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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화 짐이 너를 놓을 수 없는 이유

last update Veröffentlichungsdatum: 28.10.2026 21:18:06
지금 당장 중궁전으로 달려가 그녀의 손목을 붙잡고 싶었다.

자신이 보는 곳에 앉혀 두고 숨소리를 들을 수 있는 거리에서 단 한 순간도 벗어나지 못하게 하고 싶었으며, 서화가 강무현에게 보내는 서찰을 모조리 빼앗아 그 사내가 다시는 황후의 이름을 입에 올리지 못하도록 북방으로 돌려보내고 싶었다.

그러나 서화가 자신의 손을 피하던 모습이 떠오르자 건휘는 차마 걸음을 떼지 못했다.

지난 생에 죽은 서화는 그에게서 도망칠 수 없었지만, 이번 생에 살아 있는 서화는 언제든 자신을 떠날 수 있었다. 그녀가 살아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기적이라 여겨야 마땅했으나, 건휘에게 그 기적은 오히려 견딜 수 없는 공포가 되어 그의 목을 조르고 있었다.

“중궁전의 인장은 누가 관리하느냐?”

조덕수는 황후가 사용하는 인장과 중궁전의 사인들을 각각 봉함해 보관하며, 평소 출납은 상궁 연희가 맡고 중요한 문서에는 서화가 직접 확인한다고 설명했다.

건휘는 그 말을 듣고도 한동안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다가, 그렇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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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후가 죽던 날, 황제는 미쳐버렸다   42화 짐이 너를 놓을 수 없는 이유

    지금 당장 중궁전으로 달려가 그녀의 손목을 붙잡고 싶었다.자신이 보는 곳에 앉혀 두고 숨소리를 들을 수 있는 거리에서 단 한 순간도 벗어나지 못하게 하고 싶었으며, 서화가 강무현에게 보내는 서찰을 모조리 빼앗아 그 사내가 다시는 황후의 이름을 입에 올리지 못하도록 북방으로 돌려보내고 싶었다.그러나 서화가 자신의 손을 피하던 모습이 떠오르자 건휘는 차마 걸음을 떼지 못했다.지난 생에 죽은 서화는 그에게서 도망칠 수 없었지만, 이번 생에 살아 있는 서화는 언제든 자신을 떠날 수 있었다. 그녀가 살아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기적이라 여겨야 마땅했으나, 건휘에게 그 기적은 오히려 견딜 수 없는 공포가 되어 그의 목을 조르고 있었다.“중궁전의 인장은 누가 관리하느냐?”조덕수는 황후가 사용하는 인장과 중궁전의 사인들을 각각 봉함해 보관하며, 평소 출납은 상궁 연희가 맡고 중요한 문서에는 서화가 직접 확인한다고 설명했다.건휘는 그 말을 듣고도 한동안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다가, 그렇다면 누가 황후의 명령을 위조할 수 있겠느냐고 물었다.조덕수는 선뜻 대답하지 못했다.건휘는 장부를 접어 품에 넣으며 중궁전의 인장을 조사하되 황후에게는 손대지 말고, 연희를 비롯한 궁인들도 함부로 끌어내지 말라고 명했다.이어 지난 보름 동안 중궁전의 이름으로 발행된 문서를 모두 찾아오라고 지시한 뒤 문밖으로 향했으나, 강무현이 황후에게 보낸 서찰은 가져오지 말라는 말을 덧붙이기 위해 다시 돌아섰다.“짐이 그것을 보면 찢어 버릴 테니.”조덕수는 황제의 명령을 이해하지 못한 듯 잠시 눈을 들었지만, 건휘는 더는 설명하지 않았다. 서화가 강무현에게 어떤 말을 적어 보냈는지, 그 사내의 서찰을 읽으며 어떤 표정을 지었는지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속이 뒤집혔다.그는 그녀를 살리기 위해 시간을 되돌렸으면서도, 정작 살아 돌아온 그녀가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에게 마음을 기댈 수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었다.제관청의 내전에는 향이 타고 있었으나 오래된 돌이 갈라질 때 나는 비릿한 흙

  • 황후가 죽던 날, 황제는 미쳐버렸다   41화 황후의 이름으로 만든 죄

    제관청의 종이 세 번 울린 밤, 이건휘는 황후의 이름이 적힌 장부를 불태우려던 손을 멈춘 채 승정전의 서안 위에 펼쳐진 문서들을 내려다보았다.북방에서 내려온 구휼미의 운송 명부와 황실 물품을 관리하는 내탕고의 출납 기록은 작성한 관청도, 사용한 인장도 달랐으나 상한 곡식 네 수레가 중간 창고를 통과한 날짜와 수량만큼은 정확히 일치했고, 마지막 줄에는 건휘가 지난 생에 수없이 보았던 글귀가 적혀 있었다.*중궁전의 명에 따라 반출함.*건휘는 그 문장을 엄지손가락으로 문지르다가 종이의 가장자리를 세게 움켜쥐었다. 서화가 내리지 않은 명령이었다.구휼소의 곡식이 썩어 가는 것을 보고 누구보다 먼저 창고를 뒤졌으며, 북방에서 보내온 운송 기록을 강무현에게 직접 확인하던 여자가 제 손으로 백성의 양식을 빼돌렸을 리 없었다.그런데도 누군가는 황후의 이름으로 죄를 만들고 있었고, 그 수법은 지난 생에 서화를 죽음으로 몰아넣었던 자들의 수법과 놀라울 만큼 닮아 있었다.지난 생에도 황후의 인장이 찍힌 문서가 있었고, 그녀의 죄를 증언하겠다는 관리들이 있었다.건휘는 그들이 가져온 기록을 한 번도 의심하지 않았으며, 서화가 마지막으로 대질을 청했을 때조차 그녀의 말을 듣지 않은 채 황후라는 신분이 오히려 죄를 무겁게 만든다는 판결문에 직접 어새를 찍었다.참수대에 끌려가던 서화는 끝내 울지 않았다고 했다. 그날 형장을 지켰던 금군의 말에 따르면 황후는 마지막까지 황제를 만나게 해 달라고 청했으나 허락이 떨어지지 않자 더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고 했다.건휘는 그 말을 서화가 죽은 뒤에야 들었고, 그제야 자신이 무엇을 잃었는지 깨달았으나 이미 모든 것이 끝난 뒤였다.그는 처형이 끝났다는 보고를 받은 순간부터 제정신이 아니었다.서화의 시신을 돌려달라며 형장을 뒤집었고, 이미 식어 버린 몸을 끌어안은 채 의원들을 불러 모았으며, 죽은 사람을 살릴 수 없다는 어의의 말에 칼을 뽑아 그녀의 목을 다시 붙이지 못한다면 의원들의 가족까지 죽이겠다고 협박했다.그날 밤에는 서화의

  • 황후가 죽던 날, 황제는 미쳐버렸다   40화 제천비에 새겨진 첫 균열

    그러나 이번 생의 서화는 기다리지 않았다.그녀는 자신의 일을 하고, 필요한 사람을 만나며, 황제가 없어도 하루를 살아냈다.그 사실이 자랑스러우면서도 참을 수 없이 두려웠다.건휘는 낮게 중얼거렸다.“짐이 너를 다시 얻기 위해 무엇을 버렸는데.”그의 손목 아래에서 검은 문양이 손등 쪽으로 번졌다.건휘는 고통에 얼굴을 찌푸렸으나 손을 놓지 않았다.***그날 저녁, 중궁전에서는 구휼소의 장부를 다시 확인하고 있었다.서화는 강무현에게 받은 원본 목록과 도성에 도착한 곡식의 수량을 나란히 놓았다. 네 수레의 봉인이 바뀐 시점은 중간 창고에 머물렀던 밤과 정확히 겹쳤다.문제는 그 창고의 책임자가 사라졌다는 사실이었다.서화는 장부를 넘기다가 한 줄에서 손을 멈췄다.창고의 문을 열 수 있는 사람은 책임자만이 아니었다.병부의 검인을 담당하는 관리에게도 별도의 열쇠가 지급되어 있었다.그 관리의 이름은 장부에 적혀 있지 않았다.서화는 붓을 들어 빈칸에 작은 표시를 남겼다.“연희야, 병부의 검인 명부를 가져오라 하세요. 중간 창고에 들른 날의 담당자를 확인해야겠어요.”연희가 고개를 숙였다.“예, 마마.”서화는 다시 문서를 살폈다.그때 바깥에서 낯선 발소리가 들렸다.궁녀가 문을 열고 들어와 조심스럽게 고개를 숙였다.“마마, 어전에서 내관이 왔사옵니다.”서화는 장부를 덮지 않은 채 고개를 들었다.“무슨 일이랍니까?”“강 대군께서 오늘 건네신 문서를 확인하라는 황명이옵니다.”서화의 손이 멈췄다.그녀는 잠시 눈을 감았다가 다시 떴다.승정전에서 건휘가 자신에게 했던 말이 떠올랐다.구휼소의 일은 계속 맡으라면서도, 누구와 문서를 주고받는지 모두 확인하겠다고 했다.서화는 문서 봉투를 집어 들었다.그 안에는 군량 목록만 들어 있었다.숨길 것도, 부끄러워할 것도 없었다.그러나 그것을 황제에게 내어주는 순간 자신이 무엇을 잃게 되는지는 분명했다.서화는 봉투를 다시 내려놓았다.“내관에게 전하세요.”그녀의 목소리는 조용했다.“병부의 공식

  • 황후가 죽던 날, 황제는 미쳐버렸다   39화 황제가 허락하지 않은 서찰

    서화는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녀는 황제가 조금 전 자신의 말을 듣고 있었다고 생각했다.그러나 건휘는 결국 자신이 원하는 방식으로만 양보했다.“성은이 망극하옵니다.”서화는 예를 올렸다.그 말에는 감사도 안도도 담겨 있지 않았다.건휘는 그녀가 전각을 나설 때까지 붙잡지 못했다.***서화가 승정전을 나와 회랑을 지나갈 때, 강무현은 병부로 향하는 길목에서 잠시 걸음을 멈췄다.그는 서화가 홀로 걷는 모습을 발견하고 예를 올렸다.“마마.”서화는 주변을 살폈다.금군과 내관들이 멀지 않은 곳에 있었으므로 두 사람은 일정한 거리를 두고 마주 섰다.“대군께서는 병부로 가시는 길입니까?”“예. 중간 창고의 출입 기록을 제출하고, 봉인이 바뀐 시점을 확인할 생각이옵니다.”서화는 고개를 끄덕였다.“구휼소에서 발견한 상한 곡식은 따로 보관하고 있습니다. 필요하시다면 표본을 보내 드리겠습니다.”무현은 그녀의 얼굴을 잠시 살폈다.평소보다 창백했고, 장부를 쥔 손에 힘이 들어가 있었다.그는 이유를 캐묻지 않았다.대신 자신의 품에서 작은 문서 봉투를 꺼냈다.“북방 창고에서 출발한 곡식의 원본 목록을 따로 옮겨 적은 것이옵니다. 병부에 제출할 것과 같은 내용이니 구휼소에서도 대조하실 수 있을 것이옵니다.”서화는 봉투를 받았다.“감사합니다.”무현은 그녀가 봉투를 품에 넣는 모습을 바라보다가 조용히 말했다.“마마께서 직접 확인하신 일이 헛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그 말에 서화는 잠시 눈을 들었다.무현은 자신에게 일을 그만두라고 하지 않았다. 황제의 눈치를 보며 물러서라고도 하지 않았다.그녀가 이미 해낸 일을 인정하고, 다음에 필요한 것을 건네주었다.서화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저도 끝까지 확인하겠습니다.”두 사람은 더 오래 머물지 않았다.무현은 병부로 향했고, 서화는 중궁전으로 돌아갔다.그러나 회랑의 기둥 뒤에서는 그 광경을 지켜보는 눈이 있었다.황제의 명을 받은 감시관이었다.그는 두 사람이 주고받은 말까지 듣지는 못했

  • 황후가 죽던 날, 황제는 미쳐버렸다   38화 감사와 마음은 다르옵니다

    서화는 장부를 품에 안은 채 그를 바라보았다.“폐하, 구휼소의 곡식은 오늘 안으로 다시 확인해야 하옵니다. 다른 분부가 없으시다면—”“강무현이 그리 좋으냐?”서화의 말이 끊겼다.건휘는 자신의 목소리가 얼마나 거칠게 나왔는지 알고 있었다. 그러나 이미 입 밖으로 나온 질문을 거둘 수 없었다.서화는 잠시 그를 바라보았다.“대군께서는 구휼소의 일을 도와주고 계시옵니다.”“짐도 너를 돕고 있다.”건휘가 한 걸음 다가왔다.“네가 필요하다는 약재도 보내고, 구휼소의 장부도 확인하게 하였다. 그런데 너는 짐에게는 한 번도 그런 얼굴로 웃지 않는구나.”서화는 품에 안은 장부를 조금 더 단단히 붙잡았다.황제가 무엇을 원하는지 이제는 어렴풋이 알 것 같았다.그는 자신의 일을 도와주려는 것만이 아니었다. 자신이 누구에게 감사하고, 누구를 믿고, 누구와 웃는지까지 알고 싶어 했다.“폐하께서 베푸신 은혜에는 감사하고 있사옵니다.”서화가 조심스럽게 말했다.“그러나 감사와 마음은 같은 것이 아니옵니다.”건휘의 얼굴이 굳어졌다.서화는 그가 다가오는 만큼 물러서지 않았다. 대신 두 사람 사이에 놓인 거리를 지키며 말을 이었다.“폐하께서 소첩을 보호하시겠다 하실 때마다 구휼소의 길이 막히고, 사람들의 이름이 조사되었사옵니다. 이제는 대군께서 보내는 서찰까지 병부를 거치라 하시니, 소첩은 무엇을 두려워해야 하는지 알 수 없사옵니다.”건휘는 그녀를 바라보았다.지난 생에도 서화는 비슷한 말을 했을 것이다.그러나 그는 듣지 않았다.이번에는 들으려 했다. 적어도 그녀의 말을 끝까지 듣겠다고 마음먹었다.그런데 서화의 다음 말은 그 결심마저 흔들었다.“소첩이 두려운 것은 다른 사람이 아니라, 폐하께서 소첩의 뜻을 믿지 않으시는 일이옵니다.”건휘는 손을 뻗었다.서화의 손목을 붙잡으려던 손이 허공에서 멈췄다.그녀는 손을 피하지 않았으나, 눈빛이 굳어 있었다.건휘는 그 눈빛을 보고 천천히 손을 거두었다.“짐은 너를 잃고 싶지 않다.”그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 황후가 죽던 날, 황제는 미쳐버렸다   37화 두 사람이 나눈 약속

    그녀는 내관에게 자신이 도착했음을 다시 알리게 했다. 잠시 뒤 문이 열렸고, 건휘의 허락이 떨어졌다.서화가 안으로 들어서자 무현은 곧바로 몸을 돌려 예를 올렸다.“황후마마를 뵙습니다.”서화는 그를 바라보았다.먼 길을 달려온 탓인지 무현의 얼굴에는 피로가 어려 있었고, 군복 소매에는 마른 흙이 묻어 있었다. 그러나 그가 들고 온 문서의 봉인은 온전했다.“먼 길을 오시느라 수고하셨습니다, 대군.”서화가 조용히 인사를 건넸다.그녀의 목소리에는 반가움이 묻어 있었지만, 궁중의 예를 벗어나지는 않았다.건휘는 그 짧은 인사를 놓치지 않았다.서화는 자신에게도 예를 갖췄다. 그러나 자신을 볼 때는 늘 조심스러웠고, 무현을 바라볼 때는 상대가 어떤 말을 할지 두려워하지 않았다.그 차이가 건휘의 가슴을 파고들었다.“황후.”그가 이름 대신 지위를 불렀다.“짐이 먼저 조사하겠다 하였거늘 어찌 직접 왔느냐?”서화는 건휘에게 예를 올린 뒤 장부를 펼쳤다.“구휼소에서 발견된 상한 곡식의 수량을 확인해야 하옵니다. 폐하께서 군량 조사를 명하셨으니 소첩도 맡은 책임을 다하고자 왔사옵니다.”건휘는 서화가 들고 온 장부를 바라보았다.그녀는 자신과 무현 사이의 불편한 기류를 눈치챈 듯했으나, 그 일에 관해 묻지 않았다.대신 상한 곡식 네 수레의 수량과 북방에서 출발한 기록을 나란히 놓았다.무현은 가져온 봉인 표본을 꺼냈다.“이것이 북방 창고에서 사용한 밀랍이옵니다. 도성에 도착한 자루에서는 다른 인장이 발견되었사옵니다.”서화는 표본을 받아 자세히 살폈다.“중간 창고의 책임자가 자리를 비운 시점과 봉인이 바뀐 날짜가 겹칩니다.”무현이 고개를 끄덕였다.“그자를 찾으면 곡식을 빼돌린 사람도 알 수 있을 것이옵니다.”두 사람은 장부 위에 손가락을 짚으며 운송 경로를 확인했다.건휘는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서화는 무현에게 필요한 질문을 했고, 무현은 그에 맞는 증거를 내놓았다. 두 사람 사이에는 긴 설명도, 불필요한 예의도 없었다.함께 일해 본 사람들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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