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MELDEN마당 아래쪽에는 새로 확충된 제련소 V2 가마가 웅장한 위용을 자랑하고 있었다. 기존의 1세대 고풍로보다 높이를 두 배로 올리고, 수차 세 대를 기어 장치로 직렬 연결하여 압도적인 풍량을 끊임없이 밀어 넣는 대형 복합 용광로였다.
이 가마에서 하루 동안 생산되는 순도 높은 강철의 양은 인근 고을 전체 대장간이 한 달 동안 만드는 철의 양을 가볍게 뛰어넘었다.
평강은 목판 장부와 붓을 들고 진우의 뒤를 따랐다. 그녀의 눈빛은 명민했고 행정 처리는 치밀했다.
'서방님이 기술을 개발하고 군대를 정비하신다면, 나는 이 영지의 자금이 한 푼도 허투루 새어나가지 않도록 장부를 다스려야 한다.'
평강은 새로 들어온 유민 120명의 명부와 그들에게 지급된 강철 농기구 수량, 그리고 저잣거리 상인
조대목 역시 말에서 떨어져 바닥을 굴렀다."히, 히익! 벼락이다! 하늘의 천둥이다!"조대목은 바지가 젖어드는 것을 느끼며 공포에 질려 떨었다. 무예를 익힌 군사 100명이 아니라 1000명이 몰려온다 해도, 저런 천둥을 내리는 무기 앞에서는 단 5분도 버티지 못하고 전멸할 것이 명백했다.진우는 천천히 조대목에게 다가가 그를 내려다보았다."어떻습니까, 현감 나리? 이 무기가 역모를 위한 무기처럼 보입니까? 아니면 장차 수나라나 신라의 침략으로부터 고구려의 국경을 지켜낼 무적의 병기로 보입니까?"조대목은 손을 파르르 떨며 고개를 미친 듯이 끄덕였다."지, 지켜낼 무기입니다! 정녕 하늘이 내린 신물입니다!"진우는 조대목을 일으켜 세우며 부드럽게 표정을 바꾸었다. 압도적인 무력을 보여준 뒤에 건네는 채찍과 당근의 정석이었다."현감 나리, 우리는 관아와 싸울 생각이 전혀 없습니다. 오히려 관아와 협력하여 이 가평 현 전체를 고구려에서 가장 풍요로운 고을로 만들고 싶습니다.""협... 협력이라고요?"조대목이 눈을 크게 떴다.진우는 품속에서 새로운 조건이 적힌 서찰을 꺼내 내밀었다."우리가 만든 강철 농기구 100개와, 매달 생산되는 순도 높은 철괴 일부를 가평 현 관아에 세금과 공물로 제공하겠습니다. 또한 관아의 수탈에 시달리던 유민들을 우리가 거두어 자립시킬 테니, 관아에서는 이 영지의 자치권을 인정하고 상부 고씨 가문의 압력
목책 문이 천천히 열리고, 거대한 체구의 강진우가 당당한 걸음걸이로 걸어 나왔다. 그 곁에는 베옷이 아닌 단정한 비단 옷을 갖춰 입은 평강공주가 함께 서 있었다.진우는 허리를 꼿꼿이 세운 채 조대목을 차갑게 내려다보았다."가평 현감 조대목 나리, 남의 영지 입구에서 이리 소란을 피우는 이유가 무엇입니까?"조대목은 진우의 기세에 순간 흠칫했으나, 이내 채찍을 휘두르며 소리쳤다."이놈 온달아! 듣자 하니 네놈이 사사로이 괴상한 무기를 만들고 무리를 모아 사병을 키우고 있다 들었다! 이는 고구려 율령을 정면으로 위반한 역모죄에 해당한다! 당장 무기를 버리고 포승줄을 받지 않으면 이 자리에서 관군을 풀어 부락을 잿더미로 만들 것이다!"조대목의 위협에 뒤에 서 있던 관군 100여 명이 일제히 창을 차가운 소리를 내며 앞으로 내밀었다.그러나 진우는 눈 하나 까딱하지 않았다. 진우의 입가에 얇은 실소마저 번졌다."역모라니요? 참으로 얼토당토않은 모함입니다. 이 사람들은 사병이 아니라, 백성들의 재산과 목숨을 지키기 위해 자발적으로 조직된 자도적 민병대일 뿐입니다. 그리고 우리가 만든 도구들은 농사를 짓고 사냥을 하기 위한 도구입니다.""헛소리 마라! 무기를 모으고 무리를 지은 것 자체가 죄니라! 포졸들은 저 놈을 당장 체포하라!"조대목이 고함을 지르자, 포졸 몇 명이 밧줄을 들고 다가오려 했다.그 순간, 평강공주가 앞으로 한 걸음 내디븠다. 그녀의 목소리는 서리를 머금은 듯 차갑고 웅장했다.&
마당 아래쪽에는 새로 확충된 제련소 V2 가마가 웅장한 위용을 자랑하고 있었다. 기존의 1세대 고풍로보다 높이를 두 배로 올리고, 수차 세 대를 기어 장치로 직렬 연결하여 압도적인 풍량을 끊임없이 밀어 넣는 대형 복합 용광로였다.이 가마에서 하루 동안 생산되는 순도 높은 강철의 양은 인근 고을 전체 대장간이 한 달 동안 만드는 철의 양을 가볍게 뛰어넘었다.평강은 목판 장부와 붓을 들고 진우의 뒤를 따랐다. 그녀의 눈빛은 명민했고 행정 처리는 치밀했다.'서방님이 기술을 개발하고 군대를 정비하신다면, 나는 이 영지의 자금이 한 푼도 허투루 새어나가지 않도록 장부를 다스려야 한다.'평강은 새로 들어온 유민 120명의 명부와 그들에게 지급된 강철 농기구 수량, 그리고 저잣거리 상인들에게서 거둬들인 장세를 일일이 대조했다. 입출금이 완벽하게 맞아떨어지는 서찰을 보며 진우는 탄성을 내뱉었다."부인의 이 치밀한 수리 감각은 참으로 경이롭소. 현대의 그 어떤 대기업 재무팀장에 비견해도 손색이 없겠소.""현대의 재무... 무엇이라 하셨습니까?"평강이 눈을 동그랗게 뜨며 묻자, 진우는 아차 싶어 허허 웃으며 손사래를 쳤다."아니오, 먼 나라에서 셈을 아주 잘하는 관직을 뜻하는 말이오. 부인의 지혜가 그만큼 뛰어나다는 뜻이지."평강은 진우의 엉뚱하면서도 정감 어린 칭찬에 볼을 붉히며 기분 좋게 미소를 지었다.하지만 평화로운 일상은 오래지 않아 파동을 일으켰다.
진우는 연기가 피어오르는 포신을 바라보며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그렇습니다, 부인. 화약의 폭발력을 이용해 강철 탄환을 기하학적 속도로 날려 보내는 신식 병기입니다. 무예를 수십 년 익히지 않은 평범한 농민이라도, 이 화통을 들면 천하무적의 장수를 제압할 수 있습니다."민병대 대원들은 일제히 진우 앞에 무릎을 꿇었다. 자신들을 사람답게 살게 해준 것도 모자라, 이런 신성한 무기까지 내려준 진우를 향한 경외심이 그들의 영혼을 지배했다."온달 장군님! 저희에게 이 무기를 주신 은혜, 목숨 바쳐 보답하겠습니다!""장군님과 공주 마마를 위해 이 땅을 철통같이 지키겠습니다!"대원들의 우렁찬 고함이 산골짜기를 메아리쳤다.진우는 민병대를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오인 일조의 분대 시스템을 구축하고, 화통을 전담하는 '화통대'와 강철 장창으로 후방을 지원하는 '창병대'를 혼합 편성했다.영지는 이제 단순한 농업 부락이 아니었다. 근대적 생산 시설과 자도적 방어력을 갖춘 완벽한 자치 영지로 탈바꿈하고 있었다.그날 밤, 새로운 기와집 안방에서 진우와 평강은 따뜻한 차를 마시며 앞으로의 영지 경영 계획을 논의했다.평강은 목판 장부를 펼치며 다정한 목소리로 말했다."서방님, 새로 들어온 유민들 덕분에 이번 달 제련소의 강철 생산량이 두 배로 늘었습니다. 또한 인근 고을에서 우리 영지로 들어오는 상인들이 내는 장세(場稅)만으로도 민병대의 식량과 품삯을 충분히 충당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또한 평강은 유민들의 위생과 건강을 철저히 관리했다. 모든 우물물은 반드시 끓여 마시게 했고, 하수도 길을 파서 오물이 주거지에 남지 않도록 했다. 현대 공학 지식과 공주의 밀도 높은 행정력이 결합하자, 영지는 질병 하나 없이 눈부신 속도로 확장해 나갔다.유민들은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평생 귀족들에게 매 맞고 쫓겨 다녔는데, 이곳에 오니 따뜻한 방과 밥을 주시고 우리를 사람 대접해 주시는구나!""온달 장군님과 평강공주 마마를 위해서라면 목숨도 아깝지 않다!"주민들의 충성심은 하늘까지 솟구쳤다. 진우는 이들 중 신체가 건장하고 품성이 바른 청년 오십 명을 선발하여 고구려 최초의 신식 영지 방위대, 즉 민병대를 조직했다.진우는 대장간 옆 넓은 공터에 민병대를 집결시켰다.사내들은 진우의 압도적인 거구와 서슬 퍼런 기세 앞에 긴장한 채 열을 맞추어 서 있었다.진우는 사내들 앞에 서서 목소리를 높였다."너희는 왜 이곳에 모였는가?"청년 중 하나가 대답했다."장인님과 공주 마마를 지키고, 우리 가족이 살 집을 지키기 위해서입니다!""좋다! 그렇다면 너희에게 싸우는 법을 가르쳐주겠다. 하지만 너희가 배울 싸움은 무작정 칼을 휘두르는 조잡한 무예가 아니다. 서로를 믿고 완벽한 대형을 이루어 적을 제압하는 과학적인 군사 기술이다!"진우는 현대 군대의 제식 훈련과 분대 단위 소부대 전술을 고구려 민병대에 이식
* 영지의 확장과 신식 무기새벽안개가 산골짜기를 은은하게 감싸 안는 시간이었다. 새로 지은 기와집의 은은한 목향과 훈훈한 구들장의 온기가 안방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강진우는 눈을 떴다. 품 안에서 가냘프게 숨을 쉬며 잠들어 있는 평강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은은한 촛불 빛에 비친 그녀의 얼굴은 고요하고 평화로웠다.전날 밤, 두 사람은 서로에게 온전히 속한 부부가 되었고, 그 신뢰와 사랑은 그 어떤 철갑보다 단단하게 두 사람을 묶어주고 있었다.진우가 살며시 움직이자 평강이 눈을 내리뜨며 수줍은 미소를 지었다."서방님, 일찍 깨셨습니까?""더 자도 됩니다, 부인. 밤새 고생하지 않았소."진우의 다정한 말에 평강의 볼이 붉게 물들었다. 평강은 진우의 가슴에 얼굴을 살며시 파묻으며 나지막이 속삭였다."서방님과 함께 맞이하는 아침이 이토록 따뜻할 줄 몰랐습니다. 궁궐의 그 화려한 비단 이불 속에서도 느껴보지 못한 안식입니다."진우는 평강의 머릿결을 살며시 어루만져주었다."앞으로 부인이 누릴 행복은 이것으로 끝이 아닙니다. 내가 부인에게 세상에서 가장 안전하고 풍요로운 삶을 선물할 것이오."두 사람은 한동안 따뜻한 체온을 나누다 다정하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평강은 머리를 가지런히 빗어 올리고 정갈한 옷매무새를 갖추었다. 이제 그녀는 궁에서 쫓겨난 외로운 공주가 아니었다. 고구려를 바꾸어나갈 천재 장인 온달의 당당한 아내이자, 이 영지를 이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