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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화

숲속의사슴
하지만 여준이 입을 여는 것만으로도 시유는 심장이 지옥 밑바닥으로 떨어지는 듯했다.

“윤마리 씨, 괜히 우리 부부 사이 갈라놓지 마. 시유도 리오 가족이야. 한집안 사람끼리 도울 수 있으면 돕는 거지. 어차피 남는 것도 있잖아.”

‘리오... 참 살갑게도 부르는 이름이네.’

‘마치 자기 친아들이라도 되는 것처럼...’

‘정작 자기 친딸은 태어난 지 한 달이 다 되어가도록 출생신고는커녕 이름조차 물어본 적도 없고...’

시유는 손등에 꽂힌 링거 바늘을 내려다보며 마음속으로 차갑게 웃었다.

“차라리 길고양이한테 먹이로 줄지언정, 네 조카한테는 절대 안 먹여. 꿈도 꾸지 마.”

여준의 눈매가 차갑게 가라앉았다.

그래도 애써 참는 듯 병상 옆에 앉았다.

이어 손에 들고 있던 닭곰탕 보온 용기를 한쪽에 내려놓고 뚜껑을 열었다.

국물을 한 그릇 떠서 시유 앞에 내밀었다.

“당신 마음 상한 거 알아. 그런데 나도 어쩔 수 없어. 영우가 매일 전화해서 새나랑 리오 꼭 잘 챙겨달라고 부탁해. 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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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착한 아내는 오늘부터 그만둡니다   제308화

    마리의 엉뚱한 논리에 시유는 결국 웃음을 터뜨렸다.보통 여자라면 술에 취해 남자와 무슨 일이 있었다는 말을 들으면 당황하고 후회하는 게 먼저일 텐데.마리처럼 오히려 아무 일도 없었던 걸 아쉬워하는 사람은 처음이었다.시유가 웃으며 말했다.“됐어, 마리야. 적당히 해. 너 자꾸 그렇게 적극적으로 나오면 진구 선배님이 진짜 네가 원래 그런 애인 줄 알겠다.”“사실 제대로 연애해 본 적도 없으면서.”마리는 화들짝 놀라 검지를 입술에 갖다 댔다.“쉿!”얼굴까지 새빨개졌다.“시유야! 그 얘기는 절대 진구 선배님 앞에서 하면 안 돼! 내가 보니까 선배님은 자신감 넘치고 화끈한 여자를 좋아하는 것 같단 말이야.”“그러니까 나도 그런 사람처럼 보여야 관심이라도 가져 줄 거 아니야!”마리는 점점 신이 나서 떠들기 시작했다.“앞으로 선배님한테는 내가 연애도 많이 해 봤고 경험도 엄청 풍부하다고 해 줘. 모르는 게 없는 것처럼!”“어떤 남자든 다 맞춰 줄 수 있는 여자라고!”말할수록 과장이 심해졌다.마리는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손짓까지 섞어 가며 떠들었다.그 모습에 시유와 연호는 배를 잡고 웃었다.바로 그때 병실 문이 열렸다.진구가 여자들이 좋아할 만한 디저트를 잔뜩 들고 들어왔다.마리의 허풍을 끝부분부터 들은 모양이었다.진구의 눈썹이 들썩였다.“꼬맹이. 생각보다 엄청 화끈하네?”마리는 그저 허세를 부린 것뿐이었다.실제로는 연애 경험도 거의 없고 이런 일에는 더더욱 서툴렀다.그런데 하필 자신의 허풍을 진구가 들어 버리고 말았다.마리의 얼굴이 순식간에 새빨개졌다.그대로 베개에 얼굴을 파묻었다.이대로 사라지고 싶은 심정이었다.진구는 그 모습을 보며 의미심장하게 웃었다.가져온 디저트를 옆 탁자에 올려놓고 마리의 뒤통수를 가볍게 쓰다듬었다.“그렇게 자신 있는 줄 알았으면 어제 내가 너무 얌전히 굴었나? 다음에 기회가 되면 네가 말한 만큼 대단한지 한번 확인해 봐야겠는데?”마리는 아예 베개 속으로 더 깊이 파고들었다.어디 숨을 구멍이

  • 착한 아내는 오늘부터 그만둡니다   제307화

    남자는 잠시 침묵했다.뒤돌아보지 않은 채 고개만 가볍게 저었다.“아니. 아직 그 두 사람을 마주할 준비가 안 됐어.”변항이 무언가 더 말하려고 입을 열었지만, 남자는 이미 문을 밀고 어두운 밤거리로 걸어 나가고 있었다.길고 쓸쓸한 뒷모습은 금세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마치 처음부터 이곳에 없었던 사람처럼.방 안에는 싸늘한 공기와 재떨이 속에서 희미하게 빛나는 담뱃불만 남았다....다음 날.시유가 정신을 완전히 차렸을 때는 병원이었다.옆 침대에는 마리가 누워 있었고, 두 침대 사이에 놓인 의자에는 연호가 턱을 괸 채 졸고 있었다.시유는 지끈거리는 머리를 짚으며 미간을 찌푸렸다.왜 마리와 함께 병원에 있는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어렴풋이 기억나는 건 어젯밤 양고기를 먹고 돌아온 뒤 마리와 함께 술 한 잔을 마셨던 것뿐이었다.그 후로는 소파에 기대 잠들었던 것 같았다.그 뒤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전혀 기억나지 않았다.하지만 이상했다.어젯밤에는 빛나가 마음에 걸려 일부러 술을 많이 마시지 않았다.그 정도로 병원까지 실려 올 만큼 취할 리가 없었다.시유가 의아해하고 있을 때 마리도 눈을 떴다.마리는 주변을 확인하자마자 소리쳤다.“시유야! 우리 왜 병원이야?”“어제 그렇게 많이 취했나? 난 좀 많이 마시긴 했는데...”마리가 눈을 깜빡이더니 갑자기 말을 이었다.“나 이상한 꿈도 꿨어. 차 안에서 엄청 잘생긴 남자랑 진하게 키스하는 꿈이었거든. 진짜 현실 같았어.”마리는 아직도 꿈이 생생한지 신이 나서 떠들었다.그 소리에 연호가 화들짝 놀라 잠에서 깼다.하마터면 의자에서 떨어질 뻔했지만 간신히 자세를 바로잡았다.그리고 마리를 흘겨봤다.“그거 꿈 아닌데.”마리는 잠시 멍하니 있다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뭐? 고연호, 방금 뭐라고 했어?”“꿈이 아니라고? 그럼 나 어제 누구랑 그런 거야?”연호의 입가에 장난스러운 웃음이 걸렸다.“어제 너 진짜 대단했어. 우리 형 목이랑 얼굴에 키스 자국을 잔뜩 남겨 놨거든. 셔츠도

  • 착한 아내는 오늘부터 그만둡니다   제306화

    “그리고 당신도... 외롭거나 힘들 땐 언제든 나한테 와도 돼요.”새나는 의미심장한 목소리로 말하며 변항의 눈치를 살폈다.이렇게까지 나서는데 넘어오지 않을 남자는 없다고 믿었다.하지만 변항은 여전히 꿈쩍도 하지 않았다.표정에도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새나는 아예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갔다.그러자 변항이 곧바로 그녀의 손목을 붙잡았다.머리 위에서 싸늘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쇼는 이제 끝났습니까?”새나가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봤다.“그래서... 마음에 안 든다는 거예요?”변항은 무표정하게 그녀를 밀어냈다.그리고 옷에 뭐라도 묻은 듯 소매를 가볍게 털었다.“전혀요.”새나의 얼굴이 굳었다.“...”변항은 조금도 봐줄 생각이 없었다.“돈이랑 이런 수작으로 절 움직일 수 있다고 생각했다면 큰 착각입니다.”새나는 자존심이 상해 얼굴이 붉어졌다.“당신...”변항은 손에 들고 있던 핸드폰을 들어 보였다.“비밀번호. 더 시간 끌 생각 없으니까 빨리 말씀하세요.”새나는 입술을 세게 깨물었다.화가 치밀었지만 변항의 서늘한 시선 앞에서는 더 버티기 힘들었다.결국 마지못해 비밀번호를 말했다.변항은 바로 핸드폰 잠금을 풀었다.영상 파일을 찾아 삭제하고 관련 자료까지 전부 확인했다.그리고 새나가 보는 앞에서 핸드폰을 바닥에 내리쳤다.몇 번이나 내리친 끝에 핸드폰은 완전히 망가졌다.저장장치까지 못 쓰게 만든 뒤에야 변항은 손을 멈췄다.새나는 최신형 핸드폰이 순식간에 망가지는 걸 보고 속이 쓰렸지만 감히 나서지는 못했다.조심스럽게 물었다.“핸드폰도 망가뜨렸고 영상도 지웠잖아요. 이제 보내 주는 거죠?”변항은 그녀에게서 눈을 떼지 않은 채 대답했다.“아직입니다.”새나의 얼굴에 불안이 번졌다.“왜요?”변항은 차갑게 말했다.“확실히 경고해 둘 게 있습니다. 앞으로 시유 아가씨한테 또 이런 짓을 했다가는 이번처럼 끝나지 않을 겁니다.”새나는 입술을 굳게 다물었다.변항이 가볍게 손뼉을 치자 방 안의 조명이 켜졌다.곧 문이 열리고

  • 착한 아내는 오늘부터 그만둡니다   제305화

    “읍...”새나가 제대로 소리를 내기도 전에 뒤통수에 강한 충격이 느껴졌다.그 순간 그대로 의식을 잃었다.다시 눈을 떴을 때 새나는 어두운 방 안에 있었다.눈앞에는 덩치가 큰 남자가 서 있었다.자신을 내려다보는 차가운 눈빛에 새나는 깜짝 놀랐다.“누. 누구세요?”남자는 대답 대신 주머니에서 핸드폰 하나를 꺼냈다.희미한 불빛 속에서도 새나는 단번에 알아봤다.자신의 핸드폰이었다.“비밀번호.”어딘가 익숙한 목소리였다.새나는 남자의 얼굴을 한동안 바라보다 문득 기억해 냈다.평소 시유 곁에서 이런저런 일을 처리해 주던 남자였다.‘이름이 아마... 변항?’영상을 밖으로 넘기기도 전에 이 남자에게 붙잡히고 만 것이다.비밀번호를 알려 줬다가 핸드폰에 있는 영상을 지워 버리기라도 하면 오늘 밤 자신이 벌인 일이 전부 물거품이 될 터였다.새나는 이를 악물었다.“몰라요.”변항이 새나의 뺨을 세차게 후려쳤다. 뒤이어 차갑고 잔인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이제 아시겠습니까?”뺨을 얻어맞은 새나는 눈앞이 번쩍거리며 정신이 아찔해졌다. 얼얼한 뺨을 감싸 쥔 채 비명을 지르듯 따졌다.“당신...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남자가 어떻게 여자를 때릴 수 있어요? 그러고도 남자라고 할 수 있어요?”변항은 표정 하나 바꾸지 않고 새나의 머리채를 거칠게 움켜쥐었다.“제게 남녀 구분 따위는 없습니다. 맡은 임무만 있을 뿐이죠.”“비밀번호를 말하지 않으면 이 방에서 살아 나갈 생각은 하지 마십시오.”변항은 조금도 힘을 늦추지 않았다. 머리카락이 뿌리째 뽑힐 듯 잡아당겨지자 새나는 두피가 저릿하고 머리가 깨질 것처럼 아팠다. 참다못해 연달아 비명을 질렀다.“아파요...! 너무 아프다고요! 제발 놔주세요! 말할게요! 말하면 되잖아요!”그제야 변항이 머리채를 놓아주었다.새나는 변항을 빤히 바라보다가 방 안을 천천히 둘러보았다. 눈동자가 이리저리 바쁘게 움직였다.하지만 비밀번호를 털어놓기는커녕, 느닷없이 변항의 어깨에 팔을 걸쳤다. 혀끝으로 입술을 매혹

  • 착한 아내는 오늘부터 그만둡니다   제304화

    여준의 목소리는 낮고 단호했다.반박할 여지도 없었다.그 말에 새나는 크게 충격을 받은 듯 벌떡 일어났다.“오빠!”“임시유가 강영우랑 그렇게까지 가까이 지냈는데도 아직 자기 아내라고 생각해?”새나의 목소리가 떨렸다.“난... 오빠랑 평생 남매처럼만 지내고 싶지 않아. 오빠가 이혼하면 나 오빠랑 사귀고 싶어! 우리 피 한 방울 안 섞였잖아. 대체 뭐가 문제야?”새나는 점점 감정이 격해졌다.“사실 난... 임시유보다 내가 오빠랑 더 잘 어울린다고 생각해. 오빠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그 말을 하며 새나는 여준에게 다가갔다.오늘 밤 영우가 했던 말에 크게 자극받은 탓이었다.영우도 자기 마음을 숨기지 않았는데, 자신만 계속 참을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다.새나는 오래전부터 여준에게 특별한 감정을 품고 있었다.다만 가족처럼 지내 온 관계 때문에 그 마음을 애써 눌러 왔을 뿐이었다.하지만 이제는 더 이상 감추고 싶지 않았다.자신은 이미 이혼했고, 여준 역시 시유와 관계가 끝나 가고 있었다.두 사람은 오래전부터 서로를 잘 알고 지냈다.그동안 누구도 먼저 두 사람의 관계를 바꾸려 하지 않았을 뿐이었다.새나는 이번 기회에 자신의 마음을 확실히 전하고 싶었다.하지만 여준은 곧바로 몸을 피했다.목소리도 싸늘하게 가라앉았다.“새나야, 정신 차려. 우리 둘은 절대 그런 관계가 될 수 없어.”여준의 눈빛이 차갑게 굳었다.“그리고 난 무슨 일이 있어도 시유랑 이혼 안 해. 강영우한테 시유를 넘겨줄 생각도 없어. 강영우가 계속 시유한테 접근하면 나도 가만있지 않을 거야.”지금 여준의 마음속에서 타오르는 건 시유를 놓치기 싫다는 미련과 집착만이 아니었다.영우를 상대로 단 한 번도 버린 적 없던 승부욕에도 다시 불이 붙었다.새나는 두어 걸음 뒤로 물러났다.여준의 말에 또 한 번 큰 충격을 받았다.‘이 지경이 됐는데도 임시유랑 이혼 안 하겠다고?’대체 임시유가 뭐라고 남자들이 하나같이 저렇게 매달리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왜 하필 임시유여야 하

  • 착한 아내는 오늘부터 그만둡니다   제303화

    여준이 피를 토한 건 영우 때문에 화가 치밀어 올랐기 때문이었다.의식을 잃고 쓰러진 데는 또 다른 이유가 있었다.요즘 제대로 먹지 못해 체력이 떨어진 데다, 조금 전 영우를 때리느라 온 힘을 쏟은 탓에 뇌로 가는 혈류가 일시적으로 부족해진 것이었다.의사는 여준에게 다시 수액을 놓고 필요한 검사도 진행했다.한참이 지나서야 여준은 천천히 정신을 차렸다.눈을 뜨고 천장을 바라봤지만, 가슴 깊은 곳을 짓누르는 듯한 통증은 여전히 가시지 않았다.지난날의 기억이 머릿속을 빠르게 스쳐 지나갔다.살아온 날들이 하나하나 선명하게 떠올랐다.여준은 태어날 때부터 모두의 주목을 받는 사람이었다.공부든 실력이든 각종 대회든 늘 남들보다 앞서 나갔다.자존심이 강했고, 지는 걸 누구보다 싫어했다.하지만 남들은 몰랐다.여준에게는 늘 넘어서기 힘든 사람이 하나 있었다.강영우.영우는 한때 가장 친한 친구였고, 동시에 오랫동안 마음 한구석에 걸려 있던 상대였다.여준의 뛰어난 능력은 매일같이 자신을 채찍질하며 노력한 끝에 얻어 낸 것이었다.하지만 영우의 재능은 타고난 것이었다.여준이 죽을힘을 다해야 겨우 오를 수 있는 곳에 영우는 별다른 노력 없이도 닿는 것처럼 보였다.두 사람은 어릴 때부터 함께 자랐다.양가 어른들과 업계 사람들의 끊임없는 비교 속에서 나란히 성장했다.여준은 단 한 번도 영우에게 졌다고 인정한 적이 없었다.하지만 그 자리를 지키기 위해 남들보다 훨씬 더 많은 노력을 쏟아야 했다.반면 영우는 늘 여유로워 보였다.무슨 일이든 크게 애쓰지 않고 척척 해내는 것 같았다.남들이 쉽게 이루지 못하는 일도 너무나 당연하다는 듯 해냈다.그런데 이제 자신의 결혼 생활마저 완전히 무너질 위기에 놓였다.‘이혼’이라는 두 글자가 언제 떨어질지 모르는 칼날처럼 머리 위에 매달려 있었다.그런데 시유와의 관계가 아직 완전히 끝나지도 않았는데 영우가 대놓고 도전장을 내밀었다.여준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그동안 인생의 모든 면에서 영우와 경쟁해 왔지만,

  • 착한 아내는 오늘부터 그만둡니다   제7화

    여준은 난장판이 된 거실을 바라보다가, 힘이 빠진 사람처럼 소파에 주저앉았다. 담배에 불을 붙인 뒤 깊게 한 모금 빨아들였지만, 답답하게 막힌 가슴은 조금도 풀리지 않았다.“이모님, 제가 아내한테 그렇게 못했습니까? 시유가 이렇게까지 화낼 일입니까?”유민자는 바닥에 흩어진 파편을 쓸어 담으며 조심스럽게 말했다.“대표님이 사모님께 못하신 건 아니에요. 두 분 결혼하고 5년 동안 큰소리 한 번 오가는 걸 못 봤으니까요.”“다만 여자가 아이를 낳고 나면 마음이 많이 흔들릴 수 있어요. 산후 우울감도 올 수 있고요. 이럴 때일수록

  • 착한 아내는 오늘부터 그만둡니다   제6화

    마리는 시유가 더 상처받을까 봐, 여준이 메시지조차 확인하지 않았다는 말은 끝내 꺼내지 않았다.시유가 퇴원하는 날까지도 여준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퇴원 후, 시유와 마리는 젖먹이 빛나와 장순영을 데리고 시유가 반년 전 ‘태양파크’ 아파트단지에 사 둔 집으로 들어갔다.마리의 집은 바로 맞은편이었다. 서로 마주 보는 앞집에 살자는 건 대학 시절부터 두 사람이 농담처럼, 하지만 진심으로 꿈꿔 왔던 일이었다.그래서 반년 전 마리의 맞은편 집이 매물로 나왔다는 말을 듣자마자, 시유는 망설임 없이 그 집을 계약했다.집에는 기본 가

  • 착한 아내는 오늘부터 그만둡니다   제5화

    “환자분은 출산 후 체력 소모가 심한 상태입니다. 이전에 대량 출혈로 응급 처치까지 받으셨고요.”“이런 상태에서는 저혈당으로 쓰러지기 쉽습니다. 영양 보충 꼭 잘 하셔야 하고, 감정적으로 크게 흔들리는 일도 피하셔야 합니다.”검사가 끝난 뒤에도 시유는 병실 침대에 누워 깊이 잠들어 있었다. 의사는 병실 안에서 마리에게 시유의 상태를 차분히 설명했다.장순영이 옆에서 한숨을 쉬었다.“사모님은 산후조리도 제대로 못 하셨어요. 첫 보름은 젖몸살이 너무 심해서 음식도 마음대로 못 드셨고, 그 다음엔 아기가 소화를 잘 못 시켜서 밤마

  • 착한 아내는 오늘부터 그만둡니다   제4화

    유민자가 허둥지둥 방에서 뛰쳐나오며 비명을 지르듯 외쳤다.“지진이에요? 지금 지진 난 거예요?”장순영은 자지러지게 우는 아기를 안고 있다가, 요란한 소리에 놀라 맨발로 가방부터 움켜쥐고 현관 쪽으로 뛰쳐나가려 했다. 심지어 신발을 신을 겨를도 없었다.유민자와 장순영이 거실로 뛰어들었을 때, 두 사람은 그대로 굳어 버렸다.늘 차분하고 이성적이던 시유가 미친 사람처럼, 한때 그토록 아끼던 장식품들을 하나씩 바닥에 내던지고 있었다.유민자는 다급히 시유에게 달려가 말렸다.“사모님, 그만하세요! 제발 그만하세요! 무슨 일이든 차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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