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18.
그녀는 바실리안의 목덜미를 부서져라 감싸 안은 채, 쾌감을 주체하지 못하고 스스로 허리를 미친 듯이 앞뒤로 흔들어 댔다.
“이, 이상해요, 읏…! 가, 갈 것 같아요, 아아앙!”
허리를 꺾으며 몸을 바르르 떨던 아그네샤의 질벽이 순간 발작하듯 바실리안의 손가락을 조여왔다. 곧이어 울컥, 소리와 함께 분수 같은 투명한 애액이 봇물 터지듯 뿜어져 나왔다. 쏟아져 내린 애액은 바실리안의 손가락은 물론, 그의 단단한 허벅지 위까지 흠뻑 적시며 바닥으로 뚝뚝 떨어져 내렸다.
절정에 다다라 하얗게 질린 채 숨을 헐떡이는 아그네샤를 내려다보며, 바실리안의 핏빛 눈동자가 야수처럼 번뜩였다.
“이 몸은 날이 갈수록 점점 더 예민해지는 모양이군.”<
44.신전에서 차갑게 뒤돌아서서 저택으로 돌아온 바실리안은 지친 몸을 이끌고 침실로 향했다. 이미 아그네샤의 달콤했던 체향은 희미하게 사라져 버린 텅 빈 곳이었지만, 그녀가 시간 대부분을 보냈던 침대에 가만히 누웠다.요즘 그는 집무실이 아닌 이곳 침실과 정원의 가제보 소파에서 대부분의 밤과 낮을 보내고 있었다. 그곳만이 유일하게 아그네샤의 흔적이 잔상처럼 남아 있는 공간이었기 때문이다.‘어디로 간 걸까. 밥은 제때 잘 챙겨 먹고 있는 걸까…….’고귀하고 유복하게 자란 공녀였다. 손에 물 한 방울 묻히지 않고 살아온 그녀가 홀로 세상 밖으로 나가 대체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미칠 듯이 걱정되었다.세상 물정 모르는 순진하고 어여쁜 그녀를 누군가 험하게 다루지는 않을지, 험한 꼴이나 안 좋은 일을 당한 것은 아닌지 생각만 해도 피가 거꾸로 솟았다.수백 명의 기사를 제국 전역으로 풀었음에도 어째서 그녀의 작은 흔적조차 찾을 수 없는 것인지 도무지 이해되지 않았다.만약 그녀를 다시 눈앞에 끌어다 놓는다면, 그 매끈하고 가녀린 발목에 단단한 족쇄를 채워서라도 곁에 영원히 가두어 두고 싶었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자신을 두려워하며 도망친 그녀에게 부드럽게 사랑받고 싶다는 상반된 열망과 집착이 머릿속에서 기괴하게 뒤엉켰다.“…샤샤.”그녀의 이름을 나지막이 불러보았지만, 돌아오는 것은 서늘한 정적뿐이었다. 아그네샤가 사라진 후의 시간은 피를 말리듯 더디게만 흘렀다. 정제되지 않은 마력의 폭주는 밤낮없이 바실리안의 육체를 사정없이 괴롭혔고 그
43.아그네샤가 저택을 빠져나가 자취를 감춘 지 어느덧 일주일이라는 시간이 흘러있었다. 그 일주일은 아셰라드 공작저의 모두에게 피비린내 나는 지옥 그 자체였다. 저택의 주인인 바실리안의 분노는 날이 갈수록 수그러들기는커녕 제국 전체를 짓밟을 기세로 사납게 날뛰고 있었다.“아직도… 흔적조차 찾지 못했다고?”집무실의 서늘한 정적을 깨고 떨어진 바실리안의 낮게 깔린 음성에 수색 기사단장과 저스틴의 등줄기로 차가운 식은땀이 흘러내렸다.“송, 송구합니다, 소공작님…! 수도를 빠져나가는 모든 관문과 주요 도로를 완벽히 봉쇄하고 인근 영지까지 샅샅이 뒤지고 있으나, 영애께서 마차를 갈아타며 흔적을 철저히 지운 탓에 포위망을 벗어난 것으로 파악됩니다…….”“무능한 것들.”바실리안의 붉은 눈동자에서 일렁이는 핏빛 살기에 기사단장이 사시나무 떨듯 몸을 떨었다. 일주일이었다. 그녀가 제 품을 벗어나 어디론가 숨어버린 지 일주일.하루에도 수십 번씩 그녀의 얇은 발목을 쇠사슬로 묶어두지 않은 저 자신을 자책했고 제 밑에서 울부짖으며 신음하던 그 하얀 살결이 눈앞에 환영처럼 아지랑이 쳐 이성을 마비시켰다.피가 바짝바짝 말라붙고 속이 사정없이 문드러져 내렸다. 그녀가 지금 어디서 누구와 있는지, 혹여 제 손길이 닿지 않는 곳에서 제국을 떠나 영영 사라져 버리는 것은 아닌지 하는 지독한 불안감이 그를 집어삼키고 있었다. 그리고 주기적으로 그를 괴롭히던 마력의 폭주가 찾아왔다.“크윽……!”바실리안이 묵직한 신음을 내뱉으며 제 가슴을 옥죄었다. 체내에 누적된 마력이 정제되지 못한 채 혈관과 마력 회로 속에서 거칠게 엉겨 붙으며 무서운 기세로 날뛰기 시작했다. 엉킨 마력 덩어리가 온몸의 장기를 짓밟고 근육을 사정없이 찢어발기는 듯한 극심한 고통이 전신을 습격했다.과거에는 수없이 혼자 견뎌냈던 고통이었지만, 이미 아그네샤라는 완벽한 정제제의 온기를 알아버린 육체는 거칠게 엉겨 붙는 마력의 통증을 버텨내지 못하고 비명을 질러댔다. 당장이라도 피를 토하고 기절할 것만 같은 폭주
42.어두컴컴한 밤이 깊어서야 아그네샤는 수도에서 까마득히 떨어진 한적한 바닷가 근처의 작은 시골 마을에 들어설 수 있었다. 파도 소리가 잔잔하게 들려오는 고요한 마을이었다.그녀는 일단 사람들의 눈에 덜 띄는 한구석의 허름한 여관에 방을 잡았다. 방에 들어서자마자 짐을 풀지도 않은 채, 낮에 구매해 둔 염색약을 꺼내 들었다.투명하게 빛나던 특유의 화려한 블론드 머리카락은 아그네샤 발로아라는 존재를 증명하는 가장 큰 특징이었다. 아그네샤는 물을 받아 머리카락에 염색약을 꼼꼼히 바르고 세심하게 헹구어 냈다.잠시 후, 젖은 머리를 털어내며 탁한 거울을 들여다본 아그네샤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거울 속에는 화려한 금발 대신 붉고 짙은 머리카락을 늘어뜨린 낯선 여인이 서 있었다.“…이 정도면 쉽게 알아보지 못하겠지.”아그네샤는 작게 숨을 내쉬며 스스로를 위로했다. 내일 날이 밝는 대로 여관을 나가 바다가 보이는 작은 집을 알아볼 생각이었다.서둘러 옷을 벗고 얇은 잠옷 차림으로 침대에 누웠지만, 쉽게 잠에 들 수 없었다. 분명 원작 속 끔찍한 죽음의 운명과 바실리안으로부터 한 발짝 멀어졌는데도 가슴속 깊은 곳에서는 여전히 알 수 없는 불안함과 지독한 외로움이 갉아먹듯 피어올랐다.차가운 침대 위에서 몸을 동그랗게 말아 웅크리자, 이상하게도 매일 밤 자신을 부서질 듯 품에 안고 따뜻한 체온을 뿜어내던 바실리안과 그의 손길이 잔상처럼 살결에 맴돌았다.폭주하던 그의 성기에 짓눌려 쾌락에 허덕이던 밤의 흔적이 아직도 다리 사이에서 은밀하게 아려오는 것만 같아, 아그네샤는 입술을 깨물며 눈을 감았
41.성녀가 건넨 커다란 신관의 로브로 빠르게 옷을 갈아입은 아그네샤는 후드를 눈 밑까지 깊게 눌러썼다. 아그네샤가 옷을 입는 동안 성녀는 침대 가운데 베개를 넣어 볼록하게 만들었다.그런 성녀의 모습에 아그네샤는 그녀가 단순한 빙의자였으면 어땠을까 생각했다. 하지만 이내 고개를 저었다. 그녀는 바실리안을 차지하기 위해 둘이나 죽인 살인자였고 다시 마주치면 자신도 죽이겠다고 협박하는 빌런에 불과했다.성녀는 문 앞을 지키던 기사들에게 아그네샤의 심신이 불안정해 축복을 내려주었고 지금은 잠들었으니 깨우지 말라고 둘러대며 나왔고 기사들이 성녀에게 고개를 숙인 틈을 타 아그네샤는 다른 신관들의 무리 한가운데에 녹아들어 침실을 빠져나왔다.기사들의 시선이 미치지 않는 복도 모퉁이에 다다르자, 아그네샤는 숨을 죽인 채 성녀의 신호에 맞춰 조용히 바실리안의 집무실 문을 열고 안으로 파고들었다.그가 비워둔 집무실은 차갑고 정적만이 감돌고 있었다. 아그네샤는 서둘러 그가 앉던 커다란 책상으로 다가가 서랍을 하나씩 헤집기 시작했다. 손끝이 달달 떨렸지만, 이내 서랍 깊숙한 안쪽 비밀 칸에서 제 가짜 신분증과 은행 인장을 찾아낼 수 있었다.소중하게 품 안에 품어 넣은 그녀는 다시 신관 무리에 섞여 마차에 올랐다. 마차는 저택의 웅장한 정문을 무사히 통과했다. 저택을 완전히 벗어나 마차에서 내리기 전, 성녀는 아그네샤의 귓가에 입술을 바짝 가져다 대며 오싹한 음성을 소곤거렸다.“기억해, 아그네샤. 다시는 내 눈에 띄지 마. 네가 수도 근처에라도 서성이는 순간, 네 목숨은 세라피나보다 더 참혹하게 끊어질 테니까.”뱀 같은 협박에 소름이 돋았지만, 아그
40.아그네샤는 어이없는 제 처지에 깊은 한숨을 내쉬며, 얇은 가운의 깃을 죔죔 단단히 여몄다.“…성녀님을 침실로 모시거라.”“예, 영애님.”잠시 후, 깃털처럼 새하얗고 신성한 성녀 의상을 차려입은 여자가 메리의 안내를 받아 침실 안으로 모습을 드러냈다.다시 마주해 보아도 여자의 얼굴은 원작 속 세라피나의 얼굴도 진짜 성녀가 돼야 했을 영애의 얼굴도 아니었다.“성녀님을 뵙습니다.”부드럽게 손을 내미는 여인의 모습에 아그네샤는 허리를 숙여 그녀의 손등에 이마를 대며 예법대로 경애를 표했다.“반갑습니다, 발로아 공녀. 아니, 가문이 몰락했으니 이제 아그네샤라고 불러야 할까요? 아셰라드 공작저 식솔들은 여전히 영애라고 부르는 것 같던데.”“…아그네샤라고 불러주십시오. 식솔들은 그저 손님이니 정중히 대해주는 것뿐입니다.”“그렇군요. 일단, 앉을까요?”아그네샤와 여자는 소파를 사이에 두고 마주 앉았다. 메리가 차를 내려놓고 밖으로 물러나 문이 잠기자마자, 성녀의 온화하던 눈빛이 180도 뒤집히며 기괴하게 일그러졌다.“…그나저나 진작에 죽었어야 할 당신이 왜 아직도 여기 살아 있는 걸까? 아니, 아직 6일 남았나?”비꼬듯 던진 한마디에 아그네샤의 얼굴이 순간 핏기를 잃고 창백하게 질려버렸다. 성녀는 그 반응이 재미있다는 듯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39.고통 속에서 밀려드는 쾌락에 수치심과 죄책감이 몰려왔다. 이 와중에도 그의 거친 몸짓에 쾌감을 느끼며 몸을 떨고 있는 저 스스로가 너무나 원망스러워 아그네샤는 소리 없이 오열했다.“흑, 윽… 제발, 리안… 아아앙-!”“샤샤… 샤샤……!”울먹이는 아그네샤의 몸을 으깨버릴 듯 껴안은 바실리안은 자비 없이 안쪽 깊은 자궁구까지 파고들었다. 통증과 쾌락이 잔혹하게 뒤얽힌 몰아침 속에서 아그네샤는 덜덜 떨며 연속해서 세 번, 네 번이나 지독한 절정에 도달했다.질벽이 경련할 때마다 왈칵 뿜어져 나온 애액이 바실리안의 성기를 질척하게 적셨다. 결국 연속된 쾌락의 폭풍을 견디지 못한 아그네샤는 쾌감의 여운 속에서 기절하듯 의식을 놓아버렸다.그러나 바실리안의 폭주는 끝나지 않았다. 그는 의식을 잃고 흐물거리는 아그네샤의 가녀린 몸을 붙잡고 두 번이나 내벽 깊숙한 곳에 짙고 뜨거운 정액을 가득 쏟아붓고 나서야 겨우 허리 짓을 멈추었다.얼마나 지났을까. 내부에 차오른 정제 마력이 몸의 요동을 완벽히 가라앉히자, 바실리안의 붉은 눈동자에 천천히 이성이 돌아왔다.허공을 맴돌던 시선이 제 아래 깔린 아그네샤에게 닿은 순간, 바실리안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흐트러진 침대 위, 얇은 슬립은 갈기갈기 찢겨 있고 눈가는 붉게 짓물러 눈물 자국이 얼룩져 있었다. 입술은 피가 배어 있었고 제 무자비한 흔적들로 범벅이 된 채 기절하듯 잠들어 있는 여인의 자태.“…하아, 젠장. 내가 무슨 짓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