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제나는 차가운 쇠창살을 거칠게 움켜쥐었다.“설마... 내가 경후와 헤어진 이유를 알고 있어?”“하제나 씨가 기억을 잃었다더니, 정말이었나 보네.”소빈은 빛을 등지고 서 있었다. 얼굴에 뜬 표정은 어둠에 가려 잘 보이지 않았다.“그때의 하제나 씨도 정말 어렸어. 사모님한테 완전히 속아 넘어갔지. 사모님이 경후 도련님을 잘 대해주고, 아껴줄 거라고 생각했잖아... 그런데 완전히 틀렸어.”소빈은 몇 걸음 뒤로 물러나 눈앞의 우리를 둘러보았다.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리듯 말했다.“그때 경후 도련님도 지금의 하제나 씨처럼, 존엄이라
“아무리 화가 났다 해도 경후에게 그렇게 해서는 안 됐어... 어찌 됐든 경후는 우리 친아들이야. 세상에 어느 친어머니가 전기충격기로 친아들 머리를 공격해?”“경후가 하제나 저 여우한테 홀려서 제정신이 아니었잖아. 나도 경후를 도와주려고 그런 거야!”“내가 정말 경후를 죽이고 싶었다면 사람을 시켜 바로 손 썼지, 뭐 하러 그런 번거로운 짓을 해? 나중에 원망까지 들으려고?”차민균은 무언가 말하려는 듯 류서윤을 바라보다가 무겁게 한숨을 내쉬었다.“여보, 어떤 일은 말하지 않으면 아버지가 모를 거라고 생각하니? 사람 목숨까지 잃
경후가 드러낸 뜻은 분명했다. CCTV 영상이 눈앞에 있어도 경후는 차민균과 류서윤의 말을 전혀 믿지 않았다.류서윤은 경후의 불신에 상처받은 듯 말했다.“경후야, 우리가 네 친부모야. 우리가 설마 너를 해치기라도 하겠니? 예전에 그 여자가 너한테 무슨 짓을 했는지는 우리 모두 똑똑히 봤잖아.”“그런데 너는 벌써 하제나를 용서한 거니? 하제나는 너를 죽이려 했어!”여기까지 말한 류서윤의 눈가에는 곧 눈물이 떨어질 듯했다.하지만 경후는 류서윤의 눈물을 보지 못한 사람처럼 굴었다. 경후는 시선을 돌려 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준
거실에 앉아 차를 마시던 류서윤이 고개를 들었다. 경후가 이렇게 무례하게 들어서는 모습을 보자, 류서윤의 눈가에 불쾌감이 스쳤다.류서윤이 입을 열려 하자, 곁에 있던 차민균이 류서윤에게 가볍게 고개를 저었다.류서윤은 마음속 불만을 억누르고 희미하게 웃었다.“경후야, 여긴 웬일이니?”지난 몇 년 동안 경후가 차민균과 류서윤을 보러 온 횟수는 손에 꼽을 정도였다.류서윤은 줄곧 경후에게 불만을 품고 있었다. 하지만 구한의 병이 아직 낫지 않았던 탓에 그동안은 어쩔 수 없이 경후가 하는 대로 가만두는 수밖에 없었다.이제 구한
제나는 초라하게 바닥으로 쓰러졌다.제나가 몸을 일으키려 발버둥 치기도 전에, 두 경호원이 양쪽에서 제나의 팔을 단단히 붙잡았다. 그녀는 도저히 빠져나갈 수 없었다.경후와 결혼한 지난 세월 동안, 제나는 수많은 억울한 일을 겪었다.하지만 지금처럼 모욕적인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제나는 계속해서 몸을 비틀며 저항했다. 하지만 두 경호원 모두 몸을 쓰는 데 익숙한 사람들이었다. 제나의 힘으로는 조금도 벗어날 수 없었다.그때 류서윤이 제나 앞으로 걸어왔다.류서윤은 제나를 내려다보았다. 차갑게 가라앉은 눈에는 혐오가 가득했
뜻밖에도 지금의 관계는 제나가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골치 아팠다.차민균은 제나를 바라보며 차갑게 말했다.“수단이 참 대단하네. 겉으로는 경후와 헤어지겠다고 해놓고, 뒤에서는 몰래 경후를 다시 꼬드겼어? 왜, 경후의 정체를 알고 나니까 도저히 놓치기 아까웠나?”제나는 눈빛을 가라앉힌 채 차민균을 바라보았다.제나의 기억 속에는 차민균에 대한 뚜렷한 인상이 없었다.하지만 차민균의 말투와 표정을 보면, 차민균이 이미 제나를 알고 있다는 사실은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었다.류서윤도 마찬가지였다.그렇게 생각한 제나는 곧바로 물었
제나의 발걸음이 멈췄다.민정 생일 전까지만 해도 기억하고 있던 일이었다.하지만 민정이 병원에 입원한 뒤, 하루하루 정신없이 곁을 지키다 보니, 결국 오늘을 잊어버린 것이다.조심스레 경후 앞에 다가간 제나는 미안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미안해. 오늘... 우리 결혼기념일이라는 걸 잊어버렸어.”남자가 고개를 돌려, 담담한 시선으로 제나를 바라봤다.“기억을 잃었는데, 이런 건 당연히 잊을 수 있지.”차분한 목소리 속에 감정의 기복은 전혀 없었지만, 제나는 그 속에 감춰진 불쾌함을 느낄 수 있었다.둘 다 알고 있었다. 제나
밤 8시, 제나는 정각에 YD호텔 1331호 앞에 섰다.손에는 미리 직원이 건네준 카드키가 들려 있었지만, 도무지 용기가 나지 않아 문을 열 수가 없었다.웅- 웅- 웅-주머니 속 핸드폰이 진동했다. 화면을 켜자마자 메시지가 도착했다.[차경후와 내가 옛정 나눈 다음에 들어올 생각이야?]제나의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더는 지체할 수 없어, 결국 문을 열었다.방 안은 칠흑 같은 어둠 속, 소파 옆에 놓인 조명 하나만이 희미하게 빛을 내고 있었다.그 옆에 앉은 가면남의 커다란 실루엣이 불빛에 드리워져 벽에 일그러진 그림자를
“내 반지도 끼워 줘.”제나의 눈빛이 미묘하게 흔들렸고, 고개를 들어 경후를 바라봤다.서 있는 남자의 키는 높고 그림자는 길었다. 뒤편의 불꽃과 조명에 가려, 한층 어두워진 경후의 얼굴은 선명히 읽히지 않았다. 제나는 조심스럽게 비단 상자 속의 남자 반지를 꺼내 경후의 약지에 끼워 주었다.마치 오래전부터 준비된 듯, 사이즈는 딱 맞았다.직원이 미소 지으며 말했다.“차 대표님, 사모님. 앞으로도 두 분이 늘 행복하게 함께하시길 기원합니다.”고개 숙여 인사한 뒤, 직원은 조용히 자리를 물러났다.순간, 제나는 경후와 손을
가면남은 묘하게 고개를 기울이며 중얼거렸다.“다음번? 내가 그렇게 만만해 보여?”“다시는 안 그럴게요... 정말 약속해요.”그러나 가면남은 제나의 말을 차갑게 끊어냈다.“네 약속 따위, 나한텐 아무 가치 없어.”그 말은 낯설지 않았다.‘썬더돔’에서 그에게 매달렸을 때도, 제나의 간절한 부탁과 감사는 전부 무의미하다고 단칼에 잘라냈었다.제나는 그 기억을 떠올리며 천천히 뒤로 물러났다.그녀의 눈에 두려움이 스쳤다.가면남은 그 모습을 놓치지 않았다. 깊고 짙은 눈빛 속에 짙은 비웃음이 번졌다.“언제든 나가도 돼. 지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