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ICIAR SESIÓN놈이 다시 그림자 속으로 숨어들려 했다.하지만 이번엔 놓치지 않는다.[청옥 팔찌(S급 아티팩트) - 개방]내 손목에 찬 푸른색 옥팔찌가 빛을 발했다.지난주 자갈치 시장에서 거금 8천만 원(희선이 거 포함)을 주고 산 물건.내 뱃속의 미친 빙정 에너지를 정밀하게 조절해 주는 제어구(Controller)."돈값 좀 하자."나는 팔찌에 마력을 주입했다.푸른 냉기가 내 오른손을 감싸며 얇은 막(Film)을 형성했다.[기술: 빙검(Ice Sword) 생성]내 손아귀에 잡힌 공기 중의 수분이 순식간에 얼어붙었다.길이 50cm의 투명하고 날카로운 얼음 단검.나는 역수로 단검을 쥐고, 놈이 숨어든 그림자를 향해 내리꽂았다.캉-!!금속음과 함께 불꽃이 튀었다.그림자 속에서 놈의 검은 칼날이 튀어나와 내 공격을 막아냈다."찾았다."나는 쉴 새 없이 몰아쳤다.역동적 스타일의 초근접 격투(CQC).내 얼음 단검과 놈의 그림자 칼날이 1초에 수십 번씩 부딪쳤다.충돌할 때마다 얼음 파편이 다이아몬드 가루처럼 흩날리며 비상등 불빛을 받아 붉게 반짝였다."키에에엑!"놈이 기괴한 비명을 지르며 거리를 벌리려 했다.정면 승부로는 안 되겠다고 판단한 모양이다.놈의 몸이 다시 흐물거리며 바닥의 그림자로 녹아들려 했다."어딜."나는 발을 들어 바닥을 강하게 굴렀다.[기술: 절대영도 영역(Zone)]콰직-!내 발을 중심으로 복도 바닥이 순식간에 하얗게 얼어붙었다.단순히 표면만 얼린 게 아니다. 바닥에 드리운 '그림자' 그 자체를 얼려버렸다."끼에?!"그림자로 숨어들려던 놈이 튕겨 나왔다.얼어붙은 그림자는 더 이상 놈의 통로가 아니었다. 놈은 딱딱한 얼음 바닥 위에서 미끄러지며 중심을 잃었다."들어올 땐 마음대로지만 나갈 땐 아니란다."나는 넘어진 놈을 향해 손바닥을 뻗었다.[빙결장(氷結掌): 국소 제어]파지직-놈의 발목에서부터 푸른 얼음이 뱀처럼 타고 올라갔다.종아리, 허벅지, 허리.
추적추적 내리는 겨울비 소리가 잠을 깨웠다.이불 밖으로 코를 내밀자 고소한 볶음밥 냄새가 방문 틈으로 새어 들어왔다."태수야! 일났나! 밥 묵자!"최 여사님의 호령에 나는 눈을 비비며 1층으로 내려갔다.오늘의 아침 메뉴는 소고기 고추장 볶음밥과 맑은 계란국.어제 먹다 남은 등심과 갈비살을 잘게 썰어 최 여사님 특제 양념장에 달달 볶은, 맛이 없을 수가 없는 조합이었다."와, 이모. 아침부터 호강하네요.""어제 고기가 쪼매 남아가 볶았다. 든든하게 무라."식탁에 둘러앉은 식구들의 표정이 밝았다.비가 오는 날은 으레 기분이 처지기 마련인데, 고소한 볶음밥 냄새가 그 우울함을 날려버린 듯했다."아따, 비 오네. 학교 가기 싫구로."희선이가 창밖을 보며 투덜거렸다."비 오는 날은 파전인데. 그지예?""오, 파전? 오늘 저녁 콜?"히나가 눈을 반짝이며 맞장구쳤다."좋지. 퇴근할 때 쪽파랑 해물 좀 사 올게. 오늘 저녁은 파전에 막걸리다.""콜! 햄 늦지 마라!"평화로운 약속을 뒤로하고 현관을 나섰다.하루 씨가 미리 챙겨준 검은 우산을 펴 들었다."다녀오겠습니다."빗줄기가 제법 굵었다.아스팔트를 때리는 빗소리가 귓가를 때렸다.그런데 묘했다.어제 연구실에서 느꼈던 그 비릿한 기분. 군주의 심장이 보냈던 신호. 그 찜찜함이 빗물에 씻겨 내려가기는커녕, 오히려 등 뒤를 서늘하게 적시는 기분이었다.'어제부터 기분이 쎄하네. 비린내가 안 빠져.'나는 우산을 고쳐 잡고 부대로 향했다.오늘은 아무 일도 없어야 할 텐데.*오전 11시. 사령부 지하 연구동.나는 팔짱을 끼고 연구원들의 모니터를 지켜보고 있었다."하 병장님. 이상합니다."수석 연구원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차트를 보여줬다."어제 그렇게 요란하게 신호를 보내던 놈이, 밤사이 거짓말처럼 조용해졌습니다. 파장이 뚝 끊겼어요.""끊겼다고요? 배터리가 다 된 겁니까?""아니요. 마치... 누군가 신호를 받은 것처럼요. 목적을 달성해서 송신
오후 6시.하숙집 마당 평상.신문지 쫙 깔고, 휴대용 가스버너 두 개가 올라갔다.그리고 그 옆에는 영롱한 마블링을 자랑하는 한우(1++) 등심과 갈비살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우와아아!! 대박!! 햄, 이거 다 진짜가!"희선이가 눈이 뒤집혀서 방방 뛰었다."오늘 배 터질 때까지 먹는 거다. 남기면 벌금 100만 원.""충성! 뼈까지 씹어묵겠습니다!"성배 아저씨, 미혜 누나, 하루 씨와 히나, 철수, 그리고 할머니와 최 여사님까지.온 식구가 다 모였다."치이이익-"달궈진 불판 위에 고기를 올리는 소리.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소리다.고소한 냄새가 마당을 가득 채웠다."자, 다들 잔 들어요! 태수가 쏘는 거니까 부담 갖지 말고!"성배 아저씨의 건배 제의에 모두가 잔을 부딪쳤다.어른들은 소주, 애들은 사이다."건배!!"입안에서 살살 녹는 소고기.최 여사님표 파절이와 묵은지.그리고 시끌벅적한 사람들의 웃음소리."오빠, 아까 기자들 온 거 봤어? 이모가 연기하는 거 진짜 웃겼는데.""맞나? 내는 못 봤는데.""완전 메소드 연기였다니까! '백수 건달'이라던데?"히나가 킬킬거렸고, 최 여사님은 짐짓 딴청을 피우시며 고기를 뒤집으셨다."시끄럽다! 고기나 무라! 태수 니도 많이 무라. 얼굴이 헬쓱해가꼬 원."여사님이 잘 익은 등심 한 점을 내 밥그릇에 올려주셨다.투박하지만 따뜻한 사랑.[형님... 나도... 나도 소고기...]레비아탄이 스마트워치 화면에서 침을 질질 흘리고 있었다.나는 슬쩍 폰을 충전기에 꽂아주었다.'많이 먹어라. 전기로.'평화로운 저녁이었다.심해의 위협도, 군주의 심장도, 잠시 잊을 수 있는 시간.하지만 나는 알고 있었다.이 평화가 영원하지 않으리라는 것을.그렇기에 지금 이 순간이 더욱 소중하다는 것을.나는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맥주를 한 모금 마셨다.달이 밝았다.*"아이고, 배 터지겠다."철수가 배를 문지르며 평상 뒤로 벌러덩 드러누웠다.고
"으아아..."앓는 소리가 절로 나왔다.어제 수심 2,500m 심해를 휘젓고 다닌 후유증인지, 온몸의 관절이 삐걱거렸다.Z급이고 나발이고, 수압은 수압이다."배고파... 소고기..."나는 좀비처럼 일어나 1층으로 내려갔다.그런데 거실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최 여사님이 국자를 들고 현관문을 노려보고 계셨고, 성배 아저씨와 희선이까지 와 있었다."무슨 일입니까?""쉿! 조용히 해라!"성배 아저씨가 검지를 입에 대며 속삭였다."밖에 기자들 깔렸다. 대문 앞에 진을 치고 있다 안 카나."창문 틈으로 밖을 보니, 대포만 한 카메라를 든 기자들과 뉴튜버들이 하숙집 골목을 메우고 있었다.지난번 '얼어붙은 바다' 사건 이후, 부산의 수호신 'Z'의 정체를 캐내려는 하이에나들이 기어코 여기까지 냄새를 맡고 온 모양이다."저것들이 새벽부터 벨 누르고 난리다. 태수 니가 군인인 거 알았는갑다.""나가서 확 마 다 쫓아내뿔까요?"희선이가 건틀릿(어제 산 거)을 끼며 씩씩거렸다."안 된다. 그랬다간 '폭력 헌터'라고 기사 날 끼다."그때, 대문 밖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이보세요! 여기 하태수 씨 댁 맞죠? 인터뷰 좀 합시다!""군 관계자라는 제보받고 왔습니다! 나오세요!"시끄러운 고함 소리. 최 여사님의 눈썹이 꿈틀거렸다.여사님이 앞치마를 질끈 동여매셨다."이것들이 남의 집 앞에서 뭐 하는 짓이고! 내 나갔다 오께.""이모, 참으세요. 괜히 휘말리면...""걱정 마라. 내는 폭력 안 쓴다."최 여사님이 비장하게 대문을 열고 나가셨다.우리는 숨죽여 지켜봤다."누깁니꺼!"여사님의 일갈에 기자들이 우르르 몰려들었다."아이고, 어머니! 혹시 여기 하태수 씨 사십니까?""그 파란 로봇 파일럿이라는 소문이 있던데!"카메라 플래시가 터졌다. 보통 사람이라면 당황할 상황.하지만 우리 최 여사님은 눈 하나 깜짝 안 하셨다."하태수? 그런 사람 모른다!""예? 여기 산다고 들었는데요?""
인양용 와이어를 준비하며 하강하려는 찰나였다.쿠르릉-!바닥의 모래가 폭발하듯 솟구쳤다.해귀 따위와는 비교도 안 되는 거대한 질량감이 소나를 강타했다.[경고: 초거대 질량체 접근!][식별 코드: S급 해수(Sea Beast)]모래 폭풍 속에서 무언가가 튀어 나왔다.그것은 단순히 큰 게 아니었다.길다. 끝도 없이 길다.지름 5미터, 길이 50미터가 넘는 거대한 괴생명체.놈이 아가리를 벌리자, 톱니바퀴처럼 회전하는 수천 개의 이빨이 드러났다.[심해의 장의사 (The Undertaker)]심해의 시체를 청소하는 최상위 포식자.놈이 군주의 심장을 노리고 있었다."저거... 지렁이야?"[으엑. 징그러워. 형님, 저거 침 흘리는데?]놈은 거대한 왕지렁이와 칠성장어를 섞어놓은 듯한 흉측한 몰골이었다.놈이 군주의 심장을 집어삼키기 위해 입을 쩍 벌렸다.저걸 먹으면 놈은 S급을 넘어 SS급으로 진화할지도 모른다."안 되지."파앗-!레비아탄이 가속했다.놈의 면상에 [빙결 어뢰] 형상의 마력 탄을 날렸다.퍼앙-!놈의 머리가 돌아갔다.먹이를 방해받은 포식자의 분노. 놈이 방향을 틀어 레비아탄을 향해 돌진했다."키아아아!!"놈이 입을 벌리자, 목구멍 깊은 곳에서 고압의 물대포가 발사됐다.[수류 포 (Water Cannon)]콰아앙!레비아탄이 옆으로 회피했지만, 스치기만 했는데도 장갑판이 찌그러졌다. 수압을 이용한 절단기 같은 위력."빠르네, 덩치에 안 맞게."하지만 진짜 위기는 그다음에 찾아왔다.피했다고 생각한 순간, 놈의 꼬리가 채찍처럼 날아와 레비아탄의 허리를 휘감았다.끼릭- 끼리릭![으악! 형님! 허리! 허리 끊어진다! 나 두 동강 나겠어!]레비아탄이 비명을 질렀다.엄청난 악력. 놈은 레비아탄을 휘감은 채 심해 바닥으로 끌고 내려갔다. 바닥에 처박아 으깨버릴 셈이었다.쿵! 콰앙!암반에 처박힐 때마다 경고음이 울렸다.이대로는 당한다.힘으로 떼어내려 했지만,
하숙집 아침 식사 시간.오늘의 메뉴는 맑은 순두부찌개와 바삭하게 구운 재래김.몽글몽글한 순두부에 간장 양념장을 끼얹어 밥에 비벼 먹으면 그만한 밥도둑이 없다."많이 묵어라. 오늘 비 온다 카드라. 우산 챙기라."최 여사님이 김이 모락모락 나는 뚝배기를 내주시며 말씀하셨다.창밖을 보니 하늘이 잔뜩 찌푸려 있었다. 부산의 겨울비라. 뼈가 시리겠군."전 괜찮습니다. 어차피 물에 들어갈 거라서요.""물? 또 출동이가?"성배 아저씨가 걱정스런 눈빛으로 물었다.지난 월요일, 내가 S급을 때려눕힌 이후로 동네 사람들의 걱정은 '우리 태수 다치면 어쩌나'에서 '우리 태수가 실수로 누구 죽이면 어쩌나'로 바뀌었다. 물론 내 앞에서는 티를 안 내지만."별거 아닙니다. 그냥... 쓰레기 분리수거 좀 하고 오려고요.""쓰레기?""예. 저번에 얼려버린 놈, 뒤처리 좀 하라고 해서요."나는 대수롭지 않게 말하며 밥을 한 숟갈 떴다.하지만 속사정은 그리 간단치 않았다."햄, 위험한 거 아이제? 요새 뉴스 보니까 바다 밑에서 이상한 소리 난다카던데."희선이가 숟가락을 물고 물었다. 녀석의 감은 역시 예리하다."걱정 마라. 금방 갔다 올게."식사를 마치고 현관을 나서는데, 하루 씨가 뒤따라 나왔다."태수 씨, 이거 가져가세요."그녀가 건넨 건 따뜻한 보온 텀블러였다."보리차예요. 바닷속은 추울 텐데, 나와서 드세요.""아... 감사합니다."그녀의 세심한 배려에 마음이 따뜻해졌다.이 텀블러를 비울 때쯤엔, 임무를 마치고 돌아올 수 있겠지.*오전 9시. 사령부 작전실.분위기가 무거웠다."브리핑 시작하겠네."사령관이 지휘봉으로 대형 스크린을 가리켰다.화면에는 지난주 목요일, 내가 얼려버렸던 부산 앞바다의 위성 사진이 떠 있었다.[작전명: Deep Mining (심해 채굴)]"지난번 '포말의 몽마' 처치 당시, 놈의 사체가 산산조각 나면서 바닷속으로 가라앉았지.""네. 얼음 가루가 되어 흩어졌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