เข้าสู่ระบบ다음 날, 회장실에서 공문 하나가 TF로 내려왔다.온라인몰 런칭 일정, 일주일 앞당길 것.준호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시스템 안정화도, 파트너사 조율도 아직 안 끝났는데 일주일을 당기라니. 이건 그냥 실패하라는 소리예요.""할아버님이 직접 지시하신 거예요?""네. '준비된 유능함을 증명하겠다면, 일주일 뒤에 바로 오픈하라'고 하셨대요."준호가 낮게 한숨을 내쉬었다."대놓고 고사시키려는 거죠."팀원들 사이에서도 술렁임이 일었다. 시스템 테스트도 덜 끝난 상태에서 오픈이라니, 다들 얼굴이 사색이 됐다."실장님, 이거 그냥 재고 요청드리면 안 될까요?"수정이 조심스레 물었다."이미 결정된 사안이라, 재고는 안 받아들여질 거예요."준호가 씁쓸하게 대답했다. 회의실 안 공기가 무겁게 가라앉았다.제이는 그 공문을 보는 순간, 등줄기가 서늘해졌다.이 날짜.지난 생, 바로 이맘때쯤 전국을 뒤흔들었던 사건 하나가 떠올랐다. 화물 노동자들의 대규모 총파업. 전국의 물류망이 통째로 멈췄던 그 며칠이었다.뉴스마다 배송 대란 소식으로 도배됐고, 온라인 쇼핑몰 몇 곳은 그 여파로 한동안 회복하지 못했었다.원래 일정대로였다면 이 파업과 정확히 겹치지 않았을 텐데, 지금 앞당겨진 날짜는 파업이 시작되는 바로 그 시점이었다.할아버님은 이 파업 정보를 미리 알고 계셨던 거야.대기업 수뇌부들끼리 미리 도는 정부 동향이었을 것이다. 준비도 안 된 신생 팀을 하필 그 시점에 밀어 넣어, 물류 대란 속에 첫날부터 대규모 환불 사태를 겪게 만들려는 속셈이었다."제이 씨, 표정이 왜 그래요?"준호가 물었다."실장님, 저 믿고 하나만 해주실 수 있어요?""뭔데요?""한별특송이라고, 요즘 막 물류 사업 시작한 업체가 있어요. 원래는 편지나 소량 소포만 배달하던 곳인데, 최근에 물류 쪽으로 사업을 넓혔더라고요.아직 큰 거래처가 없어서 전국 어디든, 시골 구석까지도 배송망이 촘촘하게 깔려 있어요. 대형 업체들이 놓치는 지역까지 다 커버가 되는 곳이에요.""그
다음 날 아침, 복도를 걷는 제이를 향한 시선이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낙하산이라며.""여우가 따로 없네, 정말."들으라는 듯 낮게 흘리는 말들이 등 뒤로 스쳤다. 제이는 그 시선들을 못 들은 척 지나쳤다.어제까지의 동료애 섞인 눈빛은 온데간데없고, 차갑고 노골적인 뒷말만 남아 있었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축하 인사를 건네던 사람들이었다.자리에 앉아서도, 등 뒤로 쏟아지는 시선이 계속 느껴졌다. 제이는 애써 태연하게 모니터로 시선을 고정했다.여기서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면, 그게 오히려 저들에게 빌미가 될 뿐이었다.오전, 인사부장이 제이를 따로 불렀다."제주 지사나 해외 지사 쪽, 한번 생각해보시는 건 어때요?"부드러운 말투였지만, 결국 유배나 다름없는 제안이었다."실장님 앞날이나 회사 분위기를 생각하면, 지금 잠시 자리를 옮기시는 게 서로한테 좋을 것 같아서요.평생 들을 뒷말을 지금 다 듣고 계실 텐데, 신분 상승의 대가치고는 너무 가혹하지 않습니까? 제이 씨를 위해서라도, 이쯤에서 정리하시는 게."제이는 목구멍이 바짝 마르는 걸 느꼈다. '대가'라는 그 한마디가 무엇을 뜻하는지 너무나 잘 알았기에. 하지만 테이블 위에 올려둔 두 손만은 미동도 하지 않았다.제이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조용히 웃었다."그 전에, 한 가지 여쭤보고 싶은 게 있는데요."제이가 준비해온 서류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이 계약들, 결제 대행사와 콘텐츠 파트너사 건입니다. 전부 기획자인 저 개인의 신뢰로 묶인 조건이고, 제가 TF에서 배제되거나 이동하면 파트너사 측에서 조건 재협상을 요구하거나 계약을 철회할 수 있는 조항이 명시돼 있습니다."인사부장의 얼굴이 서서히 굳어갔다."이 조항, 계약서 몇 조 몇 항인지도 바로 짚어드릴 수 있어요.""...그, 그렇게까지는 안 하셔도.""런칭이 지연되면 수백억 원대 손실이 발생할 텐데, 그 책임을 인사팀에서 지실 수 있으면, 지금 바로 발령 내주셔도 좋습니다."인사부장은 아무 대답도 하지 못한 채 이마에
에이펙스 테크 부도 사태의 여파는, 시간이 지날수록 도일에게 정확히 조준되고 있었다.인사팀 내부 조사에서, 노유경에게 정보를 넘긴 경로가 결국 도일이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기밀 유출. 인사위원회 회부는 시간문제였고, 잘하면 해고, 잘못하면 법적 책임까지 거론되는 상황이었다.도일은 며칠째 제대로 잠을 이루지 못했다. 이대로 조용히 밀려날 수는 없었다. 뭐라도 붙잡아야 했다.차라리 판을 다 흔들어놓자.정준호와 현제이의 관계를 정경유착이자 특혜성 인사로 몰아붙이면, 적어도 회사 전체가 시끄러워질 것이었다.그 소란 속에서 자신은 '사내 부정을 참다못해 터뜨린 내부 고발자'처럼 보일 수도 있었다. 밑져야 본전이라는 계산이었다.TF 정기 보고회, 대회의실에 임원 전원이 모였다.발표가 시작되기 전부터, 도일은 자리에 앉아 안절부절못하는 기색이었다.서류를 폈다 접었다 하는 손이 유난히 부산스러웠고, 몇 번이나 회의실 문 쪽을 힐끔거렸다.마치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을 품에 안고 있는 사람 같았다.발표가 순조롭게 이어지던 중, 뒤쪽에 앉아 있던 도일이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났다."저,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회의실 안이 순간 조용해졌다. 준호가 발표를 멈추고 도일 쪽을 바라봤다."한 대리님, 지금 발표 중입니다만.""압니다. 그래도 지금 말씀드려야 할 것 같아서요. 어차피 저는 이제 잃을 것도 없으니까요."도일의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다. 궁지에 몰린 사람 특유의, 뒤를 재지 않는 목소리였다."정준호 실장님, 사실 회장님 손자시죠. 미국에서 유학 중에 한국으로 소환돼서, 신입사원 위장 입사시킨 거고요. 현제이 씨랑 사귀는 사이시고, 그것 때문에 TF에 특혜성으로 발탁된 거 아닙니까?"혼자 죽을 바에야, 다 같이 무너지자는 심산이었다. 회의실 안이 크게 술렁였다.제이도 예외는 아니었다.‘한도일이 어떻게 알고 있었지?’지난 생부터 이미 알고 있던 사실이었다. 다만 그동안은 모르는 척, 알은척하지 않으려 애써왔을 뿐이었다. 이제 그 사실이 이
말없이 걷던 두 사람은 어느새 한강이 보이는 산책로에 다다랐다."여기까지 걸어올 줄은 몰랐네요.""저도요. 발이 그냥 이쪽으로 향하더라고요."준호가 옆에 나란히 서며 대답했다. 밤바람이 선선하게 불었고, 강 건너 불빛이 물결을 따라 흔들렸다."아까 하려던 말, 지금 해줄래요?""...행복하다는 말이요?"제이는 잠깐 망설이다, 솔직하게 답했다."그냥, 오늘 이 순간이 그랬어요. 별거 안 했는데도.""별거 안 한 게 아니죠. 손잡고 여기까지 걸어왔는데."준호가 장난스럽게 받아치면서도, 눈빛만은 진지했다."저도 그래요. 제이 씨랑 있으면, 별거 아닌 순간도 자꾸 별거가 돼요."바람에 머리카락이 흩날렸다. 준호가 손을 뻗어 제이의 얼굴에 흘러내린 머리카락을 조심스럽게 넘겨줬다. 그 손끝이 뺨에 닿는 순간, 두 사람 사이의 거리가 조금씩 좁혀졌다."...제이 씨."준호가 낮게 이름을 불렀다. 허락을 구하는 듯한 목소리였다. 제이는 피하지 않았다.준호가 천천히 얼굴을 가까이했다. 강바람 소리마저 잠깐 멀어지는 것 같았다. 입술이 닿는 순간, 제이는 눈을 감았다. 짧지만 다정한 입맞춤이었다. 서두르지 않고, 조심스럽게,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듯.먼저 떨어진 건 준호였다. 그가 제이의 이마에 자신의 이마를 가만히 맞대며 낮게 웃었다."이제 확실해졌네요. 제이 씨 마음이요. 그리고 제 마음도.""이런 거였네요, 처음이라는 게. 이렇게 확실하게 좋아한다고 느껴본 거요."말을 뱉고 나서야, 그 표현이 얼마나 조심스러운 진심이었는지 스스로도 깨달았다. 준호는 그저 웃으며 제이의 손을 다시 꼭 잡았다."그럼 저도 그 처음, 잘 지켜볼게요."집으로 돌아가는 길에도, 입술에 남은 감촉이 좀처럼 가시지 않았다. 집에 도착해 씻고 나와 침대에 걸터앉았을 때, 휴대폰이 울렸다. 준호였다.집에 잘 들어갔어요?네, 방금요.오늘 좋았어요.저도요.한참 답이 없더니, 짧은 문장 하나가 도착했다.오늘, 제 인생에서 제일 긴 하루였어요. 근데 제일 좋은 하루
탕비실에서 마주친 도일이 어색하게 말을 걸었다."요즘 잘 지내요? 얼굴 보기가 힘드네."그 말투가 낯설었다. 예전 같았으면 저 한마디에도 괜히 마음이 흔들렸을 텐데."그럭저럭이요."제이는 짧게 대꾸하고 컵을 내려놓았다. 커피 머신에서 똑똑 떨어지는 커피를 멍하니 바라봤다.시선을 마주치지 않은 채였다."TF 쪽 일이 많이 바쁜가 봐요."
새 기획안을 정리하던 제이는, 잠시 손을 멈췄다.모니터에 띄워진 PG 파트너사 후보 목록을 천천히 훑어봤다.이미 완성된 안이었다. 이대로 제출해도 문제없을 만큼 정리된 상태였다.그럼에도 제이는 마우스를 움직였다.후보 리스트 사이에 이름 하나를 조용히 끼워 넣었다.㈜에이펙스 테크.커서를 올려둔 채, 잠시 시선이 머물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