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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화. 원래 신부 입장

Auteur: Jino
last update Date de publication: 2026-10-18 12:02:59

[채이]

속보가 뜨고 삼십 분 만에 기사가 열두 개로 불었다. 기자석 열두 자리가 생각났다. 한 자리에 하나씩.

로즈룸 칸막이에 기대앉아 하나씩 열었다. 내용은 비슷했다. 내일 오전 열 시, 시내 컨벤션센터 소회의실. 하세라 씨 측 대리인이 기자들에게 문자를 돌렸다. 그날의 진실을 말하겠다.

"대리인. 언니한테 대리인이 어디 있어. 필라테스 강사가."

그가 누군가와 짧게 통화하고 끊었다.

"그 대리인, 작년까지 우리 그룹 법무팀에 있던 사람입니다. 지금은 개인 사무실. 형이랑 대학 동기고."

휴대폰을 무릎에 내려놓았다. 바닥에 꽃잎이 몇 장 남아 있었다. 두 시간 전 여섯 명이 노래하던 자리. 하루에 잔치와 전쟁이 같은 방에서 열렸다. 예식장에선 흔한 일이다. 오늘은 내 일이라서 흔하지 않았다.

언니한테 다섯 번 걸었다. 받지 않았다. 문자를 보냈다.

[언니. 내일 가지 마. 아니면 가기 전에 나 한 번만 봐.]

읽음. 답 없음.

윤 팀장이 조심스럽게 다가왔다.

"홍보팀에서 오늘 밤 입장문을 먼저 내자고 합니다. 원래 신부 측 주장은 사실무근이라고."

"안 돼요. 먼저 내면 언니랑 싸우는 거예요. 무슨 말을 할지도 모르는데."

윤 팀장이 그를 봤다. 그는 나를 봤다.

"……내일 들어 보고 정합니다. 홍보팀엔 대기하라고 하세요."

윤 팀장이 나갔다. 그가 칸막이에 나란히 등을 기댔다.

"내일 봄빛 첫 식, 몇 시입니까."

"열한 시 반이요."

"회견장까지 삼십 분. 열 시에 시작해서 열 시 반에 나오면 됩니다."

"……가자고요?"

"당신은 가고 싶잖습니까. 언니 얼굴 보려고. 그럼 같이 갑니다."

[재헌]

새벽 한 시. 둘 다 잠을 못 잤다.

그녀가 거실로 나왔을 때 나는 이미 버팀이 옆 바닥에 앉아 있었다. 누룽지는 데우지 않았다. 물컵 두 개. 하나는 그녀 몫.

그녀가 옆에 앉았다.

"언니가요, 저 초등학교 입학식 날 머리를 땋아 줬어요. 양 갈래로. 엄마는 폐백 한복 배달, 아빠는 다듬이질하고. 아무도 없는데 언니가 큰집에서 걸어와서. 자기도 학교 가야 하는데. 지각해서 담임한테 혼났대요. 근데 저한텐 한 번도 그 얘기 안 했어요."

물컵을 그녀 쪽으로 밀었다.

"그래서 미워할 수가 없군요."

"네. 미워하려고 해 봤는데 자꾸 양 갈래 머리가 생각나요."

창밖을 봤다. 한참 뒤에 말했다.

"형도 그랬습니다. 1207호에 처음 놀러 온 사람이 형이었습니다. 제가 여덟, 형이 열하나. 룸서비스 메뉴판을 처음부터 끝까지 같이 읽었어요. 형이 제일 비싼 거 시켜 보자고 해서 둘이 스테이크를 시켰다가 총지배인한테 혼났습니다."

그녀가 내 옆얼굴을 봤다. 나는 웃고 있지 않았다.

"언제부터 그렇게 됐는지 모르겠습니다. 할머니가 저를 따로 부르기 시작했을 때부터였나. 그래서 저도 자꾸 스테이크가 생각납니다. 미워하려고 하면."

그녀가 물컵을 들어 내 컵에 부딪쳤다. 딩.

"양 갈래 머리랑 스테이크요."

"……네."

건배할 일이 아니었다. 그런데 건배 말고 다른 방법이 없었다. 우리는 물을 마셨다. 새벽 두 시가 넘도록.

[채이]

토요일 오전 아홉 시 오십 분. 컨벤션센터 삼층 소회의실.

기자 서른 명. 뒷벽까지 삼각대. 앞쪽 흰 천 탁자, 마이크 두 개.

맨 뒷줄 기둥 옆에 섰다. 나는 모자를 눌러썼다. 그는 선글라스도 모자도 없었다. 숨길 생각이 없는 얼굴.

기둥 반대편에 회색 양복. 흰 이어폰. 방준기 과장. 우리를 보고 몸을 굳혔다가 모르는 척 앞을 봤다. 모르는 척은 나도 오 년 했다. 저건 초보다.

열 시 정각. 옆문이 열렸다.

언니가 들어왔다. 남색 정장. 단정한 머리. 화장. 제주 마당에서 국수를 먹던 사람이 아니었다. 결혼식 날 대기실 거울 앞의 사람이었다.

뒤로 큰어머니. 병원에서 바로 온 듯 얼굴이 누렜다. 그리고 안경 쓴 남자. 대리인.

플래시. 언니가 눈을 찡그렸다. 그 얼굴을 안다. 입장하는 신부들이 제일 먼저 짓는 얼굴이다. 무서울 때.

언니가 앉아 종이를 들었다. 종이 끝이 흔들렸다.

"안녕하세요. 하세라입니다. 저는 지난 5월, 강재헌 부사장과 결혼하기로 한 신부였습니다."

한 줄씩 읽었다.

"그날 저는 식장을 떠났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제 뜻이 아니었습니다. 저는 떠밀렸습니다."

셔터 소리가 빨라졌다.

"그날 아침 누군가가 저에게 떠나라고 했습니다. 그 결과 제 자리에는."

언니가 멈췄다. 다음 줄을 읽으려 입을 열었다 닫았다.

"……제 자리에는, 그 예식장에서 일하던 제 사촌 동생이."

또 멈췄다.

대리인이 몸을 기울여 속삭였다. 언니는 종이만 봤다. 손가락 끝이 하얬다.

다음 줄이 뭔지 알 것 같았다. 사촌 동생이 계획했다. 그 자리를 노렸다.

언니는 그 줄을 읽지 않았다.

삼 초. 오 초. 십 초.

"하세라 씨, 그럼 사촌 동생 하채이 씨가 이 일을 계획한 겁니까?"

앞줄 기자가 소리쳤다. 언니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렇죠!"

큰어머니였다. 대리인이 팔을 잡았다. 늦었다. 카메라가 일제히 큰어머니에게 돌았다.

"걔가 처음부터! 그 식장 하자고 한 것도!"

"어머니!"

처음으로 큰 목소리였다. 회의실이 조용해졌다.

언니가 천천히 기자석을 봤다. 맨 뒷줄 기둥 옆까지. 모자를 눌러쓴 나와 눈이 마주쳤다.

언니 얼굴이 무너졌다. 종이를 내려놓았다. 일어섰다.

"……죄송합니다. 오늘은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옆문으로 나갔다. 대리인이 따라 나갔다. 큰어머니는 입을 벌린 채 앉아 있었다.

기자들이 동시에 뒤를 돌아봤다.

"하채이 씨다!"

플래시가 뒤쪽으로 쏟아졌다. 그가 내 앞으로 한 걸음 나섰다. 어깨로 카메라를 막았다.

모자를 벗었다. 기자들을 봤다.

"오늘은 언니 자리예요. 저는 할 말 없습니다."

돌아섰다. 그가 내 손을 잡았다. 결혼식 날 밤 레지던스 앞에서처럼. 깍지. 뒷문으로 나갔다.

[재헌]

비상계단. 두 층 내려갔을 때 위에서 발소리가 따라왔다. 빠르고 가벼운 구두.

멈췄다. 그녀를 한 계단 아래로 보냈다.

"먼저 내려가 있어요. 차는 지하 이층."

그녀가 나를 봤다. 묻지 않았다. 내려갔다.

발소리가 계단참에서 멈췄다. 회색 양복. 흰 이어폰. 방준기 과장. 나를 보고 한 발 물러섰다.

"부사장님."

"따라오라고 했나."

"……아닙니다. 차 쪽으로 가던 길입니다."

"주차장은 반대편 계단이야."

그의 목젖이 움직였다. 이어폰 줄이 흔들렸다. 저 이어폰 너머에 누가 있는지는 묻지 않아도 알았다.

"방 과장. 결혼식 날 비상계단 문. 열두 시 십 분."

그의 얼굴이 굳었다.

"형한테 전해. 오늘 신부는 종이를 끝까지 안 읽었다고. 그리고."

한 계단 올라섰다. 그가 한 계단 물러섰다. 계단은 이런 대화에 적당한 장소다. 누가 위에 서 있는지 분명하니까.

"다음에 3층 복도에서 휴대폰을 가로로 들면, 그땐 내가 직접 찾아간다고."

대답은 없었다. 그는 뒤돌아 올라갔다. 이어폰 줄이 등 뒤에서 흔들렸다.

나는 내려갔다. 지하 이층. 그녀가 차 옆에 서 있었다. 모자를 손에 쥐고.

"무슨 얘기 했어요."

"길을 알려 줬습니다. 주차장이 반대편이라고."

그녀가 나를 한참 봤다. 거짓말은 아니었다. 전부도 아니었다. 그녀는 그걸 알고 있는 얼굴이었다. 그리고 넘어가 주는 얼굴이었다. 오늘은 넘어가 줄 일이 많은 날이니까.

[채이]

열한 시 반. 봄빛 그랜드홀. 무전기, 정장, 파우치, 반쯤 올린 머리. 모자는 차에 두고 왔다.

"괜찮아?"

은비가 속삭였다.

"응. 오늘 신부님 몇 번째야?"

"삼백사십 번째. 너 담당으로만."

"그럼 삼백사십 번째 신부님, 잘 들여보내자."

휴대폰은 무음. 주머니 안에서 쉬지 않고 떨렸다. 꺼내 보지 않았다. 원장님이 사무실 전화를 자동응답으로 돌렸다. 준수가 로비 입구에서 카메라 든 사람을 하나씩 정중하게 돌려보냈다. 오늘은 예식 손님만 들어오실 수 있습니다. 준수 목소리가 한 번도 안 떨렸다. 저 애 언제 저렇게 컸지.

신부가 대기실에서 나왔다. 드레스 뒤를 점검했다. 베일 끝을 펴 줬다. 부케 리본을 한 번 더 묶었다.

"떨려요, 매니저님."

"다 떨려요. 신랑님도 지금 떨고 계세요. 아까 보니까 커프스 단추를 계속 만지시더라고요."

신부가 웃었다. 나도 웃었다. 커프스 단추 만지는 남자를 하나 더 알고 있다는 건 말하지 않았다.

삼, 이, 일.

두 번째 식은 두 시 반, 세 번째는 다섯 시. 세 번 다 삼, 이, 일을 셌다. 세 번 다 문이 열렸다. 문이 열리면 신부가 걸어 들어간다. 그 사이에 나는 아무 생각도 안 했다. 이 일이 좋은 이유가 그거다. 남의 제일 좋은 날에는 내 제일 나쁜 날이 끼어들 틈이 없다.

[재헌]

봄빛 뒷골목. 차 안. 할머니 전화.

"소란스럽구나. 그 아이는 뭐 하느냐."

"일합니다. 오늘 예식 세 건."

잠깐의 침묵.

"……회견장에서 바로 식장으로 갔단 말이냐."

"네. 열한 시 반 식부터."

할머니가 짧게 숨을 내쉬었다. 웃음 같았다.

"그래. 그럼 됐다. 세라라는 아이, 종이를 끝까지 안 읽더구나. 방송으로 봤다."

"네. 안 읽었습니다."

"그 아이도 한복집 손녀다. 잊지 마라."

끊겼다. 창밖. 봄빛 간판. 봄 자 받침이 깜빡였다. 오늘은 켜져 있는 시간이 조금 더 길었다. 착각일 것이다.

[채이]

저녁 일곱 시 반. 마지막 예식 끝. 직원 화장실에 들어가 수도를 틀었다. 거울 속에 하루가 다 남아 있었다.

옆 칸 문이 열렸다.

언니였다. 아침의 남색 정장. 화장은 다 번졌다. 언제부터 숨어 있었는지 모른다.

언니가 걸어와 내 두 손을 잡았다. 차가웠다. 제주에서보다.

"채이야. 나 종이 못 읽었어. 네 얼굴 보니까 못 읽겠더라."

"알아. 봤어."

"근데 그 사람들이 가만 안 있어. 엄마가 약속을 했대. 돈 먼저 받고. 아빠 회사 은행 빚, 벌써 그 돈으로 막았대."

손을 꽉 쥐었다.

"두 번째 회견을 하래. 다음 주에. 이번엔 종이 없이. 내 입으로 네 이름을 대래."

눈물이 뚝 떨어졌다.

"도와줘, 채이야. 나 어떡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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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헌]목요일 밤 열한 시 오 분. 식탁. 그녀가 안전핀을 한 번 여닫은 뒤로 오 분 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배치도만 봤다.나는 백 실장 흉내를 냈다. 수첩 대신 냅킨. 볼펜으로 적었다."뭐가 남아 있는지부터."그녀가 고개를 들었다."실내 공간. 그랜드볼룸. 밤 갈라 세팅이 금요일부터 들어갑니다. 형 쪽. 로즈룸, 백 명. 스카이라운지, 팔십 명. 로비, 서서 이백 명.""낮 잔치 하객이 몇이에요.""삼백 이십.""그럼 볼룸밖에 없어요.""볼룸은 형 겁니다. 밤 갈라. 샹들리에, 샴페인 타워, 외국 연주단. 금요일 오후부터 세팅."그녀가 배치도를 뒤집었다. 뒷면에 볼펜으로 선을 그었다. 시간표였다. 열두 시부터 세 시, 낮 잔치. 세 시부터 여섯 시, 전환. 일곱 시, 갈라."같은 방을 두 번 써요. 봄빛은 토요일마다 그랜드홀 하나로 식을 세 번 해요. 식 끝나면 사십 분 만에 꽃이랑 의자 다 바꿔요. 호텔은 세 시간이면 돼요.""형이 허락할까요.""물어봐야죠."그녀가 휴대폰을 들었다. 건물주, 라고 저장된 번호. 밤 열한 시 십 분.[채이]신호가 한 번 가고 받았다."매니저님.""전무님. 태풍이요.""봤어요. 지금 볼룸 배치도 보고 있었어요."이 사람도 안 자고 있었다. 형제가 같은 시간에 같은 배치도를 보고 있었다."낮 잔치를 볼룸으로 옮기고 싶어요. 열두 시부터 세 시까지. 세 시부터 여섯 시까지 전환하고, 일곱 시에 갈라. 갈라 세팅이 세 시간 늦어져요."전화 너머가 조용했다. 삼 초."……그래요.""그래요요?""샹들리에는 원래 늦게 켜는 거예요. 해 지고 나서. 낮에 켜면 촌스러워요."웃음이 났다. 그도 웃었다. 전화 너머로."갈라 세팅팀 금요일 출근 취소할게요. 토요일 세 시에 들어가라고 하고. 그리고 매니저님.""네.""전환 세 시간. 우리 팀 인력 다 쓰세요. 내 갈라 인력이지만 낮에도 쓰세요. 복주머니 나르게."전화를 끊었다. 그가 나를 보고 있었다. 냅킨을 든 채."……형이 뭐라

  • 대타 신부   35화. 예비일 지정

    [채이]"조건이요?"민혁이 원장님 찻잔을 내려놓았다. 두 손으로. 이 사람은 오늘 모든 걸 두 손으로 했다."토요일 연회. 식순에 제 순서 하나 넣어 주세요.""……무슨 순서요.""삼 분이요. 할머니 앞에서. 직접 말할 기회. 기자 없이, 이사 없이. 매니저님이 식순 짜시잖아요."매니저님. 제수씨가 아니었다.수첩을 폈다. 연회 식순. 낮 열두 시 개회, 할머니 인사말, 개관 연회 메뉴 소개, 봄빛 사진전, 직원 가족 소개, 복주머니 나눔. 빈칸이 없었다."식순은요, 원래 양가 합의가 필요해요. 신랑 측, 신부 측.""……농담이죠.""반은요. 반은 진짜예요. 할머니 인사말 앞에 넣을게요. 할머니가 말씀하시기 전에. 할머니가 대답하실 수 있게."민혁이 나를 봤다. 그리고 원장님을 봤다. 원장님이 고개를 끄덕였다. 식순은 매니저 권한이다. 원장님이 오 년 전에 그렇게 정했다."삼 분이면 되겠어요?""……모르겠어요. 삼십 년 치 말이라.""그럼 사 분 드릴게요. 예비로 일 분."예식장에서는 늘 예비를 둔다. 예비일, 예비 부케, 예비 안전핀. 사람 말에도 예비 일 분이 필요하다.[재헌]수요일 오후 세 시. 할머니 전화. 이번엔 본론이 늦게 나왔다."재헌아.""네."오 초. 할머니가 오 초 넘게 말을 안 하는 건 드물다. 결혼식 날 이후 두 번째."네 작은아비가 왔다 갔다. 아침 일곱 시에. 혼자 운전해서.""……네. 형한테 들었습니다.""쉰다섯 해 만에 물었다. 어머니, 제 돌잔치를 하셨습니까."할머니 목소리가 흔들렸다. 두 번째로 듣는 흔들림."그래서 말해 줬다. 했다고. 영감 몰래 봄빛 작은 방에서. 내 혼례 치마를 뜯어 입혔다고. 한복집 새댁이 돌복 삯을 안 받았다고. 지갑에서 사진을 꺼내 줬다. 쉰다섯 해 만에 주인한테 갔다.""……작은아버지는요.""울더구나. 쉰여섯 살짜리가. 내 앞에서. 그리고 버선을 한 켤레 얻어 신고 갔다. 네 처가 두고 간 무명 버선. 발에 꼭 맞는다더라."전화 너머에서 찻잔 소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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