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 질 무렵이 되어서야 신가에서 사람이 찾아와 편지 한 통을 내밀었다. 신수빈이 떠나기 전 남겨둔 것으로, 왕야께서 귀부한 뒤 전해 달라는 말이 있었다고 했다.오늘 된통 재수 없는 일을 겪은 장풍은 이번엔 눈치껏 물러나 있었고, 대신 장녕이 편지를 들고 갔다.장녕이 편지를 올리자, 이도현은 그녀가 보낸 편지라는 말을 듣고도 눈꺼풀만 느릿하게 들어 올렸다. 딱히 상대하고 싶은 기색은 아니었다.그는 여전히 손에 든 이번 과거 응시자 명부를 넘겨보고 있었다.장녕 역시 재촉하지 않고 잠자코 기다렸다.잠시 뒤, 이도현이 명부를 내려놓고 나른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펼쳐서 읽거라.”마치 제 손으로 읽을 가치조차 없다는 듯한 태도였다.장녕은 그대로 편지를 펼쳐 읽기 시작했다.“당신을 보지 못하니 마음이 시름에 잠겨 밥조차 넘기기 어렵고, 잠 또한 편히 들 수 없습니다. 당신을 보지 못하니 근심이 깊어져...”고작 두 줄 읽었을 뿐인데, 편지는 곧 이도현의 손에 낚아채이듯 빼앗겼다.뒤에는 아직도 한참 더 남아 있었고, 장녕은 속으로 신수빈의 문장이 제법 좋다고 감탄하려던 참이었다.이도현은 편지를 처음부터 끝까지 읽고, 다시 끝에서 처음까지 훑어보았다.그러다 마지막 부분에 적힌 문장을 본 순간, 시선이 잠시 멈췄다.편지 봉투 안에는 그녀가 호국사에서 직접 구해 온 평안부 하나가 들어 있다고 했다.반달 동안 불전에 올려 두고, 날마다 기도하며 경문까지 베껴 썼다면서, 이번에 가져와 그에게 건넨다고 했다.앞으로 부디 평안하고 순탄하기만을 바란다는 말과 함께.“봉투.”장녕이 얼른 봉투를 건네자, 이도현은 안에서 평안부 하나를 꺼냈다.그는 손안의 부적을 이리저리 한 번 훑어보더니,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가 이내 다시 눌러 담았다.“재앙을 막아 준다는 건 여인들이나 믿는 거지.”그렇게 말하면서도 눈가에는 감출 수 없는 흡족함이 어려 있었다.“그래도 양심은 있었군.”장녕이 슬쩍 보니, 그저 호국사에서 대량으로 찍어내는 흔한 평안부일 뿐이었다.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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