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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8. 새로운 여왕의 탄생

작가: 비밀
last update 게시일: 2026-10-12 17:00:00

엘로라는 그의 손을 내려다보았다.

“왜요?”

“쓰는 순간, 네 어머니가 끝내지 못한 전쟁까지 네 것이 된다.”

“그럼 당신은요?”

엘로라가 그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당신은 그 전쟁을 끝내려고 저를 황궁으로 데려왔나요?”

칼리안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널 지키려고 했다.”

“그게 전부예요?”

“처음에는.”

“그럼 나머지는?”

칼리안의 손에서 힘이 빠졌다.

“어느 순간부터는 내가 널 지키는 건지, 네가 나를 용서해 주길 바라는 건지 나도 모르겠어.”

“모르겠다는 말로 또 숨기지 마세요.”

칼리안의 눈이 흔들렸다.

“널 잃고 싶지 않아.”

“그건 이유가 아니에요. 두려움이죠.”

그 고백에 엘로라의 눈빛도 흔들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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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궁의 종이 울렸다. 한 번. 두 번. 세 번째 종까지 울리자 황궁 전체의 마력이 뒤집혔다. 창문이 떨리고, 벽에 걸린 초상화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지하 가장 깊은 곳에 있던 이들은 동시에 알아차렸다. 왕좌가 새 주인을 맞이했다는 것을. 엘로라는 희미하게 빛나는 손목의 문양을 내려다보았다. “이게 왕의 증표인가요?” 세드릭이 굳은 얼굴로 답했다. “왕좌와 맺은 계약이다.” “파기할 방법은?” “가능하다. 하지만 대가는 알 수 없어.” 칼리안이 끼어들었다. “대가가 무엇이든 치를 필요는 없어. 네가 원하지 않으면 거부하면 된다.” 세드릭이 그를 노려보았다. “그 순간 제국의 균형이 무너진다. 틈을 노린 자들이 백성을 전쟁터로 끌고 갈 거야.” “내가 막겠다.” “네 권력으로?” “권력과 목숨으로.” “한 사람을 희생해 제국을 지키겠다는 건가?” 칼리안의 표정이 굳었다. “한 사람을 바쳐 유지되는 질서라면, 이미 무너져야 한다.” “너는 황제다. 제국을 외면할 수 없어.” “황제이기에 누구도 희생시키지 않겠다.” 두 사람의 시선이 맞부딪쳤다. 엘로라는 뜨거워진 손목을 감쌌다. 또다시 자신을 둘러싼 사람들이 자신의 삶을 계산하고 있었다. 칼리안은 자신을 위

  • 폭군이 뻐꾸기 황녀에게 집착한다   188. 새로운 여왕의 탄생

    엘로라는 그의 손을 내려다보았다.“왜요?”“쓰는 순간, 네 어머니가 끝내지 못한 전쟁까지 네 것이 된다.”“그럼 당신은요?”엘로라가 그를 똑바로 바라보았다.“당신은 그 전쟁을 끝내려고 저를 황궁으로 데려왔나요?”칼리안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널 지키려고 했다.”“그게 전부예요?”“처음에는.”“그럼 나머지는?”칼리안의 손에서 힘이 빠졌다.“어느 순간부터는 내가 널 지키는 건지, 네가 나를 용서해 주길 바라는 건지 나도 모르겠어.”“모르겠다는 말로 또 숨기지 마세요.”칼리안의 눈이 흔들렸다.“널 잃고 싶지 않아.”“그건 이유가 아니에요. 두려움이죠.”그 고백에 엘로라의 눈빛도 흔들렸다. 그러나 왕관은 이미 어둠 속에서 떠올라 그녀를 향해 날아오고 있었다.닿기 직전, 세드릭이 그녀의 손을 붙잡았다.“네 어머니가 마지막으로 남긴 말이 있다.”그의 목소리가 떨렸다.“네가 왕좌를 원하지 않는다면, 절대로 진실을 끝까지 보지 말라고 했다.”엘로라는 왕관을 바라보았다.헬레나는 자신을 숨겼지만, 진실에 닿을 흔적까지 없애지는 않았다. 왕좌를 물려준 것이 아니라, 선택할 권리를 남긴 것이다.엘로라는 천천히 웃었다.“그럼 더 봐야겠네요.”세드릭의 눈이 흔들렸다.“엘로라, 네가 감당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그 판단도 당신이 대신할 건가요?”“널 살리려는 거다.”“아니요. 또 숨기려는 거예요.”세드릭의 얼굴이 굳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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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엘로라는 숨을 삼켰다.어둠 속에서 떠오른 푸른 눈이 그녀를 꿰뚫어 보았다.“마지막… 계승자?”그 말을 되뇌는 순간, 낯선 장면이 번개처럼 스쳤다.새하얀 궁전.무릎 꿇은 사람들.그 중앙에 선 은빛 머리카락의 여자.여자의 손에는 왕관이 들려 있었다. 왕관 가장자리에는 어릴 적 헬레나의 방에서 보았던 반지와 같은 문양이 새겨져 있었다.헬레나는 그 반지를 감추며 말했다.‘이 문양은 다시는 누구에게도 보여서는 안 된다.’“엘로라!”칼리안의 목소리에 환상이 깨졌다.엘로라는 비틀거리며 물러났고, 칼리안이 재빨리 그녀의 팔을 붙잡았다.“보지 마.”짧고 단호한 말이었다. 명령처럼 들렸지만, 손끝에는 숨길 수 없는 다급함이 배어 있었다.엘로라는 그를 올려다보았다.“왜요? 또 모르는 척하라고요?”칼리안의 눈빛이 흔들렸다.“저건 네가 알아서는 안 되는 걸 보여 주고 있어.”“아니요. 당신들이 숨긴 걸 보여 주는 거겠죠.”“엘로라.”“이름 부르지 마세요. 진실 대신 이름만 부르는 건 지겨우니까.”칼리안은 입을 다물었다. 그녀를 막아야 한다는 이성과, 더는 거짓말하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충돌하는 얼굴이었다.문 너머의 푸른 눈이 비웃듯 휘어졌다.“황제는 여전히 거짓말을 하는구나.”칼리안의 표정이 굳었다.“닥쳐.”낮게 내뱉은 말에는 황제다운 위엄보다 오래된 두려움이 먼저 묻어났다.세드릭도 입을 다물었다. 하지만 굳은 턱과 떨리는 손가락은 이미 모든 것을 말하고 있었다.

  • 폭군이 뻐꾸기 황녀에게 집착한다   186. 이용과 진실

    “네가 황실의 힘을 물려받았다는 사실을 감추기 위해서였다.” 칼리안이 조용히 덧붙였다. “그리고 네가 누구인지 알게 되는 순간, 황실은 너를 왕좌의 열쇠로 이용하려 했을 테니까.” 엘로라는 그를 바라보았다. “폐하는 저를 이용하지 않았나요?” 그녀의 말에 칼리안의 얼굴이 굳었다. “처음에는… 그럴 생각이었다.” 그 말에 세드릭이 칼리안을 노려보았다. “칼리안.” “하지만 끝까지 그러지는 못했다.” 칼리안은 엘로라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네가 황궁에 들어온 뒤, 나는 네가 단순한 열쇠가 아니라는 걸 알았다. 너는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지키고 싶었다.” “거짓말.” “거짓말이라면 좋았을 거다.” 칼리안의 목소리가 갈라졌다. “그랬다면 이렇게까지 괴롭지 않았을 테니까.” 그 순간 서고 깊은 곳에서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철컥. 이번에는 한 곳이 아니었다. 사방의 벽이 갈라지며 검은 통로가 모습을 드러냈다. 통로 안쪽에는 붉은빛이 흐르고 있었다. 세드릭이 검을 뽑았다. “그들이 왔다.” “누구요?” “황실의 수호자들.” 통로 너머에서 갑옷이 부딪히는 소리가 들렸다. 하나, 둘, 셋. 점점 많아졌다. 칼리안이 엘로라 앞에 섰다. “세드릭, 다른 길은?”

  • 폭군이 뻐꾸기 황녀에게 집착한다   184. 황궁 가장 깊은 곳에 숨겨진

    엘로라는 벽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황궁 가장 깊은 곳…” 황궁 지하, 황제조차 함부로 들어갈 수 없는 봉인 구역. 오래전부터 존재했지만 누구도 내부를 보았다고 말하지 않는 장소였다. “…” 칼리안은 침묵했다. 엘로라는 더는 견딜 수 없었다. 아버지의 죽음도, 어머니의 경고도. 칼리안의 보호도 거대한 거짓말 위에 세워져 있었다. 그가 모든 것을 알고 있었다면, 자신이 믿어 온 기억과 감정 중 무엇이 진짜인지조차 알 수 없었다. 이제 돌아갈 수 없었다. 그 순간. 철컥. 서고 반대편 문이 열렸다. 엘로라는 칼리안의 손을 놓았다. 이번에는 그도 붙잡지 못했다. “……누구죠?” 대답 대신 문틈으로 빛이 새어 들어왔다. 바닥에 그림자가 길게 드리워졌다. 하나가 아니었다. 둘, 아니 셋. 칼리안의 표정이 굳었다. “엘로라.” 그가 낮게 말했다. “내 뒤에 있어.”

  • 폭군이 뻐꾸기 황녀에게 집착한다   185. 사라진 기억

    쿠웅! 서고 전체가 무너질 듯 흔들렸다. 벽면 곳곳에 새겨져 있던 문양이 한꺼번에 빛을 뿜었다. 바닥에 잠들어 있던 선들이 거미줄처럼 퍼져 나가며 칼리안과 엘로라, 그리고 세드릭을 둘러쌌다. 세드릭의 표정이 급격히 굳었다. “이럴 수가…….” “무슨 일이에요?” 엘로라가 물었다. 세드릭은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칼리안을 바라보았다. “네가 봉인을 건드렸군.” 칼리안이 검을 겨눈 채 말했다. “나는 기록을 확인했을 뿐이다.” “기록을 확인하는 것과 깨우는 것은 다르지.” 세드릭의 시선이 바닥으로 향했다. “이곳은 단순한 서고가 아니다. 황실의 피를 보관하는 장소다.” 엘로라는 숨을 삼켰다. “황실의 피요?” “황궁 가장 깊은 곳에 잠든 힘은 왕좌를 지키기 위해 만들어졌다. 하지만 그 힘은 황족의 피만으로는 움직이지 않아.” 세드릭이 엘로라를 바라보았다. “두 가문의 피가 필요하지.” 엘로라는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았다. 손끝에 푸른빛이 번지고 있었다. “설마…… 제 피가?” “네 어머니 헬레나는 황실의 마지막 계승자였다.” 칼리안이 낮게 말했다. 엘로라의 눈이 커졌다. “어머니가…… 황족이었다고요?” “정확히는 황위를 버린 사람이다.” 세드릭이 말을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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