เข้าสู่ระบบ”그러니까 애 발을 걸긴 왜 걸어?“브리는 손에 가지런히 접어둔 교복을 땅에다 던지고 싶은 충동을 참았다. 에이든은 진짜 발을 건 게 맞냐고 물어보려고 했던 건데, 브리가 교복을 처량히 들고 있는 모습을 보니까 마음과는 다르게 말이 나갔다. “하... 아까 못 들었어? 내가 안했다고.” 브리는 힘을 쥐어짜 말하는 듯했다. 꽤 지쳐있었다. 거기다 대고 에이든은 멈추지 않았다.“내가 말했지. 그냥 얌전하게 학교 생활하면 된다고. 교복 갖다주랬지 누가 애 발걸랬어?”브리는 끓어오르는 마그마를 한 번 으윽-하고 삼켰다. 근데 그게 잘 안되었다. 하. 엔딩봐야지. 브리야. 참자. 참자. 결국 브리는 참지 못했다. “내가 걔 발 걸 이유가 뭔데? 너 때문에? 그거야? 그래서 너도 그렇게 생각하는 거야? 걔가 너 약혼녀될 뻔 한 사람이어서?” 에이든은 쏘아붙이는 브리에 잠시 온 몸이 굳어 뒷걸음질 쳤다.“너가 그렇게 잘났어? 그래서 내가 너 미친듯이 좋아서, 발 걸었다고? 착각하지마. 아직도 내가 바본 줄 아나본데.....” 브리는 거기서 잠시 말을 멈췄다. 아차차. 이렇게 말하면 에이든이 의심할 게 뻔했다. 브리가 회귀한 거라도 알면 계약은 당연히 무효고, 에이든이 까무러칠 게 뻔했다.”어차피 내 말은 안 믿을테니까 니 알아서 생각해. 네가 말하는 계약 여친 규정도 어긴 적 없고, 난 그냥 날 보호한 거 뿐이야.““.....” 에이든은 꿀 먹은 병아리가 된 듯했다. 뭐지? 이 듣도 보도 못한 태도는? 이렇게 하면 에이든이 예상한 건 브리가 울고 불고 잘못했다고 빌고, 미안하다고 사과하고 데이트를 가는 거였는데. 언제부터 브리가... 이렇게 똑부러지는 말을 할 수 있었지? ”흠흠“ 에이든은 약간 상기된 표정을 풀더니 브리에게서 교복을 건네 받았다. ”왜... 이렇게까지 계속 들고 있었어. 구겨져도 되는데.“그러더니 어색한 걸음 걸이로 브리의 곁에서 멀어져갔다. ”허. 진짜 어이 없네.” 브리는 에이든이 교복을 가져간 손 그대
“넌 안 따라와도 돼. 일단 수업 들어가.” 에이든의 말이 끝나자 마자 절묘하게 다음 수업 시간을 알리는 종소리가 울렸다. 맞다. 이 기분이었다. 잘못한 것도 없는데 혼자가 되는 기분. 아무리 억울하다고 소리쳐봐도 누구도 듣지 않는 기분. 미영의 나날이 숱하게 내려앉은 먼지가 돌덩이가 되던 순간들. 모두가 자신의 탓을 하던 기억들이 한꺼번에 몰려왔다. 와이프가 취향이 구려서, 며느리가 싹싹하지 못해서, 손이 빠르질 못해서, 야무지게 거절을 못해서. 남편 관리를 잘 못해서. 죄라면 살아온 것 뿐인데, 얼마나 큰 돌덩이를 지고 살아온 건지 가늠이 되질 않았다. ** “브리양, 수업에 왜 이렇게 늦었나.“ 로버트 교수는 안경을 치켜내리곤 브리를 타일렀다. ”죄송합니다.“ 브리는 꾸벅 인사하고 강의실 자리로 들어갔다. 종종걸음으로 자리에 가서 앉는 브리의 뒤통수에 로버트와 아이들의 따가운 시선이 꽂혔다. 애들은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그 웅성거림은 점점 퍼져 대강의실이 웅웅하고 울렸다. 모두들 브리와 바네사 얘길 하고 있었다. “야 이거 봤어?” 브리가 강의실 열을 지나치는 동안, 학생들은 저마다 핸드폰을 켜고 바네사가 쉐이크를 덮어쓴 사진을 공유중이었다. “이게 글쎄, 브리아나가 발을 걸었다던데?”“정말이야? 브리아나 보기보다 용감한 애였네~”“야야 온다. 온다. 쉿.” 브리는 애써 그런 광경을 뿌리치려 애썼다. 일어난 일만 해도 버거웠으니까. 그런 브리를 아는지 모르는지, 대강의실이 학생들이 떠드는 소음에 더 웅성거리다 울리기까지 했다. 로버트가 미간을 잔뜩 찌뿌리더니 원목 교탁을 세번 탁탁탁하고 크게 쳤다.”어험! 다들 조용!“ 그리고서 로버트는 칠판에 분필을 가져갔다. 점심 시간에 생긴 일 때문에 거의 정신이 너덜너덜해져있었다. 브리는 옆 빈 의자에 에이든의 교복을 가지런히 놓았다. ‘아 맞다. 이거. 까먹고 전해주지도 못했네.’ 발을 걸려는 바네사를 피한 게 죄라면 죌까. 브리는 골똘히 생각했다
곧 터질 일을 예감한 듯, 브리의 온몸에 긴장감이 감돌았다.‘아… 이 장면은… 눈에 익는데.’복도 한가운데서 브리의 발걸음이 잠깐 멈췄다.원작 속에서 브리아나가 크게 놀림받는 장면이 뇌리를 스쳐 지나갔다.‘저 쉐이크….’바네사 옆 시녀 하나가 뚜껑도 없는 뽀얀 밀크셰이크를 들고 걸어오고 있었다.그걸 보는 순간 브리 머릿속에 원작 장면이 번개처럼 스쳤다. 바네사가 지나가는 척 발을 슬쩍 내밀고, 브리아나는 그대로 중심을 잃고 복도 바닥에 나동그라진다. 손에 들고 있던 셰이크가 브리 머리 위로 전부 쏟아지고, 지나가던 학생들은 사진을 찍어 학교 커뮤니티에 올린다.그날 이후 한동안 브리아나는 학교 안에서 웃음거리였다.브리는 자기도 모르게 에이든의 교복이 걸린 옷걸이를 더 꽉 쥐었다.복도 창문으로 쏟아진 햇빛이 바네사의 금발을 반짝이게 비췄다. 헤일리는 뭔가를 재잘거리고 있었고, 다른 애들은 하나같이 브리를 보며 실실 웃고 있었다.브리는 입술 안쪽을 꾹 깨물었다.여기서 바네사가 아주 자연스럽게 발을 내민다. 누구도 고의라 생각하지 않을 정도로 가볍게. 아주 조금만 중심을 잃게 만들 정도로만.브리는 속으로 숫자를 세듯 숨을 골랐다.하나.둘.셋.그리고 정말로, 바네사의 발끝이 아주 조금 앞으로 미끄러져 나왔다.‘이번엔 그냥 안 당해.’브리는 원작의 브리아나처럼 멍청하게 당해주지 않았다. 마지막 순간, 몸을 아주 살짝 틀었다. 눈 깜짝할 사이였다.바네사가 내민 발이 허공을 헛디뎠다.“어—?”짧은 비명이 터지더니 바네사의 중심이 크게 흔들렸다. 하이힐 굽이 미끄러지자, 헤일리가 비명을 지르며 옆으로 물러났다.그 순간, 셰이크를 들고 있던 시녀 쪽으로 바네사가 쓰러졌다. 셰이크와 바네사가 한꺼번에 바닥으로 쏟아졌다.콰앙.하이힐 한 짝이 벗겨지며 바네사는 무릎부터 바닥에 내리찍혔다. 미끄러운 셰이크가 바닥에 퍼져, 그녀는 거의 슬라이딩하듯 앞으로 밀려났다.순간 복도 전체가 조용해졌다.시녀들의 입이 떡 벌어졌다. 지나가던 학생들도
브리는 화장실 칸에서 볼일을 보고 나가려고 하는데 여자애들 한 무리가 왁자지껄 수다를 떨면서 화장실 안으로 들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바네사, 에이든이 정말 당황스러운 선택을 한거야. 아마 널 질투나게 하려는 작전일수도 있어.“ 브리는 나가려던 걸 그 자리에서 멈췄다. ”맞아. 바네사. 너보다 훨씬 못 생기고, 집도 못 사는 앨 에이든이 뭐가 좋다고 선택하겠어? 그냥 성격이 호구 같으니까 데리고 놀다 버릴려는 거지.““아니야. 뭐. 진짜 좋아할 수도 있지.” 바네사는 온갖 드라마에도 품위를 잃지 않은 여배우인 척, 풀이 죽은 묵소리로 말했다. 원작에서 바네사가 브리에게 개인적으로 직접한 말과는 다른 내용이었다. 면전에다가 대고 데리고 놀고 버릴 거라는 둥 하지 않았나? 새삼 바네사의 페르소나가 소름 돋을 정도로 느껴졌다. 브리는 화장실을 박차고 나가려다 이어지는 내용이 흥미로워서 그대로 있었다. ”그러니까 말이야. 근데 그 년이 에이든을 어떻게 꼬셨냐는 거야. 아는 거라곤 사치 밖에 없는데.““그러게. 걔네 둘이 안 어울려도 한 참 안 어울려. 브리도 참, 넘볼 땔 넘 봐야지 안 그래?” 브리아나 시녀들의 시끄러운 웃음소리가 한바탕 지나갔다. “아 맞다 참. 걔네 집 이번에 부도나기 직전까지 갔다는 소문이 있던데.””우리 엄마가 봤는데 거기 호텔 전염병 때문에 스태프들 다 자르고 난리도 아니었었잖아.“”아 정답 나왔네.“”뭔데?“”딱 봐도 에이든 비행기 탈려는 심산이지. 에이든 이름으로 뭐라도 얻을려는 거 아니겠어? 요즘 누가 그런 호텔 알아줘?““걔 기부금이 아니라 성적으로 들어왔다는 소문도 있던데?”“엥? 그런 거였어?”시녀 중 한 명이 너무 놀랍다는듯 큰소리로 대답했다. ”와 이제 엘리즈하이에도 헝그리정신으로 인생 사는 애가 생겼네?“”그니까 가난은 겪어봐야 간절한 줄 안댔어. 나도 가끔 돈내고 겪어보고 싶을 지경이야.“”돈 내고?“크흫흐흑 하고 시녀 무리 중 한 명의 웃음이 터졌다. 아 돈 내고 가난이래 돈
브리는 잠깐 멈칫했다. 방학 때 이안한테서 빌려간 책을 찾으러 간다고 말하고 싶지 않았다. 괜히 소문이라도 나면...... 뒷감당이 어려울 게 뻔했다. “그냥… 도서관.” 클로이가 포크를 들다 말고 눈썹을 치켜올렸다. “도서관? 네가?” “도서관이라니. 브리야. 어디 아파? 이게 무슨 일이야? 천하의 브리아나 로즈가 도서관? 백화점이 아니구?” 엘리샤가 과장되게 걱정되는 표정으로 물어왔다. ”어디 아프거나, 무슨 일 있으면 우리한테 꼭 말해야돼.“ 앨리샤가 빵을 뜯으며 키득거렸다. “오늘은 해가 서쪽에서 떴나보다.“ 브리는 어이없다는 듯 둘을 한 번씩 흘겨봤다. “둘 다 나중에 봐.” 그렇게 말하고 뒤돌아섰지만, 도서관으로 가는 동안에도 머릿속은 계속 복잡했다. 방학 때 빌려간 책. 원작엔 한 줄도 안 나오던 방학, 이안과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그냥 책을 주고 받는 사이? 브리는 계단을 올라 2층 복도 끝, 도서관 유리문 앞에 섰다. 안쪽은 햇빛이 길게 쏟아져 내리고 있었다. 엘리즈 하이 도서관은 이름만 도서관이지, 거의 소규모 대학 도서관에 가까웠다. 높은 천장, 진한 원목 책장, 카펫이 깔린 바닥, 그리고 이상할 정도로 조용한 공기까지. 문을 여는 순간, 바깥 복도의 소란이 반쯤 멀어졌다. 대출 데스크 뒤엔 얇은 은테 안경을 낀 중년 사서가 앉아 있었다. 머리를 단정하게 올려 묶은 데다 표정까지 엄격해서, 얼핏 보면 학생들 손톱 때까지 기록 카드에 적을 것 같은 인상이었다. 브리는 최대한 자연스럽게 웃어보였다. “안녕하세요.” 사서는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브리를 보자 눈썹이 아주 미세하게 올라갔다. “브리아나.” 브리는 속으로만 놀라고 겉으론 태연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무슨 일이지?” “저… 혹시 제가 예전에 대출했던 책들 기록, 볼 수 있을까요?” 사서의 눈썹이 조금 더 올라갔다. “갑자기?” 브리는 목을 가다듬었다. “방학 때 빌렸던 책이 생각이 안 나서
‘브리가 책도 읽었어? 아 진짜 미치겠네.’원작 속 브리는 덤 걸 그 자체였다. 유수의 하이틴물이 보여주듯, 그저 사랑을 쫓고 킹카랑 결혼하는 엔딩의 소유자. 그런데 그런 애가 책을 읽었다니.브리는 이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 낯설면서도 싫지 않았다. 미영이던 시절에도 앞치마 주머니에 회화책을 넣고 영단어를 외우곤 했으니까. 어떤 이유로 숨겼든, 사람이 품은 꿈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 법이었다.그래서 더 찾고 싶어졌다.이안에게서 빌려간 그 책을.그런데 문제는, 회귀한 뒤로 브리가 손대는 곳마다 따라붙어 방해하는 것이 있었다는 점이었다. 바로 저 구석에 요염한 자세로 누워있는 하얀색 치와와였다. 브리아나가 가방 안에 넣고 다닐 정도로 작고 귀여운 생물체. 샐리는 그 치와와를 퓨리라고 불렀다.“퓨리야~ 이리 온.”브리는 구름보다 폭신한 밍크 쿠션 위에 앉아 있는 퓨리에게 손을 뻗었다. 조명에 반짝이는 이마가 너무 귀여워서 한 번쯤 깨물어주고 싶을 정도였다.“크르르릉, 킁킁! 크크트르릉!”예상 외로 센 놈이었다. 손이 닿은 것도 아닌데 깨알 같은 이빨을 드러내고 달려들 기세였다. 당장이라도 튀어나올 듯 앞발을 꼼지락거리는 꼴이 영락없는 작은 맹수였다.‘관두자. 관둬.’한두 번도 아니었다. 서랍을 열려고만 하면 캉캉 짖고, 창문 쪽으로 가기만 해도 예민하게 굴어 밤잠까지 설치게 만들었다.“퓨리야, 나 좀 봐주라. 좋게 좋게 가면 좋잖아?”퓨리는 전혀 그럴 마음이 없어 보였다. 앙칼진 입으로 입맛을 다시더니 밍크 쿠션 바닥을 앞발로 사각사각 긁어댔다.브리는 눈을 반짝였다.“오? 뭘 먹고 싶구나? 샐리 아주머니께 간식 달라고 할까?”“컁컁!”스낵이라는 단어는 찰떡같이 알아듣는 듯했다.브리는 서랍에서 별 모양 간식을 하나 꺼냈다. 사람은 절대 먹으면 안 될 것 같은, 고소하고 짭짤한 냄새가 났다. 브리는 손끝으로 그 알록달록한 간식을 집어 조심스럽게 퓨리에게 내밀었다.“퓨리아~ 우쭈주~ 이거 먹을래?”“그르르으응… 그르르…”조금 누그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