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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복수는 내 장례식에서 시작될 거야

내 복수는 내 장례식에서 시작될 거야

作家:  이라이커스完了
言語: Kor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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概要

가슴 아픈 사랑

죽고난 후 후회

반전

진짜 가짜 금수저

나쁜 남자

편애/이기적인

후회남

가족 후회물

카운트다운

의사는 내가 새로 개발된 치료를 받지 못하면 72시간밖에 살 수 없다고 했다. 그런데 단 한 번뿐인 치료 기회를 유성진은 신유나에게 줘버렸다. “유나의 신부전이 더 심하잖아.” 유성진은 아무렇지도 않게 말했다. 그 말에 나는 그저 고개를 끄덕이고는 죽음을 앞당기는 흰 알약을 삼켰다. 그리고 남은 시간 동안 나는 많은 일을 했다. 서류에 사인할 때 변호사는 손을 덜덜 떨며 물었다. “4000억이나 되는 지분을 정말 전부 넘기시려고요?” “네. 신유나 씨에게 넘길게요.” 내 딸 유다인은 신유나의 품에 안겨 환하게 웃고 있었다. “이모가 새 원피스를 사 줬어요!” “정말 예쁘네. 앞으로는 유나 엄마 말 잘 들어.” 내가 직접 세운 갤러리에는 이제 신유나의 이름이 걸리게 될 것이었다. “언닌 정말 너무 좋은 사람이야.” 신유나가 울면서 말하자 나는 대답했다. “네가 나보다 더 잘 운영할 거잖아.” 부모님이 남긴 신탁 기금도 사인 한 번으로 아주 깔끔하게 포기했다. 그러자 유성진은 몇 년 만에 처음으로 진심 어린 미소를 지었다. “은채야, 너 진짜 많이 달라졌구나. 더는 예전처럼 사람을 몰아붙이지 않아. 이런 네 모습은 정말 아름다운 것 같아.” 그렇게 나는 죽음을 앞두고 마침내 저 사람들 눈에 완벽한 신은채가 되었다. 순종하고 아낌없이 내주면서, 비로소 더 이상 따지지 않는 신은채가 된 것이었다. 72시간 카운트다운은 이미 시작됐다. 나는 내 심장이 멈춘 그 순간, 저 사람들이 나를 뭐로 기억할지 문득 궁금해졌다. 드디어 내려놓는 법을 알게 된 좋은 아내일까? 아니면 죽음으로 복수를 완성한 여자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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第1話

제1화

남편은 내가 충분히 다정하지 않다고 하고, 부모님은 너무 이기적이라고 하며, 딸은 유나 엄마가 더 좋다고 했다.

그래서 나는 마지막 72시간 동안 내 목숨과 내 모든 것을 완벽한 신유나에게 내어 주기로 했다.

의사의 말이 귓가에서 계속 윙윙거리며 울렸다.

“암 말기세요. 지금 당장 특수 치료를 받지 않으면 길어야 3일이고요.”

나는 병실에 기대어 창밖을 바라보았다.

신유나가 나타나기 전까지, 나는 유성진의 아내로 7년 동안 이 결혼을 애써 지켜 왔다.

“괜찮아?”

문이 열리고 남편 유성진이 들어왔는데 얼굴에는 약간의 짜증이 묻어 있었다.

“괜찮아.”

내가 나직하게 대답하자 유성진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의사 선생님이 말하시길 너 그 치료가 필요하다고 하던데...”

“그런데 유나가 더 필요하다는 거지?”

난 유성진 대신 그 말을 이었다.

무슨 말이 나올지 너무나도 잘 알 것 같자, 곧 나의 입가에는 씁쓸한 미소가 걸렸다.

신유나, 12살 때 내가 부모님을 설득해서 보육원에서 데려온 불쌍한 아이였다.

친동생처럼 아꼈던 신유나가 내 모든 것을 빼앗아 갈 줄은 상상도 못 했다.

“은채야, 네가 이해해 줘.”

유성진의 말투가 조금 부드러워졌다.

“유나 상태가 더 심해. 신장이 거의 다 망가졌다고 했어. 그런데 너는... 너는 아직 괜찮아 보이잖아.”

확실히 나는 겉으로 보기에는 멀쩡했다.

그러나 아무도 몰랐을 것이었다.

걱정을 끼치지 않으려고 치명적인 용량의 진통제를 계속 복용하며, 암으로 인한 극심한 통증을 애써 억누르고 있다는 것을.

“이해해.”

나는 평온하게 말했다.

“치료 기회는 유나에게 줘.”

유성진은 눈에 띄게 안도했다.

“네가 이해해 줄 줄 알았어. 이 몇 년 사이에 너도 많이 달라졌어. 예전처럼 고집스럽지도 않고.”

‘고집스럽다니.’

나는 속으로 차갑게 웃었다.

신유나가 나타난 뒤로 내가 무언가를 끝까지 주장하기만 하면, 늘 질투심에 휩싸이거나 속이 좁은 사람으로 받아들였다.

그날 저녁, 나는 간신히 정신줄을 부여잡고 집으로 돌아왔다.

“엄마!”

그러나 딸은 나를 보자마자 곧장 신유나 뒤로 숨었다.

“다인아.”

씁쓸한 마음에 나는 힘겹게 미소를 지었다.

“언니, 왔어?”

신유나는 내가 선물한 명품 하이엔드 정장을 입고서 원래 내 자리였던 곳에 앉아 있었다.

“유나야, 줄 게 있어.”

나는 서재로 가서 서류 하나를 꺼냈다.

“내 명의로 된 그 갤러리 양도서야. 너한테 주고 싶어서 그래.”

“뭐라고?”

신유나가 놀란 얼굴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언니! 그건 언니가 제일 아끼는 갤러리잖아!”

그 갤러리는 확실히 신유나가 말한 것처럼 내가 직접 세운 갤러리였다.

내 피땀과 눈물이 고스란히 담긴 곳이었지만 이제는 아무 의미도 없었다.

“네가 나보다 더 잘 운영할 거야.”

나는 웃으며 말했다.

“결혼 선물 미리 주는 셈으로 생각하고 받아.”

신유나의 안색이 순간 미묘하게 변했지만, 금세 순진한 표정으로 돌아왔다.

“언니, 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거야?”

나는 신유나에게 다가서며 나직하게 말했다.

“나도 다 알고 있어. 괜찮아. 두 사람 축복할게.”

그때 유성진이 들어왔다.

두 사람이 함께 있는 모습을 본 유성진의 표정이 살짝 굳어지더니 경계심이 어린 말투로 물었다.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어?”

“오빠, 언니가 갤러리를 나한테 준대.”

신유나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언니는 정말 너무 좋은 사람이야.”

그 말을 들은 유성진은 꽤 복잡한 감정이 교차하는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은채야, 너...”

“나 피곤해.”

나는 유성진의 말을 끊었다.

“먼저 올라가서 쉴게. 다인아, 이모 말 잘 들어.”

“네.”

딸은 담담하게 대답하더니 고개를 돌려 신유나에게 말했다.

“이모, 우리 게임 계속해요.”

‘하, 이모라...’

친엄마보다 이모를 더 좋아하는 딸의 말에 내 심장은 순간 쥐어짜는 듯이 아팠다.

어찌저찌 침실로 돌아와 문을 닫고서야 겨우 한숨을 돌릴 수 있었다.

암세포는 미친 듯이 날 갉아먹고 있었고, 약들은 내 몸을 더욱 빠르게 망가뜨리고 있었다.

이윽고 나는 옷장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값비싼 드레스, 주얼리들과 가방들은 머지않아 모두 신유나의 것이 될 것이었다.

“72시간 남았어.”

나는 거울 속 창백한 내 모습을 바라보며 말했다.

“신은채, 마지막 3일 동안 저 사람들한테 완벽한 인상을 남겨 주자.”

진실은 언젠가 밝혀질 것이었다.

또한 난 내가 죽은 뒤의 일들을 차근차근 준비해 두었다.

내가 모아 둔 자료를 풀어 신유나의 진짜 모습을 세상에 드러내게 만들 것이고, 그렇게 되면 결국 모두 다 후회하게 될 것이었다.

물론 그때가 되면 나는 이 세상에 없을 것이지만, 이게 내가 오랫동안 바라던 나의 복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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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화
남편은 내가 충분히 다정하지 않다고 하고, 부모님은 너무 이기적이라고 하며, 딸은 유나 엄마가 더 좋다고 했다.그래서 나는 마지막 72시간 동안 내 목숨과 내 모든 것을 완벽한 신유나에게 내어 주기로 했다.의사의 말이 귓가에서 계속 윙윙거리며 울렸다.“암 말기세요. 지금 당장 특수 치료를 받지 않으면 길어야 3일이고요.”나는 병실에 기대어 창밖을 바라보았다.신유나가 나타나기 전까지, 나는 유성진의 아내로 7년 동안 이 결혼을 애써 지켜 왔다.“괜찮아?”문이 열리고 남편 유성진이 들어왔는데 얼굴에는 약간의 짜증이 묻어 있었다.“괜찮아.”내가 나직하게 대답하자 유성진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의사 선생님이 말하시길 너 그 치료가 필요하다고 하던데...”“그런데 유나가 더 필요하다는 거지?”난 유성진 대신 그 말을 이었다.무슨 말이 나올지 너무나도 잘 알 것 같자, 곧 나의 입가에는 씁쓸한 미소가 걸렸다.신유나, 12살 때 내가 부모님을 설득해서 보육원에서 데려온 불쌍한 아이였다.친동생처럼 아꼈던 신유나가 내 모든 것을 빼앗아 갈 줄은 상상도 못 했다.“은채야, 네가 이해해 줘.”유성진의 말투가 조금 부드러워졌다.“유나 상태가 더 심해. 신장이 거의 다 망가졌다고 했어. 그런데 너는... 너는 아직 괜찮아 보이잖아.”확실히 나는 겉으로 보기에는 멀쩡했다.그러나 아무도 몰랐을 것이었다.걱정을 끼치지 않으려고 치명적인 용량의 진통제를 계속 복용하며, 암으로 인한 극심한 통증을 애써 억누르고 있다는 것을.“이해해.”나는 평온하게 말했다.“치료 기회는 유나에게 줘.”유성진은 눈에 띄게 안도했다.“네가 이해해 줄 줄 알았어. 이 몇 년 사이에 너도 많이 달라졌어. 예전처럼 고집스럽지도 않고.”‘고집스럽다니.’나는 속으로 차갑게 웃었다.신유나가 나타난 뒤로 내가 무언가를 끝까지 주장하기만 하면, 늘 질투심에 휩싸이거나 속이 좁은 사람으로 받아들였다.그날 저녁, 나는 간신히 정신줄을 부여잡고 집으로 돌아왔다.“엄마!”그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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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이튿날 새벽, 나는 극심한 통증 속에서 깨어났다.암세포가 전신을 꽉꽉 채우고 있는 것 같았지만, 진통제 덕분에 그나마 겉으로는 평온한 모습을 유지할 수 있었다.이윽고 나는 애써 몸을 일으켰다.‘오늘 해야 할 일이 많아.’계단을 내려가는데 거실에서 딸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딸은 신유나의 무릎에 앉아서 함께 그림책을 보고 있었다.“이모, 이 공주 너무 예뻐요!”딸이 신이 나서 책장을 가리켰다.“그렇네. 우리 다인이처럼 예쁘네?”신유나는 다정하게 유다인의 이마에 입을 맞췄다.유다인은 나를 한 번 힐끗 바라보더니 다시 책으로 시선을 돌렸다.마치 내가 아무 상관도 없는 타인이라도 되는 것처럼. “잘 잤어, 다인아?”나는 애써 마음을 다잡으며 다가갔다.“네.”딸은 건성으로 대답한 뒤 신유나의 손을 잡아끌었다.“이모, 우리 정원에 나비 보러 가요.”“잠깐만, 다인아.”신유나가 걱정하는 척 나를 바라보았다.“엄마가 할 말이 있을지도 모르잖아.”“안 듣고 싶어요.”딸이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엄마는 늘 바쁘고 나랑 놀아 주지도 않잖아요.”그 말에 가슴이 칼에 베이는 듯 아팠다.확실히 지난 몇 년 동안 회사 일 때문에 나는 딸과 함께한 시간이 확실히 적었다.반면 신유나는 늘 딸과 함께 시간을 보내줬다.“괜찮아. 둘이 놀다 와.”나는 간신히 웃으며 말했다.손을 잡고 멀어지는 두 사람의 뒷모습을 바라보면서, 나는 벽을 짚고서야 겨우 몸을 지탱할 수 있었다.몸이 아파서도 있겠지만 희한하게 가슴을 찌르는 듯이 아파왔다.다이닝룸에서는 경제 뉴스를 보고 있던 유성진은 내가 들어가자 고개만 들어 한 번 흘끗 바라보고 물었다.“안색이 많이 안 좋네?”유성진이 미간을 찌푸렸다.“억지로 버티지 마.”“괜찮아.”나는 자리에 앉으면서 대화를 이어 나갔다.“얘기 좀 하고 싶어.”“무슨 일이야?”유성진이 귀찮다는 듯 태블릿을 내려놓았다.“우리 혼전 계약서 말이야.”나는 준비해 둔 서류를 꺼냈다.“좀 고치고 싶어.”유성진이 서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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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오후, 그룹 본사.소식은 금세 퍼졌다.동생을 데리고 이사회에 참석한 신은채가 그 자리에서 지분 양도를 발표했다는 이야기였다.“관장님, 지금 농담하시는 건가요?”오랜 이사인 노현철 이사가 따로 나를 붙잡으며 말했다.“이사님, 저 진심이에요.”나는 서류에 내 이름을 적었다.“오늘부터 신유나 씨가 저를 대신해 회사 의사 결정에 참여할 거예요.”유나는 흥분으로 온몸을 떨면서도 애써 겸손한 표정을 지었다.“언니, 나...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어!”“아무 말도 하지 않아도 돼.”나는 서류를 신유나에게 건네면서 건조하게 한마디만 했다.“잘해봐.”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신유나는 드디어 가면을 벗어 던지고 진솔하게 물었다.“대체 왜 이런 짓을 하는 거야?”“네가 원한 거잖아. 아니야?”나는 차창에 몸을 기댔다.“내 남편, 내 딸, 내 재산까지. 유나야, 네가 이겼어.”“언니, 나는...”“한 가지만 약속해.”나는 신유나의 말을 끊었다.“적어도 내 딸 앞에서는 계속 연기한다고. 걔는 아직 어려. 완전한 가정이 필요해.”저녁에 나는 혼자 서재에서 물건을 정리했다.이때 진영숙 간호사가 들어와서 내 모습을 보더니 눈시울을 붉혔다.“사모님.”“이거 다 처리해 주세요.”나는 책상 위에 놓인 서류를 가리켰다. 그건 바로 신유나의 범죄 증거였다.“다 태워요.”“그래도 사모님, 이게 있으면 저희가...”“다인이는 엄마가 필요해요.”나는 눈물을 닦았다.“그 사람이 제가 아니더라도 말이죠.”마지막 날 아침, 나는 거의 자리에서 일어날 수조차 없었다.암세포는 이미 온몸으로 퍼져서, 숨을 한 번 쉴 때마다 칼날 위를 구르는 것처럼 고통스러웠다.이윽고 난 거울 속의 나를 바라보았다.귀신처럼 창백한 얼굴은 놀라울 정도로 야윈 데다가 두 눈두덩은 움푹 꺼져 있었다.“24시간 남았어. 버텨야 해.”나는 거울 속의 나를 보며 스스로 세뇌했다.오늘은 유성진과 신유나의 약혼 파티가 열리는 날이었다.아무래도 두 사람은 더 이상 기다리긴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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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엄마.”고개를 숙이자 딸이 내 앞에 서 있었다. 분홍색 드레스를 입은 모습이 꼭 예쁜 공주님 같았다.“유나 엄마가 알려 주라고 했어요.”예쁜 외모와 달리 딸의 말투는 마치 낯선 사람에게 말하는 듯 데면데면했다.“이제 케이크 자른대요.”“알려 줘서 고마워.”나는 쪼그리고 앉아서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려고 했지만, 딸은 곧바로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유나 엄마는 엄마가 분위기 망치지 말고 좀 멀리 있으면 좋겠다고 했어요.”다섯 살 난 내 딸이 다른 여자가 품고 있는 나에 대한 악의를 그대로 전하자, 가슴이 칼에 베이는 듯 아파오기 시작했다.“다인아.”나는 나직하게 말했다.“엄마가 너한테 할 말이...”“듣기 싫어요!”내 말을 끊은 딸의 작은 얼굴에는 짜증과 귀찮음이 가득했다.“엄마는 맨날 유나 엄마 기분만 나쁘게 하잖아요! 엄마 싫어요!”말을 끝낸 딸은 그대로 몸을 돌려서 신유나에게 달려갔다.“유나 엄마!”“참 딱하기도 하지.”옆에서 누군가 작게 수군거렸다.“친딸도 친엄마한테 정이 없네.”“일만 하느라 그렇지. 그러니 신유나가 얼마나 좋겠어? 늘 아이랑 같이 있어 주잖아.”내 손에 들린 샴페인 잔이 가늘게 떨렸다.남들의 수군거림 때문이 아니라, 내 딸이 내뱉은 엄마가 싫다는 말 그 한마디 때문이었다.다른 사람도 아닌 내가 꼬박 열 달을 품고 낳은 내 딸이 나를 싫다고 했다.나는 사람들 사이에 끼어 있었지만, 마치 한 발짝 떨어진 곳에서 이 모든 장면을 바라보는 제3자처럼 그저 멍하니 서 있었다.내 남편, 내 딸, 내 가족...모두 신유나를 중심을 에워싸고 있었고 오히려 내가 불필요한 사람이 되어버렸다.“정말 감동적이구나.”엄마가 내 곁으로 다가왔다.“봐라. 다인이 유나를 얼마나 좋아하니? 은채야, 너도 이제 네가 어떤 엄마였는지 좀 돌아봐야 하지 않겠어?”“그래.”아빠도 다가오더니 엄마의 말을 거들었다.“아이의 눈은 가장 솔직한 법이야. 다인이 유나를 선택했다는 건 유나가 너보다 엄마 역할에 더 잘 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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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지금 바로 돌아와 주세요.”진영숙의 목소리는 평온하면서도 단호했다.같은 시각, 신씨 집안의 저택.“뭐라고요? 은채가 신탁 기금 상속권을 포기했다고요?”윤미경이 전화를 든 손이 떨릴 정도로 놀랐다.“변호사님, 잘못 보신 거 아니에요? 무려 1000억인데요?”[사모님, 서류는 어제 오후에 도착했고, 신은채 씨 본인이 직접 사인하셨어요.]수화기 너머 차분한 변호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모든 권익을 신유나 씨에게 넘긴다고 하셨어요.]신정호가 전화를 빼앗아 들었다.“그럴 리가 없어요! 은채가 유나에게 잘해 주기는 했지만, 이 정도까지 할 애가 아니에요!”[회장님, 신탁 기금만이 아니에요. 제가 파악한 바로는 신은채 씨가 이틀 동안 갤러리와 회사 지분도 넘겼고, 두 분이 물려주신 미술품까지...]“뭐라고요? 모네 진품까지 줬다고요?”윤미경의 안색이 확 변했다.[네. 전부 적법한 절차를 거쳤고 공증까지 모두 다 끝났어요.]전화를 끊은 뒤, 두 사람은 서로의 얼굴을 그저 마주 보기만 했다.“얘가 대체 무슨 생각인 거지?”윤미경이 초조하게 방 안을 서성이며 혼잣말했다.“어젯밤 파티에서는 아주 평온해 보였는데 너무 이상해.”신정호가 미간을 좁혔다.“은채는 원래 충동적인 애가 아니야. 모든 걸 유나에게 줬다니, 정말 은채답지 않아.”“혹시...”윤미경이 잠시 망설였다.“성진이랑 유나가 약혼하는 걸 보고 충격을 받은 걸까요?”“전화해 봐!”“했어요. 꺼져 있어요.”윤미경은 더욱 다급해졌다.“어젯밤 파티가 끝나고 혼자 나갔어요. 오늘 찾아가서 너무 속상해하지 말라고 얘기하려고 했는데.”“당신이 그런 말을 왜 해?”신정호가 갑자기 화를 냈다.“평소에 늘 유나는 얌전하고 철이 들었다면서, 은채는 너무 드세다고 했잖아.”“이제야 속이 풀려? 은채의 모든 걸 유나에게 주고 나니 이젠 만족하겠어?”“나도 이렇게 될 줄 어떻게 알았겠어요?”윤미경도 다급하게 받아쳤다.“유나가 딱해서 그랬던 거예요. 그래도 은채는 우리가 낳은 친딸이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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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유성진과 신은채의 저택.“은채야!”빠른 걸음으로 침대 곁으로 다가온 유성진이 손을 뻗어서 이마를 짚었다.“왜 이렇게 차갑지? 간호사님, 빨리 의사 부르세요!”신유나도 뒤따라 들어와서 걱정하는 척했다.“언니, 왜 그래? 어젯밤에 너무 무리한 거 아니야?”“말기 암이었어요.”진영숙이 문가에 서서 담담하게 말했다.“사모님은 이미 돌아가셨어요.”“뭐라고요?”유성진이 미간을 찌푸렸다.“그런 농담하지 마세요. 어젯밤까지만 해도 멀쩡했어요.”유성진이 돌아서서 주치의에게 전화를 걸려고 하자, 진영숙이 곧바로 막아섰다.“사장님, 사모님은 돌아가신 지 2시간이나 됐어요.”“그럴 리가 없어요.”유성진이 고개를 저었지만, 말투에는 슬픔보다는 귀찮다는 기색이 더 짙었다.“동정을 사려는 거예요. 유나도 그랬어요. 요즘 계속 아픈 척한다고.”“아픈 척이라고요?”진영숙은 차갑게 웃었다.“그럼 이것 좀 보세요.”침대 머리맡 서랍을 열자 안에는 빈 약병이 가득했다.“이 정도 양의 진통제면 치사량이에요. 그런데 사모님은 3일 동안 이 약을 드셨고요. 그 누구에게도 자신이 아픈 걸 눈치채지 못하게 하고 싶으셨던 거예요.”“은채가...”유성진은 그래도 뭔가 말을 더 하려고 했다.“3일 전에 의사 선생님께서 사모님은 72시간밖에 살 수 없다고 했어요.”진영숙은 잠시 멈칫하다가 말을 이었다.“한 번뿐인 치료 기회를 신유나 씨에게 주셨잖아요.”그러자 신유나는 곧바로 눈시울을 붉혔다.“언니가 그렇게 많이 아픈 줄 몰랐어요. 왜 말을 안 했을까요?”“말씀을 드렸으면 그 치료 기회를 돌려주셨을까요?”진영숙이 반문하자, 신유나는 입술을 깨물면서 또르륵 눈물을 떨궜다.“저는...””“알았다면 분명...”“됐어.”유성진이 귀찮다는 듯이 말을 끊었다.“이미 죽었는데 그런 말이 대체 무슨 소용이야?”유성진은 침대에 누운 신은채를 바라보면서 미간을 깊게 찌푸렸다.“너무 독하게 버티는 타입이라 그래. 아픈데도 말을 안 하다가 이제 와서 이렇게 됐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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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차 안에서도 윤미경은 계속 신은채에게 전화를 걸었다.“여전히 핸드폰이 꺼져 있어요.”윤미경은 초조한 얼굴로 남편을 바라봤다.“은채가 이렇게 오래 전화를 안 받은 적은 한 번도 없었어요.”“일단 진정해. 내가 성진이한테 전화해 볼게.”신정호가 운전대를 잡은 채 말했다.몇 번이나 신호음이 울린 뒤에야 겨우 전화가 연결됐다.[장인어른이 무슨 일로 연락하셨어요?]유성진의 목소리는 어딘가 이상했다. 뭔가 지친 듯한 조용한 목소리였다.“성진아, 은채는 지금 집에 있니?”신정호가 다급하게 물었다.“전화기가 꺼져 있어서 찾을 수가 없어. 변호사한테 들었는데 은채가 가진 재산을 전부 유나에게 넘겼다더구나. 혹시 은채가...”수화기 너머에서 잠시 동안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장인어른, 장모님... 두 분 지금 어디세요?]“지금 너희 집으로 가는 중이야.”윤미경이 남편에게서 전화기를 빼앗아 들었다.“성진아, 은채가 지금 집에 있는 거니? 은채는 괜찮아?”[두 분 빨리 오세요.]유성진의 목소리가 더욱 낮아졌다.“대체 무슨 일이야?”윤미경의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은채한테 무슨 일이 생긴 거야? 말 좀 해 봐!”[장모님, 오시면 아실 거예요. 운전 조심해서 오세요.]그 말을 끝으로 전화가 끊겼다.윤미경은 자신의 남편을 바라보더니 두 사람의 얼굴은 동시에 굳어졌다.“빨리 가요!”윤미경이 다급하게 재촉했다.“분명 무슨 일이 생긴 거예요! 우리 딸이...”20분 뒤, 두 사람의 차가 유성진과 신은채 집 앞에 멈췄다.대문은 이상하리만큼 활짝 열려 있었고, 정원에는 검은색 차 한 대가 세워져 있었다.그건 다름 아닌 장의차였다.“아...”윤미경의 다리에 힘이 풀렸다.“설마...”두 사람은 휘청거리며 집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거실에는 눈이 퉁퉁 부운 채 신유나가 소파에 앉아 있었다.그리고 유성진은 창가에 서서 등을 돌린 채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었다.“은채는 어디 있어?”윤미경의 목소리가 떨렸다.“내 딸은 어디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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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화
편지를 읽을수록 유성진의 손은 심하게 떨렸다.편지에는 신은채의 병과 자신이 직접 한 선택, 그리고 마지막 3일 동안 어떤 마음으로 시간을 보냈는지가 낱낱이 적혀 있었다.윤미경은 편지를 절반도 읽지 못하고 그대로 무너져 내렸다.“내 딸, 불쌍한 내 딸...”그때 진영숙이 TV를 켜고 USB를 연결했다.“사모님이 오늘 틀어 달라고 하셨어요.”화면에는 3일 전 병원에서 있었던 모든 일이 또렷하게 담겨 있었다.유성진은 전혀 망설임조차 없이 신유나에게 치료 기회를 넘겼다.신은채에게는 아무런 의견도 묻지 않고 말이다.곧이어 녹음 파일이 재생됐다.신유나와 내연남 강진운의 대화였다.두 사람이 내뱉는 말 한마디 한마디가 뾰족한 송곳처럼 사람들의 가슴을 후벼 팠다.[계획은 아주 순조로워. 신은채는 이제 곧 죽게 될 거야.][몇 년 동안 아픈 척했는데도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잖아.]거실은 곧바로 쥐 죽은 듯 조용해졌다.“아니에요! 이건 가짜예요!”신유나가 미친 듯이 소리쳤지만, 누구도 그런 같잖은 변명 따위는 들어주지 않았다.진영숙은 계속해서 더 많은 증거를 꺼내 놓았다.조작된 검사 결과지, 송금 내역, 신유나와 강진운이 다정하게 붙어 있는 사진까지...진실이 폭탄처럼 터지자, 신유나는 반박 한마디 못 하고 단번에 무너져 내렸다.“너였어!”유성진의 눈이 충혈됐다.“은채를 죽게 만든 게 너였어!”유성진이 신유나에게 달려들더니 두 손으로 목을 움켜쥐었다.“아빠!”그때 딸인 유다인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자리에 있던 모두가 얼어붙었다.아이는 계단 위에 선 채, 눈앞에서 벌어지는 혼란스러운 광경을 이해하지 못하고 그저 바라보고만 있었다.“무슨 일이야?”유다인이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유나 엄마, 왜 바닥에 앉아 있어요?”그러나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엄마는요?”유다인이 주위를 둘러보며 물었다.아무 상관도 없는 사람에 관해 묻는 것처럼 담담한 목소리였다.“엄마는 또 어디 갔어요?”“다인아...”유성진의 목멘 소리가 안쓰럽게 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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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화
신유나가 끌려간 뒤, 저택은 쥐 죽은 듯 고요해졌다.그리고 신은채의 시신 곁에 앉은 유성진은 넋을 잃은 사람처럼 멍하니 있었다.휴대폰이 끊임없이 울렸다. 이사회 사람들, 사업 파트너들, 기자들까지 모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묻고 있었다.하지만 유성진은 그 누구의 전화도 받지 않았다.“사장님.”진영숙은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장례업체에서 왔어요.”유성진이 갑자기 고개를 들었다.“안 돼요! 데려가지 마세요!”하지만 유성진도 이건 불가능한 일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신은채는 이미 떠났다. 영원히 자신의 곁에서 떠나 버렸다.아래층에서는 신은채의 부모가 증거들을 면밀히 살펴보고 있었다.서류 하나, 녹음 1분 1초가 모두 비수가 되어 두 사람의 가슴을 할퀴었다.“이 날짜...”윤미경이 의료 서류 하나를 가리키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작년 크리스마스에 은채가 이미 암 진단을 받았어요.”“그런데 아무 말도 하지 않았어.”신정호의 목소리는 어느새 10년은 늙어 버린 듯했다.이때 진영숙이 다가왔다.“그날 신유나 씨가 갑자기 아파서 두 분이 병원에 계셨거든요. 사모님은 두 분께 폐를 끼치고 싶지 않으셨던 거예요.”윤미경은 얼굴을 감싸 쥔 채 통곡했다.“우리가 무슨 짓을 한 거죠? 우리가 대체 무슨 짓을 한 거예요!”그때 유성진의 변호사인 장현수 변호사가 도착해서 더욱 충격적인 소식을 전했다.“사모님께서 3일 전에 유언장을 수정하셨어요.”장현수 변호사가 서류를 펼쳤다.“모든 재산을 신유나 씨에게 넘겼어요. 다만...”“다만 뭐죠?”“이 양도에는 특별 조항이 있어요. 양도를 받는 사람이 범죄에 연루될 경우, 모든 재산은 자동으로 신은채 자선 재단에 귀속된다고요.”유성진이 멍하니 굳었다.“자선 재단이라고요?”“네. 암 환자들을 전문적으로 지원하는 재단이에요.”장현수 변호사가 잠시 말을 멈췄다.“다시 말해서 신유나 씨는 아무것도 얻지 못해요.”신은채는 처음부터 이 모든 것을 예상하고 있었다.자신의 목숨을 걸고 판을 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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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화
한 달 뒤, 유성진은 매일 신은채의 묘 앞에 와서 한동안 앉아 있었다. 유다인도 함께 데려갔지만 어린 딸은 늘 내키지 않아 했다.“아빠, 우리 여기는 왜 오는 거예요?”곧 유다인이 작은 돌멩이를 발끝으로 툭 차면서 물었다.“너를 사랑하는 사람이 여기 있으니까.”“그래도 나랑 안 놀아 줬잖아요.”유다인은 입을 삐죽였다.“유나 엄마가 그랬어요. 진짜로 사랑하는 사람은 계속 곁에 있어 주는 거라고요.”그 말에 유성진의 마음은 또 한 번 무너져 내렸다.고작 5살짜리인 이 아이에게 어떻게 설명해야 좋을지 몰랐다.계속 곁에 있어 줬던 사람은 사실 거짓말쟁이였고, 같이 놀아 주지 않았던 사람은 실제로는 목숨을 걸고 자신을 사랑했던 엄마였다는 사실을 설명하기가 힘들었다.결국 신유나는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법정에서도 여전히 모든 일이 신은채가 자신을 함정에 빠뜨리기 위해 꾸민 것이라며 변명했다.하지만 증거는 차고 넘쳤기에 그 누구도 신유나의 말을 믿지 않았다.신은채의 부모는 집을 처분하고 플로리다로 이주했다.뉴욕의 모든 것이 세상을 떠난 딸을 떠올리게 한다고 하면서.떠나기 전에, 윤미경은 신은채의 묘 앞에 한참 동안 무릎을 꿇고 있었다.“다음 생이 있다면...”윤미경은 목이 메어서 말했다.“엄마는 꼭 너만 사랑할게.”갤러리는 신은채의 유언에 따라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 기증됐다.전시가 열리는 날, 미술관에서는 특별히 신은채 추모전을 마련해서 생전에 고인이 소장했던 작품들을 전시했다.그중에서도 유독 사람들의 눈길을 끄는 그림이 한 점 있었다.신은채가 직접 그린 그림으로 어린 여자아이가 바닷가를 달리고 있는 모습이었다.그림 뒷면에는 작은 글씨로 한 줄이 적혀 있었다. 바로 유다인이 태어난 다음 해였다.[내 딸 다인아, 엄마는 영원히 너를 사랑해. 2019년.]5년 뒤, 10살이 된 유다인은 사진첩을 넘기다가 문득 유성진에게 물었다.“아빠, 나랑 엄마가 같이 찍은 사진은 왜 이렇게 적어?”유성진의 손길이 잠시 멈췄다.“그건 엄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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