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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화

ผู้เขียน: 레몬완자
송진초가 싸늘하게 말했다.

“부인, 참으로 이상하십니다. 초면인 사람에게 채찍을 휘두르다니요? 천막은 왜 강제로 철거하려는 겁니까? 제가 송가의 적녀인데 왜 그런 거짓말을 하겠습니까?”

“그러니까요!”

“송가의 적녀는 진초 아씨입니다. 악심을 품고 온 친척은 아니겠지요?”

송진초의 뒤를 지키고 있던 인파들이 조씨 부인을 향해 손가락질을 했다.

조씨 부인은 겪어보지 못한 기이한 광경에 얼굴이 파랗게 질렸다.

“내가 누군지 모르겠다는 것이냐?”

“정신이 쇠약하시면 약을 드시지요. 괜히 방해하지 말고요.”

송진초가 무심하게 말하자 조씨 부인은 화가 머리끝까지 솟구쳐 손가락질을 하며 불효녀라고 고성방가를 질렀다.

“너!”

송진초는 태연한 얼굴로 대꾸했다.

“소녀를 낳아 기른 적도 없는 분께서, 한 번도 마주친 적 없는 분께서 불효를 논하시다니요?”

조씨 부인의 얼굴이 벌게졌다.

“저 부인의 얼굴 어딘가 낯익지 않은가?”

사람들이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조씨 부인은 의주에서 살 적에 외출을 거의 하지 않았었다. 외출할 때도 얼굴에 두꺼운 화장을 하고 나갔기에 지금과 완전히 다른 모습이었다.

그렇기에 조씨 부인을 단번에 알아본 사람들이 많지 않았다.

조씨 부인이 다급하게 입을 열었다.

“난 송가의 마님이다.”

“말도 안 되는 소리하지 마시죠. 우리 어머니는 진작에 선친을 따라 세상을 떠나셨고 가문의 선산에 묻혔습니다. 한데 뻔뻔하게 우리 어머니를 사칭하는 겁니까?”

송진초는 두 손을 허리에 짚고 소리 높여 말했다.

“의주에서 모친의 자애로운 성품을 모르는 사람이 없습니다. 부인처럼 경박하게 굴지 않으셨습니다.”

“빌어먹을 것!”

격노한 조씨 부인이 욕설을 퍼붓자, 송진초의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그려졌다.

사실 그녀는 조씨 부인이 했던 행동을 그대로 한 것이다.

조씨 부인은 시뻘게진 눈으로 송진초를 노려보았다.

바로 그때 등 뒤로 애잔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분명 나랑 같은 몸종이었거늘 한데 어찌하여 아씨 행세를 하는 거야?”

익숙한 목소리였다.

소리의 주인은 어젯밤 장고의 자물쇠를 부수고 몰래 도망친 취주였다.

송진초는 깜짝 놀란 눈으로 취주를 바라보았다.

“네가… 네가 어찌 여기에 있느냐?”

취주가 비릿하게 웃었다.

“우리가 함께 아씨를 모신 지도 벌써 십 년이나 됐다. 아씨의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악랄한 수법도 서슴지 않더니 이젠 나까지 죽이려 해서 도망친 것이다.”

송진초의 뒤에 서 있던 방 유모가 이를 바득바득 갈며 취주를 노려보았다.

송진초의 예상대로 취주는 조씨 부인의 사람이었다.

하지만 고슴도치도 제 새끼는 함함하는데, 친모인 조씨 부인은 정작 그녀를 내치려 한 것이 유모로서는 이해되지 않았다.

송진초는 얼굴이 하얗게 질려 제 발 저린 척했다.

취주는 허리를 굽혀 조씨의 팔을 부축하며 눈물을 흘렸다.

“마님, 진초 저 당돌한 계집년이 감히 대감의 위패를 마음대로 들고 하산한 것도 모자라 적녀의 신분까지 사칭했습니다. 반드시 진실을 밝혀주십시오.”

취주의 발언에 조씨 부인의 허리가 꼿꼿하게 세워졌다.

“너 아주 당당하구나. 대범산에서 네 아비의 곁을 지키라고 했거늘, 사사로이 하산한 것도 모자라 신분까지 사칭해? 죽어 마땅하다!”

취주의 등장으로 형세가 단번에 반전되었고 사람들은 송진초를 의심하기 시작했다.

송진초는 취주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그녀는 취주에게 기회를 주었지만, 취주는 결국 스스로 제 무덤을 팠다.

“하면, 넌 부인의 사람이더냐?”

취주가 망설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입니다, 마님께서 쇤네를 사 오셨고 송가에 들어온 지도 11년이 되었고 마님께서 미천한 쇤네를 얼마나 잘 대해주셨는지 모릅니다. 하여 신분을 사칭하는 것을 지켜볼 수 없습니다.”

방금은 자기랑 같은 몸종이라더니 이제는 자신을 쇤네라며 낮추는 모양새가 이상하기 그지없었다.

송진초가 조씨 부인을 쳐다보았다.

“부인께서도 이 아이의 말에 동의하십니까?”

조씨 부인은 얼굴을 찡그리며 잠시 고민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 우리 연이를 십 년간 시중을 든 공이 있으니, 네가 무릎을 꿇고 잘못만 인정한다면 목숨은 앗아가지 않겠다.”

송진초는 꿈쩍도 하지 않고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바로 그때 누군가 육 대감께서 직접 오셨다고 고했고 조씨 부인은 얼른 흥분을 가라앉히고 시선을 돌려 검푸른 관복을 입은 채 수 십명의 포졸을 데리고 다가오는 중년 남자를 쳐다보았다.

“대감 때마침 오셨군요. 저 계집년이 세상 물정 모르고 감히 우리 연이를 사칭해 송가의 명성을 더럽혔습니다. 어서 저년을 잡아가십시오.”

조씨 부인은 육 대감에게 눈짓했다.

사실 조씨 부인의 외가도 한성에서 알아주는 집안이다. 그녀의 오라비는 육 대감보다 관직도 높았다.

송진초가 고개를 들어 조씨 부인을 응시하며 어쩌면 있을지 모르는 희망을 기대했지만, 그녀에게 돌아오는 것은 실망뿐이었다.

송진초는 육 대감에게 말했다.

“대감께서도 제 선친을 알고 계시겠지요. 의주 사람들은 제가 얼마나 선친과 닮았는지 알고 있을 겁니다.”

“세상에 닮은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 아느냐! 그들도 전부 혈연관계라 우길 것이냐? 증거가 여기에 있는데 어찌 아직도 발뺌하는 것이냐!”

조씨 부인이 호통쳤다.

송진초가 눈을 내리깔고 제소를 쳐다보자, 제소는 그녀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한성과 왕세자 쪽에 이미 사람을 보냈고 얼추 시간도 맞췄다.

조씨 부인이 당도했을 무렵, 세자저하도 의주에 당도했을 것이다.

송진초는 손바닥을 꼬집으며 눈물을 글썽이며 조씨 부인을 바라보았다.

당장 쓰러질 것 같은 가냘픈 몸으로 서 있는 송진초를 발견한 방 유모가 입을 열었다.

“아씨, 구태여 이럴 필요 있으십니까? 만일 대감 어르신께서 아직 계셨다면 누가 감히 아씨께 이리 무례할 수 있겠습니까?”

“유모, 됐어.”

“쇤네,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습니다.”

화가 난 유모가 소리 높여 외쳤다.

“대감 어르신께서 세상을 뜨신지 며칠 만에 마님께서 아씨를 대범산에 보내버리신 것도 모자라 의주에 있는 가산을 헐값에 팔고 가지고 왔던 지참금이며 혼수며 모조리 챙겨 한성으로 떠나셨습니다. 지난 삼 년간 아씨께 서신 한 통도 보내지 않으셨는데 어찌 참고만 있습니까?”

유모의 말에 사람들이 다시 수군거리기 시작했고 조씨 부인의 얼굴도 일그러졌다.

유모는 손을 뻗어 송진초의 품에서 한 무더기나 되는 증서를 꺼내 높이 쳐들었다.

“이것들은 마님께서 송가의 자산을 헐값에 팔았다는 증서들로 마님의 서명과 도장이 찍혀있습니다.”

사람들의 시선은 자연스레 방 유모의 손으로 향했다.

당황한 송진초는 서둘러 유모의 팔을 끌어내렸다.

“유모, 안 돼!”

두 사람이 실랑이를 하는 사이, 유모의 손에 있는 증서가 공중에서 흩어져 온 세상에 뿌려졌고 많은 사람들이 바닥에서 주워들었다.

“그래, 떠올랐어. 대감 어르신께서 돌아가신 뒤, 마님께서 얼마 지나지 않아 가산을 팔아치우고 도망쳤었지.”

“양심도 없지. 대감 어르신께서 돌아가신 지 얼마나 됐다고 여식을 혼자 대범산에 남겨두고 떠나? 아씨께서 저리 야위셨는데 정작 마님은 금은보화로 치장을 하고 나타나다니. 저게 어디 지아비를 잃은 부인의 모습이야?”

“그러고 보니 마님 같기도 하고. 아씨께서 자신의 어머니가 돌아가셨다고 한 이유가 있군요. 부군을 잃자마자 가문의 가산을 전부 팔아치우고 도망을 친 사람보단 죽은 사람이 훨 나을 테니.”

“그동안 그림자 한 번 비추지 않더니, 왜 갑자기 찾아왔대? 아씨한테 남은 가산을 빼앗으려고 찾아온 것 아니야?”

조씨 부인의 얼굴이 점점 하얗게 질렸다.

사람들이 자신을 마냥 좋게 바라보지 않자, 조씨 부인은 마음이 급해 났다.

자신이 아무리 송가에 아무 감정이 없다해도 과부가 될 수는 없었다.

송진초는 조씨 부인의 기세를 꺾기 위해 손을 들어 이목을 끌었다.

“송가의 안부인이라는 사람이, 과부가 되긴커녕 가문의 가산들을 황급히 팔아치우더니 삼 년 만에 다시 돌아와 그 집안의 딸을 모욕하는 것이 진정으로 아무 문제 없는지 예문관 대제학에게 묻고 싶습니다.”

송진초는 확신에 찬 눈빛으로 흔들림 없이 말했다.

앳된 얼굴의 여인이 조금도 겁먹지 않은 채 목소리를 높이 내는 모양새가 실로 대단해 보였다.

뒤에 있던 수백 명의 백성들이 분노에 찬 목소리로 하나둘 입을 열었다.

“뻔뻔하기도 해라. 혼수까지 들고 송가를 떠났다는 것은 더는 송가와 절연하겠다는 것과 다를 바 없지. 이제 와서 남은 재산까지 빼앗으려 하다니, 사람이 어찌 저럴 수 있단 말이오!”

“대감 어르신께서 의주에 계시는 동안 좋은 일을 얼마나 많이 하셨는데. 우리 모두 그분께 은혜를 입었습니다. 의주에서 우리 아씨를 괴롭힐 생각은 하지도 마시오!”

“동감하오!”

수십, 수백의 목소리가 그녀의 뒤에서 웅장하게 울려 퍼졌다.

이런 상황에서 인정할 수도, 부인할 수도 없었던 조씨 부인은 난처한 얼굴로 육 대감을 쳐다보았지만, 돌아오는 것은 경멸에 찬 눈빛이었다.

그까짓 재산 때문에 친딸을 등지는 어미의 편을 들 생각이 없었다.

“이 댁 마님이라는 증거가 있소? 내 몇 년간 의주를 오가며 송 대감과 친분을 쌓았소. 이 댁 아씨의 눈매가 대감의 눈빛과 똑 닮았거늘, 어찌 가짜일 수 있겠소?”

조씨 부인은 깜짝 놀란 눈으로 송진초를 가리켰다.

“너 아주 대담하구나. 네년도 이 집안의 가산을 노리고 사람들을 매수한 것이지? 네 뜻대로 될 수 있을 것 같으냐?”

손을 번쩍 치켜든 조씨 부인을 송진초가 싸늘하게 쳐다보았다.

“제가 이 집안의 여식을 사칭한다고 했지요? 그러면 부인께서 말씀하시는 이 집안의 진정한 적녀는 어디에 있지요?”

송연이가 마차에 숨어 있는 것을 알고 있었던 그녀는 어떻게든 송연이를 밖으로 끌어내 모두의 앞에서 비난을 받게 할 작정이었다.

하지만 송진초가 겁을 먹었다고 여긴 조씨 부인은 오히려 의기양양해서 말했다.

“우리 연이는 내가 정성스레 키운 대갓집 규수이다. 네년처럼 부끄러움도 모르고 무례하게 구는 아이가 아니란 말이다!”

조씨 부인은 손으로 뒤쪽에 있는 마차를 가리켰다.

“아가야, 이리 오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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