아차리지 못했다.부원장은 미간을 찌푸리더니, 책상을 치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그리고 아버지를 가리키며 말했다.“이건 전부 기록에 남아 있는 증거예요! 생사람 잡지 마시라고요!”“거기 분명히 적혀 있잖아요! 작년 교통사고로 신장을 다치셨을 때, 서도현 씨가 자기 신장을 떼어 드렸어요. 그러니 신장이 하나만 남은 거 아닙니까!”말이 떨어지자 아버지는 그 자리에서 굳어 버렸다.작년 교통사고 때 아버지는 곧바로 의식을 잃었다. 부상이 워낙 심해서, 의사는 맞는 신장 공여자를 찾지 못하면 살리지 못할 수도 있다고 했다.좀처럼 맞는 공여자를 찾지 못하던 중, 마지막 순간에 작은아들 서도윤이 자신의 신장 하나를 떼어 주었다고 했다.그 덕분에 아버지는 저승 문턱에서 돌아왔고, 그 일로 부모님은 줄곧 서도윤에게 미안한 마음을 품고 있었다.그런데 오늘 부원장에게서 전혀 다른 이야기를 듣자, 아버지는 홱 몸을 돌려서 서도윤을 매섭게 노려보았다. “도윤아, 이게 어떻게 된
병원은 여전히 분주했다. 날마다 진료받고 입원하고 퇴원하는 사람이 너무나 많았다.그랬기에 의사와 간호사들은 누가 누구인지 제대로 기억할 수도 없었다.그래서 세 사람이 병원에 들어섰을 때도 아무도 눈길을 주지 않았다.눈앞의 북적이는 인파를 바라보던 아버지가 가방에서 뭔가를 꺼내더니 품에 꼭 감쌌다.그러고는 어머니에게 눈짓을 보냈다. 그 눈짓에 어머니는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마음을 독하게 먹고 털썩 바닥에 주저앉아서 바닥을 치며 울기 시작했다.“아이고! 이 악덕 병원이 사람 목숨을 가지고 천벌을 받을 짓을 했구나! 우리 아들은 작은 수술 하나 받으러 왔을 뿐인데 어떻게 그렇게 죽을 수가 있어!”“당신들 실력이 형편없어서 멀쩡한 사람을 죽인 게 틀림없어!”“내 아들 다시 살려내! 안 그러면 나 이 병원에서 죽을 거야! 안 나갈 거라고!”그러면서 목청껏 다시 통곡하기 시작했다.그제야 아버지는 아까 꺼낸 것을 펼쳐 보였다. 오는 길에 세 사람이 급하게 가게를 찾아서 만든 내 영정 사진이었다.아버지도 곧이어 로비에 무릎을 꿇고 내 사진을 끌어안은 채 통곡했다.“아들아! 너무 비참하게 죽었구나! 아버지가 반드시 네 억울함을 풀어주마!”한바탕 소동이 벌어지자 병원 의사와 간호사는 말할 것도 없고, 진료를 서두르던 환자들까지 저도 모르게 걸음을 멈췄다.그러고는 호기심 어린 얼굴로 자연스럽게 세 사람을 빙 둘러쌌다.사람들은 손가락질을 하며 수군거렸다.“이게 무슨 일이래요?”“못 들었어요? 사람이 죽어서 가족이 따지러 온 거래요.”“사진 보니까 저 청년 정말 젊던데, 안됐어요.”“그런데 무슨 일이든 좋게 해결하면 될 것을, 꼭 이렇게 보기 난리를 피워야 할까요?”그 말들을 듣는 것만으로도 공중에 떠 있는 나는 얼굴이 화끈거려서 차마 더는 들을 수가 없었다.특히 사람들이 내 사진에 손가락질하는 모습을 보았을 때는, 당장 달려가서 사진을 빼앗아 바닥에 내던져 버리고 싶은 심정이었다.그러나 세 사람은 이런 수군거림이 들리지 않는 것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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