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한 지 7년이 지났지만, 경민준은 그녀에게 한결같이 차가웠다. 하지만 연미혜는 사랑했기에, 언젠가는 그의 마음도 따뜻해질 거라 믿었기에, 그 냉랭한 태도를 묵묵히 견뎌냈다. 그러나 7년의 기다림 끝에 그녀에게 돌아온 건 그의 사랑이 아니라, 다른 여자에게 한눈에 반한 남편의 모습이었다. 그는 그 여자에게 다정하고 사려 깊었고, 연미혜는 그 모든 것을 지켜보면서도 끝까지 가정을 지키려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연미혜가 생일을 맞아 남편과 딸을 보기 위해 먼 길을 날아갔지만, 그들이 함께 향한 곳은 그녀와의 약속 장소가 아닌 다른 여자의 곁이었다. 그날 밤, 혼자 남겨진 호텔 방에서 연미혜는 모든 걸 내려놓기로 했다. 자신이 정성껏 키운 딸이 다른 여자를 ‘엄마’라고 부르는 날이 와도 더 이상 아프지 않을 것 같았다. 그녀는 주저 없이 이혼 서류를 작성했고, 양육권도 미련 없이 포기한 채 깔끔히 떠났다. 그 순간부터 그들 부녀에게 어떤 관심도 두지 않았다. 오직 이혼 서류가 정리되길 기다릴 뿐이었다. 가정을 잃었지만, 그녀에겐 더 넓은 세상이 기다리고 있었다. 한때 모두에게 무시당했던 그녀는 단숨에 수천억 자산을 가진 여자가 되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었다. 이혼 서류는 언제까지고 정리되지 않았고, 집에 발길조차 두지 않던 남편이 점점 더 자주 찾아왔다. 그리고 어느 날, 벽에 몰린 그녀를 내려다보며 한때 차가웠던 남편이 낮게 속삭였다. “이혼? 절대 안 돼.”
ดูเพิ่มเติม지현승이 뭔가 생각에 잠긴 듯한 얼굴을 하고 있을 때, 염성민이 다시 물었다.“성민아, 철호 아저씨나 아버지 말고, 네가 아는 사람 중에 유명욱 교수님 연락처 아는 사람 또 없어?”“없는 것 같아.”지현승이 대답했다.그렇게 말한 뒤, 무언가 떠오른 듯 다시 말을 이었다.“근데, 너 전에 임지유 씨가 유명욱 교수님을 만난 적 있다고 하지 않았어? 아마 지유 씨는 교수님이 연락처를 갖고 있을 것 같은데? 교수님한테 직접 연락해서 해결될 일이라면, 임지유 씨가 알아서 연락하지 않았을까?”염성민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나도
염용석이 도와줄 생각이 없자, 염성민은 직접 유명욱에게 연락하려 했다.하지만 문제는, 그에겐 유명욱의 연락처가 없었다.결국 염용석에게 연락처를 달라는 메시지를 보냈는데, 돌아온 답장은 단 두 글자였다.[꿈 깨.]반응할 틈도 없이, 염용석은 메시지를 하나 더 보냈다.[철호 아저씨 쪽에도 내가 이미 얘기해 뒀으니까, 괜히 힘 빼지 마.]염성민은 그 문자를 보는 순간 진심으로 화가 치밀었다. 마음을 추스르고 곧장 전화를 걸었지만, 염용석은 더 이상 받지 않았다.‘아버지도, 철호 아저씨도 이 일을 도울 수 없다면 누구를 찾아야
아직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염용석이 먼저 말을 잘랐다.“그래서 또 김태훈 대표가 연미혜 편 들어서, 임지유를 괴롭혔다는 거냐?”너무 정확하게 들어맞는 말에 염성민은 순간 놀라서 되물었다.“아버지, 어떻게 아셨어요? 무슨 얘기 들으신 거예요?”“들은 건 없어. 그냥 짐작한 거다.”염용석은 해탈한 듯 나직이 웃으며 말을 이었다.“잘 생각해 봐라. 너랑 연미혜, 김태훈은 나 때문에 어렵게 얼굴 맞대고 일하는 사이인데, 서로 대놓고 엇나갈 일이 뭐 있겠냐. 네가 일로 문제를 일으킬 사람도 아니고, 두 사람이 괜히 너만 콕 집
김태훈은 다리를 꼬고 앉아 눈을 가늘게 뜬 채 말했다.“교수님께서 어떤 이유로 달가워하지 않으실 거란 말씀이죠? 제가 여자한테 눈이 멀어 이성도 잃고, 옳고 그름도 구분 못 하게 됐다는 말이 하고 싶으신 건가요?”‘아주 잘 알고 있네!’염성민은 속으로 그렇게 생각했지만, 입 밖으론 내지 않았다.하지만 김태훈은 마치 그의 생각을 읽기라도 한 듯, 여유롭게 웃으며 말했다.“근데 말이죠, 제가 보기엔 그렇게 이성 잃고 분별 못 하는 사람은 제가 아니라 따로 있는 것 같은데요.”염성민이 반박할 틈도 없이, 김태훈은 곧바로 말을
김태훈의 변호사는 지난주 세인티와의 계약 해지를 논의하기 위해 직접 회사를 찾았지만, 결국 협의는 결렬되었고 넥스 그룹은 그날 바로 법원에 소장을 제출했다.그 무렵 연미혜와 임지유 사이에 세인티에서 벌어진 마찰은 업계에 이미 소문이 퍼진 상태였고, 당시 김태훈은 지방 출장을 떠나 있었기에 자리에 없었다.김태훈과 아직 직접 대면하지 못했기에, 임지유는 여전히 미련을 버리지 못한 듯 보였다.월요일 아침, 출근한 연미혜는 회사 1층에서 다시 임지유와 마주쳤다.두 사람은 서로를 보는 순간, 눈길만 짧게 마주치고는 아무 말도 하지 않
경다솜에게 있어서 연미혜와 경민준, 임지유, 이 셋은 절대 한 자리에 함께 있을 수 없는 사람들이었다.경다솜이 말한 건 ‘엄마도 같이 가줘요’가 아니라 ‘엄마가 저랑 같이 가주세요’였다.그 한 문장에 담긴 경다솜의 마음을 연미혜는 알고 있었다. 자신이 선택받았다는 사실을 모를 리 없었다.경다솜의 펜싱 대회는 다음 주말로 예정돼 있었다.통상적으로 연미혜에게도 여유가 있는 시간이었고 무엇보다 아이에게는 아주 중요한 날이었으니, 예전 같았으면, 당연히 가장 먼저 그 자리에 함께하려 했을 것이었다.하지만 지금은 달랐다.연미혜는
코치는 끝내 말을 꺼내진 않았지만, 연미혜는 그가 무슨 말을 하고 싶었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사실 코치가 굳이 언급하지 않았더라도, 경다솜이 펜싱을 배우게 된 건 아마 경민준이나 임지유의 영향일 거라는 건 그녀도 알고 있었다.그 사실에 대해 연미혜는 별다른 감정이 없었다.이미 양육권을 포기한 입장에서, 아이의 미래에 자신이 얼마나 개입할 수 있을지 잘 알고 있었고, 어쩌면 시간이 지날수록 그 거리는 더 멀어질 거란 것도 받아들이고 있었다.그렇다고 해도 경다솜은 그녀가 열 달 동안 뱃속에 품었던 아이였기에, 언젠가 거리가 더
경다솜과의 통화를 마친 지 십여 분쯤 지났을 무렵, 경민준에게서 메시지가 도착했다.내일 경다솜이 훈련받을 장소와 시간을 문자로 보내왔던 것이었다.하지만 문자에는 필요한 정보만 짧게 적혀 있을 뿐, 다른 말은 단 한 마디도 덧붙여져 있지 않았다.다음 날, 연미혜가 펜싱장에 도착한 지 5분쯤 지났을 무렵, 경다솜 도착했다.차에는 경다솜과 기사만 타고 있었고, 경민준은 함께 오지 않았다.차에서 내린 경다솜은 반갑게 웃으며 연미혜에게 다가왔다. 그리고 연미혜의 손을 꼭 잡고는 힘차게 말했다.“엄마, 같이 가요!”그러고는 연미혜
연미혜가 사무실에 막 돌아오자마자 휴대폰이 울렸다.발신자는 경다솜이었다.조금 전 회의실에서 경민준이 식사를 제안했던 그 의도를 떠올리며, 연미혜는 경다솜의 전화를 받지 않았다.하지만 경다솜은 포기하지 않고 연이어 세 번이나 전화를 걸어왔고, 끝내 통화가 되지 않자 짧은 메시지를 남겼다.[엄마, 나 다음 달에 펜싱 대회 나가야 돼요. 내일 펜싱 연습이 있는데, 같이 가줄 수 있어요?]그 문자를 본 연미혜는 손에 든 휴대폰을 내려다보다가, 문득 손끝에 힘이 들어갔다.바쁘게 움직이던 손이 그대로 멈췄다.경민준을 따라 경다솜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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