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3화 아빠

Author: 뚜리
권재민이 떠난 지 얼마 되지 않아 강윤아도 짐을 끌고 카페로 돌아왔다.

그녀는 자리에 얌전히 앉아있는 은찬을 발견했다. 그러다가 테이블 위에 명함 한 장이 더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녀는 미심쩍은 듯 그 명함을 자세히 살펴보았다.

위에는 ‘스피드 테크놀로지 컴퍼니’ 라는 회사 이름이 쓰여 있었고 그 아래에는 권재민이라는 이름과 함께 그의 연락처가 적혀 있었다.

“이게 뭐야?”

강윤아가 물었다.

“명함이요. 아까 어떤 아저씨가 준 건데 나중에 시간 나면 놀러 오라고 했어요.”

그 말을 듣고 강윤아는 안색이 굳어졌다.

요즘 어린이를 유괴해서 인신 매매업체에 가져다 파는 장사꾼들이 그렇게 많다던데••••••, 게다가 은찬은 워낙 귀엽고 멋져서 유괴범들의 표적이 되기 쉬웠다.

오늘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아서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았다면••••••, 후과를 감히 상상할 수 없었다.

이런 생각에 강윤아는 곧 화난 척 정색하고 소리를 낮췄다.

“은찬. 밖에서 낯선 사람과 함부로 얘기하면 안 된다고 내가 가르쳐줬잖아? 그런데 명함까지 받아? 지금 밖에 나쁜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게다가 넌 귀엽게 생겨서 다른 애들보다 훨씬 더 위험하다고. 만약 누가 널 유괴해가면 어떡해?”

은찬은 그녀의 말에 반박했다.

“아니에요. 그 아저씨는 나쁜 사람이 아니에요. 얼마나 잘생겼다고 그래요? 제가 여태까지 본 사람들 중에 제일 잘생겼어요. 엄마도 한 번 만나보실래요? 어쩌면 두 사람이 잘 될 수도 있을지 모르잖아요. 저한테 새아빠를 만들어 줄 수 있는 좋은 기회예요.”

은찬은 한창 신나게 말했다. 그러다가 강윤아에게 꿀밤을 얻어맞고 말았다.

“은찬. 엄마가 요새 너무 오냐오냐했지?”

강윤아는 주먹을 치켜들고 은찬을 노려보며 물었다.

그 모습에 덜컥 겁을 먹은 은찬은 즉시 꼬리를 내렸다.

“제가 잘못했어요, 엄마. 다시는 그러지 않을게요.”

은찬이 순순히 잘못을 인정하자, 굳었던 강윤아의 표정도 부드럽게 누그러졌다.

“그래. 엄마는 우리 은찬이한테 무슨 사고가 날까 봐 걱정돼서 그런 거야. 넌 엄마의 소중한 보물이야. 만약 그런 너한테 사고가 난다면 이 엄마는 한 순간도 살 수 없을거야.”

“네. 알았어요.”

“알았으면 됐어. 가자. 우리도 이만 돌아가야 해.”

한바탕 혼을 내고, 강윤아는 명함을 내던지고는 은찬의 손을 잡고 공항 밖으로 나갔다.

원래 강윤아는 직접 택시를 잡아 강씨 가문으로 돌아갈 계획이었다.

사실, 그녀는 자신이 이곳으로 다시 돌아올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때 이곳을 떠날 때, 그녀의 어머니는 울면서 멀리 가라고, 평생 돌아오지 말라고 했었다.

하지만 그녀는 그렇게 할 수 없었다.

이 세상에서 유일하게 그녀를 아끼는 사람이 그녀의 어머니였다. 그녀의 어머니가 병에 걸린 지금, 그녀는 반드시 어머니를 보러 와야만 했다.

두 사람이 공항 출구로 나오자 마침 옆에 빈 택시가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녀는 은찬을 데리고 차에 타려고 했다.

그때, 예상치 못하게 뒤에서 낯익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강윤아.”

그의 목소리에 강윤아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그녀는 고개를 돌려 그 사람을 확인했다. 그 사람은 바로 그녀가 인생에서 가장 다시는 보고 싶지 않은 사람이었다.

옅은 회색 양복을 입고 있는 남자가 검은색 벤틀리 옆에 서 있었다. 늘씬한 몸매에 오똑한 콧날, 금테 안경을 쓰고 있었는데, 햇살을 받아 온화하고 우아해 보였다.

몰래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던 강윤아의 표정이 순식간에 굳어졌다.

‘고승현.’

강윤아는 여기에서 고승현을 만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당시 그녀의 아버지는 그녀의 동의 없이 독단적으로고승현과 결혼을 할것을 통보했다.

강윤아는 고승현한테 관심이 전혀 없었다.

그녀가 임신했다는 소식을 알게 된 후, 고승현은 사람들 앞에서 바로 약혼을 취소시켰고 강윤아를 간접적으로 비난하고 패가망신시켰었다.

지금 이렇게 그를 다시 보니, 그녀는 속이 메쓱거리고 마음속의 분노가 차올랐다.

“네가 왜 여기 있어?”

강윤아가 차갑게 물었다.

고승현은 눈살을 찌푸리고 그녀를 쳐다보았다. 그의 얼굴에는 복잡한 기색이 감돌았다.

“네가 돌아왔다는 소식을 듣고 우리 봉강 아저씨의 명을 본받아 널 데리러 왔어.”

‘우리?’

강윤아는 우리라는 단어에 얼굴을 찌푸렸다. 그녀가 막 무슨 말을 하려는데 옆에 주차된 벤틀리 조수석에서 한 사람이 내렸다.

심플한 흰색 원피스에 높은 하이힐을 신은 여자는 뚜렷한 이목구비에, 큰 두 눈에서는 은은한 도도함과 의기양양함이 배어 있었다.

그녀는 차에서 내리자마자 다정하게 고승현의 팔짱을 꼈다.

“윤아 언니, 오랜만이에요.”

그녀의 등장에 강윤아의 얼굴빛이 더욱 싸늘해졌다.

그녀는 바로 강윤아의 이복동생인 강수아였다.

약 7년 전, 강윤아의 아버지는 강수아를 강씨 가문으로 데려왔었다.

강윤아는 대외에 좋은 남자로 소문난 아버지가 어머니 몰래 바람을 피운 것도 모자라, 자신과 고작 한 살 차이밖에 안 나는 여동생을 데려올 줄은 상상도 못했다.

당시 강윤아는 큰 충격을 받아 강수아를 미워하고 배척했었다.

강윤아는 요 몇 년 동안 외국에서 생활하면서 다소나마 강씨 가문의 소식을 접했었다.

들은 소문에 의하면, 강윤아 아버지는 강수아의 어머니를 집으로 들였다고 했다. 그 바람에 본처인 강윤아의 어머니는 총애를 잃어버리고 말았다. 아마 이번에 그녀의 어머니가 중병을 앓은 이유가 다소 이 일과 관련이 있을지도 모른다.

그 때문에 강윤아는 강수아 모녀가 더욱 미웠다. 하필이면 귀국하자마자 가장 보고 싶지 않았던 두 사람을 만날 줄이야••••••

무엇보다 제일 싫은 건 두 사람이 꽤 친밀한 사이같았다는 것이다.

강윤아는 잠시 고민하더니 이내 그 이유를 깨닫고 자신도 모르게 냉소했다.

“언니라니? 우리 엄마는 나 한 명밖에 낳지 않았어. 나한테 너 같은 동생은 없어.”

강윤아는 비꼬는 말투로 말했다.

하지만 강수아의 그녀의 말투에도 화를 내지 않고 오히려 침착했다.

“하긴, 언니 말이 맞아. 내 기억으로 언니는 5년 전에 강씨 가문에서 쫓겨났잖아? 그러니 더 이상 강씨 가문 사람이 아닌거지. 이제 내가 바로 강씨 가문의 큰 아가씨야.”

강윤아는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그녀는 마음 속으로 차오르는 분노를 꾹 눌렀다.

“참나. 사생아가 스스로 자기를 아가씨라고 부른다니••••••, 강씨 가문도 참 답이 없어. 저런 사생아를 가문으로 들이다니••••••.”

“•••••.”

강수아는 사생아라는 말에 강윤아를 노려보았다.

자신의 어머니가 불륜녀고, 자신이 사생아라는 사실은 줄곧 강수아 마음속의 빼낼 수 없는 가시였다.

아무리 강윤아가 강씨 가문에서 쫓겨났다고 해도 이 사실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강수아는 화가 나서 얼굴이 굳어졌다. 그때, 고승현이 갑자기 그녀의 손을 부드럽게 어루만지며 말했다.

“수아야, 이런 일로 화내지 마. 너는 아저씨가 인정한 강씨 가문의 딸이야. 네가 바로 강씨 가문의 큰 아가씨라고. 사생아는••••••.”

그는 강윤아 옆에 서있는 은찬을 바라보았다.

“강윤아, 그때 다른 남자랑 한 침대에서 뒹굴고 아이까지 가지더니, 기어코 그 아이를 낳은 거야? 저 아이야말로 영락없는 사생아야.”

그 말에 강윤아는 분노를 금치 못했다.

당시 외국에서 그녀는 은찬이 그녀 옆에서 큰 힘이 되어주었기 때문에, 지금까지 살아남을 수 있었다.

은찬은 그녀에게 있어서 감히 값을 매길 수 없는 귀한 보물이지, 사생아 따위가 아니었다.

강윤아가 이를 아득바득 갈며 한마디 하려 할 때, 강수아가 갑자기 끼어들었다.

“언니, 당시 강씨 가문 체면을 그렇게 구겨놓고서는, 지금 이 사생아를 데리고 가문으로 들어가겠다는 거야 지금? 아빠는 절대 언니를 가문으로 한 발자국도 들여놓지 않을거야.”

강윤아는 강수아의 말을 듣고도 시큰둥했다.

5년 전, 그녀의 아버지가 직접 그녀를 강씨 가문에서 쫓아냈는데, 그때도 이미 그녀를 다시 가문으로 들여놓을 계획은 없어보였다.

“강씨 가문에 들어갈 수 있는지 없는지 나한테 하나도 중요하지 않아. 그런데 너희 모녀는 강씨 가문에 들어온지 꽤 됐는데도 어째서 지금까지 정식 부인으로 인정받지 못한 거야?”

그녀의 말이 끝나자마자, 고승현은 굳은 얼굴로 버럭 소리를 질렀다.

“강윤아, 너 말이 너무 심한 거 아니야? 수아는 좋은 마음에서 너를 데리러 왔는데 너는 지금 수아의 호의를 무시하는 거야?”

그 말에 강윤아는 피식 웃었다.

“왜? 화 나? 하지만 내 말은 사실인걸? 내 눈에는 강수아가 바로 사생아야. 그런 강수아랑 결혼하는 너도 얼굴을 들고 다닐 수 없겠지.”

“엄마, 잘했어요.”

바로 그때, 여행가방 위에 앉아 있던 은찬이 갑자기 끼어들었다.

은찬은 새까만 눈동자로 강수아와 고승현을 경멸하는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아주머니, 아저씨. 지금 저를 사생아라고 했어요? 전 아빠가 있어요.”

‘아저씨? 아줌마?’

강수아와 고승현은 이 호칭을 듣고 안색이 급격히 어두워졌다.

“아빠? 그때 네 엄마가 널 임신했을 때, 누구의 아이인지도 몰랐었는데 네가 무슨 아빠가 있다고 그래?”

강수아가 불만이 가득한 표정으로 물었다.

그러자 은찬은 허리를 곧게 펴고 당당하게 말했다.

“지금 못 믿겠다는 거예요? 아빠를 데려와서 보여줄까요?”

“그래. 어디 한 번 찾아봐. 네 아버지가 어떤 사람인지 나도 보자.”

강수아가 빈정거리며 말했다.

은찬의 말에 강윤아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그는 당장 은찬을 호통치려고 했다.

아버지가 없는데, 이렇게 큰 소리를 치면 어디 가서 아빠를 구해온 단 말인가?

잠시 후, 은찬은 트렁크에서 미끄러져 내려와 낑낑거리며 멀지 않은 곳에 있는 검은색 벤틀리를 향해 달려갔다.

한편, 권재민은 검은색 양복을 입고 한껏 늠름한 기세로 서 있었다. 아마 공항을 빠져나온 지 얼마 되지 않은 것이 분명했다.

운전기사가 공손하게 달려와 차 문을 열어주자 그는 허리를 굽혀 차에 올라탔다.

“아빠.”

그때, 어디선가 명랑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딘지 익숙한 목소리였다.

권재민은 저도 모르게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은찬이 그를 향해 달려들어 그의 허벅지를 꽉 껴안았다.

조금 전 권재민이 공항에서 나왔을 때, 그는 바로 권재민을 알아보고 그때 이런 생각이 번뜩 떠올랐다.

은찬은 큰 눈을 반짝이며 순진무구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다.

Continue to read this book for free
Scan code to download App
Comments (1)
goodnovel comment avatar
Zoe you 조이
사생아 죽은 아이 라는 뜻 아니에요?
VIEW ALL COMMENTS

Latest chapter

  • 럭키 베이비: 아빠, 힘내!   제661화 서로의 버팀목

    강윤아라는 말에 권재아는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윤아가 우리 집에 온 이후로 힘든 일을 많이 겪었고 늘 다른 사람의 타깃이 되었어요. 재민이가 너무 다른 사람의 호감을 사 그녀를 연루시킨 거죠.”“재아 씨가 지금 걱정해도 소용없어요, 재아 씨부터 잘 챙겨요.”윌은 재아의 말을 듣고 웃으며 말했다.“자, 재아 씨 기분 전환하러 갔다가 나중에 우리 집에 가요.”그 말을 들은 권재아는 얼굴이 빨개졌다.“얼굴이 왜 빨개지는 거예요? 내가 옆에 있었으면 재아 씨가 좀 더 편하게 잠들 거예요.”윌은 웃으며 농담했다.재아는 얼굴이 빨갛게 상기 된 채 그를 한 대 때렸지만 거절하지 않았다.날이 저물자 바다는 칠흑 같은 어둠에 잠겼고 이따금 파도가 아련하게 일기도 했다. 해변의 모래사장에는 간간이 등불이 있는데, 등불은 그다지 밝지 않고 군데군데 있어서 밤하늘의 별과 서로 잘 어울렸다.재아는 부드러운 모래를 밟으며 앞으로 한 걸음씩 폴짝폴짝 뛰어갔다. 귓가에 들려오는 파도 소리가 아득하고도 고요했다.윌은 재아의 뒤에서 몇 걸음 걷다가 재아가 전혀 알아채지 못하자 성큼성큼 몇 걸음 앞으로 나가 그녀의 손을 잡고 손바닥으로 감쌌다.재아는 어리둥절해 하더니 이내 두 눈이 반달 모양으로 변했다.“손잡고 싶은 거면 얘기하지 그랬어요.”재아의 표정이 너무 도도해서 윌은 눈살을 찌푸리고 손가락으로 그녀의 코끝을 긁었다.“그러게 누가 재아 씨더러 아무것도 모르래요?”술도 밥도 배불리 먹었으나 그 뒤로 딴생각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재아는 윌 덕분에 배불리 먹었고 지금은 기분이 너무 좋았다. 윌의 손을 잡고 있자니 따뜻한 손바닥에서 전해오는 힘에 말할 수 없는 안정감을 느꼈다.백사장을 따라 한참을 걸은 후에야 마침내 윌이 말한 그 ‘재미있는 곳’에 이르렀다.재아는 어두컴컴한 불빛 속 나무 밑에 숨어 있는 해먹에 하마터면 눈살을 찌푸릴 뻔했다.“여기가 재밌는 곳이에요?”“재미있는 곳이라고 하지 않으면 안 올 거잖아요?”윌은 미소를 지으며 먼저 올라탄

  • 럭키 베이비: 아빠, 힘내!   제660화 마음이 아파

    회의가 끝난 후, 권재아는 권현우가 그녀를 쉽게 보지 못하게 하려고 여전히 당당하게 걸어 나갔지만, 사무실로 돌아온 후 소파에 털썩 주저앉았다. 초조하고 어쩔 수 없는 표정을 지은 재아는 매우 낭패한 모습이었다.재아는 권재민에게 이 일을 알리려 문자를 보냈지만, 그쪽에서는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재아는 윤기태에게도 이 일을 말했다. 기태도 분노했지만 그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재아가 풀이 죽은 모습을 보며 화가 났지만 재아를 먼저 위로할 수밖에 없었다.“대표님, 이런 결과는 대표님도 원하지 않겠지만, 정말 방법이 없잖아요. 자책하지 마세요, 권재민 대표님이 돌아오시면 분명히 이 일을 해결할 수 있을 거예요.”재아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기태의 위로가 전혀 소용이 없었고 재아는 여전히 괴로웠다.재아의 이런 모습을 본 기태는 더는 방해하지 않고 그녀에게 인사한 후 자리를 떴다.늦은 시간, 재아는 여전히 회사에서 일을 처리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사무실 문이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권재아는 고개도 들지 않고 대답만 했다.갑자기 넓은 손이 재아 앞에 다가오더니 그녀의 머리를 강제로 들어 올렸다.재아는 화를 내려다가 윌임을 발견했다. 순간 화가 난 얼굴이 미리 설정된 듯 활짝 웃는 얼굴로 바뀌었다.“아, 윌, 여긴 어쩐 일이에요? 귀국하지 않았어요? 돌아왔으면 나한테 말해주지 그랬어요. 그랬으면 내가 공항으로 데리러 갔을 텐데.”윌은 재아의 머리를 받치고 있던 손을 풀고 책상을 돌아 재아의 앞으로 다가갔다. 하지만 그러는 내내 눈빛은 재아에게서 떠나지 않았다.“보고 싶어서 돌아왔어요. 알려줬으면 어떻게 서프라이즈를 해줬겠어요. 왜 이렇게 피곤한 얼굴이죠? 날 봤을 땐 화가 잔뜩 난 얼굴이었어요.”윌이 그녀 앞에 서자 재아는 윌의 허리를 끌어안고 머리를 살짝 윌의 몸에 기대며 풀이 죽은 듯 한숨을 내쉬었다.윌은 그녀가 말하고 싶지 않은 듯해 보여 더는 강요하지 않고 빨리 나가자고 재촉했다.“주차장에서 오래 기다렸는데도 안 내려와서 야근하는 거 아닌가

  • 럭키 베이비: 아빠, 힘내!   제659화 심신이 지치다

    권재민은 강윤아의 움직임을 추적한 뒤 곧바로 현진성과 합류해 구출 계획을 논의하고 애스릭이 숨어 있는 곳으로 쳐들어가려 했다.하지만 이번에도 그들은 변장하고 다가갔다. 애스릭은 분명 그들을 경계할 것이고, 외딴 섬에서의 일을 겪었으니 애스릭의 경계와 의심이 더 강해지리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그래서 그들은 반드시 만반의 계획을 세워야만 윤아를 구해낼 수 있다고 판단했다.같은 시간, 국내에 있던 김소혜와 서만옥은 출국할 예정이었다.그날 기슭에 도착한 후 재민은 아이를 안배하고 나서 소혜에게 전화를 걸었다. 소혜는 발신자가 실종된 지 오래된 자기 아들이라는 것을 보고 매우 흥분했다.“재민아, 드디어 엄마한테 전화했구나. 그동안 네가 나한테 전화 안 해서 우리도 방해할 엄두가 안 났는데 너는 지금 어때? 윤아는 행방불명이야? 윤아를 구해낸 거 아니었어?”소혜는 재민의 전화가 희소식을 전하러 걸려온 것으로 생각했다. 그녀의 마음속에서 재민은 모든 것을 할 수 있고 모든 일을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재민의 전화를 받은 후 마음이 매우 흥분되고 기뻤기 때문이기도 했다.재민은 가볍게 한숨을 쉬었다. 그는 소혜의 이렇게 흥분한 말투를 들으며 차마 그녀에게 사실을 말할 수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급박해서 아이를 돌볼 가족이 있어야 했다. 비록 의사가 있지만 그는 여전히 마음을 놓을 수 없다.그는 이를 악물고 실정을 소혜에게 말했다.“엄마, 내 말 좀 들어봐요. 마음을 다잡고 들어요, 일이 이렇게 됐어요…… 엄마가얘기한 거랑 상황이 좀 달라요. 윤아가 처음에 구출되긴 했는데 다시 잡혀갔어요. 그동안 연락이 없었던 건 내가 계속 그 사람의 경계에 잠복해있었기 때문이에요.”재민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소혜가 말을 끊었다.“뭐? 구출되긴 했는데 또 잡혀갔다는 건 뭐야?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엄마, 내 말끝까지 들어봐요.”재민이 이마를 어루만졌다.“이 일은 당분간 자세히 말하기 어려워요. 제가 윤아를 데려가고 나서 자세히 말해줄게요.”

  • 럭키 베이비: 아빠, 힘내!   제658화 진짜 위험해

    고승혁 교수가 협조를 거부했기 때문에 애스릭은 더 심하게 때렸다. 거의 몇 시간마다 가서 괴롭혔는데 매번 때리는 것은 아니었다. 때로는 말로 욕했지만 고승혁 교수는 아무렇지도 않았다.강윤아는 고승혁 교수가 돌아올 때마다 얼굴에 약간의 상처가 생기는 것을 보고 차마 지켜볼 수 없었다.사실, 애스릭이 매번 고승혁 교수를 데려갈 때마다 그가 입을 열어 경험을 전수해주도록 했을 뿐 매번 그를 때리지는 않았다. 하지만 고승혁 교수는 돌아올 때마다 애스릭의 부하들에게 얻어맞았다.고승혁 교수는 베티를 치료해 주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그들을 배신하기까지 했기 때문에 그들은 매우 원망스러웠다.“고승혁 교수님, 저 때문에 교수님이 억울한 일을 당했으니 협조하고 절 그냥 내버려 둬요.”“괜찮아요, 때리고 싶으면 때리고 욕하고 싶으면 하라고 해요. 나는 견딜 수 있어요. 나는 오히려 내가 감당할 수 있는 능력이 어디까지인 보고 싶어요. 언젠가 내가 정말 견딜 수 없게 되면 자연히 그들에게 항복할 거예요. 그때 가서 윤아 씨가 나를 원망하지 말아주세요.”고승혁 교수는 손을 내저으며 개의치 않는 듯 윤아를 향해 농담까지 했다.“교수님은 이미 내 목숨을 구해줬고 내 아이를 지켜줬어요. 이것만으로도 저는 이미 교수님에게 감사해요. 교수님이 앞으로 나를 어떻게 대하든 나는 받아들일 수 있어요.”윤아는 고승혁 교수의 이런 모습을 차마 지켜볼 수 없었다.“정말 내 걱정은 안 해도 돼요. 이건 내 인생 경험의 일부일 뿐이에요. 살아서 나갈 수 있다면 밑지는 장사는 아니에요. 굴복해 연명할 수 있지만 내 양심에 어긋나는 일은 하고 싶지 않아요.”고승혁 교수는 윤아가 미안한 표정을 짓자 그녀를 안심시켰다.윤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우리가 살아서 나갈 수 있다면 교수님의 연구원에 많이 투자할게요.”“그럼 먼저 윤아 씨에게 감사해야겠어요.”“고승혁 교수님, 우리는 함께 목숨 걸고 싸운 사이이니 그냥 저를 윤아라고 부르세요, 윤아 씨는 너무 서먹서먹해요.”윤아가 고승혁을

  • 럭키 베이비: 아빠, 힘내!   제657화 호되게 때려

    메리는 인큐베이터 옆에 있는 의사가 멍하니 있는 것을 보고 그를 한 번 쿡 찌르며 낮은 소리로 주의를 시키었다.“존, 사람들이 묻고 있잖아요.”“네?”존은 어리둥절하게 되물었다.권재민은 옆에서 천천히 몸을 일으키며 다시 물었다.“내 아이의 상태가 어떤지 물었어요.”“아기는 지금 상태가 안정돼 있고 아까 그 혼란스러운 상황에도 놀라지 않았어요. 달이 차지 않아 태어났기 때문에 면역력이 좋지 않아 인큐베이터에 좀 더 있어야 할 것 같아요.”존은 마침내 반응을 보였고 무서워서 한 걸음 뒤로 물러나며 말했다.재민은 가볍게 알았다고 대답하고 고개를 숙이고 인큐베이터 안의 아이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그는 갑자기 생명이 정말 완강하다고 느꼈다.강윤아에게 그렇게 많은 위험이 닥쳤는데도 이 아이는 이렇게 안전하고 무사하게 태어났고, 게다가 아무런 문제도 없으니 앞으로도 꿋꿋이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눈앞의 작은 아이가 이렇게 많은 일을 겪으면서도 건강할 수 있다면, 아이의 엄마 윤아는 분명 더 완강할 것이다. 그동안 많은 일을 겪었지만 윤아는 아슬아슬하게 돌아왔으니 이번에도 반드시 돌아올 수 있을 것이다.재민은 보면 볼수록 더 반가웠고 윤아가 출산할 때 옆에 없었지만 수술실 밖에 있었으니 좀 멀지만 어떻게 보면 윤아 옆에 있은 셈이다. 다음번에는, 다음번에는 윤아 옆에 꼭 있어 줘야겠다고 생각했다.재민의 부드러운 표정을 보고 현진성과 한기현도 옆으로 다가가서 아기를 바라보았다.“윤아 씨를 많이 닮아서 참 예뻐. 앞으로 윤아 씨처럼 예쁘게 자랄 거야.”기현은 한참을 쳐다보았다.옆에 있던 진성은 자기도 모르게 웃으며 말했다.“태어난 지 얼마 안 됐는데 어떻게 윤아 씨와 닮은 줄 알아요? 갓난아이는 이목구비도 다 비슷비슷하고 쭈글쭈글한 모습이 늙은이 같다는 생각만 들어요. 게다가 머리카락이나 눈썹도 다 나지 않았잖아요.”“진성 씨…… 왜 그래요? 분명 윤아 씨를 닮았잖아요?”핀잔을 들은 기현은 얼굴이 빨개졌다.“재민아. 진성 씨 봐, 너의 아이가

  • 럭키 베이비: 아빠, 힘내!   제656화 두 가지 계략

    한기현은 다시 권재민에게 전화를 걸어 그들이 숨은 곳을 알려줬지만 강윤아가 끌려갔다는 사실은 알려주지 않았다.재민은 재빨리 이곳으로 달려와 둘러보았으나 윤아의 모습이 보이지 않자 미간을 찌푸린 채 의심스러운 얼굴로 기현과 현진성을 힐끗 쳐다보았다.“기현아, 현진성 씨, 윤아 씨는요? 윤아 씨가 왜 여기에 없죠?”두 사람은 안절부절못했다. 평소 대단한 사람들이었지만 지금 재민 앞에서 감히 숨도 제대로 쉴 수 없었다.기현은 슬며시 진성을 쳐다보고 몰래 진성을 쿡 찔렀다. 진성은 방심하다 밀려났고 뒤를 돌아보며 기현을 노려보았지만 기현은 고개를 숙이고 더는 두 사람을 쳐다보지 않았다.“묻고 있잖아요! 윤아 씨는요? 내 아내 어디 갔어요? 당신들 윤아 씨를 어디로 데려갔어요?”재민은 두 사람의 행동을 보고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아 소리쳤다.진성은 미안한 표정으로 재민을 바라보며 재민에게 그가 떠난 후의 일을 대충 말했다.“권재민 대표님, 죄송합니다, 제가 윤아 씨를 제대로 돌보지 못해서 애스릭에게 빼앗겼어요. 제가 부주의했어요. 그 방에 숨으면 아무 일도 없을 줄 알았는데, 애스릭이 이렇게 교활하게 두 가지 계략을 쓸 줄은 몰랐어요.”“권재민 대표님, 지금 저를 때리고 욕해도 저 할 말이 없어요.”이 말을 들은 재민은 온몸에 살기가 피어올랐고 두 눈이 벌겋게 달아오른 채 진성을 노려보며 허리에서 총을 꺼내려 했다. 기현이 황급히 그런 재민을 말렸다.“재민아, 일단 흥분하지 마, 방법이 있을 거야. 같은 편이니 우릴 도울 수 있어. 게다가 인터폴이야. 너 인터폴을 죽이는 건 큰 문제가 아니지만, 윤아 씨부터 찾아야지. 지금 우리는 진성 씨가 필요해.”기현은 재민의 허리춤의 총을 쥔 손을 힘껏 눌렀다.진성도 황급히 위로했다.“권재민 대표님, 아직 기회가 있습니다. 밖에 비도 오고 바람도 심해서 빨리 갈 수 없으니 아직 멀리 가지 못했을 거예요.”“게다가, 우리 배에는 위치추적 장치가 있어요. 아주 은밀한 곳에 두었으니, 그들은 분명히 찾을 수 없

More Chapters
Explore and read good novels for free
Free access to a vast number of good novels on GoodNovel app. Download the books you like and read anywhere & anytime.
Read books for free on the app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