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공에 머문 그의 손끝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잡으려고 손을 뻗었는데 옷깃도 스치지 못했다.‘결국 늦은 것인가.’그녀는 그렇게 세상 신난 발걸음으로 그의 시야에서 천천히 멀어지고 있었다.그는 멀리서 마차에 오르는 그녀를 바라보다가 소리 내어 부르고 싶었지만 어쩐지 목이 메어 입밖으로 말이 나오지 않았다.가림막이 다시 내려지고 주변이 다시 고요함을 되찾았다.심서준은 눈을 감고 등받이에 허리를 기댄 채, 손에 낀 옥반지를 만지작거렸다.앞에 있던 마차가 천천히 떠나고 재잘거리던 소리도 사라졌다.포산루에서 나온 문하는 마차로 다가와 작은 소리로 말했다.“나으리, 계 소저가 점포를 양도하는데 장 선생에게 마무리를 맡겼다고 합니다.”심서준은 천천히 감고 있던 눈을 떴다. 고독을 담은 눈동자가 세차게 일렁이고 있었다.‘정말 가는구나.’문하도 그의 기분을 느끼고 한참 침묵하다가 욕 먹을 각오를 하고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만약 나으리께서 가셔서 만류하신다면 계 소저는 여기 남을 것입니다.”심서준은 입가에 자조적인 미소를 지었다. 어쩌면 그의 고백이 그녀를 두렵게 해서 이렇게 급하게 떠나는 걸지도 모른다.긴 한숨을 내쉰 그는 그날 그녀가 흘리고 간 귀걸이를 내려다보았다. 이는 그녀가 그에게 남기고 간 유일한 물건이었다. 매일 밤 잠을 설칠 때면 베개 밑에서 꺼내 보며 그리움을 달래고는 했다.그는 이렇게 애가 타고 말라죽을 것 같은데 정작 그리움의 대상인 그녀는 그의 마음을 무시한 채, 멀리 떠날 생각만 하고 있었다.그녀의 의지는 단호했고 그는 질척거리며 그녀를 괴롭히고 싶지 않았다.그는 귀걸이를 소중히 품에 간직한 채, 갈라진 목소리로 말했다.“돌아가자.”상전의 싸늘한 목소리에 문하는 등골이 오싹해졌다. 잠시 후, 그는 다시 용기를 내어 말했다.“계 소저가 오늘 그림을 포산루에 가져왔는데 가서 보시렵니까?”마차 안에서 심서준의 싸늘하고 무덤덤한 목소리가 들려왔다.“가서 가져오거라.”문하는 다급히 고개를 조아리고는 아쉬운 듯, 마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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