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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화: 비밀은 우리끼리만 2

last update Fecha de publicación: 2026-08-11 16:11:25

​다시 별다방.

비장한 회의가 이어지던 중이었다.

​지잉-

​미혜의 폰이 테이블 위에서 진동했다.

발신자: [하태수(빙신)].

​"어? 태수한테 문자 왔네? 깼나 봐요."

​성배 아저씨와 히나의 시선이 집중됐다.

미혜는 떨리는 손으로 메시지를 확인했다.

혹시 몸이 안 좋은가? 어디 아픈가?

​"......?"

​메시지를 읽어 내려가던 미혜의 눈동자가 지진 난 것처럼 흔들렸다.

그리고 1초 뒤.

​"꺄아악!!"

​미혜는 비명을 지르며 폰을 집어 던졌다.

​"와? 와 그라노? 태수한테 무슨 일 생깃나?!"

"언니, 왜 그래요? 오빠가 뭐래요?"

​성배 아저씨가 던져진 폰을 주우려 하자, 미혜가 몸을 날려 폰을 낚아챘다.

그녀의 얼굴은 잘 익은 토마토처럼, 아니 터지기 직전의 활화산처럼 새빨개져 있었다.

​"아, 아무것도 아니에요! 벼, 별거 아니야!"

"얼굴은 와 그리 빨갛노? 열 있나?"

"다들 나가! 빨리 나가요! 오늘 장사 안 해! 문 닫을 거야!"

​미혜는 막무가내로 아저씨와 아이들을 등 떠밀어 내보냈다.

​"어어? 사장 언니 왜 저래?"

"마, 여자 마음은 갈대라 카드만..."

​쫓겨난 사람들이 어리둥절해하며 돌아갔다.

셔터를 쾅 내리고 가게 문을 걸어 잠근 미혜.

그녀는 떨리는 손으로 다시 한번 문자를 확인했다.

​[누나. 지금 내 몸이 너무 뜨거워. 어제 무리했더니 방전됐나 봐. 빨리 채워줘. 누나 가게로 갈게.]

​"미친 놈... 미친 놈...!"

​미혜는 주저앉아 뜨거워진 볼을 감쌌다. 심장이 밖으로 튀어나올 것 같았다.

​"몸이 뜨겁다니... 채워달라니... 어제 무리해서 방전? 뭘 무리했는데? 나보고 어쩌라고...!"

​그녀의 머릿속에서 'Z급 파일럿'의 영웅적인 모습은 사라지고, 19금 로맨스 소설의 한 장면이 재생되고 있었다.

하지만... 싫지 않았다. 아니, 솔직히 말하면 다리에 힘이 풀릴 정도로 설렜다.

​"가게로 온다고? 지금?"

​그녀는 벌떡 일어나 거울 앞으로 달려갔다.

밤새 고민하느라 퀭한 눈, 질끈 묶은 머리.

이대로는 안 된다.

​"미쳤어 주미혜, 무슨 상상을 하는 거야!"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그녀의 손은 이미 립스틱을 집어 들고 있었다.

​*

​오후 2시.

나는 좀비처럼 일어나 기지개를 켰다.

​"으어어... 잘 잤다."

​10년 만의 꿀잠이었다. 온몸의 근육통이 싹 사라지고, 단전의 빙정도 기분 좋게 웅웅거리고 있었다.

배가 고팠다. 이모가 차려준 콩나물국 생각이 간절했다.

​"폰 어딨냐... 이모한테 밥 달라고 해야지."

​침대 구석에 처박힌 폰을 집어 들었다.

패턴을 풀자마자, 문자 메시지 전송 완료 창이 떠 있었다.

​[수신자: 별다방 누나]

[오전 10:30 전송 완료]

​"......?"

​내가 잤는데 문자를 보냈다고? 몽유병인가?

나는 무심코 내용을 확인했다.

​[누나. 지금 내 몸이 너무 뜨거워. 어제 무리했더니 방전됐나 봐. 빨리 채워줘. 누나 가게로 갈게.]

​"......"

​3초간 정적.

나는 내 눈을 의심했다. 다시 읽어봤다.

'몸이 뜨거워', '채워줘', '가게로 갈게'.

​"으아아아아악!!!!"

​단말마의 비명이 하숙집을 뒤흔들었다.

이게 뭐야! 누가 보낸 거야! 아니, 범인은 뻔하다.

이 세상에 내 폰 비번을 뚫을 수 있는 놈은 단 하나뿐이다.

​"야 이 미친 뱀장어 새끼야!!!!"

​나는 손목에 찬 스마트워치를 팡팡 두드렸다.

​[왜? 형님 일어났어?]

​레비아탄이 하품하는 표정으로 나타났다.

​[전송 완료 떴던데? 형님 몸(기체) 과열됐고, 전기(밥) 필요하잖아. 딱 맞게 보냈는데 왜?]

"이게 그 뜻이겠냐고! 이 눈치 없는 고철 덩어리야! 이걸 사람이 보면 뭐라고 생각하겠냐고!"

[뭐가 다른데? 인간의 언어란 참 비효율적이군. 그냥 '전기 줘' 하면 될 것을.]

​나는 머리를 쥐어뜯었다.

이건 100% 오해다. 그것도 아주 질펀하고 끈적한 오해.

미혜 누나 얼굴을 어떻게 보냐. 변태 취급 당해서 스팀 밀크로 지져지는 거 아냐?

​하지만 '가게로 갈게'라고 해놓고 안 가면 더 이상하다.

해명해야 한다. 아니, 해킹당했다고 빌어야 한다. 무릎이라도 꿇어야 한다.

​나는 츄리닝 바지를 꿰어 입고 창문을 열었다.

계단으로 내려갈 시간도 아까웠다.

​팟-!

​2층 창문에서 뛰어내렸다.

Z급의 신체 능력. 착지와 동시에 골목길을 질주했다.

슬리퍼가 벗겨질 듯한 속도. 지나가던 고양이가 깜짝 놀라 털을 곤두세울 정도의 잔상이 골목을 스치고 지나갔다.

​"누나! 오해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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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X급 빙신(氷神), 출근합니다   23화: 빗속의 그림자 2

    ​놈이 다시 그림자 속으로 숨어들려 했다.하지만 이번엔 놓치지 않는다.​[청옥 팔찌(S급 아티팩트) - 개방]​내 손목에 찬 푸른색 옥팔찌가 빛을 발했다.지난주 자갈치 시장에서 거금 8천만 원(희선이 거 포함)을 주고 산 물건.내 뱃속의 미친 빙정 에너지를 정밀하게 조절해 주는 제어구(Controller).​"돈값 좀 하자."​나는 팔찌에 마력을 주입했다.푸른 냉기가 내 오른손을 감싸며 얇은 막(Film)을 형성했다.​[기술: 빙검(Ice Sword) 생성]​내 손아귀에 잡힌 공기 중의 수분이 순식간에 얼어붙었다.길이 50cm의 투명하고 날카로운 얼음 단검.나는 역수로 단검을 쥐고, 놈이 숨어든 그림자를 향해 내리꽂았다.​캉-!!​금속음과 함께 불꽃이 튀었다.그림자 속에서 놈의 검은 칼날이 튀어나와 내 공격을 막아냈다.​"찾았다."​나는 쉴 새 없이 몰아쳤다.역동적 스타일의 초근접 격투(CQC).내 얼음 단검과 놈의 그림자 칼날이 1초에 수십 번씩 부딪쳤다.충돌할 때마다 얼음 파편이 다이아몬드 가루처럼 흩날리며 비상등 불빛을 받아 붉게 반짝였다.​"키에에엑!"​놈이 기괴한 비명을 지르며 거리를 벌리려 했다.정면 승부로는 안 되겠다고 판단한 모양이다.놈의 몸이 다시 흐물거리며 바닥의 그림자로 녹아들려 했다.​"어딜."​나는 발을 들어 바닥을 강하게 굴렀다.​[기술: 절대영도 영역(Zone)]​콰직-!​내 발을 중심으로 복도 바닥이 순식간에 하얗게 얼어붙었다.단순히 표면만 얼린 게 아니다. 바닥에 드리운 '그림자' 그 자체를 얼려버렸다.​"끼에?!"​그림자로 숨어들려던 놈이 튕겨 나왔다.얼어붙은 그림자는 더 이상 놈의 통로가 아니었다. 놈은 딱딱한 얼음 바닥 위에서 미끄러지며 중심을 잃었다.​"들어올 땐 마음대로지만 나갈 땐 아니란다."​나는 넘어진 놈을 향해 손바닥을 뻗었다.​[빙결장(氷結掌): 국소 제어]​파지직-​놈의 발목에서부터 푸른 얼음이 뱀처럼 타고 올라갔다.종아리, 허벅지, 허리.

  • EX급 빙신(氷神), 출근합니다   22화: 빗속의 그림자 1

    추적추적 내리는 겨울비 소리가 잠을 깨웠다.이불 밖으로 코를 내밀자 고소한 볶음밥 냄새가 방문 틈으로 새어 들어왔다.​"태수야! 일났나! 밥 묵자!"​최 여사님의 호령에 나는 눈을 비비며 1층으로 내려갔다.오늘의 아침 메뉴는 소고기 고추장 볶음밥과 맑은 계란국.어제 먹다 남은 등심과 갈비살을 잘게 썰어 최 여사님 특제 양념장에 달달 볶은, 맛이 없을 수가 없는 조합이었다.​"와, 이모. 아침부터 호강하네요.""어제 고기가 쪼매 남아가 볶았다. 든든하게 무라."​식탁에 둘러앉은 식구들의 표정이 밝았다.비가 오는 날은 으레 기분이 처지기 마련인데, 고소한 볶음밥 냄새가 그 우울함을 날려버린 듯했다.​"아따, 비 오네. 학교 가기 싫구로."​희선이가 창밖을 보며 투덜거렸다.​"비 오는 날은 파전인데. 그지예?""오, 파전? 오늘 저녁 콜?"​히나가 눈을 반짝이며 맞장구쳤다.​"좋지. 퇴근할 때 쪽파랑 해물 좀 사 올게. 오늘 저녁은 파전에 막걸리다.""콜! 햄 늦지 마라!"​평화로운 약속을 뒤로하고 현관을 나섰다.하루 씨가 미리 챙겨준 검은 우산을 펴 들었다.​"다녀오겠습니다."​빗줄기가 제법 굵었다.아스팔트를 때리는 빗소리가 귓가를 때렸다.그런데 묘했다.어제 연구실에서 느꼈던 그 비릿한 기분. 군주의 심장이 보냈던 신호. 그 찜찜함이 빗물에 씻겨 내려가기는커녕, 오히려 등 뒤를 서늘하게 적시는 기분이었다.​'어제부터 기분이 쎄하네. 비린내가 안 빠져.'​나는 우산을 고쳐 잡고 부대로 향했다.오늘은 아무 일도 없어야 할 텐데.​*​오전 11시. 사령부 지하 연구동.나는 팔짱을 끼고 연구원들의 모니터를 지켜보고 있었다.​"하 병장님. 이상합니다."​수석 연구원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차트를 보여줬다.​"어제 그렇게 요란하게 신호를 보내던 놈이, 밤사이 거짓말처럼 조용해졌습니다. 파장이 뚝 끊겼어요.""끊겼다고요? 배터리가 다 된 겁니까?""아니요. 마치... 누군가 신호를 받은 것처럼요. 목적을 달성해서 송신

  • EX급 빙신(氷神), 출근합니다   21화: 소고기는 사랑을 싣고 2

    ​오후 6시.하숙집 마당 평상.신문지 쫙 깔고, 휴대용 가스버너 두 개가 올라갔다.그리고 그 옆에는 영롱한 마블링을 자랑하는 한우(1++) 등심과 갈비살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우와아아!! 대박!! 햄, 이거 다 진짜가!"​희선이가 눈이 뒤집혀서 방방 뛰었다.​"오늘 배 터질 때까지 먹는 거다. 남기면 벌금 100만 원.""충성! 뼈까지 씹어묵겠습니다!"​성배 아저씨, 미혜 누나, 하루 씨와 히나, 철수, 그리고 할머니와 최 여사님까지.온 식구가 다 모였다.​"치이이익-"​달궈진 불판 위에 고기를 올리는 소리.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소리다.고소한 냄새가 마당을 가득 채웠다.​"자, 다들 잔 들어요! 태수가 쏘는 거니까 부담 갖지 말고!"​성배 아저씨의 건배 제의에 모두가 잔을 부딪쳤다.어른들은 소주, 애들은 사이다.​"건배!!"​입안에서 살살 녹는 소고기.최 여사님표 파절이와 묵은지.그리고 시끌벅적한 사람들의 웃음소리.​"오빠, 아까 기자들 온 거 봤어? 이모가 연기하는 거 진짜 웃겼는데.""맞나? 내는 못 봤는데.""완전 메소드 연기였다니까! '백수 건달'이라던데?"​히나가 킬킬거렸고, 최 여사님은 짐짓 딴청을 피우시며 고기를 뒤집으셨다.​"시끄럽다! 고기나 무라! 태수 니도 많이 무라. 얼굴이 헬쓱해가꼬 원."​여사님이 잘 익은 등심 한 점을 내 밥그릇에 올려주셨다.투박하지만 따뜻한 사랑.​[형님... 나도... 나도 소고기...]​레비아탄이 스마트워치 화면에서 침을 질질 흘리고 있었다.나는 슬쩍 폰을 충전기에 꽂아주었다.​'많이 먹어라. 전기로.'​평화로운 저녁이었다.심해의 위협도, 군주의 심장도, 잠시 잊을 수 있는 시간.​하지만 나는 알고 있었다.이 평화가 영원하지 않으리라는 것을.그렇기에 지금 이 순간이 더욱 소중하다는 것을.​나는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맥주를 한 모금 마셨다.달이 밝았다.*​"아이고, 배 터지겠다."​철수가 배를 문지르며 평상 뒤로 벌러덩 드러누웠다.고

  • EX급 빙신(氷神), 출근합니다   20화: 소고기는 사랑을 싣고 1

    ​"으아아..."​앓는 소리가 절로 나왔다.어제 수심 2,500m 심해를 휘젓고 다닌 후유증인지, 온몸의 관절이 삐걱거렸다.Z급이고 나발이고, 수압은 수압이다.​"배고파... 소고기..."​나는 좀비처럼 일어나 1층으로 내려갔다.그런데 거실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최 여사님이 국자를 들고 현관문을 노려보고 계셨고, 성배 아저씨와 희선이까지 와 있었다.​"무슨 일입니까?""쉿! 조용히 해라!"​성배 아저씨가 검지를 입에 대며 속삭였다.​"밖에 기자들 깔렸다. 대문 앞에 진을 치고 있다 안 카나."​창문 틈으로 밖을 보니, 대포만 한 카메라를 든 기자들과 뉴튜버들이 하숙집 골목을 메우고 있었다.지난번 '얼어붙은 바다' 사건 이후, 부산의 수호신 'Z'의 정체를 캐내려는 하이에나들이 기어코 여기까지 냄새를 맡고 온 모양이다.​"저것들이 새벽부터 벨 누르고 난리다. 태수 니가 군인인 거 알았는갑다.""나가서 확 마 다 쫓아내뿔까요?"​희선이가 건틀릿(어제 산 거)을 끼며 씩씩거렸다.​"안 된다. 그랬다간 '폭력 헌터'라고 기사 날 끼다."​그때, 대문 밖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이보세요! 여기 하태수 씨 댁 맞죠? 인터뷰 좀 합시다!""군 관계자라는 제보받고 왔습니다! 나오세요!"​시끄러운 고함 소리. 최 여사님의 눈썹이 꿈틀거렸다.여사님이 앞치마를 질끈 동여매셨다.​"이것들이 남의 집 앞에서 뭐 하는 짓이고! 내 나갔다 오께.""이모, 참으세요. 괜히 휘말리면...""걱정 마라. 내는 폭력 안 쓴다."​최 여사님이 비장하게 대문을 열고 나가셨다.우리는 숨죽여 지켜봤다.​"누깁니꺼!"​여사님의 일갈에 기자들이 우르르 몰려들었다.​"아이고, 어머니! 혹시 여기 하태수 씨 사십니까?""그 파란 로봇 파일럿이라는 소문이 있던데!"​카메라 플래시가 터졌다. 보통 사람이라면 당황할 상황.하지만 우리 최 여사님은 눈 하나 깜짝 안 하셨다.​"하태수? 그런 사람 모른다!""예? 여기 산다고 들었는데요?""

  • EX급 빙신(氷神), 출근합니다   19화: 심해의 청소부 2

    ​인양용 와이어를 준비하며 하강하려는 찰나였다.​쿠르릉-!​바닥의 모래가 폭발하듯 솟구쳤다.해귀 따위와는 비교도 안 되는 거대한 질량감이 소나를 강타했다.​[경고: 초거대 질량체 접근!][식별 코드: S급 해수(Sea Beast)]​모래 폭풍 속에서 무언가가 튀어 나왔다.그것은 단순히 큰 게 아니었다.길다. 끝도 없이 길다.​지름 5미터, 길이 50미터가 넘는 거대한 괴생명체.놈이 아가리를 벌리자, 톱니바퀴처럼 회전하는 수천 개의 이빨이 드러났다.​[심해의 장의사 (The Undertaker)]​심해의 시체를 청소하는 최상위 포식자.놈이 군주의 심장을 노리고 있었다.​"저거... 지렁이야?"​[으엑. 징그러워. 형님, 저거 침 흘리는데?]​놈은 거대한 왕지렁이와 칠성장어를 섞어놓은 듯한 흉측한 몰골이었다.놈이 군주의 심장을 집어삼키기 위해 입을 쩍 벌렸다.저걸 먹으면 놈은 S급을 넘어 SS급으로 진화할지도 모른다.​"안 되지."​파앗-!​레비아탄이 가속했다.놈의 면상에 [빙결 어뢰] 형상의 마력 탄을 날렸다.​퍼앙-!​놈의 머리가 돌아갔다.먹이를 방해받은 포식자의 분노. 놈이 방향을 틀어 레비아탄을 향해 돌진했다.​"키아아아!!"​놈이 입을 벌리자, 목구멍 깊은 곳에서 고압의 물대포가 발사됐다.​[수류 포 (Water Cannon)]​콰아앙!​레비아탄이 옆으로 회피했지만, 스치기만 했는데도 장갑판이 찌그러졌다. 수압을 이용한 절단기 같은 위력.​"빠르네, 덩치에 안 맞게."​하지만 진짜 위기는 그다음에 찾아왔다.피했다고 생각한 순간, 놈의 꼬리가 채찍처럼 날아와 레비아탄의 허리를 휘감았다.​끼릭- 끼리릭!​[으악! 형님! 허리! 허리 끊어진다! 나 두 동강 나겠어!]​레비아탄이 비명을 질렀다.엄청난 악력. 놈은 레비아탄을 휘감은 채 심해 바닥으로 끌고 내려갔다. 바닥에 처박아 으깨버릴 셈이었다.​쿵! 콰앙!​암반에 처박힐 때마다 경고음이 울렸다.이대로는 당한다.힘으로 떼어내려 했지만,

  • EX급 빙신(氷神), 출근합니다   18화: 심해의 청소부 1

    ​하숙집 아침 식사 시간.오늘의 메뉴는 맑은 순두부찌개와 바삭하게 구운 재래김.몽글몽글한 순두부에 간장 양념장을 끼얹어 밥에 비벼 먹으면 그만한 밥도둑이 없다.​"많이 묵어라. 오늘 비 온다 카드라. 우산 챙기라."​최 여사님이 김이 모락모락 나는 뚝배기를 내주시며 말씀하셨다.창밖을 보니 하늘이 잔뜩 찌푸려 있었다. 부산의 겨울비라. 뼈가 시리겠군.​"전 괜찮습니다. 어차피 물에 들어갈 거라서요.""물? 또 출동이가?"​성배 아저씨가 걱정스런 눈빛으로 물었다.지난 월요일, 내가 S급을 때려눕힌 이후로 동네 사람들의 걱정은 '우리 태수 다치면 어쩌나'에서 '우리 태수가 실수로 누구 죽이면 어쩌나'로 바뀌었다. 물론 내 앞에서는 티를 안 내지만.​"별거 아닙니다. 그냥... 쓰레기 분리수거 좀 하고 오려고요.""쓰레기?""예. 저번에 얼려버린 놈, 뒤처리 좀 하라고 해서요."​나는 대수롭지 않게 말하며 밥을 한 숟갈 떴다.하지만 속사정은 그리 간단치 않았다.​"햄, 위험한 거 아이제? 요새 뉴스 보니까 바다 밑에서 이상한 소리 난다카던데."​희선이가 숟가락을 물고 물었다. 녀석의 감은 역시 예리하다.​"걱정 마라. 금방 갔다 올게."​식사를 마치고 현관을 나서는데, 하루 씨가 뒤따라 나왔다.​"태수 씨, 이거 가져가세요."​그녀가 건넨 건 따뜻한 보온 텀블러였다.​"보리차예요. 바닷속은 추울 텐데, 나와서 드세요.""아... 감사합니다."​그녀의 세심한 배려에 마음이 따뜻해졌다.이 텀블러를 비울 때쯤엔, 임무를 마치고 돌아올 수 있겠지.​*​오전 9시. 사령부 작전실.분위기가 무거웠다.​"브리핑 시작하겠네."​사령관이 지휘봉으로 대형 스크린을 가리켰다.화면에는 지난주 목요일, 내가 얼려버렸던 부산 앞바다의 위성 사진이 떠 있었다.​[작전명: Deep Mining (심해 채굴)]​"지난번 '포말의 몽마' 처치 당시, 놈의 사체가 산산조각 나면서 바닷속으로 가라앉았지.""네. 얼음 가루가 되어 흩어졌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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