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부디, 그 허리를 굽히소서: Bab 201 - Bab 210

307 Bab

제201화

얼굴이 예쁜 여인은 어디에나 있지만 얼굴도 고우며 머리까지 좋은 여인은 그리 흔치 않았다. 미모가 빼어나고 영리한 데다 마음까지 독한 여인은 더욱더 드물었다.“소신, 이 일은 먼저 왕야께 아뢰어야겠습니다.”이런 결정을 장녕이 제 마음대로 내릴 수는 없었다. 신수빈은 더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그저 그 감독관의 부인을 잘 지켜 달라는 말만 남겼다.장녕은 부하들이 뜻을 제대로 헤아리지 못할까 염려되어 일부러 말을 재촉해 한 번 더 행궁으로 다녀왔다.이 며칠 동안 행궁에서는 선황의 제향 준비가 한창이었고 내일이 바로 정식 제전이 거행되는 날이었다.행궁 안팎의 관리들은 며칠째 향을 피우며 내일 치러질 대전을 기다리고 있었다.장녕이 도착했을 때, 이도현은 강회 하도를 맡아 온 관리들의 지난 업적과 이번 하도 공사에 쓰인 은전을 거친 관련 관원들의 내력을 훑어보고 있었다.“소신, 왕야를 뵈옵니다.”이도현은 고개를 떨군 채 손에 든 문서를 보고 있다가 짧게 응했다. 그러다 곧 무언가 이상함을 눈치채고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어찌 다시 돌아왔느냐? 며칠 동안 경성에 남아 부인의 분부를 따르라 하지 않았더냐?”“왕야께 아뢰옵니다. 마님께서 한 가지 일을 소신에게 맡기셨사온데 소신이 감히 스스로 단정하지 못해서 별도로 전교를 구하려한 것입니다.”“그녀가 시켰으면 그냥 그대로 하면 된다.”이도현은 다시 시선을 내려 문서에 눈을 떨어뜨렸다.장녕은 속으로 중얼거렸다.왕야께서야 그 마님이 무엇을 하려는지 짐작도 못 하고 계시겠지.“마님께서는 대리사 감옥에 있는 그 감독관을 없애라 하셨습니다.”이 말이 떨어지자마자 이도현이 번쩍 고개를 들었다. 그는 믿기지 않는다는 듯 미세하게 미간을 좁히며 물었다.“그녀가 너더러 무엇을 하라 하더냐?”장녕은 지난 이틀 동안 신수빈이 했던 말과 보여 준 행동들을 빠짐없이 고하여 들었다.특히 그 감독관을 속이기 위해 자신이 섭정왕이 가장 아끼는 여인이라며 이 일은 반드시 자신을 위해 나서 줄 것이라고 말하던 대목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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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2화

이제 무슨 소식이든 손쉽게 들을 수 있었기에 예전처럼 소식이 더디게 돌아와 때를 놓치는 일은 없을 터였다.신수빈은 예전과 다름없이 눈을 떴을 때 이미 진시가 다 되어 가는 때였다.아이를 가진 뒤로는 유난히 잠이 많아졌지만 다행히 이제는 서 씨 부인께 아침 문안을 드리러 갈 필요도 없었고 큰 마님께 절을 올리러 갈 일도 면했으니 조금 더 늦잠을 자도 누구 하나 뭐라 할 사람이 없었다.일어나서는 곧장 평양 후부의 자잘한 일들을 정리하며 대패를 하나씩 내어 보냈다.그런데 오늘은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둘째 마님과 셋째 마님까지 화청에 나란히 앉아 차를 마시며 그녀가 일을 처리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신수빈이 손에 쥔 일을 하나하나 마무리하고 고개를 들었을 때에도 두 사람은 돌아갈 기색이 없어 보였다. 그녀는 부드러운 웃음을 띠고 입을 열었다.“둘째 숙모, 셋째 숙모께서 오늘은 참 한가하신가 봅니다. 저는 이만 바깥 공기를 조금 쐬고 오려 하는데 두 분도 함께 나가시겠습니까?”셋째 마님은 평소처럼 웃는 낯을 잃지 않은 채, 여우 같은 미소를 머금고 말했다.“집안을 이렇게 반듯하게 꾸려 나가니 어머님께서도 칭찬을 아끼지 않으시더구나. 나도 자주 와서 보고 배워야지. 나중에 아이들을 가르칠 때 뭐라도 전해 줄 수 있어야 하지 않겠느냐?”“셋째 숙모께서 과찬을 하십니다. 그런 말씀까지 감히 들을 자격은 없습니다.”둘째 마님은 그 말을 듣고 눈을 홱 굴렸다.셋째 마님이야 얼굴 좋고 마음도 여려 저렇게 말하지만 자신은 그만큼 살가운 성정이 아니었다.오늘 이 자리에 앉은 것부터가 애초에 신수빈의 속을 한 번 긁어 놓겠다는 뜻이었다.속으로는 그녀가 걱정과 근심으로 마음을 졸여야 태도 제대로 기르지 못할 거라고 여기고 있었다.“넌 참 마음도 편하구나. 친정에서 그런 일이 났다는데 어찌 이렇게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굴 수가 있는 것이냐?”신수빈은 천천히 그녀를 바라보았다.“감히 여쭙습니다, 둘째 숙모. 제 친정에 무슨 일이 일어났단 말씀이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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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3화

신수빈이 바깥 뜰로 나갔을 때 윤수혁과 신병문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그녀가 모습을 드러내자 두 사람은 저도 모르게 동시에 일어나 한 걸음 앞으로 다가섰다.윤수혁은 문득 자신의 처지를 떠올린 듯 내디뎠던 발을 조심스레 거두어들였다. 그리고 신병문이 그녀의 팔꿈치를 받쳐 화청 안으로 이끄는 모습을 말없이 바라보았다.“오라버니, 언제 오신 겁니까?”“막 도착한지 얼마 되지 않았다. 네가 일을 보고 있다 해서 잠시 기다리고 있었지.”“다 대수롭지 않은 일들입니다. 다음에 오라버니께서 오시면 사람을 보내 저를 불러 주시기만 하면 됩니다.”“괜찮다. 윤 도련님하고 이야기 나누다 보니 기다리는 줄도 몰랐다.”그때 화청 안에 곧게 서 있는 사내가 눈에 들어오자 신수빈은 가볍게 허리를 굽혀 인사했다.“아주버님, 저를 대신해서 집안 어른을 맞이해 주셔서 감사합니다.”윤수혁은 허공에 손을 뻗어 그녀의 손을 살짝 받쳐 주었다가 손목에 끼워진 그 팔찌를 보고 속으로 은근히 기뻐했다. 그의 눈빛에는 저도 모르게 미소가 번졌다.다만 평소 워낙 절제하는 데 익숙한 탓에 다른 이들은 그의 속마음을 전혀 알아채지 못했다.“제수씨께서 너무 예를 쓰십니다. 저희는 이미 한집안 사람 아닙니까? 제수씨의 오라버니는 곧 제 형님이기도 하니 마땅히 정성을 다해 모셔야 합니다.”신수빈은 오라버니가 이미 대리사 옥사에서 감독관이 죽었다는 소식을 들었으리라 짐작했다. 그 일을 꾸미기 전에 미처 오라버니에게 한마디 상의할 겨를도 없었으니 지금쯤 마음이 편할 리 없었다.그리고 지금 이 자리에는 윤수혁이 함께 있으니 그도 오라버니로써 함부로 말을 꺼내기도 쉽지 않았다.신수빈은 잠시 생각을 가다듬더니 윤수혁에게 자리를 비우게 할 방도를 떠올렸다.“이제 정오가 가까워지니 오라버니께서는 여기에서 점심을 드시고 돌아가시는 편이 좋겠습니다.”그렇게 말한 뒤 그녀는 윤수혁을 향해 가볍게 몸을 돌려 공손히 인사했다.“서방님께서는 지금 침상에만 누워 계시니 번거로우시겠지만 아주버님께서 서방님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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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4화

태어날 때부터 계략을 잘 꾸미는 사람은 없었다.다만 궁지에 몰린 끝에 선택할 수 있는 길이 그것뿐이라 단련된 것일 뿐. “그렇다면 나도 마음이 놓이는구나. 황성시 시정이라는 자에 대해서는 나도 조금 들은 바가 있다. 사건을 다루는 수완이 번개처럼 빠르고 단호하다고 하더구나. 그런 사람이 너를 돕고 있다니 오라버니도 안심이 된다.”신수빈은 잠시 생각하다가 오라버니가 말한 황성시 시정이 바로 이도현의 호위 장녕을 가리키는 것임을 뒤늦게 알아챘다.아마도 장녕이 자기 앞에서는 지나치게 몸을 낮추어 공손히 굴었기에 정작 어떤 수를 쓸 수 있는 사람인지 미처 알아보지 못한 것일까?곧이어 그가 이도현 곁에 선 사람이라는 사실이 떠오르자 신수빈은 나직이 웃음을 흘렸다.이도현처럼 수단이 냉혹한 사람 앞에서는 웬만한 벼락 같은 수완도 그리 대단한 것이 못 될 터였다.“왕야께서도 이 일에 석연치 않은 점이 있음을 아시고 그를 경성에 남겨 몰래 진상을 캐게 하신 것입니다.”신병문은 사내인 만큼 생각의 방향이 여인과는 조금 달랐다.그가 보기에 이도현이 누이에게 황성시 시정을 부리게 하고 더 나아가 사건 전체의 향방에까지 그 손을 끼어들게 한 것만으로도 저 높은 자리의 섭정왕이 누이를 얼마나 아끼고 있는지가 충분히 드러나고도 남았다.다만 그 또한 잘 알고 있었다. 사내의 총애란 가장 쉽게 식어 버린다는 사실을.하늘과 조상 앞에 예를 올린 정실만이 그가 사랑하든 사랑하지 않든 결코 흔들 수 없는 자리를 가지게 된다.정실이 큰 허물을 짓지 않는 이상, 종족의 예법이든 인륜의 강상이든 그 어떤 것 하나도 사내가 그녀를 함부로 짓밟는 것을 허락하지 않는다.“너는 이 일이 누구의 소행인지 알고 있느냐?”신수빈은 코웃음을 치듯 웃어 보였다.“태후와 장 씨 집안 말고 또 누가 있겠습니까?”“신 씨 집안은 장 씨 집안이나 태후께 무슨 원한을 산 일도 없지 않느냐? 그런데도 벌써부터 이렇게 신 씨 집안을 노리고 있었단 말이냐?”신병문은 원래 몇 해쯤 더 지난 뒤에야 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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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5화

신병문은 젊은 시절부터 아버지를 따라 대주 왕조 곳곳에서 장사를 해 왔다.그래서 이런 사정에 대해서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누이의 물음에 그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처음 섭정왕께서 강북에 군사를 주둔시켰을 때는 병력이 워낙 많아서 군량이 엄청나게 필요했다. 그때 많은 상인들이 섭정왕이 회하 방어선을 돌파하자마자 곧장 곡식을 사들여 쌓아 두고 값이 오르기만을 기다렸지. 한데 조정은 돈이 있어도 곡식을 구하지 못해 다른 것으로 바꾸는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급한 불을 끄기 위해 조정에서 염인을 발행해 곡식과 바꾸게 했지. 한 장의 염인으로는 소금 사백 근을 팔 수 있었다. 소금 장사는 이익이 워낙 커서 상인이라면 누구든 한몫 하고 싶어 했지. 그때 아버지께서는 내게 분명히 일렀다. 절대로 그 장사에 손대지 말라고 말이다. 역대 왕조를 통틀어 소금과 쇠는 줄곧 조정이 쥐고 있었다. 그러니 섭정왕의 그 조치는 당시로서는 옳았던 것이다. 눈앞의 위기를 넘기고 군심을 안정시켰으며 훗날 강남을 통일할 발판을 마련했으니까. 다만 세월이 흐르면서 양회 일대 관가가 이 제도를 완전히 썩게 만들어 버렸다. 해마다 염상들이 관가에서 염인을 사들이는 것이 당연한 관행이 되었고 지금은 아예 내년 몫의 염인까지 미리 팔아 치우는 지경이 되었지. 양회의 염상과 관가는 이미 떼려야 뗄 수 없지. 하늘에서 떨어진 복처럼 막대한 부를 누리지만 복이 있는 곳에는 자연히 화도 따르는 법이다. 신 씨 집안이 이제 와서 굳이 이런 더러운 물에 발을 담글 필요는 없다.”그의 답변은 신수빈이 짐작한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오라버니의 말을 들으며 그녀는 마음속 확신을 더 굳혔다.신수빈은 가볍게 웃으며 천천히 말했다.“장 씨 집안에 처음 금을 내는 일은 양회 염세에서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겠습니다.”신병문은 누이를 바라보며 적잖이 놀랐다.“양회 염세가 얼마나 많은 관원과 세가의 문벌을 얽어매고 있는지 알고 있느냐? 선황께서 돌아가시기 전 해에 한 번 양회 염세 문제를 거론하신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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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6화

이제 와서 돌이켜 보니 가슴이 마치 바늘로 찌르는 듯 아려 오는 것 같았다.신수빈은 자리에서 일어나 신병문을 이끌고 밖으로 나섰다. 그녀는 문 앞에 이르자, 다시 한번 예를 갖추어 윤수혁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신병문은 누이에게서 분명한 해명을 들은 덕에 셋째 아우의 일은 큰 탈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방금 전까지 걱정으로 불안해하던 그는 그제서야 마음의 짐을 내려놓을 수 있었다.연회 자리에서는 윤서원이 매형의 신분으로 직접 나설 수 없어 윤수혁이 대신 자리를 함께했다. 그는 젊은 시절부터 집을 떠나 강호를 떠돌며 지낸 인물이었다. 신병문 또한 아버지를 따라 장사를 하며 세상일을 두루 겪은 터라 두 사람은 말이 잘 통했고 대화는 시종 즐거웠다. 마치 오래전부터 알고 지낸 친구처럼 늦게 만난 것이 아쉽게 느껴질 정도였다.신수빈의 기억 속에서 윤수혁은 말수가 적은 사람이었는데 오늘은 큰 오라버니와 차분히 이야기를 나누며 많지도 적지도 않게 매번 꼭 들어맞는 말로 응답하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니 그가 얼마나 마음을 다해 큰 오라버니를 대접하고 있는지 느껴졌다.신병문은 이야기가 무르익자 술을 제법 들이켰다. 그러다가 떠날 즈음에는 이미 술기운이 가득 올라 있었다.윤수혁은 곁에 있던 무혁에게 직접 신병문을 바래다주라고 명하고는 신수빈과 함께 부문에 서서 마차가 멀어질 때까지 바라보았다.잠시 후 그녀는 윤수혁과 함께 후부 안으로 들어가며 말했다.“오늘 제 오라버니를 이렇게 정성껏 대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윤수혁 역시 약간의 취기가 오른 상태라 신수빈의 목소리가 평소보다 한결 더 부드럽게 느껴지는 것 같았다.“전에도 말한 적이 있잖습니까. 제수씨와 저 사이에는 감사 인사가 필요 없다고요.”신수빈은 그가 행궁에서의 구명 은혜를 마음에 두고 자신을 진심으로 가족처럼 여기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그래도 늘 번거롭게 해 드리는 것 같아 마음이 편치 않습니다.”술을 마시면 마음속에 눌러 두었던 감정이 느슨해지기 마련이다. 평소에는 억누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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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7화

둘째 마님은 하녀의 말을 끝까지 듣고 믿기지 않는다는 듯 눈을 크게 떴다그리고 한동안 아무말도 하지 않다가, 이내 웃음을 터뜨렸다. 그 어느 때보다도 가슴이 통쾌했다. “하늘이 나를 돕는구나. 난 아직도 신 씨 배 속의 그 어린 것을 어떻게 치워야 할지, 윤수혁을 어떻게 이 집에서 몰아낼지 고민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한 번에 다 해결됐구나. 어쩐지 이상하다 했다. 예전에는 큰 마님의 생신만 지나면 바로 떠나던 놈이 올해는 아직도 안 가더라니. 마음에 걸리는 사람이 생겼던 게지.”둘째 마님의 눈에 득의양양한 광기가 번뜩였다. 오랫동안 눌려 있던 기세가 한꺼번에 분출되는 듯한 모습이었다.“윤수혁이 저 신 씨와 얽히기만 한다면 뱃속의 아이는 출처를 따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게다가 자기 제수의 몸에 지니던 물건을 몰래 간직하기까지 했다면, 그 둘은 의심받기 딱 좋은 처지가 될 테지. 남의 밭에서 오이를 따다 들킨 꼴인데 어찌 깨끗하다고 우길 수 있겠느냐?”둘째 마님의 심복이었던 그 하녀는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한데 지금 이 집 안은 위아래 할 것 없이 전부 세자 부인의 사람들입니다. 게다가 그 손수건은 도련님께서 몸에 지니고 계셨다는데 어떻게 해야 모두가 알게 될까요?”둘째 마님이 비웃듯 입꼬리를 올렸다.“이 저택 안의 속셈이 어디 한두가지겠느냐? 신 씨는 친정에서 좋은 종자 몇 푼 바치고 일품 고명 하나 받았다고, 자신이 이 집에서 마음대로 휘두를 수 있을 거라 생각했겠지. 하지만 어림도 없지. 들춰낼 방법이야 얼마든지 있어. 이를테면 우리 뜰에서 귀중한 물건이 사라졌다고 하면 된다. 그리고 세자 부인된 사람이 나서서 찾지 않겠다고 하면 관가에 고하겠다고 하거라. 한데 이런 집안에서 정말로 관에 고할 수 있기야 하겠느냐? 후야께서 먼저 막을 게 뻔하지. 결국 우리 마음대로 뒤질 수밖에 없을 테고 그때 윤수혁의 물건이 나온다면 그 둘이 뭐라고 변명할 수 있겠느냐?”하녀는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둘째 마님의 명예를 치켜세웠다.그녀는 이미 윤수혁과 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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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8화

둘째 마님은 이 광경을 보자마자 바로 지금이 가장 알맞은 때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녀의 눈매와 눈빛에 득의가 가득 번졌다.“제가 뭐 좀 들은 것이 있습니다. 예부 시랑 집 장남이 죽고 나서 그 집 맏며느리가 외로움을 못 이겨서 집안 서출 작은 시동생과 추문을 일으켰다더군요. 배까지 불렀지만, 그 시기를 따져 보면 유복자인지, 아니면 그 작은 시동생의 씨인지 알 수가 없다지 뭡니까.”둘째 마님은 이 말을 하며 무심한 듯 시선을 신수빈의 배 쪽으로 흘렸다.그러자 눈치가 빠른 인물답게 셋째 마님이 곧바로 말을 받았다.“둘째 형님, 그건 어떻게 알려졌답니까? 과부와 시동생 사이의 일이라면 아주 은밀했을 텐데요.”“그건 네가 잘 몰라서 그런다. 들으니 예부 시랑 집에서 내쫓긴 하인들 입에서 흘러나온 말이라더구나. 그 시동생이 몸에 지니고 다니던 향낭이 바로 그 과부가 수놓은 것이었다더군. 누군가 그걸 알아보고는 방을 뒤졌는데 둘이 서로 주고받은 속물건들이 잔뜩 나왔다지.”“어머나. 세상에 어찌 그런 일이 다 있답니까?”곁에서 이 말을 듣고 있던 신수빈은 속으로 냉소했다. 이 둘이 이렇게 입을 맞춰 이런 이야기를 꺼내는 시점부터가 속셈이 훤히 보였다.그때 부엌에서 나온 시녀들이 음식을 하나씩 차려 올리고 손수건으로 의자를 정성스레 닦은 뒤 주인들을 모셔 앉게 했다.둘째 마님은 시녀 손에 들린 손수건이 유난히 곱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하인이 쓰기엔 지나치게 고운 비단이라 자신도 모르게 한 번 더 눈길이 갔다.이때, 마침 누군가가 물었다.“이 손수건은 참 정교하구나. 어디서 난 것이냐?”둘째 마님이 고개를 들어 보니 이쪽 시녀들뿐 아니라 다른 쪽 시녀들 손에도 똑같은 손수건이 들려 있었다.시녀는 이내 몸을 낮추어 답했다.“이건 세자 부인께서 어제 저희에게 나누어 주신 겁니다. 한 사람당 하나씩 받았지요. 신 가 큰 도련님 집안의 용수방과 거문고 가게인 묘음방이 함께 만든 자수품들인데 전부 손수건이나 향낭 같은 것들이지요.”말하며 손수건을 펼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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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9화

둘째 마님은 분노로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라 하마터면 웃어른의 체면조차 지키지 못할 뻔했다.“그건 너나 쓰거라!”그러나 신수빈은 오히려 더 짙은 웃음을 지었다. 한껏 무르익은 그 미모에 햇살을 머금은 듯한 눈동자가 번뜩여 한 번만 마주쳐도 마음이 환해질 정도였다.“그렇기도 하겠네요. 이방은 이제 후부와 살림을 따로 꾸리고 있으니 둘째 숙모처럼 남의 것을 탐하지 않는 성품이라면 제 친정 물건을 받는 것도 내키지 않으실 테지요. 그렇다면 이렇게 합니다. 제게 아직 몇 장 남아 있는데 혹시 숙모 댁의 하인들이 좋아한다면 원가로 드리겠습니다. 숙모께서는 하인들을 살필 줄 아는 고결한 분이시니, 그 은전을 저희 신 가에서 받을 생각은 없습니다. 요즘 신 가는 서원을 세우고 있어 모든 유생들이 속수 없이 입학할 수 있게 하였습니다. 섭정왕께서 친히 현판을 써주셔서 서원의 이름도 ‘청운서원’이라고 정하였지요. 숙모께서 서원 건립에 힘을 보태 주시는 셈입니다.”돈 냄새가 나는 말에 그녀는 당장 욕설을 퍼붓고 싶었지만 하필이면 서원과 섭정왕의 친필 이야기가 이어지자 그 말이 목구멍에 턱 막혀 도무지 뱉어낼 수 없었다.그 인물에 대해서만큼은 그녀 역시 꺼림칙함이 있었지만 오늘은 문중 사람들이 모두 모인 자리라 혹여 누군가 말 한마디라도 옮겼다간 집안까지 연루될 게 뻔했다. 결국 신 씨에게 그 자리에 매달린 꼴이 되어 속으로만 분을 삼키며 손해를 감수할 수밖에 없었다.신수빈은 말을 마치고 곧장 사람을 시켜 창란원으로 가 남은 수건 몇 장을 더 가져오게 하였다.셋째 마님은 그 모습을 보고 즉시 수상함을 알아차렸으나 둘째 마님이 자신에게 미리 귀띔하지 않은 이상 모른 척하는 편이 낫겠다 싶어 그저 옆에서 구경이나 하기로 했다.윤수혁은 둘째 마님이 과부와 시동생, 향낭과 수건 이야기를 꺼낼 때부터 이미 미간을 찌푸리고 있었다. 이윽고 사태의 전말을 깨닫자 그의 얼굴빛이 가라앉았다.틀림없이 이틀 전, 자신이 수건을 주웠던 장면을 둘째 마님이 목격한 것이리라. 오늘 이 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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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0화

둘째 마님은 지금 당장이라도 신 씨의 입을 찢어 버리고 싶은 심정이었다.“헛소리하지 말거라!”그러나 신수빈 여전히 싱긋 웃으며 그녀를 바라볼 뿐, 그 분노를 전혀 의식하지 못한 듯했다.“그렇다면 둘째 숙모께서도 이견은 없으신 거네요.”“청하야, 이따가 둘째 숙모 댁으로 가서 은자를 받아 오는 것을 잊지 말거라.”둘째 마님이 손에 쥔 수건을 분풀이하듯 꼬아 비틀어서 마치 새끼줄처럼 만들어 버리는 모습을 보면서도 신수빈은 오히려 느긋하게 부채를 흔들고 있었다.이도현이라는 인간이 썩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이런 비열한 사람을 상대하는 데에는 참으로 유용했다.윤수혁은 두어 개의 상을 사이에 두고 그녀를 한 번 바라보았다가 아무 일 없다는 듯 시선을 옮겼다.맑은 눈과 고운 치아, 시선이 오갈 때마다 생기가 넘쳐 흘렀다. 부채를 가볍게 흔드는 모습이 어찌나 생동감 있던지!그는 더 이상 신수빈을 쳐다볼 수가 없었다.점심 연회가 끝나자 윤 가의 종친들은 모두 돌아갔다.조상을 모신 뒤에는 유시부터 문을 나서지 않는 것이 관례였다. 중원절에는 백귀가 밤거리를 배회한다는 말이 있었기 때문이다.오후에 신수빈은 금자를 시켜 청하와 함께 이방으로 가 은자를 받아 오게 했다. 하나는 금자가 구경을 좋아해서였고 다른 하나는 청하가 무술을 익히지 않아 혹시 모를 손해를 볼까 염려돼서였다.금자는 돌아오자마자 둘째 마님이 뜰에서 성을 내던 모습을 흉내 내며 재잘거렸고 신수빈은 옆에서 웃었다. 이 아이는 정말로 이런 일을 즐기는 것 같았다.이때 청하가 한숨을 가볍게 내쉬며 말했다.“둘째 마님께서 원래도 인색하신 분이긴 햇지만, 예전에는 후부를 등에 업었으며 아래 사람들에게도 그럭저럭 잘해주셨습니다. 한데 지난번 장부를 조사한 뒤로는 하인들의 녹봉을 계속 깎아 오셨지요. 지금 그분 곁에 있는 큰 하녀의 녹봉이 저희 저택에서 허드렛일 하는 아이들보다도 적습니다. 아까 제가 갔을 때, 둘째 마님이 화를 내며 말하시더군요. 이 수건은 하인들이 쓰는 것이니 앞으로 녹봉의 절반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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