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suk언젠가 반드시 나를 죽이겠다고.
에드릭의 혈인이 찍힌 계약서는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어머니는 이걸 어떻게 손에 넣었죠?”
“언니가 황실 원부에서 뜯어낸 원본의 일부예요.”
리비아가 원본 절편을 재발급된 집행본 위에 올렸다.
서로 다른 종이였지만 붉은 문양이 빛을 내며 비어 있던 선을 따라 이어졌다.
같은 원부에서 파생된 문서만 일으키는 공명 반응이었다.
B-17-041.
완전한 원부 번호 아래로 새로운 문장이 떠올랐다.
집행본 재발급일.
내가 독을 마시기 사흘 전.
오래 잠들어 있던 계약을 누군가 내 죽음 직전에 깨운 것이다.
“재발급을 신청한 사람은요?”
“그 이름이 지워져 있어요.”
계약은 내 결혼식보다 두 해 전에 작성됐고,
약혼 발표 다음 날 피장례인으로 내가 확정됐다.
집행권 매수인 칸의 잉크만 새것이었다.
“왜 이 칸은 처음부터 비어 있었죠?”
“사망 절차가 시작돼야 활성화되니까요.”
리비아가 자신의 이름을 손끝으로 짚었다.
“공작님이 당신의 죽음을 완성하기 직전, 제가 장례 집행권을 먼저 샀어요.”
에드릭은 나를 죽이려 했고 리비아는 그보다 먼저 내 장례식을 가로챘다.
“에드릭은 내용을 몰랐다고 할 수도 있겠네요.”
“불가능해요.”
리비아가 검은 혈인에 손을 얹었다.
붉은 글자가 떠올랐다.
전 조항 열람 완료.
지정 조건 인지 완료.
사망 이행 보증 승인.
계약서 뒷면에는 대상 지정 조항이 숨어 있었다.
로엔베르크 적통 여성이 벨리어드의 배우자가 되는 즉시 피장례인으로 확정한다.
그는 모든 문장을 읽고도 피를 묻혔다.
“결혼은 사랑이 아니라 계약 이행이었군요.”
“네.”
위로 없는 대답이 오히려 나았다.
거짓말보다 잔인한 진실이 덜 모욕적이었다.
리비아가 어머니의 편지 두 번째 장을 펼쳤다.
혼인을 거부하면 로엔베르크 가문의 장례권 전체를 황실에 압류한다.
계약 내용을 피장례인에게 알릴 경우 일족의 이름 보존권을 즉시 몰수한다.
경고문 아래에는 황후에게만 발급되는 전용 승인 부호가 찍혀 있었다.
“황후의 명령인가요?”
“진짜 승인인지 확인되기 전에는 단정할 수 없어요.”
누군가 황후의 권한을 사용해 어머니를 침묵시켰다.
진실을 말하는 순간 가족 모두가 죽은 뒤의 이름까지 빼앗길 수 있었다.
“세실리아는 계약을 막으려고 원본을 찢었고요.”
“등록 혈문이 찍힌 부분을 뜯었어요. 갱신을 못 하게 하려고요.”
“최초 등록자의 이름도 그 절편에 있었나요?”
리비아가 고개를 저었다.
“언니가 손에 넣었을 때부터 이름만 도려내져 있었어요.”
세실리아 역시 배후를 몰랐다.
“그래서 등록대장을 찾았군요.”
“그리고 그 직후 사라졌어요.”
공작의 집무실에는 벨리어드 측 보관용 등록대장이 있었다.
최초 등록자와 계약 대가가 함께 적힌 장부.
리비아는 에드릭이 술에 취한 밤마다 검은 보관장을 여는 것을 세 번 봤다고 했다.
다이얼 순서는 나도 기억했다.
왼쪽으로 셋.
오른쪽으로 다섯.
마지막 숫자는 보지 못했다.
다만 에드릭은 항상 초대 공작의 초상화를 확인한 뒤 마지막 다이얼을 돌렸다.
“오늘 자정에 들어가죠.”
“그 전에 공작님이 당신을 의심하지 않게 해야 해요.”
문을 나서며 복도 끝의 집무실을 확인했다.
경비는 둘.
하녀들은 새 얼굴을 훑었지만 리비아 뒤에 선 나를 오래 붙잡지 않았다.
보이지 않는다는 것은 서러웠지만 유용했다.
방으로 돌아오자마자 노크가 울렸다.
똑. 똑. 똑.
“공작님께서 모렌 양을 부르십니다.”
리비아가 상자 뚜껑을 닫았다.
“오늘 데려온 새 시녀도 함께 오라 하셨습니다.”
“무슨 일로요?”
시종이 잠시 머뭇거렸다.
“공작부인의 유언장을 낭독시킬 예정이라고 하셨습니다.”
에드릭이 위조한 유언장에는 내가 쓴 적 없는 문장이 있었다.
어머니의 유해를 성 아그네스 묘역에서 벨리어드 납골당으로 이장한다.
하지만 어머니는 성 아그네스에 묻혀 있지 않았다.
그녀의 묘지는 지도에도 없는 로엔베르크 겨울 정원 아래에 있었다.
어머니가 세상을 떠난 밤, 에드릭과 나만 그곳에 함께 서 있었다.
그 문장은 재산을 빼앗기 위한 조항이 아니었다.
살아 돌아온 아내를 찾아내기 위한 덫이었다.
무심코 멈추거나, 묘지 이름을 바로잡거나, 문서를 다시 확인하는 순간 끝이었다.
나는 아무것도 모르는 하녀처럼 어머니의 가짜 묘지를 소리 내 읽어야 했다.
그것도 나를 죽인 남편의 눈앞에서.
에드릭은 엘린이 글을 잘 따라 읽는지 보려는 게 아니었다.
죽은 아내만 알아볼 거짓말을 바로잡는지 보려는 것이었다.
그 시험을 넘지 못하면 자정의 등록대장은커녕, 이 방을 살아서 나가는 일부터 불가능했다.
[ 무명의 장례를 완료하려면 최초 소유자의 진명을 함께 매장해야 합니다. ]검은 장들이 루안의 몸을 감쌌다.종이는 살을 베지 않았다.그보다 깊은 곳에 박힌 이름을 끌어냈다.루안의 손목 위에서 두 글자가 희미해졌다.나는 붉은 장례 천을 붙잡았다.“중지해.”[ 장례가 중지되면 무명은 모든 진명을 다시 회수합니다. ]“그렇다고 루안을 묻을 수는 없어.”“묻으십시오.”루안이 내 손을 잡았다.검은 종이가 목까지 올라왔지만 그의 눈은 흔들리지 않았다.“처음부터 저것에게 속해 있던 이름이라면 돌려줘야 합니다.”“당신 이름이에요.”“아닙니다.”그가 손목에서 빠져나오는 글자를 바라봤다.“저것이 처음 훔쳐 기록한 루안이지, 제가 선택한 이름은 아닙니다.”나는 관 속에서 두 번째로 살아나던 순간을 떠올렸다.카엘이 관리자 진명을 지웠을 때, 나 역시 같은 이름을 새로 선택했다.글자는 같아도 주인은 달랐다.루안이 내 손바닥 안쪽을 새끼손가락으로 한 번 눌렀다.“당신이 물어봐 주십시오.”“무엇을요?”“제가 앞으로 불리고 싶은 이름을.”검은 장이 그의 입술 가까이 올라왔다.나는 두 손으로 그의 얼굴을 감쌌다.“당신 이름이 뭐예요?”루안이 웃었다.“루안입니다.”상위 원부가 크게 흔들렸다.[ 최초 진명과 동일한 문자를 사용할 수 없습니다. ]“사용하는 게 아니야.”나는 장례 계약서 위에 그의 대답을 적었다.“이 사람이 지금 선택했어.”[ 자발적 진명 선택을 확인합니다. ][ 기존 진명과 신규 진명의 기원이 일치하지 않습니다. ]루안의 손목에서 오래된 이름이 완전히 빠져나왔다.검은 글자가 무명의 장례 천 안으로 끌려갔다.동시에 그의 맨살 위로 붉은 글자가 새겨졌다.[ 신규 진명: 루안. ][ 최초 등록일: 무명의 소유권을 거부한 날. ]검은 장들이 그의 몸에서 떨어졌다.[ 최초 소유자의 진명이 매장되었습니다. ][ 무명의 장례를 계속합니다. ]원부 속 얼굴들이 비명을 질렀다.[ 해당 진명은 반환될 수 없습니다.
“이걸 죽일 사람을 되살린 거예요.”상위 원부의 장들이 한꺼번에 벌어졌다.종이 사이에서 솟은 검은 손들이 광장에 남은 진명들을 움켜쥐었다.네이론의 손목에서 이름이 뜯겨 나갔다.테오란이 그의 팔을 붙잡았지만 이번에는 서로를 부르는 목소리조차 원부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관리자 승계를 거부한 진명을 회수합니다. ][ 회수된 진명은 상위 원부의 생존 기록으로 전환됩니다. ]“서로의 손을 놓지 마요!”내가 외치자 서른 명이 다시 원을 만들었다.하지만 붉은 선은 이전처럼 이어지지 않았다.원부는 관계 기록부터 삼키고 있었다.누가 누구를 기억했는지.누구의 이름을 불렀는지.함께 살아남기로 한 순간까지 검은 장 위로 옮겨 적혔다.리비아가 장례 계약서를 펼쳤다.“저 존재에게도 장례를 열 수 있을까요?”[ 상위 원부는 사망 기록이 없습니다. ]“그럼 만들면 돼요.”나는 카엘의 장례 기록을 원부 위에 던졌다.카엘이 남긴 마지막 선택이 붉은 글자로 떠올랐다.[ 타인의 생존 기록을 복구함. ]“당신은 카엘의 죽음도 먹고 살아왔지.”원부 속 눈이 나를 바라봤다.[ 카엘 루시안은 본 원부가 생성한 사망 기록입니다. ]“생성했다고 소유한 건 아니야.”[ 모든 진명은 본 원부에서 시작됩니다. ]“거짓말.”루안이 원부의 표지를 칼로 꿰뚫었다.칼날이 종이를 찢었지만 피 대신 검은 글자가 흘러나왔다.수천 개의 이름이었다.태어나기도 전에 사망일이 정해진 자들.죽은 뒤 몸과 재산의 주인이 바뀐 자들.자기 이름으로 살지 못하고 기록 속에서 분할된 자들.그 이름들이 바닥을 기며 원래 주인을 찾았다.원부의 장들이 루안의 팔을 휘감았다.[ 최초 심박 소유자를 회수합니다. ]그의 가슴에 사라졌던 상처가 다시 벌어졌다.나는 검은 종이를 움켜쥐고 찢었다.손바닥이 베였지만 장은 끊어지지 않았다.“원부가 살아 있다면 진명이 있을 거예요.”리비아가 고개를 들었다.“그 이름을 찾으면 장례 대상으로 만들 수 있어요.”“어디에 숨겼지?”네이론이
카엘의 손이 두 문장 중 하나를 눌렀다.[ 아델라인 로엔베르크의 생존 기록을 복구한다. ]검은 글자가 붉게 타올랐다.나는 루안의 품 안으로 떨어졌다.사라지던 손끝에 온기가 돌아오고 멎었던 심장이 다시 뛰었다.쿵.루안의 팔이 내 허리를 힘껏 끌어안았다.“아델라인.”나는 그의 가슴에 손을 댔다.“여기 있어요.”“왜…….”카엘의 목소리가 들렸다.그는 자신이 선택한 문장을 믿지 못하는 얼굴로 손을 내려다봤다.관리자 인장이 손등에서 조각조각 떨어지고 있었다.“왜 내가 저 여자를 살렸지?”[ 최종 기록 수정이 완료되었습니다. ][ 카엘 루시안의 예정 사망은 유지됩니다. ][ 남은 시간: 00분 01초. ]리비아가 붉은 장례 인장을 움켜쥐었다.“장례를 종료하겠습니다.”카엘이 고개를 들었다.두려움은 없었다.다만 끝내 이해하지 못한 질문만 눈에 남아 있었다.“나는 살고 싶었어.”“알아요.”나는 그의 앞에 섰다.“그래서 마지막에는 남의 삶을 빼앗지 않은 거예요.”“동정하지 마.”“동정이 아니야.”카엘의 심장이 마지막으로 크게 뛰었다.“당신이 한 선택을 기록하는 거야.”루안이 카엘을 바라봤다.“처음 내 죽음을 가져갔던 것처럼.”카엘의 입술이 비틀렸다.“그때와 같다고 생각하나?”“이번에는 누구도 명령하지 않았다.”카엘은 상위 원부 위에 남은 두 문장을 바라봤다.자신의 죽음을 취소하는 문장.나를 되살리는 문장.그가 직접 선택한 흔적이었다.“결국 또 너를 살렸군.”루안이 대답하지 않았다.카엘의 시선이 내게 옮겨왔다.“내 장례식에 어떤 이름을 적을 거지?”“카엘 루시안.”“루안의 죽음이 아니라?”“당신이 직접 선택한 이름으로.”카엘은 한동안 나를 바라봤다.그러다 아주 천천히 눈을 감았다.[ 카엘 루시안의 심박이 정지했습니다. ]붉은 장례 천이 그의 몸을 덮었다.[ 예정 사망이 집행되었습니다. ][ 고인의 진명과 마지막 선택을 확정합니다. ][ 카엘 루시안. ][ 마지막 선택: 타인의 생존 기
“장례식 소유자 아델라인 로엔베르크의 생존 기록을 삭제해.”카엘의 열한 번째 권한이 내 이름을 꿰뚫었다.[ 명령을 실행합니다. ]심장이 멎었다.통증도 없이 몸 안의 모든 소리가 한꺼번에 사라졌다.루안이 나를 붙잡았지만 그의 목소리는 물속에서 들리는 것처럼 멀어졌다.“아델라인.”대답하려 해도 입술이 움직이지 않았다.손등에 새겨진 붉은 장례 인장이 피부와 함께 희미해졌다.카엘의 얼굴에 다시 웃음이 떠올랐다.“죽은 소유자는 장례를 끝낼 수 없지.”[ 아델라인 로엔베르크의 생존 기록이 삭제되었습니다. ]내 무릎이 꺾였다.루안이 바닥에 닿기 전 나를 끌어안았다.“돌려놔.”그가 카엘을 향해 몸을 일으키려 했지만 나는 남은 힘으로 그의 옷깃을 붙잡았다.“아직…… 끝나지 않았어요.”목소리가 나왔다.카엘이 굳었다.“생존 기록을 지웠는데 어떻게 말하지?”상위 원부가 붉게 흔들렸다.[ 아델라인 로엔베르크는 생존자로 확인되지 않습니다. ][ 그러나 진행 중인 장례 계약의 소유권은 소멸하지 않았습니다. ]“계약은 산 사람만 맺는 게 아니잖아.”나는 손등에 남은 인장을 원부 위에 눌렀다.살아 있는 사람의 권리가 아니었다.죽은 자의 마지막 뜻을 집행하는 권한이었다.“내가 죽었다면 더 확실해졌네요.”붉은 장례 천이 카엘의 몸을 다시 묶었다.[ 장례식 소유자의 사망이 확인되었습니다. ][ 미완료된 장례 절차를 우선 집행합니다. ]카엘이 관리자 인장을 내리쳤다.“중지해!”[ 열한 번째 수정 권한은 이미 사용되었습니다. ]그의 가슴 위 시간이 다시 움직였다.[ 00분 17초. ]나는 상위 원부에 남은 마지막 증언을 펼쳤다.[ 루안을 처음 죽인 사람은— ]카엘이 붉은 천을 찢으려 몸부림쳤다.“읽지 마.”“왜요?”“그 이름을 읽는 순간 네가 지켜온 모든 것이 거짓이 돼.”나는 마지막 줄을 눌렀다.검게 가려져 있던 글자가 한 획씩 나타났다.[ 루안을 처음 죽인 사람은 아델라인 로엔베르크다. ]루안의 팔이 굳었다.리비아
제116화. 네 장례식은 이미 시작됐어“이제 당신 죽음은 내 것이야.”내 손등에 새겨진 붉은 문장이 카엘의 가슴과 연결됐다.[ 카엘 루시안의 장례식 소유자. ][ 아델라인 로엔베르크. ]그의 남은 시간이 줄어들었다.[ 01분 31초. ]카엘은 상위 원부를 움켜쥔 채 웃었다.“죽기 전에 소유자를 바꾸면 그만이야.”“그 전에 장례를 시작하면요?”카엘의 눈이 멎었다.나는 손등의 붉은 인장을 원부 위에 눌렀다.“카엘 루시안의 장례식을 지금 집행해.”[ 대상자의 사망이 완료되지 않았습니다. ]“예정 사망 기록은 이미 계약에 지급됐어.”리비아가 내 곁에 섰다.“장례식 소유자는 사망이 확정된 대상의 장례를 미리 개시할 수 있어요.”그녀는 기억을 잃었지만 계약을 다루는 손은 망설이지 않았다.“장례가 시작되면 고인의 진명과 사망 기록은 장례가 끝날 때까지 수정할 수 없어요.”카엘이 관리자 인장을 내리쳤다.“허가하지 않는다.”[ 장례식은 관리자의 허가를 필요로 하지 않습니다. ]붉은 천이 상위 원부 위에서 펼쳐졌다.천 끝이 카엘의 발목을 감싸며 광장 중앙까지 길게 이어졌다.[ 카엘 루시안의 장례식을 개시합니다. ][ 장례 절차가 끝날 때까지 대상자의 진명과 예정 사망 기록을 봉인합니다. ]카엘의 가슴에 박힌 시간이 붉은 테두리 안에 갇혔다.그가 손가락으로 숫자를 긁었지만 글자는 흐트러지지 않았다.[ 01분 12초. ]“장례를 끝내지 않으면 죽음도 완성되지 않아.”“시간이 먼저 끝날 텐데.”“그럼 네 장례도 함께 열면 돼.”멀리서 열 번째 종이 울렸다.웅—상위 원부의 열 번째 원이 검게 물들었다.[ 열 번째 기록 수정 권한이 활성화됩니다. ]카엘이 곧바로 루안을 가리켰다.“루안의 최초 사망 기록을 삭제해.”루안의 가슴 위에 오래된 상처가 떠올랐다.심장이 처음 멎었던 날.그 죽음에서 카엘이 떨어져 나왔던 기록이었다.[ 최초 사망 기록을 삭제합니다. ]상처에서 검은 빛이 빠져나왔다.카엘의 육체가 순간 투명해
[ 카엘 루시안의 심박이 멈추면 아델라인 로엔베르크도 함께 사망합니다. ]카엘이 내 손목을 움켜쥐었다.그의 가슴에 새겨진 시간이 줄어들었다.[ 03분 58초. ]심장이 같은 박자로 끌려갔다.카엘의 박동이 흔들릴 때마다 내 가슴도 안쪽에서 비틀렸다.루안이 검은 선을 잡아 뜯으려 했다.“건드리지 마십시오.”“이대로 두면 당신이 죽습니다.”“끊으면 바로 죽을 수도 있어요.”검은 선은 손목이 아니라 진명에 박혀 있었다.살을 베어도 빠지지 않는다.카엘이 내 손을 자기 가슴에 눌렀다.“살고 싶으면 나부터 살려.”“당신은 살고 싶은 게 아니야.”나는 그의 불규칙한 박동을 느꼈다.“죽지 않을 몸을 원하는 거지.”“다른가?”“살아 있는 사람은 자기 목숨값을 남에게 내게 하지 않아.”카엘의 손가락에 힘이 들어갔다.[ 03분 41초. ]리비아가 우리 사이로 들어왔다.그녀는 내 손목에 연결된 검은 선을 확인한 뒤 상위 원부를 향해 물었다.“아델라인 로엔베르크의 장례식 소유자는 누구죠?”[ 리비아 모렌. ]“사망 후 육체와 기록의 인수 권한도 제게 있나요?”[ 그렇습니다. ]“그럼 소유자의 승인 없이 사망 대상을 다른 생명과 묶을 수 있나요?”상위 원부가 잠시 침묵했다.카엘의 얼굴이 굳었다.[ 관리자는 임시 연결을 생성할 수 있습니다. ]“임시라는 말은 확정되지 않았다는 뜻이군요.”[ 장례식 소유자가 이의를 제기할 경우 다음 종이 울리기 전까지 연결 효력을 심사합니다. ]리비아가 내 손목 위에 손을 올렸다.“이의를 제기합니다.”검은 선이 크게 흔들렸다.카엘의 손등에 찍힌 관리자 인장에서도 두 번째 균열이 벌어졌다.[ 생명 연결의 적법성을 심사합니다. ][ 연결 대상의 사망 권한이 관리자에게 없습니다. ][ 장례식 소유자의 승인도 확인되지 않습니다. ]내 가슴을 조이던 힘이 조금 풀렸다.카엘이 원부를 내리쳤다.“관리자 권한으로 승인한다.”[ 사망 권한과 관리자 권한은 동일하지 않습니다. ]“소유자를 바꾸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