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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화

Author: 풍월
육강민과 한동안 함께 지내다 보니, 서은주는 그의 입맛도 어느 정도 파악했다.

그의 취향에 맞춰 점심을 준비하는 동안, 거실에서 TV를 보던 육민찬은 이따금씩 부엌 근처를 어슬렁거렸다.

가끔은 두 손을 등 뒤로하고, 동네를 산책하는 노인네처럼 그녀 주변을 맴돌았다.

꼭 시장 조사하는 꼬마 상사 같았다.

식탁에 차려놓은 반찬들을 보던 육민찬은 또다시 콧방귀를 뀌었다.

“내가 싫어하는 것들뿐이잖아.”

“그러지 말고, 조금이라도 드시지요?”

서은주는 살갑게 달래보았다.

“음식은 버리면 안 되니까 먹는 거야!”

“맞아.”

그렇게 말한 뒤에야, 꼬마는 젓가락을 들었다.

결국 밥공기를 비우고, 국물 한 방울도 남기지 않고 들이킨 뒤, 볼록하게 나온 배를 어루만지면서도 시큰둥하게 말했다.

“맛은 그냥 그래.”

그저 괜히 새침 떨고 잘난 척하는 녀석이었다.

서은주가 설거지를 마치고 나오자, 녀석은 이미 곯아떨어져 소파에 잠들어 있었다.

그녀는 조심스레 녀석을 안아 침실에 눕히고, 이불을 덮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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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혼 후 시작된 그의 집착   제775화

    하이석과 온유란은 병원 근처의 작은 식당으로 들어갔다.주문을 마친 후, 그는 육강민에게 답장을 보냈다.[어디야?]육강민에게서는 곧바로 답장이 왔다.[둘이 어제부터 같이 있었어?][점집에 한번 다녀와야겠네.][거긴 왜? 점괘라도 보게?][부적 좀 사려고. 형한테 방주헌 마가 낀 것 같아. 왜 남의 일에 관심이 많아?]육강민은 입원한 후로 할 일이 없어 심심하던 차였다.주문을 기다리던 와중에 왕 기사가 급급히 안으로 들어와 하이석의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하이석은 곧바로 밖으로 나가 전화를 받았다.아들이 밤새 외박한 것을 알게 된 현정민 여사의 전화였다.“왕 기사님, 아침 드셨어요? 앉아서 같이 드실래요?”온유란이 물었다.“아닙니다. 저는 아까 햄버거 하나 먹었어요.”곧이어 주문한 만둣국과 찌개가 나왔다. 간단한 음식이었지만 구수한 향이 나는 것이 꽤나 먹음직스러워 보였다.왕 기사가 말했다.“대표님은 파 안 드세요.”“아까 주문할 때는 아무 말씀이 없으시던데요.”왕 기사는 웃으며 말을 이었다.“그리고 애호박도 안 드세요.”“편식이 심한가 보네요?”“조금 까다로운 편이죠.”온유란은 그저 미소만 지었다.채소 두세 가지 정도 안 먹는 사람은 흔하고 그녀는 오히려 이런 하이석이 더 진실되어 보였다.사람이면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게 나뉘어 있는 법이다.온유란은 깨끗한 젓가락으로 만둣국에 둥둥 떠 있는 파를 제거한 뒤에 그의 앞으로 다시 밀어주었다.하이석이 다시 돌아왔을 때까지도 온유란과 왕 기사는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그래서 주방장이 대표님 때문에 힘들다고 했다니깐요.”왕 기사가 웃으며 말했다.“무슨 얘기 중이었어?”하이석이 안으로 들어오며 물었다.“아닙니다. 그럼 저는 밖에 나가서 기다리겠습니다.”말을 마친 왕 기사는 곧바로 자리를 떴다.“제가 자주 오는 집인데 맛은 괜찮거든요? 입맛에 맞을지 모르겠네요.”온유란은 어제 밤을 새고도 전혀 피곤한 기색이 느껴지지 않는 그를 보며 말했다.하이석은 고개를 끄덕

  • 파혼 후 시작된 그의 집착   제774화

    육강민은 원래 남의 일에 관심이 많고 나대는 방주헌이 가소롭다고 생각했는데 몰래 훔쳐보는 재미가 어떤 건지 오늘 처음 체감하게 되었다.‘고목에도 꽃이 피는구나.’하이석은 아침에 간병인이 올 때까지 병실을 지켰다.온유란은 그에게 미안해서 아침이라도 사겠다며 그를 따라나섰고, 하이석은 당연히 거절하지 않았다.그렇게 두 사람은 우산 하나를 쓰고 입원 병동을 나서게 되었다.우산은 온유란이 간병인에게서 빌린 여성용 우산이라 조금 작았다.그러니 두 사람이 같은 우산을 쓰고 가려니 비좁을 수밖에 없었다.온유란은 비록 그와 만난 적은 몇번 안 되지만, 그에 대한 소문은 많이 들었기에 다소 긴장하고 있었다.처음에는 그녀가 우산을 들고 있었는데 조심스럽게 그와의 거리를 유지하려 안간힘을 썼다.그에게서 나는 은은한 향기가 빗물과 섞여 그녀의 주변을 에워쌌다.“이따가 또 병실로 돌아갈 거예요?”하이석이 고개를 돌려 그녀에게 물었다.너무 가까이 있어서 그의 뜨거운 숨결이 얼굴을 간지럽혔다.부드럽고 자상한 목소리에 온유란은 저도 모르게 가슴이 뛰었다.“네.”그녀는 다소 긴장한 목소리로 답했다.“전문가 진료는 받아봤어요?”“네. 전문가 선생님께선 수술을 받으면 1년 정도 더 사실 수 있다고 했어요.”가까이 있으니 그녀의 머리는 고작 그의 가슴께에 닿았다. 같은 우산 아래에 있으니 그가 자신을 감싸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키 차이가 심해서 우산을 들고 있기도 꽤나 버거웠다.“우산은 내가 들게요.”하이석이 말했다.키가 큰 그가 드는 게 더 편했기에 온유란은 순순히 우산을 그에게 넘겼다.우산을 넘겨주던 순간 두 사람의 손등이 살짝 스쳤다.차가운 바람이 불어오는데 그의 손에서는 따뜻한 온기가 전해졌다.‘손이… 뜨거워.’옆에 사람이 있으니 주변 공기마저 뜨거워진 느낌이었다.“추워요?”손끝에 닿았던 그녀의 차가운 온기가 신경 쓰여, 그는 고개를 돌려 그녀를 내려다보며 물었다.우산은 온유란 쪽으로 기울었기에 어깨와 머리가 젖고 있었지만,

  • 파혼 후 시작된 그의 집착   제773화

    서은주는 연고를 꺼내 그의 허리에 발라주었지만 딱히 차도를 보이지 않아 유주만에게 연락하는 수밖에 없었다.그 동안 육강민의 치료는 유주만이 도맡아왔다.유주만은 여전히 병원에서 회진 중이라며 바로 병원으로 오라고 말했다.“아직 삼정 병원에 계신가요?”“네, 이리로 데려오면 돼요.”서은주는 육강민을 데리고 병원에 도착했다. 유주만은 바로 그에게 병실을 내주고 입원시켰다.옛 부상이라 완치될 가능성은 거의 없고 약물치료와 물리치료로 그나마 통증을 완화하는 수밖에 없었다.유주만의 등 뒤로 여러 명의 의료진들이 같이 들어왔다. 교습을 온 선생님들 같았다.유지만은 이 참에 의료진들에게 실전 학습을 시킬 생각인 듯했다.“이 환자는 과거 허리에 총상과 자상을 여러 곳 입었어요. 그때는 뼈가 아예 부서진 상태였어서 지금까지도 후유증으로 남았죠. 이런 환자를 치료할 때는….”육강민은 항의하고 싶었지만, 지금 그의 통증을 완화시켜줄 사람은 유주만뿐이라 차마 말을 못하고 있었다.그러나 그가 옷을 벗고 등을 드러내자, 병실 안은 정적이 감돌았다.잔등에 빨간 손톱 흔적이 남아 있었던 것이다.누구의 소행인지는 말할 필요가 없었다.서은주는 구석에 서서 당장이라도 자리를 뜨고 싶은 심정이었다.몇몇 어린 의사들은 헛기침을 하며 어색하게 시선을 돌렸다.겉으로는 차갑고 냉철해 보이는 육강민 대표가 사적으로 이렇게 정열적인 사람이었다니!역시 사람은 겉모습만 보고 판단하면 안 된다는 생각을 다들 하고 있었다.의료진들은 육강민의 이번 발작이 이 흔적과 무조건 연관이 있다고 확신했다.서은주는 완전히 해탈한 상태였다.유주만도 뜻밖의 상황에 얼굴을 붉히고는 마사지 위치와 기법을 설명해 주었다.의료진을 다 내보낸 후, 유주만은 서은주를 따로 불러서 말했다.“근래는 격렬한 운동을 피하는 게 좋아요.”“저도 알아요.”서은주는 고개를 푹 숙이고 대답했다.“너무 저 녀석 요구를 다 들어줄 필요는 없어요.”유주만은 어릴 때부터 육강민을 봐왔기에 그가 어떤 성격인지 잘 알고

  • 파혼 후 시작된 그의 집착   제772화

    물컵을 내려놓은 육강민은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서은주를 지그시 바라보았다.술기운이 오른 그 눈빛에는 뜨거운 욕망이 담겨 있었다.서은주가 그가 술만 마시면 욕구가 폭발하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오늘의 육강민의 눈빛은 유달리 집요했다.“나 그만 보고 빨리 자요. 난 애들 좀 보고 올게요.”육강민은 손을 뻗어 나가려는 그녀를 품에 안았다.“은주야, 애들만 보지 말고 나도 좀 봐줘.”“뭐 예쁘다고요.”말이 끝나기 바쁘게 육강민은 손을 들어 그녀의 볼을 잡더니 그대로 입을 맞추었다.부드럽고 깊은 입맞춤이 이어졌다.얼마 못 가 서은주는 온몸에 힘이 풀리고 숨이 막혀왔다. 가냘픈 거절은 또 다른 유혹으로 그에게 다가왔다. 그녀가 정신을 차렸을 때는 육강민이 이미 그녀의 위에 올라타고 있었고 잠옷은 이미 가슴께로 올려진 상태였다.서은주는 더는 참지 못하고 고개를 뒤로 젖혔다.잘록한 허리와 하얗고 보드라운 피부는 보고만 있어도 깨물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했다.육강민은 바로 행동에 돌입했다.“아!”서은주가 신음을 흘리며 그를 밀어냈다.“적당히 해요.”“싫은데?”“비 오는 날은 허리 아프잖아요.”과거 허리를 다친 육강민은 비 오는 날이면 통증이 발작했다. 그래도 매번 아내가 허리를 걱정하는 말을 할 때면 자존심이 상했다.술기운이 오른 육강민은 아무도 막을 수 없었다.그는 미친 듯이 서은주를 탐했다.서은주는 그의 거침없는 몸짓에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눈에 보이는 건, 달뜬 그의 눈동자뿐이었고 귓가에는 그의 거친 숨소리만 들렸다.그렇게 비는 밤새 내렸다.다음날 아침, 여전히 보슬비가 내리고 있었다.먼저 일어난 서은주가 주방으로 내려갔을 때, 연주가 주방에서 아침을 준비하고 있었다.그녀는 준비를 마친 뒤, 육민찬을 깨우러 갔다.아이는 창밖을 내다보더니 서은주의 목에 매달려 애교를 부렸다.“엄마, 비도 오는데 학교에 안 가면 안 돼요?”“당연히 안 되지!”“엄마, 이제 저 사랑 안 하는 거예요?”“민찬아, 이런 네 모습을 수린이

  • 파혼 후 시작된 그의 집착   제771화

    가는 내내 온유란은 초조했지만 애써 정신을 다잡고 있었다.무릎에 놓인 두 손은 저도 모르게 주먹을 꽉 쥐고 있었다.병원에 도착하자, 그녀는 짧은 인사만 남긴 후, 차에서 내려 뛰어갔다.왕 기사는 조심스럽게 하이석의 눈치를 살폈다.“대표님?”“나도 가봐야겠어.”하이석은 그녀를 따라 병실 앞까지 갔다. 병상에는 온몸에 의료기기를 달고 있는 한 노인이 누워 있었다.침상 옆에는 간병인으로 보이는 삼십 대 여자가 있었다. 여자는 온유란을 보더니 눈시울을 붉히며 말했다.“고비는 넘겼어요. 약물을 주사해서 지금은 잠드셨어요.”말을 마친 간병인은 병실 앞에 서 있는 하이석에게 시선을 주었다.귀티가 풍기는 모습에 저도 모르게 시선이 갔다.“고생하셨어요.”온유란은 병상으로 다가가 앙상한 마른 가지를 닮은 노인의 손을 꼭 잡아주었다.“아주머니는 이만 돌아가서 쉬세요. 여긴 제가 지킬게요.”“제가 같이 있을게요.”“아니에요. 오늘은 돌아가서 푹 쉬시고 내일 오세요.”간병이는 더 이상 사양하지 않고 짐을 챙겨 병실 밖을 나갔다.그녀는 하이석을 지나치며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인사를 대신했다.창문을 때리는 빗방울소리와 의료기기가 돌아가는 소리를 제외하면 병실 안은 삭막하게 고요했다.십여 분 후, 하이석의 핸드폰으로 노인에 대한 정보가 전송되었다.도정숙은 온유란 어머니가 계시던 시절에 온씨 가문에서 일했던 가정부이자, 온유란의 유모였다.그녀가 온창섭에 의해 시골에 보내졌을 때, 혹시 여론이 안 좋게 돌아갈까 봐 그는 다섯 명의 고용인을 딸려 보냈다. 하지만 얼마 안 가 모두가 도망치고 도정숙만 남아서 온유란을 돌보게 되었다.골암 말기 진단을 받은 건 약 1년 전이었다.방사선 치료에만 꽤 많은 돈이 들어갔고 최근 비용은 온창섭이 부담했다.아마 온창섭은 이 일로 온유란을 조종하고 있는 듯했다.잠시 후, 온창섭에게서 전화가 와서 동지철이 왜 잡혀갔는지 물었다. 설명을 들은 온창섭이 말했다.“동 회장이랑 오늘 얘기해 봤는데 그 댁에선 네가 무척이나

  • 파혼 후 시작된 그의 집착   제770화

    “그냥 치워주세요. 그분이 와서 따지면 제가 허락했다고 해주시면 돼요.”온유란이 호텔 입구에 도착하자, 하늘에서 보슬비가 내리기 시작했다.올 때는 온창섭이 차를 보내주었지만 끝나면 동지철이 데려다줄 거라 생각해서 운전기사는 기다리지도 않고 가버린 것이다.콜택시를 불렀더니 5분 후에야 도착한다고 알람이 왔다.“온유란 씨.”익숙한 목소리에 고개를 돌리자, 편하게 차려입은 하이석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하이석 씨?”온유란의 눈빛에 살짝 당황한 기색이 스쳤다.“택시 기다려요?”온유란은 고개를 끄덕였다.오늘의 그녀는 평소보다도 더 신경 써서 꾸미고 나왔다.허리를 강조한 V라인 블랙 원피스를 입어 예쁜 목덜미를 강조했다.하이석의 시선은 희고 긴 두 다리를 살짝 스쳤다.“여기서 또 뵙네요.”온유란이 웃으며 말했다.나중에 가서야 그녀는 이 세상에 겹치는 우연이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왕 기사가 차를 몰고 이쪽으로 다가오더니 다소 놀란 눈빛으로 하이석과 그녀를 번갈아보았다.“빗길에 택시 잡기 힘드니 제가 집까지 데려다드릴게요.”하이석이 담담한 목소리로 그녀에게 말했다.“괜찮아요. 이미 콜택시 불렀으니까 좀 있으면 도착할 거예요.”“온유란 씨, 타시죠.”왕 기사가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뒷좌석 문을 열어주었다.마침 이때, 콜택시가 도착했다.“제가 부른 택시가 도착했네요. 그럼 이만 가보겠습니다.”온유란이 하이석에게 작별인사를 건네는 사이, 왕 기사가 택시로 다가가더니 차창을 두드렸다.“아이고, 기사님 죄송합니다. 주문은 취소할게요.”“취소한다고요?”기사의 표정에 순간 황당함이 스쳤지만, 눈앞에 멈춰선 하이석의 차를 보고는 이내 미소를 지었다.“괜찮습니다. 그럼 저는 이만 가볼게요.”온유란은 왕 기사의 돌발행동에 놀라서 눈을 동그랗게 떴다.미처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그녀는 이미 차에 올라 있었다.차 안은 여전히 조용했다.운전 중인 왕 기사는 점점 조급해졌다.조금 전 하이석은 갑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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