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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는 넘쳤고, 사랑은 필요 없었다.
CH건설 이사이자 사뇌파 행동대장 배덕배, 서른넷. 돈도 힘도 통하지 않는 스무 살 플로리스트 서여름을 만났다.
“아저씨, 차 좀 빼주세요.”
겁은 먹으면서도 눈 하나 피하지 않는 맹랑한 여자. 처음엔 짜증 났고, 그다음엔 오기가 생겼다. 그런데 정신 차리고 보니 자꾸 그 여자 앞에 서 있었다.
열네 살 차이. 평생 사랑 따윈 모르던 거친 남자에게, 돈으로도 살 수 없는 여름이 찾아왔다.
리오는 자신이 하려는 짓이 미친 짓이라는 걸 잘 알고 있었지만, 이 여자에게 묘하게 끌렸다. 자신에게 솔직해지자면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자신이 평소에 만나던 여자들과는 사뭇 달랐다. 자신 밑에서 일하겠다는 그녀의 제안이 흥미롭게 느껴진 것도 아마 그 때문일 것이다. 호기심이 생겼다. 그녀가 자신을 위해 과연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
끔찍한 생각이었지만, 어차피 자신이 좋은 사람도 아니지 않은가?
윤서아의 아버지가 도박으로 진 빚을 갚으러 온 남자들이 집을 뒤집어엎었다.
깨진 접시. 엎어진 식탁. 그리고 이미 어디론가 튀어버린 아버지.
한 남자가 서아의 턱을 거칠게 들어 올렸다. 그 순간.
“손 치워.”
낮고 서늘한 목소리가 들렸다.
문가에 선 남자 하나. 검은 셔츠. 무표정한 얼굴. 그리고 이곳에 있는 누구도 감히 거역하지 못하는 눈. 강태준이었다.
“애는 건들지 말랬지.”
그 한마디에 남자가 서아에게서 손을 뗐다. 태준은 더 볼 것도 없다는 듯 몸을 돌렸다. 도망친 서아의 아버지를 찾으러 가려는 순간이었다.
“…잠깐만요.”
서아가 그의 앞을 가로막았다. 태준의 시선이 천천히 그녀에게 내려왔다.
“저 좀 데려가세요.”
남자의 눈썹이 아주 조금 움직였다.
“뭐?”
“납치해 달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