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으으...”나는 온몸이 쑤시는 느낌에 눈을 떴다.대체 얼마나 잔 거지?눈을 비비며 몸을 일으키려는 순간, 마차가 크게 덜컹거렸다.“어마악!”나는 그대로 앞으로 쓰러질 뻔하다가, 간신히 카시안의 바짓가랑이를 붙잡았다.“......”나는 잠시 멍한 얼굴로 카시안을 바라보았다.그는 내가 난리를 치든 말든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책장을 넘기고 있었다.'...저 인간은 잠도 안 자나?'그리고 창밖을 바라본 순간, 나는 그대로 굳어버렸다.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넓은 거리와 수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모습, 길을 가득 메운 화려한 마차와 양옆으로 줄지어 늘어선 커다란 상점들까지.내가 지금 살고 있는 도시와는 규모부터가 달랐다.사람들이 입고 있는 옷도 제각각이었다.깔끔한 정장을 차려입은 귀족처럼 보이는 사람도 있었고, 커다란 짐을 싣고 바쁘게 움직이는 상인들도 있었다.거리 자체가 살아 움직이는 것처럼 북적거렸다.나는 창밖을 한참 바라보다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설마, 여기 황도예요?”내 목소리에 맞은편에 앉아 있던 카시안이 책에서 시선을 떼었다.“그래.”“와, 내가 황도에 와 보다니...”책에서만 보던 그곳에 내가 정말 와 있었다.나는 들뜬 마음에 창밖을 이리저리 살펴보며 중얼거렸다.“진짜 신기하네...”마차가 넓은 거리를 따라 천천히 움직일 때마다 새로운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화려한 건물과 상점들, 길을 오가는 사람들 사이로 간혹 눈에 띄는 귀족들의 마차까지.나는 한동안 창밖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그러다 문득 저 멀리, 수많은 건물 사이로 높게 솟아 있는 거대한 건축물이 시야에 들어왔다.나는 무심코 몸을 앞으로 기울였다.“저건 뭐예요?”카시안은 내가 바라보는 곳을 확인하더니 담담하게 대답했다.“이제 다 왔군. 저기가 황궁이다.”“.......”마차가 황궁을 향해 가까워질수록 나는 괜히 자세를 바로잡았다.아까까지만 해도 창밖을 구경하느라 정신이 없었는데, 이제는 황궁의 거대한 모습이 점점 가까워지자 심장이 조금
저택으로 돌아왔을 때는 어느새 해가 조금씩 기울고 있었다. 에드먼은 이미 마차에 실을 짐까지 모두 준비해 둔 상태였다. “...이게 다 뭐예요?” 나는 마차에 가득 실린 짐을 바라보다가 에드먼을 바라봤다. 에드먼은 마치 당연한 일이라는 듯 웃으며 대답했다. “황도로 갈 짐입니다.” “벌써 준비하셨어요?” “예, 곧 출발하셔야 하니까요.” 나는 에드먼의 말에 눈을 동그랗게 떴다. “잠깐만요. 그럼 저희 정말 오늘 출발하는 거예요? 이렇게 갑자기?” “그렇습니다.” “황도까지 얼마나 걸리는데요?” “마차로 하루 정도 걸립니다.” “...하루요?” 하루 동안 마차를 타고 가야 한다고? 허리가 괜찮을까? 아니, 그보다...멀미는 어쩌지? 그냥 가지 말까 보다! “아이린씨.” 내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고민하는 사이, 에드먼이 나를 불렀다. “네?” “방금 사오신 복장으로 갈아입으셔야 합니다.” “알겠어요.” 나는 방으로 돌아가 드레스와 장신구를 착용하고 머리까지 정돈한 뒤 거울 앞에 섰다. 마지막으로 에단이 준 머리핀까지 꽂으니 거울 속에는 후줄근한 내가 아닌, 귀족 영애가 서 있었다. “역시 난 이런 게 어울린다니까?” "거울 속의 거기 너! 진짜 예쁜데? 언니랑 차 한잔 할래?" 나는 거울을 이리저리 살펴보며 내 외모에 심취했다. 똑똑똑. 그때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안 나오고 뭐해? 누구랑 대화하는 거지?” 재수없는 카시안의 목소리였다. “자, 잠시만요!” 나는 급하게 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문밖에 서 있던 카시안과 눈이 마주쳤다. “...왜요? 안 어울려요?” 내가 어색하게 묻자 카시안은 평소처럼 무표정한 얼굴로 대답했다. “생각보다 괜찮군.” “정말요?” “너 말고 내가 고른 드레스.” “...그게 끝이에요?” “그럼 뭘 더 말해야 하지?” “아니, 하아...” 나는 한숨을 내쉬며 괜히 입술
지긋지긋한 에드먼의 잔소리는 며칠 동안 계속되었다. 그날 이후 정말 내 곁에서 떨어질 생각이 없어 보였다. 에드먼 덕분에 골머리를 앓고 있던 어느날, 한 통의 편지가 도착했다. 그 편지는 고급스러운 봉투에 붉은 밀랍으로 봉인까지 되어 있었다. "이건 어디서 온 편지에요?" “카시안님께 전해 드리고 오겠습니다.” “네.” 에드먼은 대답 대신 곧장 카시안의 방으로 사라졌다. 나는 다시 하던 일을 하려다가 문득 궁금해져서 봉투를 힐끗 바라보았다. 저렇게까지 봉인한 편지는 대체 어디서 온 걸까?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2층에서 에드먼 대신 카시안이 내려왔다. “따라와.” “...네?” “외출한다.” “...갑자기요? 어디 가는데요?” 나는 멍한 얼굴로 카시안을 바라봤다. “가보면 알아.” 또 시작이다. 또, 또! “싫은데요. 저, 할 일 많아요.” 단호한 내 대답에 카시안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하지만 그 뒤에 나타난 에드먼의 사악하게 웃고 있는 얼굴을 보고 생각을 바꿨다. "가, 갈게요! 얼른 가죠!" 나는 그렇게 영문도 모른 채 카시안을 따라 저택을 나섰다. 카시안이 나를 끌고 도착한 곳은 고급 의상점이었다. “...여기는 왜 온 거예요?” 나는 가게를 올려다보며 눈을 깜빡였다. “대충 아무거나 골라.” “...뭘요?” “드레스.” “드레스요?” 나는 얼떨떨한 얼굴로 진열된 옷들을 바라봤다. 칼튼 상단에서 입었던 드레스보다는 살짝 아쉬웠지만, 그래도 내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로 예쁜 드레스들이 가득했다. 내가 조심스럽게 한 드레스에 손을 대자 카시안이 말했다. “그걸로 하지.” “...네?”아직 안 입어 봤거든요? 카시안은 옆에 걸려 있던 다른 드레스까지 가리켰다. "이것도 괜찮아 보이는군. 그리고 저거까지 세 벌은 있어야겠어." 나는 카시안의 말에 점점 더 얼떨떨한 표정을 지었다. “백작님.” “왜.” “갑자기 왜 이러세요?” “뭘.” “왜 갑자기 드레스를 사주시려는 거죠?” 나는
다음 날 아침."흐아아아암~"나는 길게 하품을 하며 내 방을 나섰다.복도를 지나 계단을 내려가던 중 맞은편에서 익숙한 사람이 걸어오는 것이 보였다.“아, 에드먼 아저씨. 좋은 아침이에요.”“좋은 아침입니다, 아이린씨.”나는 가볍게 인사를 나눈 뒤 오늘 해야 할 일을 확인하기 위해 에드먼에게 물었다.“오전에 제가 뭘 하면 될까요?”“평소와 비슷합니다. 먼저 아침 식사를 위해 식재료를 다듬고, 주방을 정리해 주시면 됩니다. 그다음에는 설거지와 식당 청소해 주시고, 시간이 남는다면 복도와 계단을 닦아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알겠어요. 그럼 바로 시작할게요!”나는 활기차게 대답하고 주방으로 향했다.그런데 이상하게도 에드먼이 내 뒤를 따라왔다.“......?”나는 주방에 들어가서 앞치마를 두른 뒤 식재료를 정리하기 시작했다.그런데 뒤에서 계속 시선이 느껴졌다.슬쩍 돌아보니 에드먼이 팔짱을 낀 채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에드먼 아저씨?”“예.”“왜 계속 여기 계세요?”“제가 여기 있으면 안 됩니까?”“아니, 그건 아닌데...에드먼 아저씨도 해야 할 일이 있을 것 같아서요.”"지금 제가 해야 할 일을 하고 있으니 신경쓰지 않으셔도 됩니다.""......?"나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다시 식재료를 정리하기 시작했다.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에드먼이 내 뒤에서 갑자기 소리쳤다.“갈!!”“어마악!”나는 깜짝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며 뒤를 돌아봤다.내 뒤에 서 있던 에드먼이 나를 노려보며 말했다.“그건 그렇게 하는 게 아닙니다. 이렇게 하는 겁니다.”“아, 네...”에드먼은 시범을 한번 보여주더니 다시 내 등 뒤에 섰다.식재료 정리를 마치고 주방을 정리하고 있는데 또 에드먼이 뒤에서 소리쳤다."갈!!""어마악! 왜, 왜 갑자기 소리를 지르세요? 깜짝 놀랐잖아요!"“너무 대충 닦고 계시는군요.”“......”나름 열심히 하고 있었는데 에드먼의 눈에는 아니었나 보다 생각하고 다시 꼼꼼하게 닦았다.“이 정도면 됐겠죠?
디저트를 모두 먹고 가게를 나온 뒤, 에단을 따라간 곳은 미술품 전시관이었다.넓은 전시관 안에는 처음 보는 그림부터 조각상까지, 예술 작품으로 보이는 미술품들이 잔뜩 있었다.나는 처음에는 조금 긴장했지만, 하나둘 작품을 구경하다 보니 어느새 푹 빠져 시간 가는 줄 몰랐다.에단은 나에게 작품들을 하나씩 설명해 주며 계속해서 상단 안쪽으로 이동했다.그 외에도 귀족들이나 살 법한 사치품들을 구경하다 보니 어느새 시간이 훌쩍 지나가 있었다.그리고 마침내 상단 안을 모두 구경하고 돌아갈 시간이 되었다.오늘 하루 동안 입었던 드레스와 착용했던 장신구들을 모두 조심스럽게 반납하고, 에단과 함께 마차에 올라탔다.밖은 벌써 어둑어둑해져 있었다.'아, 시간 진짜 빠르네...'예쁜 드레스를 맘껏 입어보고.비싼 장신구도 착용하고.맛있는 디저트도 잔뜩 먹고.귀족들의 사치품들까지 구경하고.평민이라면 평생 경험하지 못할 정도로 꿈같은 일을 오늘 하루 만에 전부 경험했다.마차가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하자 에단이 내 옆에서 물었다.“누나. 오늘 어땠어?”나는 얼떨떨한 마음으로 솔직하게 대답했다."정말 최고의 하루였어요.”“다행이다. 나도 누나 덕분에 즐거웠어.”에단은 내 대답을 듣고 어딘가 기분이 좋아 보였다.“누나, 잠깐 고개 좀 숙여볼래?”“...네?”“얼른.”나는 의아한 표정으로 고개를 숙였다.에단은 품 안에서 작은 보석이 박힌 머리핀을 꺼냈다."......?""이건, 오늘 나랑 놀아 준 보답이야. 깜짝 선물이랄까?""...아, 아니에요! 오히려 제가 보답을 해야죠! 에단님 덕분에 평생 못 해볼 경험을 했는걸요.""고개 들지 말고 가만히 있어봐, 누나."에단은 막무가내로 내 머리에 머리핀을 꽂아주었다."아, 이런 것까지 받을 수는..."“이것도 거절하면 많이 서운한데.”"......"에단은 평소답지 않게 진지한 얼굴이었다.결국 나는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끄덕였다."하아, 알겠어요. 부담되지만 감사히 받을게요, 에단님."내
나는 마지막으로 입었던 드레스 그대로 에단을 따라 걸었다.사실 탈의실에서 다시 하녀복으로 갈아입으려고 했었다.아무리 생각해도 이런 비싼 드레스를 입고 돌아다니는 건 너무 부담스러웠으니까.그런데 내가 옷을 갈아입으려고 하자 에단이 내 등을 떠밀며 말했다."자, 이제 다음 장소로 출발~""어, 어? 자, 잠시만요, 에단님! 옷은 갈아 입어야죠!""뭐 하러? 어차피 입어보는 건 공짜라니까, 누나? 집에 갈 때 갈아 입으면 되지.""...그런가요? 역시 칼튼 상단은 멋진 곳이네요!""하하하. 당연하지, 누나."내 말에 에단은 기분 좋은 듯이 소리 내어 웃었다.어차피 공짜라면, 조금 더 입고 있어도 되는거겠지?그렇게 아무 의심 없이 드레스 매장을 나온 뒤, 복도를 따라 안쪽으로 들어갔다.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에단이 걸음을 멈췄다.“도착했어, 누나.”“여긴 어디에요?”나는 에단의 옆으로 고개를 내밀었다.그러자 내 눈에 형형색색의 보석들이 가득 들어왔다.목걸이부터 귀걸이, 팔찌와 반지까지.유리 진열장 안에 놓인 장신구들은 조명을 받아 눈이 부실 정도로 반짝이고 있었다.“...와우...”나도 모르게 입이 벌어졌다.그러다가 유리 진열장에 붙어 있는 가격표를 확인했다.“......?”혹시 내가 잘못 본 건 아닐까 눈을 비비고 다시 봤지만 가격은 그대로였다.“에단님.”“왜?”“이거, 가격이 이게 맞아요?”어떻게 장신구 하나가 1만 골드가 넘을 수 있지?에단은 그런 나를 바라보며 슬쩍 입꼬리를 올렸다.“마음에 드는 거 있으면 착용해 봐, 누나.”"...네? ...설마 여기도?""응, 공짜."그때부터 나는 겁도 없이 진열장 안의 장신구들을 이것저것 착용했다.예쁜 드레스를 입고 반짝이는 장신구들을 주렁주렁 착용한 거울 속의 내 모습은, 그야말로 부잣집 귀족 영애였다."와, 누나! 이렇게 보니까 완전 공작 부인 같은데?""어머, 호호호. 에단님도 참~ 못 하는 소리가 없으셔요."나는 괜히 손등으로 입가를 가리며 우아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