แชร์

제5화

ผู้เขียน: 주광
도순희는 말이 끝나기도 전에 벌컥 화부터 냈다.

[화가 나? 고예진이 뭔데 우리 윤제한테 화를 내? 그것이 지금까지 윤제가 먹여 살린 거 모르나 본데? 고작 새장 속에 앉아 자기 자리나 유지하던 것이 내 아들에게 감히 화를 내?]

아린은 일부러 난처한 척 목소리를 낮췄다.

“이모... 제가 이안이를 데리러 갔다가, 혹시 예진 씨가 알면... 기분 상할까 봐 걱정돼요.”

도순희는 더 흥분한 목소리로 받아쳤다.

[그냥 네가 데리러 가. 이안이가 너 엄청나게 따르잖아. 고예진? 감히 너한테 뭐라고 하기만 해봐라. 내가 가만있나 봐!]

“그럼... 그렇게 할게요.”

전화를 끊자마자, 아린의 얼굴에는 숨기지 못한 미소가 번졌다.

‘이것 봐, 결국 이렇게 되는 거야.’

그제야 그녀는 차를 몰아 유치원으로 향했다.

...

아린이 도착했을 때, 이안은 보건실 침대에 앉아 있었다.

아이의 창백한 얼굴, 미간은 잔뜩 찌푸려져 있었고, 손으로 무릎을 꽉 잡고 있었다.

아린이 문을 열고 들어서자, 이안은 반사적으로 고개를 들었다.

그 순간, 눈빛이 환하게 밝아진 아이는 벌떡 일어나 아린에게로 달려왔다.

“고모! 드디어 왔어! 이안이 아파...”

아린은 일부러 걱정스러운 얼굴로 아이를 껴안았다.

“괜찮아, 이안아. 고모가 병원에 데려가 줄게. 이젠 안 아플 거야.”

다행히 상처는 심각하지 않았다.

병원에서 간단하게 치료받고 나자, 이안의 얼굴도 금세 좋아졌다.

모든 게 끝난 뒤, 아린은 아이의 손을 잡고 병원 문을 나섰다.

그때, 이안이 고개를 들어 아린을 바라보았다.

“고모, 나 다음에 또 이런 일 있으면... 고모한테 바로 전화해도 돼?”

아린은 멈춰 서서 아이 눈높이에 맞춰 몸을 낮췄다.

“이안아, 네가 고모한테 바로 전화하면... 엄마가 속상해할 수도 있어.”

역시나... ‘엄마’라는 말이 나오자마자, 이안의 표정이 다시 어두워졌다.

“속상하든 말든 무슨 상관이야... 엄마는... 엄마 자격 없어! 오늘 내가 전화해서 데리러 와달라고 했더니, 이제는 내 엄마 아니래. 앞으로 찾지도 말라고 했어!”

아린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가, 곧장 얼굴에서 감정을 지웠다.

그 미소는 이안이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순식간이었다.

“정말... 엄마가 그렇게 말했어?”

이안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진짜야. 나 원래도 엄마 싫었는데... 오늘처럼 그러면 진짜 보기 싫어. 고모, 고모가 진짜 내 엄마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해?”

아린은 조심스럽게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부드럽게 말했다.

“이안아, 고모도 정말 이안이 엄마가 되고 싶어. 근데 그건 말이지... 아빠랑 엄마가 이혼해야만 고모가 아빠랑 결혼할 수 있어. 그래야만 고모가 이안이 새엄마가 될 수 있는 거야.”

그 말을 들은 이안은 깜짝 놀라 급히 물었다.

“그럼... 아빠랑 엄마는 언제 이혼해?”

아린은 아이의 눈을 바라보며 의미심장하게 물었다.

“이안이는 정말로 아빠랑 엄마가 이혼하길 바라는 거야?”

이안은 잠시 망설이더니 곧바로 고개를 세차게 끄덕였다.

‘그래... 애는 솔직해서 좋아. 이렇게만 가면 되는 거야.’

아린은 은근히 웃으며 속삭였다.

“이안이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 고모가 알려줄게. 대신... 아빠한테는 고모가 알려줬다고 말하면 안 돼. 알았지?”

이안은 그 말에 마치 선물이라도 받은 듯 들뜬 표정을 지으며 신나게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당장이라도 튀어 오를 듯한 기세였다.

아린은 주변을 슬쩍 둘러봤다.

‘여긴 사람도 많고... 귀도 많아.’

“우리 다른 데로 가자. 고모가 이안이 좋아하는 아이스크림 사줄게. 거기 가서 고모가 몰래 알려줄게.”

예진은 평소 이안의 건강을 생각해서 차가운 음식을 거의 먹지 못하게 했다.

그래서 아이스크림이라는 말이 나오자, 이안의 얼굴에는 감출 수 없는 기쁨이 가득 번졌다.

...

예진은 약속 시간보다 30분이나 일찍 도착했다.

자신은 기다릴망정, 변호사를 기다리게 하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도착했는데, 이미 누군가 먼저 나와 자리에 앉아 있었다.

남자는 연한 아이보리색 트레이닝 셋업을 입은 채, 다리를 꼬고 소파에 앉아 있었다.

그리고 손에는 패션 잡지를 들고, 무심한 눈빛으로 대충 페이지를 넘기고 있었다.

예진이 다가가자, 그제야 남자의 얼굴이 제대로 보였다.

정돈된 헤어스타일, 뚜렷한 이목구비, 살짝 올라간 입꼬리.

오른쪽 이마 근처에는 흉터 하나가 살짝 보였다.

전체적으로는 깔끔한 인상이었지만, 그 속에 어딘가 예리하지만 자유분방한 기운이 흐르고 있었다.

‘이 얼굴... 서민혁이 맞긴 맞네. 근데 이런 사람이 변호사라고?’

믿기 어려운 외모였다. 너무 젊고, 너무 가볍게 느껴졌다.

예진이 조심스레 다가가 손을 내밀었다.

“안녕하세요, 고예진입니다.”

민혁은 그녀가 내민 손을 보며 잠시 웃음을 지었다.

악수할 생각이 없는 듯, 손은 움직이지 않았다.

그저 시선으로만 천천히 위에서부터 아래로 예진을 훑었다.

‘뭐지, 이 사람 시선... 좀 불편한데.’

예진은 속으로 약간 불쾌했다.

민혁이 나지막하게 대답했다.

“전... 고예진 씨를 알아요.”

예진은 순간 살짝 머쓱해져 손을 천천히 거두고는, 민혁 맞은편 자리에 조심스레 앉았다.

“보아하니... 은주가 변호사님께 저에 대해 먼저 이야기했나 보군요.”

민혁은 입꼬리를 비스듬히 올리며 고개를 저었다.

“은주 통해서는 아니에요.”

“그럼... 누굴 통한 거죠?”

민혁은 여유롭게 커피 한 모금을 들이켰다.

“우리 학교 법대에 전설이 둘 있다는 얘기... 들어봤죠?”

예진은 고개를 살짝 기울이며 웃었다.

“처음 듣는데요. 궁금하네요.”

‘법대 전설? 무슨 드라마 같은 소리야...’

민혁은 테이블에 팔꿈치를 살짝 얹고, 무심한 듯 이야기했다.

“전설의 시작은 진대영 교수의 최고 수제자였죠. 졸업도 하기 전에 법원에서 스카우트 제안이 들어왔지만, 그걸 뿌리치고 직접 사무실을 차렸데요. 그 사람, 지금까지 수임한 사건 중에서, 패소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습니다.”

예진은 속으로 헛웃음을 삼켰다.

‘맞아, 그 시절 학교에 유명한 선배 있었지.’

‘성격 차갑고 거리감 있는 사람이라고 했는데...’

‘오늘 보니까 자기 자랑 한번 아주 화끈하네.’

“그 수제자... 번호사님 본인이세요?”

민혁은 뻔뻔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그리고 두 번째 전설은...”

남자의 시선이 장난스레 예진을 향했다.

“진대영 교수님이 저 다음으로 아끼던 제자예요. 유학 갈 기회까지 잡아놓고, 사랑에 눈이 멀어서 다 포기했죠. 요리 배우고, 살림하고... 결국엔 남자 하나 믿고 집 안에 들어앉아 가정주부가 됐어요.

예진의 눈매가 살짝 흔들렸다.

‘이 사람, 지금 내 얘기 하는 거지?’

민혁은 대놓고 이름을 말하진 않았지만, 그 말끝의 미묘한 여운이 예진을 아주 불편하게 했다.

예진은 들고 있던 커피잔을 살짝 움켜쥐었다.

그리고 작은 떨림이 손끝을 타고 전해졌다.

‘누구 얘긴지, 내가 제일 잘 알지...’

예진의 기억 속 장면은 아직도 선명했다.

그날, 유학 갈 기회를 포기하겠다고 말했을 때, 진대영 교수의 안타까운 눈빛.

진대영 교수는 여러 차례 예진에게 되물었다.

“정말... 남자 하나 때문에 다 놓아버릴 거야? 그 사랑이 그만한 가치가 있다고 믿는 거야?”

그때의 예진은 조금의 망설임도 없었다.

“네, 전... 그 사람을 믿어요.”

그 대답에 부끄러움은 없었다.

하지만 지금 돌아보면 예진의 선택은 뼈아픈 실수였다.

자신도 그 믿음의 끝이... 이렇게 초라할 줄은 몰랐다.

민혁은 예진의 굳은 표정을 슬쩍 살피더니, 조용히 테이블 위에 있던 디저트 접시를 그녀 앞으로 밀었다.

“이런 얘기를 꺼낸 건요, 고예진 씨한테 말해주고 싶어서예요. 사람은 언제든 길을 다시 정할 수 있어요.”

“진짜 무서운 건, 막다른 골목에 들어섰으면서도 계속 그 길이 맞다고 착각하는 겁니다.”

예진은 커피잔을 조용히 내려놓고, 깊게 숨을 들이쉬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민혁은 이어서 말했다.

“은주한테 얘기 들었어요. 고예진 씨 상황, 제가 단도직입적으로 말씀드릴게요. 지금 상태로는... 아이 양육권 주장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예진은 시선을 들어 민혁을 조용히 바라봤다.

그 눈빛은 담담했지만 단단했다.

“그 부분은 오해세요. 저, 아이 양육권 가질 생각... 처음부터 없었어요.”

민혁은 뜻밖이라는 듯 눈썹을 살짝 찌푸렸다.

“그럼... 왜 이혼 소송을 하려는 거예요? 아이도 안 데려갈 거면, 협의 이혼이 훨씬 수월할 텐데...”

예진은 똑바로 그를 바라보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부씨 집안 사람들은 제가 가장 잘 알아요. 협의이혼이면, 재산분할이나 위자료 한 푼도 안 줄 거예요.”

“그래서 소송을 하는 거예요. 제가 받아야 할 몫, 단 한 푼도 안 빼앗기려고요.”

그 말에 민혁의 표정이 잠시 정지되었다.

곧이어 입꼬리가 서서히 올라가며, 눈빛에 묘한 흥미가 번졌다.

길고 날렵한 손가락이 남자의 턱선을 따라 천천히 움직였다.

잠시 침묵이 흘렀고, 민혁은 손을 내밀었다.

“좋아요. 우리, 잘해봅시다.”

예진은 이번엔 주저하지 않고 그의 손을 잡았다.

식사가 시작됐고, 두 사람은 본격적으로 사건의 세부 상황을 하나씩 풀어나갔다.

그런데 그 순간, 레스토랑 문이 벌컥 열리고, 도순희가 들어섰다.

그녀는 쇼핑에 지친 몸을 이끌고 잠시 쉬려던 참이었다.

하지만 문을 열자마자 눈에 들어온 광경은, 상상조차 못 한 장면이었다.

예진이 한 남자와 마주 앉아, 웃으며 식사하고 있었다.

둘 사이에 흐르는 분위기는 결코 가벼운 사이 같아 보이지 않았다.

‘아까 아린이가 했던 말... 머릿속에서 계속 맴돌았는데... 이것 봐, 역시!’

도순희의 얼굴에 분노가 불쑥 치솟았다.

한걸음에 테이블로 다가간 그녀는, 손바닥으로 식탁을 세게 내리쳤다.

큰 소리에 주변 사람들이 일제히 고개를 돌렸다.

“고예진! 이 뻔뻔한 X이! 내 아들 몰래 딴 남자를 만나고 다녀?! 창피한 줄 알아라, 이X아!”
อ่านหนังสือเล่มนี้ต่อได้ฟรี
สแกนรหัสเพื่อดาวน์โหลดแอป

บทล่าสุด

  • 전남편도, 아들도 내 발밑에 매달렸다   제434화

    “예쁜 색시가 앞으로 너한테 아들 많이 낳아 줄 거야. 좋지?”이규달은 제대로 알아듣지도 못한 듯, 그저 입을 귀밑까지 찢고 손뼉을 마구 치며 좋아했다.그때, 바깥에서 누군가 급히 뛰어들어왔다. 마을 사람 중 한 명이었다.“병수야, 큰일 났다! 경찰 놈들이 또 들이닥쳤어. 틀림없이 그 아가씨 때문에 온 거다. 빨리 숨겨. 이번엔 너희 집 쪽으로 오는 모양이야.”순간, 이병수의 얼굴이 굳어졌다. 그는 예진을 내팽개치듯 바닥에 던지고는 아들을 향해 외쳤다.“아들아, 어서 네 색시를 안고 뒷마당 지하창고에 숨겨라. 소리 죽이고 꼼짝하지 마라. 안 그러면 누가 네 색시를 빼앗아 간다.”이규달은 말 잘 듣는 아이처럼 고개를 끄덕이더니, 덩치 큰 팔로 예진을 번쩍 들어 올렸다. 그리고는 뒷마당 쪽으로 성큼성큼 달려갔다.이병수 부부는 당황한 기색조차 없었다.‘이 동네에서 이런 짓이 하루 이틀이 아니란 거지.’익숙하다는 듯 태연히 몸가짐을 다듬더니, 마당으로 나가 농사일을 하는 시늉을 했다.예상대로 얼마 지나지 않아 경찰들이 수색영장을 들고 들이닥쳤다.“어이쿠, 또 무슨 바람이 불어서 오셨대요?”한순미가 능청스럽게 웃으며 맞이했다.근처 경찰들은 이미 이 마을 사람들의 속성을 훤히 알고 있었다.겉으론 순박한 시골 주민처럼 굴지만, 속은 뻔히 알면서도 모른 척하는 게 이곳이었다.경찰은 더는 돌려 말하지 않고 영장을 내밀었다.“협조 바랍니다. 수사 중이라 수색이 필요합니다.”이병수와 한순미는 마치 짜기라도 한 듯, 한쪽은 화를 내고 한쪽은 이해심 많은 척 연기를 이어갔다.“우리가 뭐 잘못했다고 맨날 이래요? 이렇게 살아서야 살림이 되겠습니까.”한순미가 툴툴거리며 의자에 털썩 앉았다.이병수는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에이, 괜히 버티지 말고 그냥 협조합시다. 경찰 나리들이 하겠다니 보여드리면 되지.”그의 태연한 미소, 한순미의 억울한 표정.부부가 교묘히 ‘좋은 경찰, 나쁜 경찰’ 놀이를 하고 있다는 걸 경찰도 눈치챘다.‘이렇게까지 태연한 걸

  • 전남편도, 아들도 내 발밑에 매달렸다   제433화

    예진은 이를 악물고 달렸다. 입술은 이미 새하얗게 질려 있었지만, 눈앞엔 곧 마을의 끝이 보였다.그러나 뒤에서 들려오는 웅성거림이 점점 커졌다.‘벌써 쫓아오기 시작했어...’숨이 턱밑까지 차올랐지만, 몸을 숨길 만한 곳은 어디에도 없었다.허허벌판 시골길, 달리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었다.예진은 그대로 시골길로 뛰어들었다.뒤를 힐끗 돌아본 순간, 수십 명의 사람들이 몰려오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안 돼... 잡히면 끝장이야.’예진은 마지막 기운까지 쥐어짜듯 달려 나갔다.그때, 반대편 도로에서 한 대의 차량이 다가왔다.희망이 번뜩였다.예진은 달리면서 두 팔을 흔들며 차를 향해 소리쳤다.“도와주세요! 제발!”차는 그녀 앞에 멈춰 섰다.그러나 문이 열리고 나온 두 남자의 얼굴을 보는 순간, 예진의 발걸음이 얼어붙었다.비록 어젯밤 눈을 뜨진 못했지만, 몸으로 기억하고 있었다.바로 자신을 납치해 끌고 온 그 두 남자였다.다음 순간, 조보군이 헐떡이며 달려왔다.그리고 입에서 거친 욕설이 터져 나왔다.“X발, 이 년이 또 도망쳐?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냐!”예진은 반사적으로 몸을 돌렸지만, 이미 늦었다.조보군이 달려들어 손바닥으로 그녀의 뺨을 세차게 후려쳤다.예진은 힘없이 휘청거리면서 눈앞이 아득해졌다.‘안 돼... 아직...’그러나 그 생각마저 잇달아 끊겼다. 예진의 몸은 무너져 내리면서, 의식은 검은 어둠 속으로 빠져들었다.조보군은 피식 웃으며 쓰러진 예진의 몸을 거칠게 들어 올렸다.바로 그때, 이병수 부부와 마을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왔다.예진이 붙잡힌 것을 확인한 이병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마을 사람들은 그 모습을 보고도 놀라지 않았다. 오히려 익숙하다는 듯 예진을 훑어보더니 서로 떠들어댔다.“야, 병수가 역시 짝을 잘 골랐네. 둘째 며느리라니, 참 곱다.”“그러게, 딱 봐도 서울에서 대학 다니던 아가씨 같네. 얼굴이 다르다니까.”“...”그들의 시선과 웃음은, 예진의 고통 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듯했다.

  • 전남편도, 아들도 내 발밑에 매달렸다   제432화

    만약 마을에서 누군가 ‘대도시에서 며느리를 데려왔다’고 하면, 온 마을이 나서서 감싸줄 것이다.경찰조차 손대기 힘든, 그야말로 골칫덩이 같은 곳이었다.이병수는 바로 그 점을 노려서 예진을 이곳으로 끌고 온 것이다.생각할수록 등골이 서늘해졌다.‘여기서 가만히 있다간 끝장이야.’‘저 할아버지가 정말 이병수를 불러오면... 난 살 길이 없어.’예진은 이를 악물고 방 안을 뒤지기 시작했다.도망칠 수 있는 틈을 찾기 위해서였다.그러나 방은 낡고 초라하기만 했다.작은 창문 하나가 있었지만, 굵은 쇠창살이 가로막고 있어서 도망칠 구멍이 보이지 않았다.예진은 잠시 눈을 감고 숨을 고르더니, 곧 결심한 듯 외투를 벗어 들었다.할머니가 가져온 물을 외투에 부어 적신 뒤, 외투를 쇠창살 두 개에 묶었다.그리고 바닥에 놓여 있던 막대기를 쇠창살 사이에 끼워 놓고 힘껏 비틀었다.물에 젖은 천은 훨씬 질겨졌고, 비트는 힘에 못 이긴 쇠창살이 서서히 비틀리기 시작했다.한 줄기 희망이 예진의 눈앞에 펼쳐졌다.그녀는 기진맥진했지만 이를 악물었다. 굶주림과 상처로 힘은 바닥났지만, 살아야 한다는 본능이 그 모든 걸 극복하게 했다.쇠창살이 마침내 휘어지면서 빈틈이 생겼다.예진처럼 마른 몸이라면 충분히 빠져나갈 수 있는 크기였다.그녀는 서둘러 외투와 막대기를 풀어내고, 작은 장농을 끌어다 밟고 올라갔다.숨을 죽이고 창살 사이로 몸을 밀어 넣으려는 순간, 바깥에서 두 사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확인해 보니 이병수 집에서 데려온 여자래. 둘째 아들 짝이라더군. 근데 이 마을 환경이 마음에 안 든다고 도망치려고 했대.”“에구, 다행히 우리가 안 풀어줬네. 괜히 내보냈으면 이병수가 우리한테 뭐라고 했을지 몰라. 그럼 이병수한테 여기 있다고 알렸어?”“알렸지. 지금 오는 길이야. 곧 데려가겠다고 했어.”예진은 순간 몸이 얼어붙었다.심장이 바로 귀 밑에서 뛰는 듯 쿵쾅거렸다.‘안 돼... 시간이 없어. 지금 나가지 않으면 끝이야.’밖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예진은

  • 전남편도, 아들도 내 발밑에 매달렸다   제431화

    예진은 이곳에 오래 머물 수 없다는 걸 직감했다.조심스럽게 예진이 입을 열었다.“할머니... 저, 납치돼서 여기까지 끌려온 거예요. 지금 당장 경찰에 신고할 수 있는 핸드폰이 필요해요. 제발 도와주실 수 있나요?”‘납’라는 단어가 나오자, 할머니의 얼굴빛이 미묘하게 일그러졌다.예진의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설마... 이 할머니도 이병수랑 한패...?’예진은 다급히 말을 이어갔다.“제발 신고만 해주시면, 곧 제 가족이 찾아올 거예요. 그땐 반드시 후한 보답을 드릴게요. 제발 도와주세요.”그 말을 들은 할머니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서서히 사라졌다.예진은 본능적으로 불길함을 느꼈다.“할머니, 납치는 중대한 범죄예요. 저... 변호사입니다. 이게 얼마나 심각한 일인지 잘 알아요. 신고만 해주시면... 원하는 건 뭐든 제 가족이 해드릴 수 있어요.”할머니는 잠시 눈을 굴리더니, 다시 억지로 웃음을 지어 올렸다.“아가야, 우리 늙은이들한테는 핸드폰 같은 게 없어. 대신 내가 나가서 이웃한테 빌려 올게. 너는 우선 밥이라도 좀 먹어. 배부터 채워야 힘도 나는 거야.”말을 마치자, 할머니는 문을 열고 나갔다.예진은 앞에 놓인 음식들을 뚫어져라 바라봤다.하지만 차마 젓가락을 들 수가 없었다.‘만약 약이라도 타놨다면... 그땐 정말 끝장이야.’갈증이 너무 심해, 아까 물 한 모금 삼킨 것조차 지금은 후회됐다.집 밖으로 멀어져 가는 발자국 소리가 들렸다.예진은 이를 악물고, 뻐근한 몸을 억지로 움직였다. 온돌에서 내려오자마자, 숨을 죽이고 문을 살짝 밀어 열었다.안방 밖은 낡은 시골집에 흔히 있는 아궁이가 있는 부엌이었다.사람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예진은 가슴이 쿵쾅거리는 걸 애써 눌러가며, 대문 쪽을 향해 조심스럽게 발걸음을 옮겼다.‘지금이 아니면 기회는 없어... 제발, 제발 걸리지 마라...’대문은 꽉 잠겨 있지 않았다.예진이 살짝 다가서자 바깥에서 할머니와 할아버지의 대화 소리가 들려왔다.“저 애가 납치돼서 왔다고? 설마 마

  • 전남편도, 아들도 내 발밑에 매달렸다   제430화

    [은주야, 상황이 썩 좋지 않아. 근처 지구대에서 이미 마을 한 바퀴를 돌았는데, 겉으로는 아무 이상 없다고 했어.][이유 없이 주민 집에 들어가서 수색할 수도 없고... 게다가...]영호가 잠시 말을 멈췄다.[그 마을이 보통 마을이 아니야. 최근 몇 년간 인신매매 사건이 끊이지 않았어. 드러난 것도 있지만, 묻힌 사건도 많았지.][만약 누가 돈을 주고 여자를 사 왔다면, 온 마을이 입을 맞추고 덮어버릴 거야. 경찰이 들어가도 사람을 끌어내기가 힘들어.][전부 삽이나 곡괭이를 들고 나와서, 경찰이고 뭐고 가리지 않고 때리거든.]차 안은 순간 얼어붙었다.[이런 상황이라면, 경찰이 들어가도 쉽지 않을 거야. 마을 사람들 대부분은 학력도 낮고, 생각도 전근대적이야. 법이 뭔지 제대로 아는 사람도 드물지.]영호의 말은 마치 시한폭탄처럼 모두의 가슴에 꽂혔다.민혁은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 손끝이 파르르 떨릴 정도였다.그러나 억지로 자신을 진정시켰다.“그렇다면... 특정 집에 범행 혐의가 있다면, 경찰이 강제로 수색할 권한은 있는 거지?”영호는 민혁의 뜻을 단번에 알아챘다.[형님, 맞아요. 피의 혐의가 있으면 수색영장을 신청할 수 있어요. 제가 이미 상부에 요청을 올렸어요. 통과되면, 현지 경찰이 곧장 이규철의 집을 수색하게 될 거예요.]통화를 끝내자, 차 안의 공기가 눈에 띄게 무거워졌다.점점 더 싸늘해지는 분위기 속에 숨막히는 긴장감.민혁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기운이 모두를 짓누르고 있었다.‘예진아... 제발, 버텨줘...’민혁은 한마디 말도 없이 고개만 푹 숙이고 있었다.그가 이토록 침묵할수록, 모두의 걱정은 더 커졌다....예진은 갑작스레 의식을 되찾았다. 팽팽히 당겨진 신경 탓에 눈을 번쩍 뜨는 순간, 몸이 저절로 반쯤 일어나 앉았다.너무 급하게 몸을 움직인 탓에 여기저기 터진 상처들이 찢겨 나가듯 다시 벌어졌고, 선혈이 실처럼 스며 나왔다.하지만 예진의 곤두선 신경은 통증 따위에 집중할 겨를이 없었다.그녀는 곧장 주

  • 전남편도, 아들도 내 발밑에 매달렸다   제429화

    한순미는 입꼬리를 비뚤게 올리며 못마땅한 듯 말했다.“만약 그 계집년이 도망이라도 쳤다면, 우리가 덜미 잡히는 거 순식간 아니야? 너희 둘, 괜히 입 잘못 놀린 거 없지?”조보군과 조동일은 급히 고개를 저었다.“걱정 마세요. 여기서 시내까지는 한참 걸려요. 게다가 그 계집년은 이 동네가 처음일 테고, 지금은 한밤중이잖아요.”“몸도 다친 상태라 차에서 뛰어내렸다면 크게 다쳤을 겁니다. 우리가 지금 바로 되돌아가서 찾을 테니까, 아저씨도 마을 쪽을 샅샅이 뒤져보세요. 분명히 금방 찾을 수 있을 겁니다.”말을 마친 조보군과 조동일은 부리나케 차에 올라타서 왔던 길을 되돌아갔다.이병수와 한순미도 길을 따라가면서 마을 안쪽을 살펴보기 시작했다....그 시각, 다른 한편에서는 민혁은 밤새 한숨도 자지 못했다.재하, 선아, 은주도 함께 경찰서에 남아 민혁과 자리를 지켰다.동이 틀 무렵, 영호가 서류철을 들고 급히 들어왔다.“찾아냈어요! 그 차량은 이미 단종된 모델이에요. 대부분 폐차됐고, 지금 실제로 굴러다니는 건 다섯 대뿐이에요. 벌써 그 다섯 대 차주의 신원은 확인했고, 추적조에 투입했어요.”민혁은 서류철을 낚아채듯 받아들고 빠르게 훑어보았다.그러다 한 주소에서 눈빛이 번쩍였다.수부마을.예진이 맡은 재판의 피고인인 이규철의 본가가 바로 그곳이었다.‘수부마을... 설마...’민혁은 곧장 그 주소를 손가락으로 짚으며 영호를 바라봤다.“여기, 뭔가 수상해. 예진이 어제 마주했던 피고인, 이규철. 그자의 고향이 바로 이 수부마을이야. 게다가 어제 재판에 이규철 부모도 직접 와 있었고...”영호의 이마에 주름이 깊게 패였다.“여기서 그 마을까지는 최소 여덟, 아홉 시간은 걸려요. 제가 지금 바로 관할 경찰에 연락할게요. 마을에서 수상한 흔적이 있는지 먼저 확인하게 한 다음에, 우리 쪽에서도 인력을 보낼게요.”그러나 민혁은 더는 기다릴 수가 없었다.예진에겐 원한을 살 만한 일이 없었다.고씨 집안도 누구한테나 당당한 집안이고, 사업상 다툼이

บทอื่นๆ
สำรวจและอ่านนวนิยายดีๆ ได้ฟรี
เข้าถึงนวนิยายดีๆ จำนวนมากได้ฟรีบนแอป GoodNovel ดาวน์โหลดหนังสือที่คุณชอบและอ่านได้ทุกที่ทุกเวลา
อ่านหนังสือฟรีบนแอป
สแกนรหัสเพื่ออ่านบนแอป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