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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화. 상간녀의 임신 테스트기

ผู้เขียน: 루니
last update วันที่เผยแพร่: 2026-07-06 20:08:19

다음 날 오후 세 시.

문예라는 약속 시각보다 칠 분 늦게 호텔 라운지에 나타났다.

통유리 너머로 한강이 내려다보이는 자리였다.

그녀는 사과도 없이 내 맞은편에 앉더니,

클러치에서 임신 테스트기를 꺼내 테이블 위에 내려놓았다.

두 줄.

선명한 두 줄이었다.

“사모님, 괜찮으세요?”

옆 테이블에서 찻잔이 부딪치는 소리가 유난히 멀게 들렸다.

“이런 건 사진보다 직접 보여드리는 게 예의일 것 같아서요.”

예라가 웃었다.

예쁘고 가벼운 미소였다.

나는 테스트기를 내려다봤다.

“두 줄은 임신 가능성을 말해줄 뿐이에요.”

그리고 그녀와 눈을 맞췄다.

“아버지 이름까지 적어주진 않죠.”

예라의 입가에서 미소가 잠시 멎었다.

아주 짧은 순간이었다.

곧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웃었지만,

새로 바른 네일 아래로 손끝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손이 떨리네요, 문예라 씨.”

“긴장돼서 그래요. 사모님 앞이잖아요.”

“아이를 무기로 들고 온 사람치고는 손이 너무 솔직해서요.”

예라는 두 손을 무릎 위로 내렸다.

“그날 밤 얘기, 정말 안 궁금하세요?”

“궁금해요.”

“…정말요?”

“시간, 장소, 동선.”

나는 그녀의 얼굴을 똑바로 바라봤다.

“누가 먼저 방에 들어갔는지, 누가 문을 닫았는지까지 전부요.”

예라의 속눈썹이 한 번 흔들렸다.

준비한 대본에는 없는 질문이었을 것이다.

“사모님은 참 재미없네요.”

“문예라 씨는 참 부지런하고요.”

예라가 클러치를 닫으려는 순간,

안쪽에 끼어 있던 접힌 종이 한 장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그녀가 재빨리 몸을 숙였지만, 내가 먼저 주워 들었다.

태강재단병원 산부인과 접수증.

오늘 날짜와 함께 바코드가 인쇄되어 있었다.

“병원에도 다녀왔네요.”

예라가 내 손에서 접수증을 빼앗았다.

“임신했으니까요. 이상한가요?”

“임신을 확인하러 간 사람이 테스트기는 따로 들고 왔고.”

나는 그녀의 손목으로 시선을 옮겼다.

“검사가 끝났는데 출입 팔찌도 그대로 차고 있네요.”

예라가 반사적으로 소매를 끌어내렸다.

태강재단병원 VIP 검사동에서 사용하는 일회용 팔찌였다.

흰색 띠 위에 인쇄된 번호를 나는 이미 외운 뒤였다.

TK-0417-S.

“남편과 잤다는 말보다 그 번호가 더 흥미롭네요.”

“사모님은 질투도 안 하세요?”

“질투는 내 것을 빼앗겼을 때 하는 거예요.”

“제가 안 빼앗았다고요?”

“두 줄만으로는 아무것도 빼앗을 수 없어요.”

예라는 못 알아들은 척 웃었다.

그러나 배 위에 얹힌 손가락이 잠깐 굳었다.

“돈은 이제 필요 없어요.”

그녀가 배를 천천히 쓸어내렸다.

“저도 태강가 안주인 자리에 한번 앉아보려고요.”

“……”

“아이를 가진 여자가 진짜 며느리라면서요.”

예라가 입꼬리를 올렸다.

“어머님이 그러시던데.”

어머님.

한미라가 벌써 이 여자를 만났다는 뜻이었다.

시어머니는 나를 밀어낼 패라면 상간녀의 손이라도 잡을 사람이었다.

아니, 상간녀라서 더욱 반가웠을 것이다.

아이를 낳지 못하는 며느리를 도려낼 칼이 제 발로 걸어 들어왔으니까.

나는 찻잔을 입가로 가져갔다.

“차 식겠네요.”

예라의 표정이 굳었다.

“마시고 가요. 여기 홍차가 비싸거든요.”

“사모님은 무섭지도 않으세요?”

그녀가 배를 감싼 손에 힘을 주었다.

“제 뱃속에 뭐가 있는지.”

“무서워요.”

찻잔을 내려놓으며 처음으로 진심을 말했다.

“다만 그 아이가 무서운 건 아니에요.”

나는 그녀의 배를 바라봤다.

“그 아이가 어디서 왔는지 모른다는 게 무서운 거죠.”

예라의 눈동자가 아주 잠깐 흔들렸다.

모르는 사람의 공포인지, 아는 사람의 연기인지는 판단할 수 없었다.

다만 아이의 출처를 묻는 질문은 그녀가 준비해온 대본에 없었다.

문예라는 임신 테스트기를 치우지 않은 채 자리에서 일어났다.

내가 그 두 줄을 오래 바라보기를 바라는 사람처럼.

“다음에는 사장님도 같이 뵈어요.”

그녀는 가볍게 웃었다.

“아이가 누구를 닮았는지, 셋이 이야기하면 더 재미있을 것 같아서.”

예라가 라운지를 빠져나간 뒤, 나는 테스트기를 손수건으로 감싸 클러치 안에 넣었다.

지문.

제품 로트 번호.

접수증에서 본 바코드.

사람은 거짓말을 해도 물건은 자신이 거쳐 온 장소를 숨기지 못한다.

호텔을 나오며 서도겸에게 전화를 걸었다.

태강재단병원의 개인정보 유출 사건을 맡았던 변호사.

병원 내부의 번호 체계를 조용히 알아볼 수 있는 사람은 도겸뿐이었다.

“팔찌 번호 하나 확인해줘요.”

—불러보세요.

“TK-0417-S. 태강재단병원 VIP 검사동에서 오늘 발급된 팔찌예요.”

—발급 부서까지만 확인하면 됩니까?

“번호에 연결된 기록 전부요.”

—시간이 조금 필요합니다.

“열람 흔적은 남기지 말고요.”

세 시간 뒤, 도겸에게서 연락이 왔다.

그의 목소리는 평소보다 낮았다.

—사율 씨. 팔찌 자체는 오늘 문예라 이름으로 발급된 게 맞습니다.

“그런데요?”

—바코드 안에 일반 환자 번호와는 다른 비공개 연계번호가 붙어 있습니다.

“무슨 번호인데요?”

—명칭에는 접근 제한이 걸려 있습니다. 다만 최초 생성 기록은 확인했습니다.

수화기를 쥔 손에 힘이 들어갔다.

“누구 이름이에요?”

도겸이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그 짧은 침묵이 먼저 불길한 답을 건넸다.

—온하겸입니다.

수화기를 쥔 손에서 온기가 빠져나갔다.

죽은 지 일 년 된 내 동생의 이름이 상간녀의 산부인과 기록 속에 살아 있었다.

하겸의 마지막 메모가 머릿속에 떠올랐다.

태강재단병원.

배아 보관실.

S-01.

문예라의 팔찌 끝에도 S가 붙어 있었다.

하겸이 남긴 코드와 같은 문자.

물론 알파벳 하나만으로는 아무것도 증명할 수 없었다.

그런데도 그 글자가 자꾸 눈에 걸렸다.

—사율 씨, 이건 단순한 불륜 사건이 아닙니다.

“알아요.”

나는 창문에 비친 내 얼굴을 바라봤다.

“기록부터 잠가요. 우리가 확인한 흔적은 전부 지우고.”

전화를 끊은 뒤에도 한동안 움직일 수 없었다.

강물은 어제와 같은 방향으로 흐르고 있었다.

방향을 잃은 것은 내 계획뿐이었다.

그날 밤, 이록이 서재 문을 열고 들어왔다.

노크는 하지 않았다.

그는 아무 말 없이 내 앞에 메모지 한 장을 내려놓았다.

TK-0417-S.

같은 번호였다.

“…당신이 이걸 어떻게 알았어요?”

“오늘 오후, 예라 씨가 내 사무실에 왔어.”

“둘이 따로 만났어요?”

“당신이 궁금한 건 그게 아닐 텐데.”

이록이 메모지를 손끝으로 두드렸다.

“서류를 내려놓을 때 소매가 올라갔어. 팔찌가 보이더군.”

“그 짧은 순간에 번호를 전부 외웠다고요?”

“사진을 찍었어.”

“왜요?”

“병원 팔찌를 숨기면서 임신 이야기를 꺼내는 사람이 수상해서.”

“그래서 그 번호를 조사했어요?”

“아직은.”

이록의 대답은 짧았다.

아직 조사하지 않았다는 뜻인지,

조사했지만 아직 말하지 않겠다는 뜻인지는 알 수 없었다.

“이 번호가 누구와 연결돼 있는지 알아요?”

내가 물었다.

이록의 시선이 메모지 위에서 멈췄다.

아주 잠깐이었다.

그러나 번호를 처음 본 사람처럼 되묻기에는 반 박자 늦었다.

“누구지?”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이 남자 앞에서 심박이 자백이라면, 침묵도 증거였다.

우리는 잠시 서로를 바라봤다.

부부의 눈이 아니었다.

같은 사건을 쫓으면서도 서로의 증거부터 의심하는 두 수사관의 눈이었다.

이록은 먼저 시선을 거두고 문으로 향했다.

그러다 문턱 앞에서 멈췄다.

“아이 얘기를 꺼낼 거면 조심하라고 해.”

그는 돌아보지 않았다.

“그 아이가 자기 무기가 아닐 수도 있으니까.”

이록은 답 대신 더 나쁜 질문만 남기고 나갔다.

임신보다 불길한 것은 그가 그 임신을 이미 알고 있는 듯한 태도였다.

문예라는 누구의 아이를 품고 있는가.

그리고 왜 그 임신이 죽은 동생의 기록과 연결되어 있는가.

그때 휴대폰이 울렸다.

한미라였다.

[내일 저녁 본가로 와라.]

곧이어 메시지가 하나 더 도착했다.

[문예라도 함께다.]

[얼굴 관리해라.]

문예라는 내 남편의 아이를 가졌다고 주장한 지 하루 만에 태강가의 식탁으로 초대받았다.

시어머니가 부른 것은 손님이 아니었다.

내 앞에서 며느리 면접을 볼 여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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