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다섯 번째 심장 - 실리아 (네루실리아)]
벨루알이 눈을 떴을 때, 그는 금빛 장식과 호화로운 비단으로 꾸며진 방 한가운데 서 있었다.
손끝을 스치는 장식품마다 값비싼 광택이 번뜩였고, 그의 몸에는 황금 장식이 수놓인 옷이 걸쳐져 있었다.
똑, 똑.
누군가가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울렸다.
“폐하, 이제 가셔야 합니다.”
그다음 날 밤도, 그다음 날 밤도 아티니스는 창문을 열었다.모두가 잠들고 기사들의 순찰이 제일 느슨해질 때. 몰래 매일 같은 시간에 나갔다. 그리고 매일 조금씩 더 멀리까지 움직였다. 담장 근처를 서성이며 기사들의 순찰 경로를 파악했다. 어느 쪽 길에서 횃불이 지나가는지, 교대 시간은 언제인지, 어느 방향에 사각지대가 있는지.어느 날은 지나가던 순찰 기사에게 들킬 뻔해서, 화단 뒤에 한참 동안 몸을 숨겨야 했었다. 그날은 정말 들키는 줄 알고 정말 심장이 터질 것 같았다. 횃불빛이 그녀의 발 바로 앞까지 다가왔다가 방향을 바꿔 멀어졌을 때, 그제야 숨을 내쉴 수 있었다.두 번째로 들킬 뻔한 것은 담장 쪽으로 걸어가다가 갑자기 방향을 바꾼 기사 때문이었다. 아티니스는 반사적으로 바람을 불러 몸을 담장 위로 밀어 올린 뒤 숨을 죽였다. 기사는 그 아래를 무심히 지나갔다. 아티니스는 담장 위에 붙어서 그가 사라질 때까지 움직이지 않았다.‘하아… 위험했어…. 오늘은 안 되겠다.’그녀는 조용히 다시 방으로 돌아왔다. 방 안에 돌아오면 언제
그러던 어느 날 마을에 이상한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마법을 쓰는 자를 황실에서 보호해 준다는 공고였다. 사람들은 마법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지 못했다.그러나 신기한 힘이라는 말만으로도 글라디와 릴리아의 걱정은 더 커졌다. 마을 사람들 중 누군가가 황실에 말하는 건 시간 문제였으니까.글라디와 릴리스는 결국 결정을 내렸다.“아티니스, 우리 다른 데로 가자. 다른 곳에서 우리끼리 행복하게 살자.”세 사람은 사람들의 눈을 피해 마을을 떠나 인적이 드문 산속 깊은 곳으로 향했다.누구의 눈에도 닿지 않는 곳이었다. 그곳에서는 아티니스가 마법을 써도 문제가 되지 않았다.꽃을 피워도, 빛을 만들어도, 강물을 손으로 들어올려도 누가 보고 놀랄 일이 없었다.그렇게 몇 년이 흘렀다. 아티니스는 그 시간 동안 무럭무럭 자랐다.조용한 산속 작은 오두막에 살면서 자유롭게 마법을 쓰면서 많은 것을 배웠다.마법으로 겨울에도 꽃을 피워 식탁을 장식했고, 어두운 밤
[일곱 번째 심장 - 아티니스 (네루실리아)]문을 열고 남자가 집 안으로 들어왔다.“여보, 다녀왔어요…? 그 아기는… 어디서 데려온 거예요?”반갑게 남편, 글라디를 맞이하던 그의 아내, 릴리스의 시선이 그의 품에 안긴 작은 아기에게 머물렀다.“숲속에서 혼자 울고 있더라고. 주변을 아무리 둘러봐도 부모로 보이는 사람은 없더군.”릴리스는 놀란 눈으로 아이를 바라보다가 천천히 품에 안았다.“어머… 불쌍해라… 이렇게 귀엽고 어여쁜 아이를….”갑작스러운 움직임에 아이가 작게 칭얼거렸지만, 이내 따뜻한 품속에 몸을 맡긴 채 다시 잠이 들었다.“그대로 두면 위험할 것 같아서 내가 데리고 왔어.”글라디는 그런 모습을 바라보다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릴리스… 혹시 이게 신의 뜻이 아닐까? 아이가 없는 우리에게 내려주신 축복 말이야.”
작은 몸이 바닥을 구르며 미끄러졌다. 아티가 클라루스에게로 달려가려는 순간 황제가 그녀의 손목을 붙잡았다.“어딜 가느냐.”“이거 놔!”휘익——!거센 바람이 황제를 향해 몰아쳤다. 거대한 벨벳 커튼이 거칠게 휘날렸고, 알현실에 걸린 깃발과 태피스트리가 흔들렸다. 그러나 황제는 아티니를 놓치고는 몇 걸음 뒤로 밀려났을 뿐 쓰러지지 않았다. 잠시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던 그의 입가에 천천히 미소가 번졌다. 그제야 확신이 생긴 사람의 표정이었다. “하.”낮은 웃음이 흘러나왔다. 그러더니 터져 나오듯 크게 웃음이 번졌다.“하하하하!”광기 어린 웃음소리가 넓은 알현실을 가득 메웠다. 그 눈빛은 더 이상 아이를 바라보는 것이 아니었다. 사람을 바라보는 눈도 아니었다. 오랫동안 찾아 헤맨 보물을 마침내 손에 넣은 사람의 눈이었다.“정말이었군. 정말 존재했어. 그 거짓 같던 전설이 사실이었다니.”그때 겨우 몸을 일으킨 클라루스가 소리쳤다.“아티! 도망가!”하지만 아티는 도망치지 않았다. 오히려 클라루스에게 달려갔다. 그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같이 가! 서로 지켜주기로 했잖아!”“왜 와! 도망가라고!”클라루스가 울먹이며 외쳤다. 아티는 고개를 저었다. 그 눈빛이 확고했다. 겁에 질려 있으면서도, 떨리는 손으로 그의 손목을 꼭 잡으면서도, 혼자 가지 않겠다는 것만큼은 분명했다.클라루스는 그런 아티를 바라보다 이를 악물었다. 비틀거리며 다시 몸을 일으켰다. 황제는 두 아이를 잠시 내려다보다가 천천히 검을 뽑았다. 그는 망설임 없이 두 아이에게 다가왔다. 하지만 두 아이가 채 몇 걸음도 떼기 전이었다. 푸욱—.칼끝이 아티의 가슴을 꿰뚫었다. 심장은 아니었다. 정확히 심장 바로 옆, 죽지는 않지만 움직일 수 없는 위치였다. “…….!!”아티의 눈이 크게 흔들렸다. 소리도 나오지 않았다. 숨이 막히는 고통이 온몸을 훑고 지나갔다. 믿을 수 없다는 듯 흔들리는 그녀의 눈동자가 자신의 가슴에 박힌 것을 천천히 내려다보았다. 황제가 무심히 말했
“아얏!”얼마 가지 못하고 아티의 발이 굵은 나무뿌리에 걸렸다. 몸이 앞으로 넘어지며 무릎이 거친 돌에 쓸렸다. 붉은 피가 번졌다.“아티!”클라루스가 황급히 그녀를 일으켰다.“괜찮아?”아티는 눈물을 참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픈 티를 내지 않으려 입술을 꼭 깨물고 있었다.“조금만 참아. 조금만 더 가면 숨을 수 있어.”그가 그녀의 손을 더 세게 잡았다. 다시 뛰려던 바로 그 순간이었다.“찾았다!”기사들의 목소리가 숲속에 울려 퍼졌다. 순식간에 사방에서 기사들이 나타났다. 두 아이는 그대로 포위당하고 말았다. 클라루스는 본능적으로 아티를 자신의 등 뒤로 숨겼다. 자신도 아직 어린 몸이었지만 두 팔을 벌려 그녀를 가렸다.“비켜라.”기사 하나가 냉정하게 말했다
클라루스가 심부름한 물건을 두 손 가득 안고 집으로 돌아왔을 때였다.“엄마! 아티! 다녀왔어요!”아무도 대답이 없었다.“아티?”클라루스는 고개를 갸웃하며 집 안으로 들어섰다. 이상할 정도로 조용했다. 평소라면 아티가 문 근처에서 뭔가를 만지작거리거나, 엄마가 부엌에서 음식 냄새를 피우고 있을 텐데. 오늘은 집 안에는 아무 소리도 없었다. 발소리조차 울려 퍼질 만큼 식탁 앞에는 엄마 혼자 앉아 있었다. 그리고 그 탁자 위에는 처음 보는 두툼한 돈주머니 하나가 놓여 있었다.클라루스의 얼굴에서 웃음이 천천히 사라졌다.“엄마…?”그는 조심스럽게 돈주머니를 바라보았다.“이 돈은 뭐예요?”
“안 되겠어요. 사람을 부를게요. 집사든 누구든….”아티니스가 자리에서 일어서 도움을 청하러 가려 하자, 세이런이 힘겹게 손을 뻗어 그녀의 팔을 붙잡았다.“아니야… 소용없어… 그들이 와도… 별다른 방법이 없어… 조금만... 쉬면 괜... 찮아.”그 말에 아티니스는 잠시 멈칫했다.‘그럼, 정말… 혼자서 이렇게 견디는 거야?’아티니스는 조심스럽게 그의 손을 잡았다. 그녀의 따뜻한 손이 세이런의 차가운 손끝에 닿았다.그리고 아티니스는 속으로 간절히 기도했다.‘이 마법이 존재하는 이유가 있다면… 제발 이 사람의 고통을… 병을
“대공자님은 그 전설을 어떻게 아는데요?”아티니스가 고개를 살짝 갸웃하며 세이런에게 물었다.“아버지에게 들었어. 아버지가 황실에 갈 때마다 그 전설에 대해 조사하시거든.”그제야 아티니스는 왜 대공이 자리를 비웠는지 이해했다.“그럼 황족도 이 전설에 대해 아나요? 마법에 대해서?”“맞아. 이 정보는 황제가 아주 꽁꽁 숨기고 있는 기밀이거든.”“네? 그럼 대공님은 어떻게 그런 기밀을 아시는 거예요?”“예전에 황제가 귀족들에게 정보를 흘려 마법사를 찾으려 했었대, 그런데 지금은 그것을 초차하지 않아. 그래서 아버지는 몰래
“…아가씨, 그럼 약혼만 하는 건 어때요? 약혼은 결혼보다 깨기도 쉽고, 꼭 같이 지내야 하는 것도 아니잖아요. 형식적인 관계로만 유지할 수도 있고요.”리리의 말을 듣는 순간, 아티니스의 가슴이 한결 가벼워지는 듯했다.그녀는 밝게 웃으며 리리를 와락 끌어안았다.“리리, 넌 정말 천재야! 좋아, 그럼 따로 지내는 약혼을 전제로 제안해 볼게.”아티니스는 일이 생각보다 잘 해결될지도 모른다는 희망에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그러나 그 평온은 오래 가지 못했다.저녁 식사 자리.아티니스는 수프를 뜨던 숟가락을 든 채 그대로 굳어
그저 '특별하다'라는 막연한 대답에 아티니스는 눈살을 찌푸렸다.그는 분명 끝까지 진실을 말할 생각이 없어 보였다. 무언가를 숨긴 채, 그녀에게서 의도적으로 선을 긋고 있었다.“제가 묻는 건, 그런 게 아니에요.”그녀가 차갑게 내뱉은 말에도 세이런은 전혀 동요하지 않았다.“며칠만 대공작에 머물다 가. 영애의 편지가 오늘 아침에야 도착해서 손님 맞이 준비가 미흡했거든. 아버지도 오늘 도착할 줄 모르고 황실에 계셔.”“제가 여기 더 머무를 이유는 없어요. 전 돌아갈 거예요. 부모님도 걱정하실 테고—”그때, 아티니스는 문득 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