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그림과 거의 같은 각도가 나오는 병실은 두 군데였다.그중 한 곳이 바로 하지율과 주용화가 함께 있었던 병실이었다.‘이게 정말 우연일까? 아니면...’그 순간만큼은 손형원도 확신할 수 없었다....표서준의 정체가 드러나고 주주들 사이에 숨어 있던 내통자 몇 명까지 찾아낸 뒤에야 지분을 둘러싼 소란은 겨우 끝났다.하지율도 그제야 길게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표서준은 회사 기밀 유출 혐의로 결국 감옥에 들어갔다.관련 금액이 워낙 컸던 탓에 아마 평생 감옥에서 썩게 될 가능성이 높았다.주주들 쪽은 이야기가 조금 달랐다.그들은 직접 기밀을 빼돌린 건 아니었고 일이 터졌을 때 옆에서 판만 키우고 불만 지핀 정도였다.그래서 법적으로 손을 쓰기가 쉽지 않았다.물론 그 부분까지 하지율이 직접 신경 쓸 필요는 없었다.만성휘와 이 이사가 알아서 처리할 일이었다.한바탕 버티고 물어뜯고 난 뒤, 연상진도 결국 4퍼센트의 지분 보상받아 가는 선에서 체념했다.이제는 더 이상 난동을 피우지도 않았다.다만 요즘 연상진은 회사에는 신경도 못 쓰고 매일 소아린과 싸우느라 정신이 없었다.하지율이 연씨 가문으로 돌아갈 때마다 멀리서 두 사람이 물건을 집어 던지며 싸우는 소리가 들릴 정도였다.그리고 하지율이 공짜로 챙긴 10퍼센트 지분에 대해서는 연씨 가문 사람들도 정말 되찾을 방법이 없다는 걸 깨닫고 나서는 결국 손을 떼는 수밖에 없었다.하지율은 가끔 자기 가족들이 새삼 대단하다고 느꼈다.그렇게 큰 이득을 자기한테 빼앗기고도 겉으로는 조금도 흥분하지 않고 버티고 있었으니 말이다.연태훈이나 연재영도 하지율을 볼 때면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평소처럼 말을 걸어 왔다.하지율은 문득 생각했다.‘어쩌면 저 사람들은 지금 자신이 아무리 큰 이득을 가져갔다 해도 나중에는 결국 전부 다시 찾을 수 있다고 믿고 있는 건 아닐까?’지분이든 뭐든 잠시 하지율의 손에 맡겨 둔 것뿐이라고 여기고 있으니 이렇게까지 태연할 수 있는 걸지도 몰랐다.어쨌든 이번 일을 이렇게
그때 단성훈이 물었다.“아저씨는? 뭐라고 하셨어? 하지율이 그렇게 지분을 빼앗아 가는 걸 그냥 내버려 두신대?”그러자 연정미가 말했다.“하지율이 둘째 오빠 지분까지 손에 넣은 뒤로는 연경 그룹 안에서 하지율을 지지하는 쪽이 아버지 편인 주주들이랑 거의 비슷한 수준까지 올라왔어. 지금은 하지율이 돌려주겠다고 해도 그쪽 주주들이 먼저 반대할 거야. 하지율은 아무 말도 안 하고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돼. 자기편을 들어주는 주주들이 알아서 다 막아 줄 테니까.”주주들이 보는 건 감정이 아니라 이익이었다.연상진은 능력도 불안했고 회사도 하지율에게 털렸고, 잔꾀나 계략으로도 하지율을 이기지 못했다.그런 사람을 계속 밀어주는 건 바보 같은 짓이었다.이 바닥은 결국 승자독식이었다.어떻게 이기든 끝까지 이기기만 하면 그만이었다.연태훈 역시 처음부터 그렇게 떳떳한 방식으로 여기까지 올라온 건 아니었다.그런데도 결국 회사 주주들의 지지는 얻어 냈다.지금 벌어지는 일도 결국 돌고 돌아 제자리로 돌아온 셈이었다.연태훈이 하지율의 손에서 지분을 다시 받아 오고 싶다면 먼저 주주들부터 설득해야 했다.주주들은 전부 이익 앞에서는 검은 것도 희다고 우길 수 있는 여우 같은 인간들이었다.결국 연상진이 했던 생중계조차 도리어 연상진에게 불리한 증거가 되어 버렸다.연정미가 다시 말했다.“그 주주들이 이렇게까지 말했어. 아버지가 끝까지 밀어붙이겠다면 상진 오빠가 사람들 앞에서 주용화를 납치하고 칼까지 들이댄 일도 바깥에 전부 공개하겠다고 했어. 그리고 그대로 법원에도 제출하겠다고 했지.”단서현이 눈을 크게 떴다.“그럼 그 사람들은 네 오빠를 진짜 감옥에 넣겠다고 협박하는 거야?”연정미는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이번 일은 쉽게 뒤집기 힘들었다.그렇다고 연상진을 버릴 수도 없었다.정말 연상진을 외면해 버리면 연상진은 분명 미쳐 날뛸 것이다.심하면 완전히 등을 돌리고 되레 자기 가족을 물어뜯으려 들 수도 있었다.그래서 그들은 연상진을 포기할 수 없었다.단보현
창밖으로 보이는 각도는 그림과 조금 달랐지만 분명 그 그림 속 풍경이 맞았다.손형원은 곧바로 연씨 가문 뒷정원에서 봤던 그 꽃 그림까지 떠올렸다.‘이 모든 게 정말 우연일 수 있을까?’손형원은 원래 우연을 믿는 사람이 아니었다.그런데도 지금 이 순간만큼은 마음속 어딘가에서 설명하기 힘든 황당함이 스멀스멀 피어올랐다.‘설마... summer가 정말 하지율인 걸까?’그때 단보현의 목소리가 뒤에서 들려왔다.“형원아, 여기까지 온 김에 정미가 맞은 일도 같이 좀 봐줘.”역시나 말 그대로였다.이런 폭력과 얽힌 일은 단보현 입장에서는 손형원에게 맡기는 편이 가장 편했다.사실 단보현도 연정미에게서 손형원이 지분을 넘기고 연정미와 완전히 선을 그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었다.하지만 단보현은 그 말을 조금도 믿지 않았다.단서현과 마찬가지로 손형원 역시 그저 물러서는 척하며 한 발 빼는 수작이라고 생각했다.생각해 보면 당연했다.손형원은 연정미를 수년 동안 사랑하면서도 끝내 얻지 못했고 연정미를 위해 수없이 많은 걸 내주었다.심지어 그 과정에서 장애까지 되었다.그런 손형원이 이제 와서 연정미를 깔끔하게 포기한다는 건 단보현이 아무리 생각해도 말이 되지 않았다.오히려 단보현도 자신이 연정미에게 가진 감정은 손형원만큼 깊지 않다는 걸 인정하고 있었다.단보현이 다시 입을 열었다.“이번 일은 십중팔구 하지율의 짓이야. 형원아, 네가 방법을 좀 써서 하지율한테 본때를 보여 줘야...”그런데 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손형원의 얼굴이 갑자기 싸늘하게 굳었다.손형원은 단 한마디도 하지 않은 채, 곧바로 병실 밖으로 성큼성큼 걸어 나갔다.처음부터 끝까지 손형원은 연정미에게는 말 한마디 건네지 않았고 연정미 쪽은 쳐다보지도 않았다.병실 안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얼어붙은 듯 그 뒷모습만 바라봤다.대체 손형원이 왜 여기 온 건지, 누구도 알 수 없었다.시선은 자연스럽게 손형서에게 쏠렸다.단서현이 먼저 물었다.“형서야, 형원 오빠 지금 왜 저러는 거야?
심심해진 손형서는 하품을 한 번 하고는 창가로 걸어가 신선한 바람을 쐬었다.어느새 저녁이었다.노을이 하늘 끝을 금빛과 붉은빛으로 물들이고 있었고 풍경은 눈이 시릴 만큼 아름다웠다.그 장면을 바라보던 손형서는 문득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왠지 이 풍경이 낯설지 않고 어디선가 본 적이 있는 것만 같았다.귓가에서는 여전히 하지율에게 어떻게 복수할지에 대한 이야기가 오갔지만 손형서는 한 마디도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손형서는 눈앞 풍경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어느 순간 눈을 크게 떴다.이 장면은 분명 summer 그림 중 하나였다.얼마 전 손형원을 찾아갔을 때, 서재에서 직접 봤던 그 그림이었다.손형서가 확신할 수 있었던 건 그림 속 풍경이 너무도 선명하게 겹쳤기 때문이다.창 아래 보이는 나무의 개수와 간격, 수종은 물론이고 벤치와 잔디밭의 모양까지 거의 똑같았다.‘설마 summer도 예전에 이 병원에 입원한 적이 있었던 걸까.’손형서는 잠시 망설였다.그래도 그 사람이 요즘 자기 오빠가 푹 빠져 있는 온라인 상대라는 생각이 들자 결국 노을 풍경을 한 장 찍어 손형원에게 보냈다.온라인 관계 같은 건 믿을 게 될 수가 없었다.상대가 남자일 수도 있고 나이 많은 할머니일 수도 있었다.차라리 손형원이 하루라도 빨리 실체를 알아버리고 summer에게 마음을 접는 편이 나았다.[오빠, 이 사진 좀 봐. 오빠 서재에 걸린 그 그림 배경이랑 똑같지 않아?]몇 분 뒤, 손형원에게서 답장이 왔다.[위치 보내.]‘역시 요즘 오빠의 관심은 온통 summer에게 쏠려 있었네.’손형서는 이게 좋은 일인지 나쁜 일인지 자기 자신도 잘 판단이 서지 않았다.위치를 보내고 나서야 손형서는 문득 깨달았다.여기 위치를 보내는 건 결국 손형원에게 연정미가 입원해 있다는 사실까지 알려 주는 셈이었다.손형서는 급히 메시지를 하나 더 보냈다.[연정미가 지금 여기서 입원 중이야.][응.]손형원은 한 마디만 남기고 더는 답장하지 않았다.손형서가 정신을 차렸을 때는 연정미
심다윤은 병실 안에 있는 사람들을 보자, 미소를 띤 채 자연스럽게 인사를 건넸다.“다들 와 계셨네요.”여자는 가늘고 여린 체구에 피부는 백옥처럼 하얗고 맑았다.옅은 눈동자에는 늘 안개가 낀 듯한 분위기가 어려 있었고 특유의 나른함과 거리감이 함께 감돌았다.몸짓 하나하나에는 고요함과 단정함이 배어 있었다.전형적인 명문의 아가씨 스타일이었다.연정미처럼 화려하고 눈에 확 들어오는 미인은 아니었지만 분위기가 워낙 남달랐고 몸매가 좋아서 볼수록 더 오래 눈길이 가는 타입이었다.심다윤 뒤에 서 있던 심수현이 병실 안으로 들어왔다.“정미야, 괜찮아?”연정미는 억지로 입꼬리를 끌어 올렸다.“수현 오빠, 저는 괜찮아요. 걱정해 주셔서 고마워요.”심수현이 물었다.“대체 어떻게 된 거야? 누가 이런 짓을 한 거지?”그 말을 듣자 옆에 있던 단서현이 차갑게 비웃었다.“하지율 말고 또 누가 있겠어요?”“하지율?”심수현이 미간을 찌푸렸다.“지난번 심씨 가문 연회에 왔던 그 하지율 말하는 거야? 다희랑도 친한 사이라던데 혹시 무슨 오해가 있는 건 아니야?”단서현이 곧장 받아쳤다.“그러자 무슨 오해요. 하지율은 원래부터 다희를 못마땅해했고 연씨 가문에서도 정미를 사사건건 괴롭혔어요.”심수현은 쉽게 고개를 끄덕이지 않았다.“그건 어디까지나 추측 아니겠어? 구체적인 증거라도 있어?”단서현이 이를 악문 채 말했다.“그날 저랑 정미가 같이 쇼핑하고 있었는데 상대가 아예 작정하고 덤볐어요. 저를 떼어 놓은 다음에 정미를 때리기 시작했죠.”단서현은 목소리를 낮췄다.“그러면서 정미한테 경고했어요. 주용화한테서 떨어지라고요. 다시는 정미가 주용화를 꼬시는 꼴을 보지 못하겠다고 했어요.”단서현의 눈빛이 차가워졌다.“주용화는 하지율의 보디가드잖아요. 두 사람의 관계도 수상하고요. 하지율이 아니면 누가 그럴 수 있겠어요?”그 말을 들은 손형서는 속으로 통쾌함을 느꼈다.솔직히 말하면 자기도 오래전부터 한번 저렇게 확 말하고 싶었다.다만 지난번 일로 손형원이
손형서는 손형원을 바라보다가 몇 초 동안 말이 나오지 않았다.한참 뒤에야 입을 열었다.“오빠, 하지율을 너무 높게 보는 거 아니야?”손형원은 차갑게 말했다.“적을 절대 얕보지 마. 그러다 보면 연씨 가문 사람들하고 단보현처럼 크게 당하는 거야.”그는 낮게 비웃었다.“단보현이 이번에 쏟아부은 돈이랑 하지율 쪽 주문 손실은 결국 연상진의 지분을 사들이는 종잣돈이 돼 버렸잖아.”여기까지 말한 손형원 입가에는 서늘한 냉소가 번졌다.“단보현은 원래 이익을 최우선으로 보는 인간이야. 그런데 이번에는 그렇게 큰돈까지 태웠고 그만큼 하지율이 이득을 봤어. 아마 지금쯤 하지율을 더더욱 눈엣가시처럼 여기고 있겠지.”손형서는 문득 뭔가를 떠올렸다.“그러고 보니 오빠, 요즘은 summer랑도 예전만큼 자주 연락 안 하는 것 같네.”예전에 손형서가 손형원을 찾아올 때마다 손형원은 늘 컴퓨터 앞에 붙어 있었다.그런데 최근 몇 번은 더 이상 그렇게 화면만 보고 앉아 있지 않았다.손형원이 무심하게 말했다.“summer가 요즘은 좀 바쁘다고 했어. 일이 끝나면 다시 연락하겠다고 했어.”말이 끝나자마자 손형원의 휴대폰에서 특유의 알림음이 울렸다.그 순간, 손형원의 눈빛이 미세하게 달라졌고, 그는 곧바로 휴대폰을 들었다.손형서가 흘끗 들여다보니, 대화창 이름에는 summer가 떠 있었다.손형서는 이제부터 손형원이 자기 말을 또 제대로 듣지 않을 거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손형서는 더 머물지 않고 곧장 집을 나왔다.그런데 손형서가 손형원의 집을 막 벗어나려던 순간, 단서현에게서 전화를 받았다.“형서야, 병원에 좀 와 줄 수 있어? 정미가 다쳐서 입원했어.”손형서는 예전에 연정미와 손형원을 엮어 놓긴 했지만 결국 연정미는 손형원의 지분을 보상처럼 받아 가며 가장 큰 이득을 챙겼다.그 일 이후 연정미도 손형서를 완전히 탓하지는 않았다.오히려 손형서가 자기 오빠를 돕고 싶어서 그런 거였다고 말하며 겉으로는 계속 연락을 이어 갔다.하지만 손형서는 알고 있었다
고지후의 표정이 확 바뀌었다.“뭐라고?”전화기 너머로 부하가 다급하게 말했다.“도련님이 호수에 빠졌다가 지금 구급차로 병원에 이송됐어요.”...놀이공원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던 하지율의 기분을 고지후가 전화 한 통으로 다 망쳐버렸다.정시온이 어른스럽게 말했다.“지율 이모, 윤택 형이 사라졌다니까 찾아보는 게 좋겠어요. 아니면 계속 놀아도 즐겁게 못 놀 것 같아요.”하지율의 눈동자가 촛불처럼 미세하게 흔들리자 정시온이 덧붙였다.“저랑 윤택 형은 유치원도 같이 다니고 평소에도 사이좋은 친구예요. 정말 무슨 일이 생기면
그걸 들은 장하준이 고윤택에게 부풀려 말을 전했고 고윤택은 슬프면서도 화난 표정을 지었다.‘엄마는 정시온 그 나쁜 애한테 제대로 속았어. 나쁜 엄마!’장하준이 덧붙였다.“지난번에 네 엄마가 채아를 이긴 것도 수작을 부려서잖아. 채아한테 주스를 뿌리고 세계적인 악기 여름밤의 별을 사용했지. 그렇게 유리한 조건에서도 고작 0.1점 차이로 채아를 이겼어. 그게 뭐 자랑할 일이라고.”고윤택의 눈빛이 어두워졌다.엄마가 정말로 대단하다고 생각했는데 임채아와 장하준 모두 운이 좋았을 뿐이라고 말했다.고등학교도 졸업하지 않은 엄마가 명
한두 번이면 모를까, 너무 자주 그러면 오히려 역효과가 났다.게다가 하지율은 이미 돌아갔다.그가 하지율을 감시하도록 보낸 사람이 이미 집으로 돌아갔다고 알려주었다.고지후가 떠난 후 장하준은 계획이 성공했다는 악랄한 표정을 지었다.“하지율이 지후를 기다리지 못하고 병원으로 찾아올 거라고 예상했지. 미리 대비해서 다행이야. 아니면 정말 하지율 그 여자 뜻대로 됐을 거야.”임채아도 승리의 미소를 지었다.최근 하지율 때문에 너무 큰 손해를 입었기 때문에 이 치욕을 씻어낼 한차례 승리가 필요했다.그녀는 장하준을 칭찬하는 것도 잊
임채아는 무의식적으로 주먹을 꽉 쥐었고 손톱이 손바닥을 파고들었지만 그 고통조차 느끼지 못했다.실력이 뛰어난 사람일수록 상대의 수준을 더 정확히 알아본다.그녀는 몇 번을 다시 겨룬다 해도 결코 하지율을 이길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임채아는 이를 악물고 마침내 하지율을 향한 시선을 더 이상 숨기지 못한 채 처음으로 원한과 불만을 드러냈다.'설마 내가 하지율 씨에게 진 거야? 왜 하지율 씨한테 진 거지?'“채아야.”어디선가 맑고 감미로운 남자의 목소리가 갑자기 들려왔다.“내기에서 졌으면 인정하는 게 맞지.”그 누구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