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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5 화

Author: 양순이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4-28 09:37:23
초희는 다시 시선을 바닥으로 내리깔고 완벽한 허수아비 황족의 처로 돌아갔다.

“폐하의 하해와 같은 은혜에, 저희 내외는 그저 목숨을 부지하는 것만으로도 감읍할 따름이옵니다.”

초희의 낭창한 목소리가 대전의 바닥을 적셨다.

하륜이 아주 찰나, 차갑게 가라앉은 눈으로 그녀의 정수리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때, 비스듬히 턱을 괸 채 선호를 조롱하던 연호의 시선이 바닥에 납작 엎드린 초희에게로 미끄러졌다.

“태후 마마께서 형님을 위해 각별히 친정의 핏줄을 내어주셨다 들었소. 그대가 남원의 군부인(郡夫人)이오?”

“……예, 폐하. 부족한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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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희는 다시 시선을 바닥으로 내리깔고 완벽한 허수아비 황족의 처로 돌아갔다.“폐하의 하해와 같은 은혜에, 저희 내외는 그저 목숨을 부지하는 것만으로도 감읍할 따름이옵니다.”초희의 낭창한 목소리가 대전의 바닥을 적셨다.하륜이 아주 찰나, 차갑게 가라앉은 눈으로 그녀의 정수리를 내려다보고 있었다.그때, 비스듬히 턱을 괸 채 선호를 조롱하던 연호의 시선이 바닥에 납작 엎드린 초희에게로 미끄러졌다.“태후 마마께서 형님을 위해 각별히 친정의 핏줄을 내어주셨다 들었소. 그대가 남원의 군부인(郡夫人)이오?”“……예, 폐하. 부족한 지

  • 환관의 비   204 화

    하지만 초희의 그 오만한 망상은 곧장 들려온 하륜의 서늘한 음성에 의해 산산이 부서졌다.“폐하. 거두시옵소서.”옥좌의 한 계단 아래, 완벽한 충신의 얼굴을 한 하륜이 나직하게 입을 열었다.“형님을 아끼시는 폐하의 성심(聖心)이 지극하시나, 남원의 저하께서는 그 눈부신 성덕을 감당하기엔 심성이 지나치게 유약하신 듯하옵니다.”하륜은 바닥에 엎드린 선호를 가련하다는 듯, 그러나 아주 싸늘한 시선으로 내려다보며 말을 이었다.“오랜 유배 생활에 기력이 쇠하여, 폐하의 용안을 뵙는 것만으로도 넋을 잃으신 모양입니다. 이토록 낙엽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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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벽 서리가 채 가시기도 전, 대전의 부름이 떨어졌다.초희는 채 가시지 않은 밤의 흔적을 비단옷 아래 단정히 감춘 채, 사시나무 떨듯 떠는 선호를 이끌고 옥좌의 주인에게로 향했다.태후전의 눅눅하고 무거운 향내와는 달랐다.대전 내부는 바늘 하나 떨어져도 메아리가 칠 듯한 아득한 정적과, 눈을 찌르는 화려한 금빛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 완벽하고 결벽증적인 공간이 주는 이질감은 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조용히 숨통을 조여왔다.옥좌에는 젊은 황제, 연호가 여유롭게 앉아 있었다.황포를 걸친 그의 자태는 눈이 시릴 만큼 수려했다. 입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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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후의 눈썹이 흥미롭다는 듯 미세하게 꿈틀거렸다.'맹랑한 것. 천것의 티를 완벽하게 지워내고 제법 쓸 만한 뱀의 혀를 가졌구나.‘초희의 쓰임새를 확인한 태후의 입가에 비로소 진득한 만족감이 어린 미소가 번졌다.“오냐, 영특한 아이로구나. 네가 곁에 있으니 내 시름이 한결 덜어진다. 먼 길을 오느라 고단했을 터, 따뜻한 차라도 내어 오너라.”태후의 명이 떨어지자, 어둠 속에서 대기하고 있던 중년의 내관이 소리 없이 다가왔다. 차 상시였다.그가 찻반을 들고 초희의 곁을 스쳐 지나가는 순간이었다.‘……응?’예민한 초희의 코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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