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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화. 협박

Author: 유소휘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10-15 13:32:48

조용했던 다이닝룸이 순식간에 소란스러워졌다.

“저, 정말이냐? 정말로 임신했어?”

“어머, 어떡해……. 나 눈물 날 것 같아.”

“언제부터냐? 아니, 아니지. 얼마나 된 거야?”

“왜 말을 안 했어!”

강 회장과 신 여사는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채원 쪽으로 몸을 기울였다. 얼마나 흥분한 건지 테이블을 넘어올 기세였다.

평소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는 두 사람에 태건이 픽 하고 웃음을 터트렸다. 마치 길 건너 불구경이라도 하듯, 자신과는 관련 없는 일처럼 보는 표정이었다.

“그러다가 아예 위로 넘어오시겠네요. 뭐가 이렇게 궁금한 게 많으신 건지.”

“넌 빠져라. 너한테 물어본 거 아니야.”

비아냥거리듯 말하는 태건에 강 회장이 날카로운 목소리로 말했다. 분명히 임신 소식을 알린 건 태건이었는데, 강 회장은 못마땅하다는 눈으로 그를 노려봤다.

서로 불꽃이 튀는 부자 사이에서, 채원은 자신이 방금 무슨 말을 들었는지 다시 생각했다.

‘채원이가 임신했어요.’

꽤 담담하던 태건의 목소리가 아직도 귓가에 선명하게 남아 있었다.

임신. 누가? 윤채원이? 내가?

채원은 순간 자신도 모르게 그녀의 배를 내려다봤다. 당연히 아무 변화가 없었다. 애초에 있을 리가 없었고, 있을 수도 없었다.

결혼 후 5년 동안, 아니, 첫날부터 서로 각방을 썼던 사이였다. 그런데 갑자기 임신이라니, 말이 안 되는 소리였다. 혹시나 강태건이 숨겨둔 내연녀가 임신했다면 모를까.

“채원아?”

그때 강 회장이 다정한 목소리로 그녀를 불렀다. 아들인 태건을 대할 때와는 전혀 다른 태도였다. 동시에 옆에서 태건이 작게 헛웃음을 짓는 소리도 들렸다.

그제야 정신을 차린 채원이 황급히 고개를 들었다.

“왜 그러냐? 어디 안 좋은 데라도 있는 거야?”

강 회장의 걱정스러운 물음에 신 여사가 화들짝 놀라며 그녀를 바라봤다.

“어머! 어떡해? 병원이라도 갈까? 차 부를까?”

두 사람의 말에 채원이 식겁하며 다급하게 손사래를 쳤다.

“아, 아뇨! 괜찮아요!”

병원이라니. 절대 안 될 말이었다. 무슨 생각으로 내뱉은 건지도 모를 말에 정신이 없는데, 여기서 병원까지 가서 사실이 밝혀지면 그건 그야말로 대참사였다.

파랗게 질린 얼굴을 하고서 괜찮다는 말을 내뱉는 얼굴에 모두가 의심과 걱정의 눈초리로 그녀를 바라봤다.

“흠, 그래도 형수님 상태가 평소랑 좀 다른 것 같긴 한데…….”

유건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하자 옆에 있던 신 여사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채원아. 너 얼굴이 하얗다 못해 창백해. 정말 어디 불편한 데 없니? 이럴 때 더 조심해야 하는 거야.”

아니라니까요!

“그래. 괜히 오버하는 것 같아서 그러는 거면 그딴 생각 집어치워라. 애 가진 몸으로는 천 백번 오버해도 다 괜찮아.”

오버가 아니라 오해라니까요!

자꾸만 하고 싶은 말이 목구멍을 툭툭 건드렸다. 혹시라도 속마음이 새어 나갈까 입까지 꾹 다물었지만, 보고 있는 사람으로선 더 안 좋게 보일 뿐이었다.

두 사람과 달리 의심스러운 눈으로 바라보던 유건이 설마, 하는 눈빛으로 입을 열었다.

“혹시 병원 가기 싫어서 그러는-”

“혹시 입덧이야?”

그 순간 태건이 그의 말을 자르고 불쑥 들어왔다.

입덧? 얼토당토않은 말에 채원이 어처구니없는 얼굴로 그를 바라봤다.

입덧이라니. 입덧이 뭔지 몰라서 쓰는 건 아닐 텐데. 

대체 무슨 생각이냐며 눈으로 추궁했지만, 태건은 오히려 뻔뻔하게 그 눈빛을 무시했다.

“아무래도 채원이가 몸이 좀 예민한가 보네요. 이만 일어날게요.”

괜찮겠냐고 묻는 것도 아니고, 일어나겠다는 통보는 너무도 강태건다운 태도였다.

평소였으면 싸가지는 어디다 두고 왔냐며 노발대발하겠지만, 임신이라는 말을 들어버린 이상 태건의 싸가지는 이미 안중에도 없는 일이었다.

“어어, 그래야지! 몸이 안 좋으면 얼른 들어가서 쉬어라! 이깟 가족 식사 뭐가 중요하냐!”

그깟 가족 식사 한 번이라도 참석 안 하면 불같이 화를 내며 회사를 쑥대밭으로 만드는 게 강 회장이었다.

툭하면 손주, 손주 노래를 부르더니, 정말로 간절하게 원하긴 했던 모양이다.

평소의 모습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회장의 모습에 태건은 하마터면 진심으로 웃을 뻔했다.

“일단 가자. 일어날 수 있겠어?”

간신히 웃음을 참고 자리에서 일어난 태건이 채원을 바라보며 물었다.

채원은 대체 이게 무슨 상항인 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하는 건지 몰라, 가만히 앉아서 얼만 타고 있던 그때였다.

“조용히 일어나. 연기 못 하겠으면 그냥 아무 말 하지 말고 가만히 있고.”

채원을 향해 몸을 숙인 태건이 그녀만 들리게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귓가에 속삭이는 목소리에 그녀의 어깨가 작게 움찔거렸다.

채원이 천천히 고개를 돌리자, 태건이 시선을 돌려 그녀와 눈을 맞췄다. 가만히 바라보던 그가 눈썹을 꿈틀거렸다. 어서 일어나라는 신호였다.

그제야 정신을 차린 채원이 다급하게 고개를 돌렸다. 그녀가 자리에서 일어나자, 태건이 한 손으로 그녀를 부축하며 제 쪽으로 당겼다.

“얼른 가봐. 도착하면 괜히 전화하지 말고, 그냥 문자만 남겨줘.”

신 여사가 걱정스러운 눈으로 바라보며 말했다. 덩달아 자리에서 같이 일어난 강 회장도 고개를 끄덕이며, 안절부절못한 채로 채원을 바라봤다.

“죄송해요. 괜히 저 때문에…….”

채원이 고개를 숙이자, 강 회장이 다급하게 손사래를 치며 그녀를 말렸다.

“아냐! 그런 생각 일절 하지 마라! 너는 그냥 네 몸만 신경 써.”

“…….”

도저히 알겠다고 대답을 할 수 없어 채원은 그저 고개만 푹 숙였다.

일은 태건이 저질렀는데, 꼭 자신이 죄인이 된 기분이었다.

그렇게 태건에게 부축받으며 다이닝룸을 나서자, 두 사람 뒤로 세 사람이 천천히 뒤따라왔다.

다이닝룸을 나와 복도를 걸어가자, 입구 쪽에 서서 대기하고 있던 지훈의 모습이 보였다.

지훈은 갑자기 우르르 나오는 이들에 의아한 표정을 짓다, 맨 앞에서 채원을 부축하는 태건을 보며 다급하게 두 사람에게 달려왔다.

“무슨 일입니까?”

혹시 몸이라도 안 좋아진 걸까, 지훈이 빠르게 채원의 상태를 살피며 물었다.

채원은 그런 거 아니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뒤에 있던 신 여사가 더 빨랐다.

“채원이가 임신 때문에 조금 힘든가 봐. 미안한데 장 비서님이 채원이 좀 챙겨줄래요?”

“네? 아, 네. 제가……. 예?”

반사적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하려다 순간 멈칫했다.

뭐 때문에 힘들다고? 임신?

자신이 제대로 들은 게 맞는 건가 싶어 되물었지만 신 여사는 별 반응이 없었다. 오히려 걱정스러운 눈으로 계속 채원을 챙기고 있었다.

다시 자세히 보니 강 회장도 안절부절못하고 있었고, 유건은 뒤에서 가만히 이들을 바라볼 뿐이었다. 이들의 관심을 혼자서 다 받는 채원은 당장이라도 도망치고 싶어 하는 얼굴이었다.

네 사람의 얼굴을 살핀 지훈이 태건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이냐고 묻는 듯한 그의 눈빛에, 태건은 마치 제 일이 아닌 것처럼 어깨를 으쓱였다.

다이닝룸 안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아내는 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빠른 눈치로 상황을 파악한 지훈이 매섭게 태건을 노려본 뒤, 표정을 고치며 채원을 바라봤다.

“일단 차로 가시죠. 제가 본부장님이랑 같이 모시겠습니다.”

앞장서서 차로 향하는 지훈의 뒤로 채원과 그녀를 에스코트하는 이들이 줄지어 따라나섰다.

힐긋 뒤를 돌아 그 광경을 확인한 지훈은 다시 정면을 향해 고개를 돌리며 속으로 태건을 향한 욕설을 내뱉었다.

‘강태건 이 개X끼.’

분명 저 뻔뻔한 낯짝으로 이제 알아서 수습해 보라고 말할 게 뻔했다.

* * *

“자, 이제 장 비서님이 수습 좀 해줘요.”

역시나. 차에 타고 저택에서 빠져나오자마자 뒷좌석에 앉아 있던 태건이 뻔뻔한 목소리로 말했다.

저 뻔뻔한 새끼를 어떻게 죽여야 잘 죽였다고 소문이 날까. 핸들을 쥐고 있던 손에 힘이 잔뜩 실렸다.

“대체 무슨 생각으로-”

“미쳤어요?”

마음 같아선 목 위에 있는 거, 머리 아니냐고, 생각이란 거 하긴 하는 거냐고 따지고 싶었지만 그래도 상사라고 참았다.

참고 최대한 좋게 말하려고 했는데, 뒤에 가만히 앉아 있던 채원이 불쑥 나타났다.

두 사람이 결혼하고 5년 동안 단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큰소리였다. 애초에 채원은 지훈 앞에서 말을 잘 안 하기도 했고, 무엇보다 일정 데시벨을 넘긴 적이 없는 사람이었다. 늘 조용했고, 말수도 적었고, 말하는 것마저 조곤조곤하게 말하는 성격이었다.

그런데 미쳤냐니.

지훈은 너무 놀라 벙찐 얼굴로 백미러를 바라봤다.

당황한 건 태건도 마찬가지였다. 이제껏 단 한 번도 이런 큰소리를 들어본 적이 없었다. 거기다 미쳤냐는 단어는, 아니 그와 비슷한 말도 해본 적 없는 사람이었다.

갑작스러운 큰소리에 태건은 놀란 눈을 깜빡거리다 조용히 헛웃음을 내뱉었다.

“…… 나보고, 하는 소리야?”

“그, 그럼! 여기 당신 말고 미친 사람이 누가 있어요?”

조금 떨림이 있긴 하지만, 흥분을 감추지 못한 목소리로 그녀가 물었다.

태건은 당돌한 그녀의 말에 무슨 대답을 해야 할지 몰라, 벙찐 얼굴로 그녀를 바라봤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이, 임신이라니! 그런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면 어떡해요? 이건 단순한 거짓말이 아니라고요. 애초에 이런 생각 없는 짓을 하는 사람이 아니잖아요! 그런데, 그런데 이렇게 일을 크게 키우면……!”

흥분에 이기지 못한 그녀가 점점 목소리를 키웠다.

태건은 멍하니 그녀를 바라보다 조용히 시선을 내렸다.

무릎 위에 꽉 말아 쥔 주먹이 부르르 떨리는 게 보였다. 눈으로만 봐도 그녀가 얼마나 힘을 세게 주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가만히 그녀를 바라보던 태건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그녀를 불렀다.

“윤채원.”

침착하고 낮은 목소리에 채원의 말이 뚝 끊겼다.

흥분은 가라앉혔지만, 입술을 꾹 다문 채 두 눈은 불안한 듯 정처 없이 흔들리고 있었다.

태건은 그런 그녀를 바라보다 작게 한숨을 내뱉으며 손을 뻗어 여전히 떨고 있는 두 주먹을 감쌌다.

“걱정하지 마. 네가 걱정하는 일은 안 생길 거야.”

“…… 그게 무슨…….”

내가 뭘 걱정하는지, 당신이 어떻게 알아?

채원은 떨리는 눈으로 그를 바라보다 이내 시선을 돌렸다.

물을 엎질러놓고 괜찮을 거라니. 앞뒤가 전혀 맞지 않는 말이었다. 역시 강태건은 믿을 만한 사람은 아니었다.

그러나 생각과 다르게 마음은 조금씩 안정을 되찾아가고 있었다. 마치 태건의 말이 마법의 주문이라도 되는 것처럼, 떨림이 조금씩 잦아들고 있었다.

앞에서 두 사람의 대화를 가만히 듣고 있던 지훈이 의아한 눈으로 백미러를 바라보며 물었다.

“대체 무슨 말들을 하고 계신 겁니까? 임신이라니. 이게 무슨 소리예요?”

지훈의 물음에 태건이 채원의 손을 잡고 있던 손을 떼며 몸을 다시 문 쪽으로 붙였다.

“아아, 별 건 아니고.”

아까까지 차분하던 모습은 사라지고, 다시 평소의 모습을 돌아온 그가 뻔뻔하고 당당한 얼굴로 지훈을 보며 말했다.

“윤채원이 이혼하자고 해서. 협박 좀 해봤어.”

“…… 뭐?”

순간 달리던 차가 끼익, 소리를 내며 급하게 멈춰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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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신없는 오전 업무를 처리하다 보니 어느새 시간은 점심을 향해 가고 있었다.“그래서 관련 미팅은 모레 오후 2시로 예정되어 있습니다. …… 점심은 어떻게 하실까요?”업무 브리핑을 마무리하고 시간을 확인한 지훈이 태건을 보며 물었다.그제야 시간을 확인한 태건은 잠시 고민하다 그를 바라봤다.“간단하게 먹죠. 별로 입맛이 없네요.”태건의 대답에 지훈은 짧은 시간 동안 머리를 굴려 주변 식당을 생각했다. “그러면 근처에 샌드위치 가게가 새로 생겼는데, 샌드위치로 준비할까요?”“네, 좋네요. 장 비서님은 나가서 식사하고 오세요.”무심하게 말하고 태건의 시선은 다시 서류로 향했다.지훈은 잠시 그를 바라보다 이내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몸을 돌렸다. 일이 늘어났다고 해도 굳이 식사까지 대충 챙기면서 몰두할 필요가 있나 싶었지만, 이내 깊게 관여하지는 말자고 생각했다.지훈이 본부장실을 나오자, 앞에 있던 여직원이 황급히 자리에서 일어났다.“식사하러 가시나요?”그녀가 아까부터 쳐다보던 거울을 몰래 옆으로 슬쩍 치우며 물었다.“네. 식사 안 하십니까?”“아, 저는 도시락이요. 늘 챙겨 오거든요.”“아아, 네에.”별로 궁금하진 않았는지 대답하는 목소리에 성의는 없었지만, 여직원은 수줍게 웃으며 그를 바라봤다.“본부장님이랑 같이 안 하시나요?”“본부장님은 샌드위치만 드시겠다고 해서요. 그거 챙기고 나서 밥 먹어야죠.”“그럼 제가 갔다 올까요?”여직원의 말에 지훈이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봤다. 말은 없었지만 그녀를 보는 표정에 괜찮겠냐는 말이 묻어 있었다.“뭐, 그래 주면 나야 고마운데…….”굳이? 지훈이 조금 떨떠름한 듯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봤다. 하지만 여직원은 개의치 않은 듯 미소를 지었다.“제가 다녀올게요. 장 비서님 요즘에 밥도 잘 못 챙겨 드셨잖아요.”“…… 그럼 부탁하겠습니다. 주문은 제가 해놓을게요.”“네! 맡겨만 주세요!”여직원이 두 주먹을 불끈 쥐며 말했다.지훈은 가만히 그녀를 바라보다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발

  • 떠나려는 그대를 위해   13화. 균열(1)

    “흠흠~ 안녕하세요! 좋은 오후네요~”콧노래와 함께 웃음기 가득한 유건의 목소리가 복도를 타고 울렸다. 오늘도 어김없이 들려오는 목소리에 여직원은 작게 한숨을 내뱉었다.수많은 소문을 안고 대건그룹에 들어온 지도 어느덧 2주. 그 2주 동안 유건은 이틀에 한 번은 꼭 전략기획실을 찾았다.그의 목적은 딱 하나였다. 전략기획본부장 강태건을 만나겠다는 것. 하지만 귀신같이 유건이 찾아올 때면 꼭 태건은 자리를 비운 상태였다. 미팅이 있거나 외근이 있거나, 혹은 중요한 손님을 맞이하고 있거나.그렇게 매번 빈손으로 돌아갔음에도, 유건은 포기할 줄을 몰랐다.“안녕하세요~”오늘도 역시나 싱글벙글 웃으며 들어오는 유건에 여직원은 사회생활용 미소를 장착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안녕하세요. 오늘도 본부장님 만나러 오셨을까요?”“네! 오늘은 안에 있을까요?”유건이 굳게 닫힌 문을 가리키며 물었다. 오늘은 제발 열리길 바라는 그의 기대와 다르게 여직원은 작게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아뇨. 안 계십니다.”“에엥? 아니, 이 사람은 맨날 일 안 하고 어딜 그렇게 다녀요?”여직원의 말에 유건이 잔뜩 실망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그러는 너야말로 일은 안 하고 왜 이렇게 돌아다니냐고 묻고 싶었지만, 여직원은 애써 미소만 지으며 어깨를 으쓱였다.“글쎄요. 보통 저한테는 어디 간다고 말씀을 잘 안 해주셔서요.”“맨날 장 비서님한테만 얘기하죠? 에휴, 장 비서님도 피곤하겠다.”유건의 말에 여직원은 속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 말에는 동감이었다.“아아, 오늘은 볼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뭐 다른 말도 없었어요? 진짜 하나도?”유건의 물음에 여직원이 고개를 저었지만, 그의 눈빛은 끈질겼다. 무슨 대답이라도 꼭 듣고 가겠다는 확고한 고집이 담긴 눈이 그녀를 계속 바라봤다.무슨 말이라도 하지 않으면 절대 떠나지 않을 것이라는 확고한 의지가 느껴졌다.결국 먼저 백기를 든 것은 여직원이었다. 계속 이렇게 상대하고 있어봤자 더 힘든 건 본인 쪽이었다.“장 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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