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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last update Veröffentlichungsdatum: 13.08.2026 15:17:59

오전 아홉 시.

그룹 본사 앞은 발 디딜 틈이 없었다.

방송 차량이 도로 한쪽을 가득 메웠고, 현관 앞에는 기자들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전날 밤부터 터진 기사만으로도 시장이 뒤집혔다.

송하재단 불법 자금.

창업주 건강정보 유출.

대표 권한 박탈 시나리오.

민건우의 의결권 위조.

그리고 해외 비공식 승인망.

리치몬드.

그 이름이 세상 밖으로 나온 지 하루도 지나지 않았다.

이다정이 탄 차량이 본사 지하주차장으로 들어갔다.

운전석에는 김다온이 있었다.

전날 공식적으로 그룹 보안전략실 총괄책임자가 된 사람.

더 이상 전속 기사가 아니었다.

그런데도 오늘 운전은 직접 하겠다고 했다.

이다정이 뒷좌석에서 말했다.

“김 총괄님.”

“네.&rdq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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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의 기사가 되어줘   END

    결혼식 날 아침.이다정은 화가 나 있었다.“안 돼요.”정유리가 단호하게 말했다.“왜.”“신부가 결혼식 시작 삼십 분 전에 신랑 보러 내려가는 게 어디 있어.”“보고 오면 되잖아.”“안 돼.”“내 결혼식인데.”“그래서 더 안 돼.”이다정은 드레스 차림으로 소파에 앉아 팔짱을 꼈다.황예은은 옆에서 웃느라 정신이 없었다.“그냥 좀 참아.”“뭘.”“삼십 분.”“왜 참아야 하는데.”정유리가 이마를 짚었다.“진짜 둘이 똑같아.”이다정의 눈이 가늘어졌다.“다온 씨도 이래?”“아까부터 네 상태 세 번 물었어.”황예은이 손가락을 하나씩 접었다.“밥 먹었냐.”둘.“긴장하냐.”셋.“힐 높은 거 신었는데 넘어질 가능성 없냐.”이다정의 표정이 풀렸다.“진짜?”정유리가 한숨을 쉬었다.“그걸 좋아하네.”“귀엽

  • 나의 기사가 되어줘   외전 4화

    비가 왔다.많이 오는 비는 아니었다.창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일정할 정도로 잔잔한 봄비였다.이다정은 대표실 창가에 서서 밖을 내려다봤다.퇴근 시간은 이미 지났다.오늘 마지막 회의도 끝났다.남은 일정도 없다.문제는 김다온이었다.연락이 없다.평소라면 늦어도 한 시간 전에는 일정이 끝났는지 확인했을 사람이다. 아무리 바빠도 저녁 약속이 있으면 먼저 연락했다.그런데 오늘은 오후 네 시 이후로 메시지 하나가 전부였다.[저녁에 뵙겠습니다.]끝.시간도 없었다.장소도 없었다.이다정이 휴대폰을 내려다봤다.“뭐 하자는 거야.”반지를 샀다는 건 거의 확실하다.본인은 끝까지 아니라고 했지만 의미 없었다.숨길 거면 더 잘 숨겼어야 한다.아버지가 메시지까지 보냈고.새집도 계약했고.결혼할 생각이라고 이미 말했다.남은 건 하나뿐이다.청혼.문제는 언제냐는 건데.이다정은 며칠째 신경 쓰지 않는 척하고 있었다.별로 성공적이지 않았다.대표실 문이 열렸다.“아직 계셨어?”황예은이었다.이다정이 돌아봤다.“왜.”“왜긴.”예은이 벽시계를 가리켰다.“여덟 시 반인데.”“알아.”“오늘 약속 있다며.”이다정의 눈이 가늘어졌다.“그걸 어떻게 알아.”황예은의 입이 멈췄다.

  • 나의 기사가 되어줘   외전 3화

    다음 날 저녁 일곱 시.김다온은 본가 현관 앞에 서 있었다.혼자였다.정확히는 혼자 오라는 연락을 받았다.이다정에게는 말하지 않았다.말하면 분명 따라올 테니까.그리고 이상하게도 오늘만큼은 혼자 가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현관문이 열렸다.오래 본 비서가 김다온을 확인하고 고개를 숙였다.“기다리고 계십니다.”“예.”김다온은 안으로 들어갔다.이 집에 처음 왔을 때와는 느낌이 달랐다.그때는 경호 동선을 먼저 봤다.출입구.계단.사각.창문.지금도 습관처럼 눈은 움직였다.그런데 오늘은 그게 먼저 들어오지 않았다.거실.식탁.가족사진.이다정이 어릴 때 찍힌 사진 하나.그게 먼저 보였다.비서가 서재 문 앞에서 멈췄다.“들어가시면 됩니다.”김다온이 문을 열었다.이태준은 소파에 앉아 있었다.테이블 위에는 차 두 잔.그리고 서류 하나.김다온의 시선이 아주 잠깐 그 서류로 향했다.이태준이 말했다.“앉게.”김다온은 맞은편에 앉았다.침묵이 먼저 흘렀다.이태준이 차를 한 모금 마셨다.“집 샀다며.”김다온의 눈이 아주 미세하게 움직였다.빠르다.역시.“예.”“공동 명의.”“예.”“내 딸이 먼저

  • 나의 기사가 되어줘   외전 2화

    토요일 오전 열 시.이다정은 차에서 내리자마자 건물을 올려다봤다.“여기예요?”“첫 번째입니다.”김다온이 답했다.첫 번째.그 말이 마음에 걸렸다.이다정이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몇 개 봤어요?”“오늘은 세 곳입니다.”“아니.”한 박자.“나한테 보여주기 전에.”김다온이 잠깐 멈췄다.그 침묵이 수상했다.“몇 개 봤냐고요.”“…열두 곳 정도.”이다정의 눈이 커졌다.“열두 개?”“예.”“혼자?”“예.”“언제?”“시간 날 때마다.”“시간이 있었어요?”김다온은 대답하지 않았다.좋아.없었네.없는데 만들었네.이다정은 팔짱을 꼈다.“김 총괄님.”“네.”“나 몰래 집 열두 개 보러 다닌 거예요?”“몰래는 아닙니다.”“나한테 말 안 했잖아요.”“결정한 게 없으니까요.”틀린 말은 아니다.그런데 묘하게 얄밉다.“그리고.”이다정이 건물을 다시 올려다봤다.

  • 나의 기사가 되어줘   외전 1화

    아침 일곱 시 십이 분.이다정은 눈을 뜨자마자 옆자리를 확인했다.비어 있었다.이불은 반듯하게 정리돼 있었고, 베개에도 온기가 거의 남아 있지 않았다.또다.이다정은 한동안 천장을 보다가 몸을 일으켰다.“김다온.”대답 없다.“다온 씨.”역시 없다.이다정의 눈이 가늘어졌다.같이 살기 시작한 지 넉 달.알게 된 사실이 하나 있었다.김다온은 사람이 아무리 바빠도 생활 패턴이 무너지지 않는다.새벽 두 시에 들어와도 아침 여섯 시면 일어난다.출장에서 돌아온 다음 날도 운동한다.그리고 자기가 먼저 일어났다는 이유로 이불까지 정리한다.처음에는 좋았다.두 달쯤 지나니까 조금 얄미워졌다.이다정은 침대에서 내려왔다.거실로 나가자 주방 쪽에서 칼질 소리가 들렸다.탁.탁.탁.좋아.있네.김다온은 셔츠 소매를 걷어 올린 채 도마 앞에 서 있었다.아침부터 지나치게 멀쩡했다.계란.채소.구운 빵.커피까지.이다정은 주방 입구에 기대서 한동안 그 모습을 봤다.김다온이 고개도 돌리지 않고 말했다.“일어나셨습니까.”“어떻게 알았어요.”“발소리 들렸습니다.”“나 맨발인데.”“그래도 들립니다.”이다정이 입술을 삐죽였다.“재미없어.”김다온이 그제야 돌아봤다

  • 나의 기사가 되어줘   완결

    오전 아홉 시.그룹 본사 앞은 발 디딜 틈이 없었다.방송 차량이 도로 한쪽을 가득 메웠고, 현관 앞에는 기자들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전날 밤부터 터진 기사만으로도 시장이 뒤집혔다.송하재단 불법 자금.창업주 건강정보 유출.대표 권한 박탈 시나리오.민건우의 의결권 위조.그리고 해외 비공식 승인망.리치몬드.그 이름이 세상 밖으로 나온 지 하루도 지나지 않았다.이다정이 탄 차량이 본사 지하주차장으로 들어갔다.운전석에는 김다온이 있었다.전날 공식적으로 그룹 보안전략실 총괄책임자가 된 사람.더 이상 전속 기사가 아니었다.그런데도 오늘 운전은 직접 하겠다고 했다.이다정이 뒷좌석에서 말했다.“김 총괄님.”“네.”“직급 올라갔는데 아직도 운전해요?”김다온은 전방을 보며 대답했다.“오늘까지만입니다.”“왜 오늘까지인데요.”“제가 시작한 일이니까요.”이다정은 잠시 그를 바라보다 웃었다.처음 만났던 날도 이 자리였다.운전석과 뒷좌석.그때는 이름도 제대로 몰랐다.위험한 사람인지.쓸 수 있는 사람인지.아버지는 그렇게 판단했다.이다정도 비슷했다.운전을 잘하는 남자.싸움을 지나치게 잘하는 남자.자기 일 이상으로 선을 넘지 않는 남자.‘운전과 안전까지만.’그렇게 시작했다.참 멀리도 왔다.차가 멈췄다.김다

  • 나의 기사가 되어줘   6화.

    “예은아, 왜?”“또 뭐 말하려고?”이다정은 서류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 말했다.황예은은 문을 닫자마자 천천히 입꼬리를 올렸다.딸깍.“이다정.”예은이 팔짱을 끼며 말했다.“기사 뭐야.”그 말에 이다정의 펜 끝이 잠깐 멈췄다.“아침에 봤는데.”예은은 일부러 천천히 말을 끌었다.“너무 잘생겼는데?”이다정은 고개도 들지 않았다.“그거 말하려고 들어왔어?”“지금 회사야.”그러자 예은이 어깨를 으쓱했다.“회사 이전에—”그녀는 아무렇지 않게 다가와 이다정 책상 모서리에 엉덩이를 걸쳤다.“우리 초등학교 때부터

  • 나의 기사가 되어줘   5화.

    똑똑.“올라오시면 됩니다.”문 너머로 들린 비서의 목소리는 차분했다.김다온은 짧게 숨을 고르고 대답했다.“네, 비서님. 알겠습니다.”문을 열자, 넓은 회장실이 한눈에 들어왔다.유리창 너머로 내려다보이는 도심과 그 앞에 서 있는 한 남자.이다정의 아버지, 이회장이었다.그는 등을 보인 채 서 있었다.마치 김다온이 들어오는 걸 이미 알고 있었다는 듯이.“문 닫게.”김다온은 아무 말 없이 문을 닫았다.찰칵—이회장은 그제야 몸을 돌렸다.손에는 태블릿 하나가 들려 있었다.“출근 첫날은 어땠나.”“무사히 마쳤습니다

  • 나의 기사가 되어줘   2화.

    운전석의 남자가 입을 열었다.“전화 끊지 마십시오.”아버지가 아니라, 그가 말했다.낮지만 또렷한 목소리였다.“지금은—제가 운전하고 있습니다.”수화기 너머에서 잠시 정적이 흘렀다. 그리고 아버지가 말했다.“지금 위치 말해주십시오, 기사님.”숨이 거칠었다.“돈은… 부르는 대로 다 드리겠습니다.”이다정은 눈을 깜빡였다.아버지가 이런 식으로 말하는 걸 본 적이 없었다.거래가 아니라 부탁이었다. 잠시 후 남자가 입을 열었다.“어르신.”그의 목소리는 낮았다. 무례하지도 않았다.하지만 이상하게도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

  • 나의 기사가 되어줘   1화.

    비는 길게 내리고 있었다.밤공기를 적시는 빗방울이 건물 입구 캐노피를 두드렸다.톡, 톡, 톡. 일정한 박자가 귀에 붙어 떨어지지 않았다.이다정은 그 아래 서 있었다.검은 원피스 자락이 무릎에 붙어 있었고, 젖은 머리카락 몇 가닥이 뺨에 달라붙어 있었다.손에는 휴대폰. 화면에는 대리 호출 앱이 켜진 채였다.술이 꽤 올랐다.머리는 살짝 어지러웠지만, 정신이 아주 흐린 건 아니었다.그래서 더 짜증이 났다.‘왜 이렇게 오래 걸려?’입술을 살짝 깨물며 화면을 다시 확인했다.대기 중.주변에는 이미 사람들이 거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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