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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화. 백스물여덟 해에 하루

Author: Jino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10-16 18:59:44

처음 이상하다고 한 사람은 오드리크였다.

안경을 쓴 지 한 달. 오드리크는 도서관 지하 서고에서 거의 올라오지 않았다. 삼십 년 동안 못 읽은 책이 많았다. 끼니는 서기 학생들이 날라 갔다. 그릇은 반쯤 비어서 돌아왔다.

어느 날 오드리크가 계단을 올라와 루엔을 불렀다. 손에 누렇게 바랜 책 한 권.

“자네, 날짜 좋아하지.”

“좋아하는 건 아닙니다. 틀리면 못 견딜 뿐입니다.”

“그게 좋아하는 걸세.” 오드리크가 책을 펼쳤다. “성 힐데 성당 기록이야. 도시 동쪽 언덕에 있던 옛 성당. 이백 해 전에 무너졌지. 이건 그 성당 사제들이 대대로 적은 거고.”

쪽마다 짧은 줄이 적혀 있었다. 해마다 한 줄. 날짜와 짧은 말.

「봄. 해가 제단에 닿음. 교단 달력 춘분날.」

「봄. 해가 제단에 닿음. 춘분날 이틀 전.」

「봄. 해가 제단에 닿음. 춘분날 사흘 전. 하늘이 흔들리는 징조.」

루엔은 줄을 따라 손가락을 내렸다.

*

오드리크가 설명했다.

성 힐데 성당은 동쪽 벽에 좁은 창이 하나 있었다. 일 년에 두 번, 해가 정동쪽에서 뜨는 날에만 첫 햇빛이 그 창을 지나 제단 한가운데 닿게 지었다. 봄에 한 번, 가을에 한 번. 낮과 밤이 같은 날.

“지은 사람들은 그날을 교단 달력의 춘분날에 맞췄지. 처음 몇십 해는 맞았다네. 그런데 해가 갈수록 햇빛이 춘분날보다 먼저 제단에 닿았어. 하루. 이틀. 사흘.”

“사제들은 뭐라고 했습니까.”

오드리크가 마지막 줄을 짚었다. 그 옆 여백에 다른 글씨로 두 줄이 더 있었다.

「하늘은 돌고 땅은 멈춰 있다. 하늘이 흔들리면 징조다.」

“교단은 그렇게 가르치지. 땅은 가운데 멈춰 있고, 해와 달과 별이 그 둘레를 돈다고. 도는 하늘이 조금씩 어긋나면 그건 하늘의 뜻이 흔들리는 거라고.” 오드리크가 안경 너머로 루엔을 보았다. “자넨 어떻게 생각하나.”

루엔은 곧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누가 도느냐. 그 물음은 청색탑 항해사들 앞 칠판에서도 한 번 고개를 들었다. 텔레포트 언덕에서도. 그때마다 루엔은 그 물음을 적지 않았다. 셈이 없는 물음이었다.

이 기록은 달랐다. 이 기록엔 숫자가 있었다.

“하늘이 흔들린 건지, 달력이 흔들린 건지부터 보겠습니다.”

*

기록은 성 힐데 것만으로는 모자랐다. 성당이 선 기간이 삼백 해 남짓. 그나마 중간에 쉰 해가 비었다.

루엔은 오드리크에게 물었다. 봄에 해 그림자를 잰 기록이 도서관에 또 있느냐고. 해 뜨는 자리든, 한낮 그림자 길이든. 날짜가 적혀 있기만 하면.

오드리크는 대답 대신 촛대를 들었다.

그날 밤 서고 불은 꺼지지 않았다.

아침에 루엔이 내려갔을 때 탁자 위에 책이 열한 권 쌓여 있었다. 권마다 종이쪽이 끼워져 있었다. 오드리크의 글씨였다. 「셋째 권, 쉰둘째 쪽. 수도원 해시계 — 봄 그림자.」 「일곱째 권, 백열째 쪽. 옛 탑 관측 — 해 뜨는 자리, 칠백 해 전.」

루엔이 쪽 번호를 보았다. 쪽마다 번호가 적혀 있었다. 원래 없던 번호였다. 지난해 봄에 헤일로크가 원본에 쪽 번호를 적어야겠다고 한 뒤로, 오드리크가 서고 책에 하나씩 적고 있었다.

오드리크는 탁자 끝 의자에서 안경을 코에 얹은 채 졸고 있었다. 루엔이 종이쪽을 넘기는 소리에 눈을 떴다.

“다 찾으셨습니까.”

“내가 아는 건 다.” 오드리크가 안경을 바로 얹었다. “삼십 년 동안 이 서고에서 한 일이 뭔지 아나. 책이 어디 있는지 외우는 거였네. 읽지는 못하고. 무엇에 쓰는지 모르고 자리만 지켰지.”

오드리크는 쌓인 책을 손바닥으로 쓸었다.

“삼십 년 동안 자네가 올 줄 모르고 기록을 지켰어. 이제 내가 읽을 차례다.”

루엔은 한참 대답하지 못했다. 셈으로 나올 말이 없었다.

“고맙습니다.”

“고맙긴. 대신 셈이 끝나면 나한테 제일 먼저 보여 주게. 내가 지킨 게 뭐였는지 알고 싶으니.”

*

루엔은 열흘 동안 표를 만들었다.

가로로 해. 칠백 해 전부터 지금까지. 세로로 교단 달력 춘분날에서 며칠 떨어졌는지. 기록마다 점을 하나씩.

점은 스물아홉 개였다. 옛 탑 관측 셋, 수도원 해시계 열하나, 성 힐데 성당 열다섯.

점들은 흩어져 있지 않았다. 오래된 것일수록 춘분날에 가까웠고, 가까운 것일수록 춘분날보다 앞으로 물러나 있었다. 거의 곧은 줄 하나 위에.

곧은 줄이었다. 휘지 않았다. 해마다 같은 만큼씩 물러났다는 뜻이었다.

“하늘이 흔들린 거면,” 루엔은 테오에게 말했다. 테오는 침대에 엎드려 표를 보고 있었다. “점이 제멋대로 튀어야 합니다. 어떤 해는 앞으로, 어떤 해는 뒤로. 그런데 이건 해마다 조금씩, 똑같이 물러납니다.”

“그럼 뭐가 물러나는데.”

“달력이 조금 깁니다.”

루엔은 교단 달력의 한 해를 적었다. 삼백예순다섯 날. 넷째 해마다 하루를 더 넣는다. 그러면 한 해가 삼백예순다섯 날 하고 사분의 일.

“진짜 한 해는 그보다 조금 짧습니다. 하루를 백으로 쪼갠 것 하나가 채 안 되게.”

“그걸 어떻게 알아.”

“점들이 알려 줍니다.” 루엔이 곧은 줄을 짚었다. “칠백 해 동안 다섯 날 반 물러났습니다. 한 날 물러나는 데 몇 해가 걸리는지 나누면 됩니다.”

루엔은 밀랍판에 나눗셈을 했다. 기록 하나하나로 다시 했다. 가장 오래된 기록을 빼고 한 번, 가장 가까운 기록을 빼고 한 번. 값이 조금씩 흔들렸다. 백스물다섯에서 백서른하나 사이.

가운데는 백스물여덟이었다.

“백스물여덟 해에 하루입니다.”

테오가 베개에 얼굴을 묻었다.

“그걸 사람이 어떻게 알아채냐. 백스물여덟 해면 할아버지의 할아버지가 죽고도 남는데.”

“그래서 아무도 몰랐습니다. 한 사람이 평생 봐도 반나절도 안 움직입니다. 성당 사제들은 대대로 적었으니까 알아챘습니다. 다만 한 사람이 다 본 게 아니라서, 달력 탓이 아니라 하늘 탓이라고 했습니다.”

*

셈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교단 달력은 천사백 해 남짓 전에 공의회에서 정했다. 오드리크가 경전 머리말에서 찾아 준 해였다. 그때 춘분날을 하늘에 맞췄다면, 지금까지 몇 날 밀렸을까.

천사백을 백스물여덟로 나누었다.

열하루에 조금 못 미쳤다. 기록으로 보면 열하루.

루엔은 교단 달력을 폈다. 가장 큰 봄 축일은 춘분날 뒤 첫 보름을 보고 정했다. 달력의 춘분날이 하늘의 춘분날보다 열하루 늦다면, 축일도 그만큼 하늘과 어긋나 있었다. 어느 해는 몇 날, 어느 해는 달 하나가 통째로.

온 대륙의 교구가 해마다 같은 날 같은 기도를 올렸다. 그 날이 열하루 밀려 있었다.

루엔은 밀랍판을 오래 보았다. 숫자는 맞았다. 스물아홉 점이 다 같은 줄 위에 있었다.

이걸 내놓으면 무엇이 되는지도 셈할 수 있었다.

*

교장실은 저녁이면 늘 초 두 자루만 켜져 있었다.

마그누스는 표를 끝까지 보았다. 곧은 줄. 백스물여덟. 열하루.

“누가 아느냐.”

“오드리크 사서님, 테오. 그리고 교장님입니다.”

“오렐 바스는.”

“아직 모릅니다.”

교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한참 초를 보았다.

“내놓을 생각이냐.”

“아닙니다.”

교장이 눈을 들었다. 짙은 흰 눈썹이 조금 올라갔다.

“까닭은.”

“둘입니다.” 루엔이 말했다. “하나. 지금 있는 건 남이 적은 기록뿐입니다. 제 눈으로 잰 춘분날이 없습니다. 기록만 들고 나가면, 기록을 믿으라는 말밖에 못 합니다. 둘. 틀렸다고만 하고 고칠 방법을 같이 내놓지 않으면 싸움만 남습니다. 고칠 방법은 아직 셈하지 않았습니다.”

“셋째도 있겠지.”

루엔은 잠깐 망설였다.

“교구 심사 장부에 제 이름이 올라 있습니다. 지금 이걸 내놓으면 그 장부에 한 줄이 더 붙습니다. 오렐 사제님 이름도 같이.”

마그누스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서랍에서 밀랍 막대와 봉투 둘을 꺼냈다.

“봉해라. 날짜를 적고.”

루엔은 표와 셈을 두 벌 베꼈다. 한 벌은 교장 앞에서 봉했다. 교장이 제 인장을 옆에 한 번 더 찍었다. 겉봉에 날짜. 교장은 그 봉투를 서랍 맨 아래에 넣고 잠갔다.

다른 한 벌은 루엔이 가져갔다.

기숙사 방에서 루엔은 그 봉투에도 날짜를 적었다. 그리고 겉봉에 한 줄을 더.

「필요할 때 열 것.」

봉투는 영지에서 가져온 나무 궤짝 맨 아래, 어머니가 수놓은 천 밑에 넣었다.

“언제가 필요할 때야.” 테오가 물었다.

“고칠 방법까지 셈하고, 제 눈으로 한 번 재고, 그걸 들고 나가도 누가 다치지 않을 때입니다.”

“그게 언젠데.”

“모릅니다. 그래서 날짜를 적었습니다. 오늘 알았다는 건 남습니다.”

*

오드리크에게는 약속대로 제일 먼저 보여 주었다. 교장보다 먼저였다. 봉하기 전에.

오드리크는 곧은 줄을 한참 보았다. 성 힐데 성당의 점 열다섯이 그 줄 위에 얹혀 있었다. 무너진 성당의 사제들이 이백 해 동안 적은 줄들.

“이 사람들은 틀린 게 아니었군.” 오드리크가 말했다. “하늘이 흔들린다고 적은 건 틀렸지만, 날짜를 적은 건 맞았어.”

“예. 날짜를 적어 두셨으니 제가 셈할 수 있었습니다.”

“맞는 건 맞는 대로 적는다.” 오드리크가 웃었다. “자네가 늘 하는 말이지.”

그때 도서관 문이 열렸다. 헤일로크 교수였다. 두툼한 손에 책 한 권을 들고, 문간에서 잠깐 머뭇거렸다. 사십 년 동안 이 학교를 걸어 다닌 사람이 문간에서 머뭇거리는 건 처음 보았다.

헤일로크가 책을 오드리크 앞 탁자에 내려놓았다.

“돌려주러. 왔네.”

오드리크가 안경을 고쳐 얹었다. 책 등을 보았다. 연체 장부를 펴지도 않았다.

“스물두 해.”

“알고 있네.”

“그동안 세 번 물었는데.”

“그때마다. 다 읽고 돌려준다고 했지.” 헤일로크가 헛기침을 했다. “이제. 다 읽었네.”

루엔은 두 노인을 번갈아 보았다. 셈할 게 없었다. 그래도 수첩을 폈다.

「헤일로크 교수: 스물두 해 연체, 반납. 다 읽으심.」

그날 밤 루엔은 「원래 그렇다」 수첩을 한 장 더 넘겼다. 새 줄을 적었다. 누가 말했는지, 몇 살 때인지, 어느 철인지.

「하늘은 돌고 땅은 멈춰 있다. — 교단 가르침. 성 힐데 성당 기록 여백, 오드리크 사서님이 읽어 주심. 열다섯 가을.」

그 옆 「고침」 칸은 비워 두었다. 비워 둔 칸을 오래 보았다. 그러고는 수첩을 덮었다.

셈이 없는 칸이었다. 아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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