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새로 온 인턴은 회사의 이익을 항상 우선시했다. 비용 절감을 위해 내가 고객에게 보낼 200만 원짜리 병차를 인터넷에서 2천 원에 무료 배송하는 짝퉁으로 바꿔치기했고 전기 절약을 위해 우리가 야근하며 마감을 맞추고 있을 때 전원을 내렸다. 그리고 대표님께 추석 연휴에도 쉬지 말자고 제안했다. 인턴은 당당하게 말했다. “회사는 놀이터가 아닙니다! 추석 연휴는 실적을 올릴 최고의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모두 무급으로 야근하며 회사에 헌신합시다!” 직원들의 불만이 터져 나왔고 나는 모두를 대변해서 그녀의 제안에 반박했다. 그러자 그녀는 내가 회삿돈을 횡령했다고 공개적으로 비난하며 사장님께 나를 해고하라고 했다. 어처구니없게도 사장은 그 말에 동의했다. 좋아. 내가 없으면 회사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어디 두고 보자고.
View More나는 사무실에서 커피를 마시며 오늘의 경제 뉴스를 보고 있었다.[오션 테크 핵심 기술 인력 집단 사직, 투자자들이 일제히 자금을 철회, 다수의 게임에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함으로 인해 협력 업체들이 잇따라 계약을 해지, 현재 오션은 천문학적인 배상금에 직면.]나는 예상했다는 듯 미소를 지었다.강유민은 자만하고 독단적이라 직원들의 불만이 컸다. 내가 중재한 덕분에 다들 지금까지 있었던 거지, 진작에 다 나갔을 것이다.투자자들도 처음에는 나를 보고 투자했던 사람들이었다. 그러니 내가 떠나자 그들도 더 이상 강유민에게 잘해줄 리가 없었다.협력 업체들도 내가 직접 관리하며 관계를 유지해 온 것으로 그는 내가 얼마나 노력했는지 전혀 알지 못했다.나는 생각 끝에 전화를 걸었다.“민수 씨, 성운 테크 연구개발팀 팀장 자리 관심 있어?”이민수는 오션의 베테랑 직원이었다. 그가 회사를 떠났다는 것은 강유민이 진짜 심했다는 걸 말해준다.이민수는 흔쾌히 수락했고 그의 팀원들까지 모두 데리고 왔다.직원들의 이야기를 듣고서야 그들이 왜 집단 사직했는지 알게 되었다.김소현이 강유민에게 월급을 깎고 직원을 해고하라고 제안했다는 것이다. 직원들이 자리만 차지하고 있고 맡은 일에 비해 월급이 너무 많다는 이유에서였다.그녀는 한 사람이 두 사람 몫의 일을 하면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며 필요 없는 직원들을 해고하라고 했다.그리고 기존의 주 5일 근무제도를 주 6일, 9시 출근 9시 퇴근 제도로 바꾸고 심지어 월급날도 매월 5일에서 다음달25일로 미루자고 제안했다.모든 것이 직장인들이 가장 싫어하는 것들뿐이었다.그런데 희한하게도 강유민은 그 제안들을 받아들였다.직원들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집단 사직했다.하지만 김소현은 아무렇지 않다는 듯이 신규 졸업생들을 열 명 넘게 뽑아왔다. 비용 절감이라는 명목으로 말이다.오션의 미래는 뻔했다. 미래가 없었다.이민수와 그의 팀이 합류하자 우리 프로젝트는 더욱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게임은 예정대로 출시되었고 출시 3일 만에
5년간의 경험 덕분에 성운을 맡은 후에도 나는 순조롭게 회사를 운영해 나갔다.매일 바쁘게 지내다 보니 실연의 아픔도 생각보다 크지 않았고 모든 것이 잘 풀리고 있었다.수미가 가끔 내게 전화로 불평했다.“윤아 언니, 김소현 그 여자 진짜 이상해요!”나는 잠시 멈칫했다. 수미가 말하지 않았다면 그 여자는 잊고 있었을 것이다.“언니가 나가고 나서 완전 난리도 아니에요! 대표님한테 월급을 깎으라고 하질 않나. 우리가 반대했더니 우리한테 돈 때문에 회사 다니냐고 묻는 거 있죠? 웃기잖아요! 당연히 돈 벌려고 출근하는 거 아니겠어요! 근데 걔는 계속 이상한 소리만 해요. 회사는 꿈을 이루기 위해 다니는 거라는 둥... 진짜 어이없어서!”나는 웃음이 나왔다. 어떻게든 강유민의 돈을 아껴 주려고 애쓰고 있는 걸 보면 그녀는 정말 자신을 사모님으로 생각하는 모양이었다.수미는 계속해서 불평을 털어놓았다.“윤아 언니, 또 하나 있어요. 며칠 전에 강 대표님이 김소현에게 고객 접대를 위한 호텔 예약을 맡겼거든요. 그런데 어떻게 했는지 아세요? 그분이 글쎄 야시장 포장마차를 예약한 거 있죠! 고객들이 도착했을 때 다들 깜짝 놀랐대요! 그때 고객들의 표정을 생각하면 지금도 웃음이 나요. 그런데도 김소현은 자기가 정성스럽게 고른 곳이라며 자랑스럽게 자리를 권했고 그 빨간색 플라스틱 의자를 보면서 고객들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대요. 하하. 강 대표님은 분위기를 띄우려고 ‘평소에 고급 음식만 먹다가, 가끔 이런 길거리 음식도 새로운 맛’이라고 하셨다네요! 식사가 끝난 후, 김소현은 강 대표님한테 고급 레스토랑에서 먹으면 백만 넘게 나오는데 여기가 훨씬 경제적이라고 자랑스럽게 말했다잖아요. 그 결과 고객들은 돌아가자마자 우리 회사와 계약을 해지했고요!”이건 확실히 김소현다운 행동이었다. 그런데 하필이면 강유민은 그런 그녀가 회사를 위해 돈을 아끼려고 그런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나는 고개를 저었다. 그들의 생각은 너무나 짧아서 결국 오래가지 못할 것이다.나는 수미를 위로하
“너 직장도 잃고 애인도 잃었다며?”전화기 너머로 나른한 여자 목소리가 들려왔다.나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언니, 소식 진짜 빠르다.”“집으로 돌아와. 내가 데리러 갈게.”언니는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고 나는 곧바로 알겠다고 했다.30분 후, 나는 언니의 벤츠 G바겐 조수석에 앉아 있었다.나는 언니가 놀려주기를 가만히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언니는 그저 내 머리를 쓰다듬어 줄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언니...”나는 울먹였다.“울긴 뭘 울어. 뭘 잘했다고. 고작 그런 놈 때문에!”언니는 퉁명스럽게 나를 흘겨보았다.나는 잠시 멍하니 있다가 웃음을 터뜨렸다.그래, 이게 내 언니지. 아까처럼 다정한 모습은 언니답지 않았다.나의 언니는 안성 그룹의 카리스마 넘치는 CEO 주현아였다.재계의 전설적인 인물이자 포브스 리스트에도 이름을 올린 사람이기도 했다.그리고 나는 그녀의 하나뿐인 친여동생이었다.언니는 운전대를 가볍게 두드리며 생각에 잠긴 듯 말했다.“그렇다고 아예 못 한 건 아니야. 너희 회사를 조사해 봤는데 프로젝트의 90%는 네가 따낸 거더라. 그 바보 같은 놈은 몰라도 나는 알아. 잘했어.”강유민은 콧대가 높아서 영업 같은 건 싫어했고 회사가 성공한 것은 오로지 자신의 아이디어와 기획 덕분이라고 생각했다.하지만 내가 뒤에서 인맥을 동원해 돕지 않았다면 그의 실력만으로 오션테크가 지금처럼 성장할 수 있었겠는가?그도 참 너무 순진했다.나와 강유민은 남원과기대 컴퓨터공학과 동기였다.강유민은 성적이 우수했고 과 수석으로 입학했다.역시 똑똑한 애들은 다 그렇게 재수가 없는 걸까? 그는 말수가 적고 차가웠으며 금수저들을 엄청 싫어했다. 부모덕에 편하게 산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하지만 잘생긴 것은 부정할 수 없었다.그때 나는 그의 독특한 분위기에 끌렸고 사랑에 눈이 먼 나는 그의 자존심을 지켜 주려고 일부러 가난한 척하며 그에게 접근했다.노트 필기를 빌리고 식당에서 우연을 가장하고 도서관에서 그를 기다리고....강유민은
서류에는 내가 들었던 모든 가방, 입었던 모든 옷, 심지어 착용했던 모든 귀걸이까지 꼼꼼하게 기록되어 있었다.김소현은 친절하게도 비교표까지 만들어 놓았다. 한쪽에는 내가 착용했던 물건 목록이, 다른 한쪽에는 그녀의 물건 목록이 적혀 있었다.그리고 각 물건의 가격까지 비교해 놓았다.주윤아 :에르메스 가방 3000만 원, 까르띠에 팔찌 8백만 원, 불가리 목걸이 1200만 원, 샤넬 재킷 2000만 원...김소현: 천 가방 2000원, 옷 7000원, 신발 7200원, 액세서리 착용 안 함, 화장품 사용 안 함...나는 서류를 가리키며 그녀에게 물었다.“이게 무슨 뜻이야? 나랑 너를 비교해서 내가 얼마나 낭비벽이 심하고 네가 얼마나 검소한지 보여주려는 거야? 내 자리를 차지하려고?”자신의 속셈이 들통나자 김소현은 당황한 기색을 보였지만 애써 태연한 척했다.“전무님. 오해세요. 우연히 회사 재무제표를 봤는데 우리 회사 분기 순이익이 겨우 2억이 조금 넘더라고요. 그런데 전무님이 착용한 물건들만 해도 2억이 넘는 것 같아서...”그녀는 말을 이어갈수록 자신감이 붙었는지 목소리가 점점 커지더니, 마침내 단호하게 말했다.“전무님, 우리 회사 수익이 낮은 건 전무님이 낭비하셨기 때문이에요!”나는 잠시 멍하니 있다가 강유민을 돌아보았다.“너도 그렇게 생각해?”강유민의 얼굴은 굳어 있었고 목소리는 전에 없이 차가웠다.“윤아야, 너한테 정말 실망이야.”“아들, 내가 진작에 말했잖니. 저 여자 친구는 안 된다고. 결혼도 안 했는데 네 돈을 저렇게 쓰는데 결혼이라도 하면 우리 집안 거덜 나겠다!”이문희는 마치 나를 잡아먹을 듯이 노려보았다.솔직히 이문희는 처음부터 나를 싫어했다. 처음 인사드리러 갔을 때 내가 먼저 설거지를 하지 않았고 비위를 맞추려 애쓰지 않았기 때문이다.강유민은 한숨을 쉬고는 다시 예전처럼 거만한 태도를 보였다.“윤아야, 지난 몇 년간 나 덕분에 돈도 많이 벌었으니 그걸로 만족해. 네가 쓴 돈은 돌려받지 않을 테니 그냥 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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