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그때 멀리서 다급한 발소리가 들려왔다.
"각하!"
두 사람이 고개를 돌렸다.
종이봉투를 든 오민석이 숨을 헐떡이며 달려왔다.
"여기 계셨군요!"
"관저를 한 바퀴 반이나 돌았습니다."
강시온이 웃으며 물었다.
"반 바퀴는 왜 더 돌았습니까?"
"첫 번째 한 바퀴 때는 이쪽 길을 못 찾았습니다."
한채린이 담담하게 말했다.
"어제도 같은 길로 오셨습니다."
"어제의 저는 어제의 저고, 오늘의 저는 오늘의 접니다."
강시온이 결국 웃음을 터뜨렸다.
"그래서 무슨 일입니까?"
오민석이 종이봉투를 내밀었다.
"아침 식사입니다."
"각하가 보안실에서 바로 나오셨다고 해서 챙겨 왔습니다."
강시온이 봉투를 받아 들었다.
"감사합니다."
"다행입니다. 한
대통령 관저 지하 보안실.오전 9시 12분.한채린이 보안 인증을 마치자 모니터 중앙에 잠겨 있던 파일이 열렸다.「후보 42번 최초 관찰 보고서」강시온은 화면 위에 적힌 날짜를 확인하고 입을 다물었다.대통령이 되기 훨씬 전.그가 스스로를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라고 생각하던 시기였다.박은호가 복원 상태를 확인했다."영상 자료는 대부분 손상됐습니다.""현재 확인 가능한 건 관찰 기록 일부와 첨부 사진 한 장입니다."강시온이 의자에 앉으며 물었다."제가 뭘 했길래 관찰까지 받은 겁니까?"박은호는 대답 대신 첫 번째 기록을 화면에 띄웠다.「대상자 강시온.직업 없음.고정 수입 없음.사회적 영향력 없음.특별한 학력 및 경력 없음.」강시온이 헛웃음을 흘렸다."없는 것만 아주 정성스럽게 적어 놨네요."한채린은 웃지 못했다.사람을 알아보기 위한 기록이라기보다, 애초에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한 목록처럼 보였다.다음 문장이 복원됐다.「관찰 가치 낮음.후보군 제외 검토.」"처음부터 선택된 사람은 아니었군요."강시온의 말에 박은호가 고개를 끄덕였다."오히려 가장 먼저 제외될 가능성이 높았습니다."박은호가 첨부 사진을 열었다.비가 내리는 밤거리.편의점 앞에 젖은 교복 차림의 학생이 서 있었다.그 앞에는 우산도 없이 선 강시온이 보였다.사진을 본 강시온이 몸을 조금 앞으로 기울였다."...저 편의점."한채린이 물었다."기억나십니까?""편의점은 기억이 납니다."강시온은
그때 멀리서 다급한 발소리가 들려왔다."각하!"두 사람이 고개를 돌렸다.종이봉투를 든 오민석이 숨을 헐떡이며 달려왔다."여기 계셨군요!""관저를 한 바퀴 반이나 돌았습니다."강시온이 웃으며 물었다."반 바퀴는 왜 더 돌았습니까?""첫 번째 한 바퀴 때는 이쪽 길을 못 찾았습니다."한채린이 담담하게 말했다."어제도 같은 길로 오셨습니다.""어제의 저는 어제의 저고, 오늘의 저는 오늘의 접니다."강시온이 결국 웃음을 터뜨렸다."그래서 무슨 일입니까?"오민석이 종이봉투를 내밀었다."아침 식사입니다.""각하가 보안실에서 바로 나오셨다고 해서 챙겨 왔습니다."강시온이 봉투를 받아 들었다."감사합니다.""다행입니다. 한 실장님과 함께 계셔서.""왜 다행입니까?""한 실장님과 계시면 그래도 뭐라도 드실 것 같아서요."한채린이 봉투 안을 확인했다."오 비서관님.""예.""이건 세 사람 분량이 아닙니다.""혹시 각하께서 갑자기 식욕을 되찾으실 상황에 대비했습니다."강시온이 웃었다.셋은 정원 옆 테라스로 자리를 옮겼다.오민석이 음식을 꺼내자 강시온은 죽 그릇을 한채린 쪽으로 밀었다."한 실장님도 드십시오.""괜찮습니다.""아까부터 차만 드셨습니다.""저는 나중에 먹겠습니다."강시온은 그릇을 다시 자기 쪽으로 가져오지 않았다."그럼 저도 나중에 먹겠습니다."한채린이 그를 바라봤다.오민석은 두 사람 사이를 번갈아 보다가 조용히 죽 그릇 하나를 더 꺼냈다.
보안실의 모니터가 하나둘 꺼졌다.박은호는 마지막 로그를 확인한 뒤 천천히 의자에서 일어났다."현재 기술로는 여기까지가 한계입니다."한채린은 태블릿에 떠 있는 복원 목록을 다시 훑었다.남은 로그에는 손상된 문장과 끊긴 숫자만 반복될 뿐이었다."외부에서 다시 신호가 감지되거나 삭제된 파일 일부가 복원되면 바로 보고드리겠습니다."박은호의 말에 강시온이 짧게 고개를 끄덕였다."더는 무리하지 마십시오.""예."회의는 끝났다.자신을 오래전부터 지켜본 흔적은 확인했지만, 왜 선택됐는지는 알 수 없었다.보안실 문이 닫히자 복도에 고요함이 내려앉았다.강시온은 엘리베이터 앞에 멈춰 섰다.한채린은 아무 말 없이 버튼을 눌렀다.잠시 뒤 문이 열렸다.두 사람은 나란히 안으로 들어갔다.평소와 달리 누구도 먼저 업무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다.강시온은 내려가는 숫자만 바라봤다.한채린은 그의 지친 옆얼굴을 잠시 살폈다.그녀는 시선을 거두고 조용히 말했다."관저 정원으로 가시겠습니까?"강시온이 고개를 돌렸다."거긴 이 시간에 사람이 거의 없습니다."잠시 망설이던 그가 작게 대답했다."...좋습니다."머리를 비우고 싶었다.관저 뒤편 정원.이른 아침이라 사람은 없었다.나무 사이로 햇살이 내려앉고 분수에서는 잔잔한 물소리가 흘렀다.강시온은 벤치에 앉아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대통령이 된 이후 수많은 위기를 넘겼다.폭발과 암살 위협보다, 대통령이 되기 전부터 기록되어 있었다는 사실이 더 두려웠다.오늘처럼 자신의 존재
무슨 행동을 말하는지, 누가 어디서부터 자신의 삶을 지켜봤는지 알 수 없었다.평범했다고 믿었던 십일 년이 누군가에게는 평가 기록이었다.손끝이 천천히 말려 들어갔다.한채린이 그의 옆에 놓인 의자를 당겼다.“앉으십시오.”“괜찮습니다.”“각하께서 괜찮다고 하는 날도 대부분 안 괜찮습니다.”조금 전 강시온이 했던 말을 그대로 돌려준 것이었다.강시온이 그녀를 바라보자 한채린은 화면을 향한 채 덧붙였다.“지금은 서 계실 이유가 없습니다.”그는 더 고집하지 않고 의자에 앉았다.한채린은 생수병의 뚜껑을 열어 그의 앞에 놓아 주었다.그리고 박은호가 다음 기록을 복원하는 동안에도 곁에서 물러나지 않았다.강시온은 물병을 들다 그녀의 손에 남아 있는 손난로를 보았다.돌려받지 못한 물건 하나가 한채린도 자신의 걱정을 받아들였다는 대답처럼 보였다.굳어 있던 그의 입가가 조금 풀렸다.한채린은 모니터만 바라본 채 손난로를 더 깊이 감싸 쥐었다.강시온이 물병을 내려놓았다.재킷 소매 끝이 책상 위의 물방울에 닿을 듯 늘어져 있었다.한채린이 손을 뻗어 그의 소매를 두 번 접었다.강시온은 말없이 팔을 내어 주었다.“이런 것까지 한 실장님 업무입니까?”“각하께서 제대로 챙기지 못하는 부분은 제 업무가 됩니다.”“그럼 너무 많을 텐데요.”“알고 있습니다.”한채린은 비틀린 단추까지 바로 채운 뒤 손을 거뒀다.접힌 소매의 양쪽 길이는 정확히 같았다.
관저 식당을 나선 시각은 오전 6시 28분이었다.강시온은 복도 끝에서 걸음을 멈췄다.뒤따르던 발소리가 평소보다 조금 느렸다.한채린은 태블릿으로 오전 일정을 수정하면서도 오른쪽 손목을 몇 번이나 주무르고 있었다. 밤새 화면을 넘긴 탓인지 손가락의 움직임도 평소보다 둔했다.강시온이 손을 내밀었다.“주십시오.”“아직 정리되지 않은 일정입니다.”“확인하려는 게 아닙니다. 보안실까지 제가 들겠습니다.”한채린이 태블릿을 놓지 않자 기기 가장자리에서 두 사람의 손이 겹쳤다.차갑게 식은 손등이 닿았다.강시온의 표정에서 장난기가 사라졌다.“손이 왜 이렇게 차갑습니까?”“밤을 새우면 이 정도는—”“원래 그렇다는 말은 하지 마세요.”그는 태블릿을 받아 든 뒤 재킷 주머니의 손난로를 건넸다.“각하께서 사용하십시오.”“저는 지금 머리가 더 차가워져야 합니다.”한채린은 잠시 망설였지만 손난로를 돌려주지 않았다.강시온이 엘리베이터 버튼을 눌렀다.“보안실을 다녀온 뒤에는 쉬세요.”“일정부터 확인하겠습니다.”“그 말을 거절로 알아듣겠습니다.”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강시온이 먼저 안으로 들어갔다.“오늘만 한 실장님 일정도 공동 관리하시죠.”한채린은 대답하지 않은 채 그의 옆에 섰다.그 순간 태블릿 화면 상단에 긴급 보안 호출이 떠올랐다.발신자는
화면 아래 새로운 평가 문장이 나타났다.「공감 능력 우수」「타인 우선 선택 확인」「예상 행동과 일치」강시온의 시선이 멈췄다.“예상 행동이라.”“내가 이렇게 행동할 걸 이미 알고 있었다는 겁니까?”박은호는 다음 기록을 확대했다.「후보 42번은 극한 상황에서도 타인의 생존을 우선 선택한다.」「위기 상황에서 사적 이익보다 공동체를 우선한다.」「세계평화프로젝트 적합도 상승」보안실 안이 조용해졌다.강시온은 화면 앞으로 한 걸음 다가갔다.‘후보 42번.’머릿속에서 그 숫자가 계속 맴돌았다.“42번이라면….”“나 말고도 후보가 있었다는 뜻이군요.”박은호가 고개를 끄덕였다.“현재 복원된 자료만 보면 그렇습니다.”“최소 마흔두 명 이상이 같은 기준으로 평가받았을 가능성이 높습니다.”“그리고 각하는 그 마지막 후보였을 가능성이 있습니다.”강시온은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자신이 대통령이 된 것은 우연이 아니었다.오래전부터 누군가는 수많은 사람을 같은 기준으로 지켜봤고,그 끝에서 자신을 대통령으로 만들 대상으로 선택했다.하지만 가장 중요한 질문은 남아 있었다.‘왜 하필 나였을까.’그 순간.박은호의 눈빛이 달라졌다.복원된 문서 아래쪽에서 잠겨 있던 항목 하나가 새롭게 활성화되고 있었다.파일명은 단 하나.「후보 42번 선정 사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