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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화. 다리를 끄는 서리늑대

Author: Jino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10-18 21:45:06

도경은 신고서를 다시 자기 쪽으로 당겼다.

이름 아래에는 병원 주소와 시설을 적는 칸이 남아 있었다. 처치실에서 보라가 불을 줄였다. 산소 상자 안을 확인하고 나온 보라가 책상 앞에서 멈췄다.

“다 쓰시게요?”

“비어 있는 데만요. 모르는 건 물어보고요.”

보라는 책상 위의 과자 봉지를 접어 두었다. 도경은 검사 장비 이름을 적다가 고개를 들어 유리문을 보았다. 들뜬 종이 모서리는 그대로였다.

이번에는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았다.

■

3월 27일(금) 아침, 도경은 관리원 북부지소의 민원실 책상에 신고서를 올려놓았다.

남색 진료복 위에 입은 얇은 겉옷 주머니에서 병원 도장을 꺼냈다. 차로 20분 오는 동안 서류 봉투를 조수석에 놓았다가 무릎에 올렸다가 했더니 모서리가 조금 구겨져 있었다.

노상필이 신고서를 한 장씩 넘겼다.

“입원 시설은 일반 동물과 함께 쓰십니까?”

“지금은 그렇습니다. 몬스터를 받을 때는 칸을 떨어뜨려 놓고 있어요.”

“크기가 큰 개체는요?”

“현재 시설에서 안전하게 볼 수 있는지만 먼저 판단하겠습니다. 어렵다면 옮기고요.”

노상필은 펜으로 해당 줄에 짧게 적었다. 도경은 고무장갑 상자와 산소 상자를 어디에 두었는지까지 설명했다.

서류를 다 읽은 노상필이 안경을 밀어 올렸다.

“신고했다고 모든 종을 다 보셔야 하는 건 아닙니다.”

“알고 있습니다.”

“진료한 내용과 다른 기관으로 보낸 이유도 기록해 두십시오. 원칙대로 남기시면 됩니다.”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노상필이 확인 도장을 찍고 접수 서류와 얇은 봉투를 두 손으로 건넸다.

봉투 안에는 병원 문에 붙일 스티커가 들어 있었다.

『동행 몬스터 진료 신고 완료 — 이계생물관리원 북부지소』

도경은 글씨를 읽고 봉투를 다시 닫았다.

“오늘부터 붙이면 됩니까?”

“네. 잘 보이는 곳에 붙여 주세요.”

도경은 서류와 봉투를 함께 챙겼다. 건물을 나와 승합차 문을 열다가 병원에서 온 전화를 받았다.

보라의 목소리가 평소보다 작았다.

“원장님, 큰 애가 왔어요.”

“얼마나 큰데요?”

“서 있으면 제 허리까지요. 지금은 못 서요.”

도경은 운전석에 앉았다.

“억지로 옮기지 말고 기다려 주세요. 바로 갈게요.”

■

병원 유리문을 열자 바닥 가까이에서 흰 숨이 흘렀다.

대기실 의자 앞에 서리늑대가 앉아 있었다. 몸통은 의자 두 개의 자리를 가렸고, 길게 뻗은 앞발 끝에는 얼음빛 털이 모여 있었다. 오른쪽 뒷다리는 몸 옆으로 비껴 나와 있었다.

보라는 다른 의자를 벽 쪽으로 밀어 놓은 상태였다.

늑대 곁에 앉은 보호자가 도경을 보았다. 짧게 묶은 머리 아래로 목에 걸린 수건이 보였다. 바지 무릎은 젖어 있었고, 한 손은 늑대의 목 아래에 들어가 있었다.

“원장님이세요?”

“네. 언제 다쳤어요?”

“아침에요. 굴에서 내려오다가 돌 사이에 발이 끼었습니다.”

도경은 서류 봉투를 계산대 안쪽에 내려놓았다. 겉옷을 벗고 손을 씻은 뒤 늑대 앞에서 몸을 낮췄다.

얼음빛 털 아래로 늑대의 배가 천천히 움직였다.

허리 높이까지 자란 서리늑대는 처음이었다. 도경은 손을 바로 뻗지 않고 눈과 입가부터 살폈다.

“사람이 다친 데를 만지면 어떤 반응을 보입니까?”

“피해요. 못 피하면 물 수도 있어요.”

보호자는 늑대의 목에 댄 손을 조금 고쳐 잡았다.

“제가 잡겠습니다.”

“아파서 평소와 다를 수 있어요. 무리하면 멈출 겁니다.”

도경은 보호자가 내민 휴대전화에서 등록 내용을 확인했다. 위험 단계는 위험, 보호자는 C급 헌터였다. 목에 걸린 등록 고리의 번호도 맞았다.

그때 유리문이 다시 열렸다.

세탁물 봉지를 든 표말순 할머니가 문턱 앞에서 발을 멈췄다.

“서리 내렸네.”

할머니는 바닥을 내려다보다 늑대와 눈이 마주쳤다. 세탁물 봉지를 양손으로 고쳐 들었다.

“아이고, 진짜 찬 숨이네.”

보라가 문 쪽으로 갔다.

“할머니, 지금 다리가 아파서요. 안쪽으로 들어오시면 놀랄 수 있어요.”

“나도 여기 있을게. 복동이 담요 놓고 가려고.”

보라가 봉지를 받았다. 할머니는 늑대의 뒷다리를 보고 문을 조용히 닫았다.

도경은 보호자에게 물었다.

“차에서 여기까지 걸어왔어요?”

“안고 왔습니다. 내려놓으니 저렇게 앉았어요.”

“그럼 다시 걷게 하지 않을게요.”

■

도경은 손바닥을 세 번 비볐다.

장갑을 끼고 늑대의 등을 먼저 만졌다. 털끝은 차가웠지만 안쪽 피부에는 온기가 있었다. 늑대가 고개를 돌리자 보호자가 귀 뒤를 짚었다.

“기다려.”

짧은 말에 늑대가 다시 앞을 보았다.

도경은 오른쪽 뒷다리의 부은 곳을 살폈다. 털을 나누자 피부가 팽팽해져 있었다. 발끝에 손을 대니 늑대가 다리를 몸 쪽으로 당기려 했다.

“여기는 느끼는군요.”

도경은 더 당기지 않고 손을 위로 옮겼다.

그림이 떴다.

몸 전체의 윤곽이 흐릿하게 이어지고, 뒷다리 한쪽이 짙게 보였다. 짙은 자리 안에서 가느다란 선이 어긋나 있었다. 선의 끝은 부은 부위에 가려 분명하지 않았다.

‘관절인가.’

겉으로 보이는 다리 모양도 평소의 개와 달랐다. 도경은 손을 뗐다. 그림에서 끊겨 보인 것이 뼈인지, 종마다 다른 굽은 모양인지 아직 나눌 수 없었다.

“뼈나 관절을 다친 것 같습니다. 사진으로 확인할게요.”

“여기서 됩니까?”

“몸을 안전하게 놓을 수 있으면요.”

도경은 늑대의 몸통과 진료실 문 너비를 번갈아 보았다. 보라가 진료대 아래에 놓인 고정대를 꺼냈다.

“구름이, 이쪽으로 조금만…….”

“이름 있어요.”

보호자가 바로 말했다.

보라가 손을 멈췄다.

“죄송해요. 아프면 제가 자꾸 별명을 붙여서요.”

보호자는 늑대의 귀를 문질렀다.

“지금은 그냥 불러도 됩니다. 걷지만 않게 해 주세요.”

도경은 진료대 높이를 낮췄다.

“담요를 아래로 넣고 몸 전체를 받칠 겁니다. 다친 다리는 제가 받칠게요.”

보라는 두꺼운 담요를 펴고 가장자리를 말았다. 보호자가 늑대의 가슴을 조금 들어 준 사이 보라가 담요를 밀어 넣었다.

도경은 뒷다리가 흔들리지 않게 양손으로 받쳤다.

셋이 같은 속도로 몸을 옮겼다. 늑대가 목을 들자 모두 멈췄다. 보호자가 낮게 말을 건넨 뒤에야 다시 담요를 들었다.

진료대에 몸이 놓이자 금속 다리가 짧게 울렸다.

■

도경은 마취 도구가 놓인 선반을 보았다가 늑대에게 돌아섰다.

이 크기의 개를 재우던 기준을 그대로 쓸 수는 없었다. 차가운 숨을 내쉬는 몸이 같은 방식으로 약을 견딘다는 근거도 없었다.

“사진은 전신마취 없이 찍겠습니다. 버티기 어려워하면 멈출 거예요.”

보호자가 늑대의 목 아래로 팔을 넣었다.

“앞쪽은 잡을 수 있어요.”

“눌러서 숨이 막히지 않게요. 고개를 돌리지 못하도록만 받쳐 주세요.”

도경은 늑대가 아픈 다리를 움직이지 않도록 임시 받침을 댔다. 보라는 몸 양옆에 고정대를 붙이고, 도경이 손을 놓은 뒤에도 다리가 돌아가지 않는지 확인했다.

촬영할 때는 보호자도 늑대에게서 떨어졌다. 도경은 몸을 고정한 상태를 다시 보고 차폐된 자리로 물러났다.

첫 사진이 화면에 나타났다.

도경은 사진을 확대했다가 원래 크기로 돌렸다. 관절의 맞물림은 이어져 있었다. 그 아래쪽 뼈가 끊겨 한쪽으로 밀려 있었다.

그림에서 본 선의 끝은 관절이 아니었다.

“관절이 빠진 게 아닙니다. 그 아래 뼈가 부러졌어요.”

보호자가 화면 앞으로 왔다.

“붙을 수 있어요?”

“어긋난 정도와 다른 쪽 상태를 더 봐야 합니다.”

도경은 손끝으로 끊긴 두 끝을 따로 가리켰다. 보라와 함께 받침 방향을 바꾼 뒤 다른 각도에서 사진을 찍었다. 다친 부위가 돌아갈 때마다 늑대의 입가가 들렸다.

도경은 서두르지 않고 다시 받침을 넣었다.

두 번째 사진에서는 겹쳐 보였던 뼈가 분리되어 보였다. 다행히 잘게 흩어진 조각은 없었다. 도경은 발끝의 피부와 온기, 눌렀다 놓은 자리의 변화를 다시 확인했다.

“뼈의 위치를 맞추고 부목으로 고정하겠습니다. 맞춘 다음에도 사진을 찍어서 확인할 거고요.”

“잡고 있으면 됩니까?”

“처치할 때는 통증을 줄이는 조치도 하겠습니다. 그래도 버티지 못하면 여기서 계속하지 않을 겁니다.”

보호자는 화면을 한 번 더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

보라가 부목 재료와 거즈를 쟁반에 놓았다.

도경은 늑대가 누운 모양에 맞춰 고정대를 넓혔다. 상처 난 피부가 없는지 살피고 통증을 줄이는 처치를 한 뒤 반응을 기다렸다.

보호자는 늑대의 목을 감싸 안았다. 턱 아래를 받친 팔에 힘이 들어갔다가, 도경이 손으로 가리키자 조금 느슨해졌다.

“이 정도로요. 숨은 편하게 쉬어야 합니다.”

늑대가 길게 숨을 뱉었다. 흰 숨이 진료대 가장자리를 타고 내려왔다.

보라가 젖은 바닥에 마른 수건을 밀어 놓았다.

“그거 제가 할게요. 원장님은 다리 보세요.”

도경은 위쪽 뼈가 움직이지 않도록 받치고, 발목 가까운 쪽을 조심스럽게 잡았다. 사진에서 확인한 방향을 떠올리며 아주 조금씩 힘을 옮겼다.

늑대의 앞발이 진료대 끝을 눌렀다.

“멈출게요.”

도경이 손을 그대로 유지했다. 보호자는 목을 더 세게 누르지 않고 늑대의 얼굴 가까이 고개를 낮췄다.

“여기 있어. 기다려.”

늑대의 입이 닫혔다. 도경은 호흡을 확인한 뒤 다시 손을 움직였다. 보라는 고정대가 밀리지 않게 두 손으로 잡았다.

어긋나 있던 다리의 모양이 조금씩 바로잡혔다.

도경은 손의 감촉만으로 끝내지 않았다. 임시로 움직임을 막아 놓고 다시 엑스선을 찍었다.

화면에서 뼈의 두 끝이 처음보다 가지런히 마주 보고 있었다. 도경은 다른 각도의 사진까지 확인한 다음에야 쟁반 쪽으로 손을 뻗었다.

“이 위치로 고정하겠습니다.”

보라가 부드러운 받침 재료를 건넸다. 도경은 뼈가 튀어나온 곳을 넉넉하게 감싸고 부목을 댔다. 발끝은 상태를 볼 수 있도록 남겼다.

거즈가 풀리는 소리가 길게 이어졌다.

도경이 한 바퀴 감을 때마다 보라는 남은 재료를 받쳤다. 보호자의 팔은 늑대 목 아래에 그대로 있었다.

마지막 고정을 마친 뒤 도경은 발끝을 다시 살폈다. 너무 눌리는 곳이 없는지 손가락을 넣어 확인하고, 몸을 받치던 고정대를 천천히 풀었다.

늑대는 다리를 당기려다 멈췄다.

“오늘은 여기서 지켜보겠습니다. 부목 때문에 붓거나 발끝 상태가 바뀌는지 봐야 해요.”

보호자는 늑대 목에서 팔을 빼고 손가락을 폈다. 손바닥 안쪽에 눌린 자국이 남아 있었다.

“혼자 두면 안 일어나려고 할까요?”

“일어나지 못하게 공간부터 정리할 겁니다. 쉬고 난 뒤에 보호자분과 같이 옮길게요.”

보라가 낮은 물그릇을 가져왔다. 보호자가 앞에 놓아 주자 늑대가 고개를 내려 물을 핥았다.

도경은 그 옆에서 진료 기록에 마지막 사진을 붙였다.

■

점심이 지난 뒤 늑대는 처치실 한쪽의 두꺼운 깔개에 누웠다.

보호자가 곁에 앉아 먹이를 조금 건넸다. 도경은 부목 밖으로 나온 발끝을 확인하고 대기실로 나왔다.

보라가 고정대를 닦고 있었다.

“원장님, 문에 붙일 거 받아 오셨죠?”

“계산대 안에 있어요.”

“제가 붙일까요?”

도경은 유리문을 보았다.

『몬스터는 받지 않습니다』

안내문 아래에는 오래된 테이프 자국이 겹쳐 있었다. 보라는 천을 접은 채 도경의 대답을 기다렸다.

“개업하던 해 가을에 서리늑대 새끼가 왔어요.”

보라의 손이 멈췄다.

“오늘 아이보다 훨씬 작았어요. 개를 보던 대로 살폈는데, 몸속이 다르다는 걸 늦게 알았습니다.”

도경은 청진기 줄을 손가락에 한 번 감았다가 풀었다.

“못 살렸어요. 그 뒤에 붙인 거예요.”

처치실에서 물그릇이 바닥에 닿는 소리가 났다. 도경은 문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보호자가 빈 그릇을 내려놓고 있었다.

“오늘도 처음 손댔을 때 관절인 줄 알았어요.”

도경은 청진기를 책상에 내려놓았다.

“사진을 보고 고쳤고요.”

보라는 닦던 고정대를 말리는 자리에 세웠다.

“다음에도 사진부터 잘 찍을게요.”

“움직이지 않게 잡는 것도요.”

“네. 그건 보호자분하고 같이 해야겠어요.”

보라는 새 거즈를 채우러 처치실로 들어갔다. 도경은 계산대 안쪽의 봉투를 꺼냈다가 다시 놓았다.

아직 늑대의 발끝을 한 번 더 볼 시간이 남아 있었다.

■

저녁에는 보호자가 가져온 넓은 이동 깔개에 늑대를 옮겼다.

도경은 차 안에서도 다리가 비틀리지 않도록 받칠 자리를 알려 주었다. 다음 날 다시 확인하기로 시간을 정하고, 발끝이 붓거나 부목이 젖으면 바로 연락해 달라고 했다.

보호자는 진료비를 내고 영수증을 접었다.

“내일 옵니다.”

“들어올 때 먼저 전화 주세요. 같이 옮기겠습니다.”

유리문이 닫힌 뒤 보라가 바닥에 남은 물기를 닦았다. 도경은 문 앞에 서서 안내문 모서리를 잡았다.

오래 붙어 있던 테이프가 쉽게 떨어지지 않았다. 종이를 당기자 아래쪽부터 작게 찢어졌다. 도경은 손을 멈추고 테이프를 따로 벗겼다.

떼어 낸 종이를 계산대 위에 펴 놓았다.

보라가 젖은 천을 건넸다. 도경은 유리에 남은 끈끈한 자국을 닦고, 마른 천으로 물기를 없앴다.

봉투에서 꺼낸 스티커의 뒷종이를 벗겼다. 유리문 안쪽에서 높이를 맞추고 가운데부터 손바닥으로 눌렀다.

『동행 몬스터 진료 신고 완료 — 이계생물관리원 북부지소』

보라가 바깥으로 나가 글씨를 확인했다.

“반듯해요.”

도경은 떼어 낸 안내문을 접어 진료대 서랍에 넣었다. 찢어진 모서리를 안으로 밀어 넣고 서랍을 닫았다.

보라가 문을 잡은 채 물었다.

“내일은 큰 담요를 앞에 꺼내 둘까요?”

“네. 문 옆에요.”

『환자: 서리늑대(허리 높이 · 위험)』

『진단: 오른쪽 뒷다리 골절, 부러진 뼈의 위치 어긋남』

『처치: 엑스선 확인, 통증 완화, 뼈 위치 맞추기와 부목 고정, 발끝 상태 관찰, 다음 날 다시 보기』

(5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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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계생물관리원 노상필입니다.”도경은 휴대전화를 귀에 댄 채 물그릇을 보았다. 돌두꺼비 한 마리가 턱을 들었다가 옆에 붙어 있는 몸 위에 내려놓았다.“주임님, 느티나무 동물병원 임도경입니다. 오늘 돌두꺼비 셋을 진료했는데, 사육 상태도 확인이 필요할 것 같아서요.”“보호자와 등록 번호부터 말씀해 주십시오.”도경은 선반의 서류를 가져왔다. 엄기철의 이름과 고리 번호를 읽자 전화 너머에서 종이 넘기는 소리가 났다.“현재 병원에 있습니까?”“네. 셋 모두 탈수가 있고 등 피부가 손상됐습니다. 철창과 처음 왔을 때 상태를 찍어 뒀어요.”“사진과 진료 기록을 보내 주십시오. 확인한 사실과 보호자가 한 말은 나눠 적어 주시고요.”도경은 기록지 옆에 빈 종이를 놓았다.“관리 상태가 나빴다고 제가 단정해도 됩니까?”“진료에서 확인하신 상태를 적으시면 됩니다. 사육 환경은 저희가 확인하겠습니다. 기록으로 남기겠습니다.”전화를 끊고 도경은 철창 사진을 다시 열었다. 사진 아래에 물그릇 없이 내원했다고 적었다. 아침에 물을 줬다는 엄기철의 말은 따로 옮겼다.보라가 물그릇 옆 받침을 바로 놓았다.“돌아가서 또 저 안에 들어가는 건 아니겠죠?”“확인해 보겠다고 하셨어요.”도경은 마른 배설물이 붙어 있는 바닥 사진을 골랐다. 전송 화면에 사진이 한 장씩 올라가는 동안 보라는 돌두꺼비들의 머리가 물에 잠기지 않는지 살폈다.■4월 3일(금), 도경이 입원실 물그릇을 갈고 나왔을 때 유리문이 열렸다.엄기철이었다.어제 두고 간 철창보다 길쭉한 철창을 양손으로 들고 있었다. 금목걸이 아래 셔츠 앞섶에 작은 물자국이 났다.“원장, 이것도 좀 봐 줘요.”철창 바닥에 팔 길이의 뱀이 몸을 접고 있었다. 옅은 물결무늬 사이로 젖은 거즈가 보였다. 꼬리 끝에 감아 놓은 거즈였다.도경은 진료대 위를 비웠다.“무슨 일이 있었습니까?”“철창 문에 끼였어요. 직원이 닫다가.”엄기철이 철창을 내려놓자 뱀이 머리를 들었다. 입을 벌리지는 않았지만 몸을 움직일 때마다

  • 던전 수의사, 몬스터 진료 예약 받습니다   7화. 철창에 갇혀 온 돌두꺼비

    “어떤 아이들이 있는지 먼저 알려 주세요.”도경은 펜을 든 채 청년을 보았다.청년이 이동장을 내려놓으려다 안쪽을 살피고는 그대로 받쳐 들었다.“두꺼비도 있고, 뱀도 있어요. 제가 맡는 날에는 물을 갈아 주는데 다른 날은 잘 모르겠어요.”“행사장에서 보는 것만으로는 부족할 수 있습니다. 아픈 아이는 여기로 데려와야 해요.”“사장님한테 말은 해 볼게요.”청년이 이동장 손잡이에 감긴 천을 고쳐 잡았다. 도경은 진료 시간 아래에 병원 연락처를 적어 건넸다. 청년은 종이를 접지 않고 작업복 안주머니에 넣었다.유리문이 닫힌 뒤에도 도경의 펜은 잠깐 들려 있었다.보라가 진료대의 수건을 걷었다.“행사장에 물그릇은 있겠죠?”“그것부터 물어봤어야 했네요.”도경은 기록지 아래에 물 공급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고 적었다.■4월 2일(목), 점심을 먹고 돌아온 보라가 간식 서랍을 닫을 때 유리문이 열렸다.쇠가 부딪히는 소리가 먼저 들렸다.배가 나온 남자가 철창을 한 손에 들고 들어왔다. 셔츠 목 안쪽에서 굵은 금목걸이가 흔들렸다. 철창이 문 옆 선반을 스치자 남자는 손잡이를 높이 들어 올렸다.“여기가 몬스터 봐 준다는 데죠?”도경은 의자를 밀고 일어났다.철창 바닥에 자갈 같은 덩어리 셋이 붙어 있었다. 가까이 다가가자 그중 하나가 눈을 떴다. 주먹 크기의 돌두꺼비였다.등은 희끗했고 눈 주위는 움푹 들어가 있었다. 철창이 기울었는데도 몸을 바로 세우지 않았다.“진료대에 내려놓으세요.”남자가 철창을 놓았다. 철창 안에 있던 돌두꺼비 한 마리가 옆으로 밀렸다. 보라가 손잡이를 받아 바닥을 수평으로 맞췄다.“무슨 일로 오셨습니까?”“밥을 안 먹어요. 행사에 나가면 움직여야 하는데 가만히만 있고.”남자는 바지 주머니에서 접힌 종이를 꺼냈다. 관리원에 등록한 개체 번호와 돌두꺼비 셋의 내용이 적혀 있었다.도경은 종이를 펴고 철창 안의 등록 고리를 확인했다.“보호자 성함이 엄기철 씨 맞으세요?”“네. 엄가네 몬스터 체험 해요. 우리 알바가 여기 괜

  • 던전 수의사, 몬스터 진료 예약 받습니다   6화. 눈이 흐려진 쇠부엉이

    보라는 문 옆의 낮은 선반을 비웠다.도경이 큰 담요를 접어 올려놓자 보라가 끝을 안쪽으로 밀어 넣었다. 유리문을 여닫아도 담요가 걸리지 않았다.“이 정도면 바로 꺼낼 수 있겠네요.”“바닥에 닿으면 갈아 주세요.”보라는 선반 위를 한 번 더 닦았다. 도경은 처치실로 돌아가 고정대에 남은 물기를 확인했다. 마른 거즈를 채우고 나니 진료대 아래 서랍이 조금 뻑뻑하게 닫혔다.■3월 31일(화), 문 옆의 담요는 작은 이동장을 받치는 데 쓰였다.점심이 지난 뒤였다. 작업복 차림의 청년이 이동장을 양손으로 들고 들어왔다. 한쪽 소매에 흙이 말라붙어 있었고, 이동장 손잡이는 천으로 여러 번 감겨 있었다.“몬스터도 보시는 거 맞죠?”도경은 계산대 밖으로 나왔다.“네. 어떤 아이예요?”“쇠부엉이요. 눈이 좀 이상해요.”이동장 안에서 쇳빛 깃이 움직였다. 팔뚝 길이의 부엉이가 낮은 횃대에 앉아 있었다. 몸을 돌리지 않고 고개만 틀어 도경을 보았다.눈 가장자리에 마른 분비물이 조금 붙어 있었다. 오른쪽 눈을 자주 감았다 떴다.“언제부터 그랬어요?”“사흘쯤 됐어요. 밤에 자꾸 벽에 부딪혀요. 전에는 불을 꺼도 잘 날았거든요.”도경은 이동장 아래에 담요를 깔았다. 청년이 손잡이를 놓고도 손을 떼지 않았다.“떨어뜨릴까 봐 감아 놨어요. 들고 오는데 안에서 자꾸 움직여서요.”“잘하셨어요. 지금은 문을 열지 말고 잠깐 볼게요.”도경은 이동장 옆으로 몸을 낮췄다. 부엉이는 횃대를 발톱으로 단단히 붙잡고 있었다. 날개는 양쪽 모두 접혀 있었고, 숨을 쉴 때 꼬리가 크게 들썩이지는 않았다.“밥은 먹습니까?”“주면 먹어요. 그런데 바닥에 놓으면 못 찾을 때가 있어요.”청년은 주머니에서 휴대전화를 꺼냈다. 등록 내용에는 위험 단계 주의가 적혀 있었다. 발목의 등록 고리 번호도 맞았다.“직접 데리고 일하세요?”“저는 D급 헌터고요. 평일에는 체험 행사장에서 아르바이트해요. 얘 먹이 주고 청소하는 건 제가 합니다.”도경은 접수 칸에 들은 내용을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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