เข้าสู่ระบบ태후전 자리에 볕이 들어 한경의 무릎 앞까지 왔다.궁에 들 때만 꺼내는 옥색 항라 적삼이 볕에 한 겹 얇아 보였고, 깃을 도는 흰 매화는 여러 번 빨아 낸 자리마다 실이 눌려 납작했으며, 먹빛 치마 앞자락에는 무릎 접힌 자국이 그대로 서 있었다.소매 안에 옥패가 들어 있었는데, 지난해 이 방에서 받은 것이라 끈이 아직 헐지 않았다.문 앞에서 기다리는 동안 회랑 끝으로 태감 하나가 지나가다 걸음을 늦추더니, 늦춘 김에 문 앞에 선 사람을 한 번 보고 나서 걸음을 도로 냈다.이달 들어 궁에서 그런 걸음이 잦았다."적어 왔느냐.""적어 왔어요. 다섯 줄이에요."한경이 접은 종이를 두 손으로 올렸다.상궁이 받아 태후 앞 소반에 놓았다.태후가 펴 보지 않고 상궁 쪽으로 도로 밀었다."읽어라.""참, 저 창은 아직 열어 두시네요.""볕이 좋다."* * *"하나. 약을 지어도 되는 자리.""주마.""둘. 어공 궤짝에서 약재를 내가 손으로 꺼내는 것."상궁의 목소리가 한 번 걸렸다.태후가 상궁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내가라고 적혀 있느냐.""예. 예. 그리 적혀 있습니다.""내가라고. 내가라고 적었느냐.""…예.""그대로 읽어라.""…예. 셋. 사람 둘.글 아는 사람 하나, 다리 성한 사람 하나.""둘이면 적다. 넷을 주마.""둘이면 돼요. 넷이 오면 넷이 서로 봐요."태후가 웃었다. 웃는 낯이었는데 눈매만 움직였다."넷. 내 이름 하나."염주가 태후의 손에서 한 알 굴렀다."이름을 달라 하는구나.그것이 이 방에서 제일 쉬운 것이다.이름은 종이에 붓만 대면 생긴다.""붓 대서 생긴 이름은 붓으로 지워지던데요.""…그래. 그것도 참말이다."* * *"다섯. 아픈 사람 밥상에 무엇을 올리고 무엇을 뺄지 내가 정하는 것."상궁이 다음 줄을 찾다가 종이를 내려놓았다. 다섯이 끝이었다.마당에서 비질 소리가 두어 번 나다가 그쳤다.태후가 처음으로 종이를 제 손으로 끌어당겼는데, 호갑을 낀 손가락이 붓대를 한 번
노영감이 광 문턱에 앉아 나무판을 눈에서 멀찍이 떼어 들고 있었는데, 금이 두 줄 새로 그어져 있었고 그 두 줄 사이가 다른 데보다 붙어 있었다."영감. 어제 몇 사람 왔어요.""둘입니다. 둘인데 같은 사람입니다.""같은 사람인데 왜 두 줄이에요.""글쎄요. 두 번 왔으니 두 줄입니다.소인은 오는 것을 적지 사람을 적는 게 아니라서요.""어. 두 줄 사이가 붙었네요.""…붙여 그었습니다.같은 신이 두 번 왔길래요.""영감. 이제 밤에는 적지 마세요.어두운 데서 금 그으면 두 줄이 한 줄 돼요."중문에서 총관이 들어오는데, 문지방을 넘을 때 성한 다리부터 올리고 나머지가 뒤에서 천천히 따라 올라왔다."부인. 어제 온 사람이 뒤채를 물었습니다.이 댁 뒤채에 사람이 하나 있느냐고요.소인이 없다 하였습니다.없다 하였는데 그 사람이 웃었습니다."* * *뒤채 문이 열려 있었고 방 안에 보퉁이가 하나 놓여 있었다.서란이 이부자리를 개켜 벽 쪽으로 밀어 놓는 중이었다.소하가 먼저 뛰어들었다."아기씨! 이게 뭐예요!어디 가시는데요!"서란이 한경 쪽을 보고 말했다."이레에 두 번이면 다음은 안 묻고 들어옵니다.""그게 무슨 상관인데요!""…사람을 뜰 때 그렇게 합니다.두 번 묻고, 세 번째에는 안 묻고 들어옵니다.소인이 궁에 있을 때 그 일 하는 사람 곁에 있었습니다."소하의 눈에서 눈물이 뚝뚝 떨어지는데 말은 멈추지 않았다."아니, 그래서요!그래서 오늘 가시게요?오늘 가시면 그다음은요?아기씨 갈 데도 없잖아요!갈 데가 있으면 지난번에 그렇게 오셨겠어요?신도 한 짝이었는데—"소하가 손등으로 눈을 문지르다 바느질 상자를 엎질렀고, 방바닥으로 굴러가는 실패를 줍지도 않은 채 일어서서 문을 열고 나가 버렸다.서란이 몸을 숙여 실패를 하나씩 주웠다.* * *방에 둘만 남았다."내가 가지 말라고 하면.""…""…됐어. 안 물은 걸로 해."서란이 실패를 바느질 상자에 넣고 뚜껑을 덮었다."소인이 이 집에 든
심가 중문 앞에 늙은 찬모가 등을 들고 서 있었다.한경이 나오는 것을 보고도 다가오지 않고 등만 조금 들어 올렸다."부인. 아니, 아씨.아이고, 소인이 부를 말을 여태 못 정했습니다.""아무거나 부르세요.""…소인이 이 댁 부엌에 서른 해 있었습니다.아씨 젖니 갈 적에 팥죽 쑤어 드린 사람입니다.""…나는 팥을 못 먹거든요.그런데 어멈 팥죽은 먹었나 보네요.""아씨는 그때 두 그릇 드셨습니다."한경이 걸음을 멈췄다."오늘 서재에서 하시는 말씀이 마당까지 들렸습니다.열두 해 전 그 겨울 말씀이지요.소인이 그 밤 이야기를 열두 해 동안 아무한테도 안 했습니다.물어본 사람도 없었고요."* * *찬모가 등을 낮춰 별채로 도는 길을 비추자 낮은 돌담이 드러났고, 담이 끝나는 데에 협문이 하나 있었는데 그 너머에서 나루 물 냄새가 넘어왔다."그 밤에 별채로 세숫물을 셋 냈습니다.대인 것 하나, 손님 것 하나.""…""…예. 하나 더 냈습니다."찬모가 등을 고쳐 잡는 동안 등불이 한 번 크게 흔들렸다."소인이 그날 상을 두 번 물렸습니다.한 상은 수저가 젖어 있었고, 한 상은 손도 안 댄 채 그대로 나왔습니다.손도 안 댄 상을 내면서 소인이 이상하다 하였더니 청지기가 소인 입을 막았습니다.""상은 둘만 냈고요.""…그 어른은 잡숫지를 않으셨습니다.물도 안 드셨고요.소인이 새로 떠 간 물을 그대로 들고 나왔습니다."찬모가 울먹이면서 소매로 눈가를 눌렀다."참, 그리고 그 밤에 대인께서 별채 등을 끄라 하셨습니다.협문 쪽에서 인기척이 나고 나서였습니다.소인이 서른 해 있으면서 이 댁에서 등을 끄고 손님을 받은 밤은 그 밤 하나입니다.""소인이 그날 이후로 별채 쪽으로는 안 갔습니다.서른 해를 있으면서 거기만 안 갔습니다."* * *찬모가 앞서 걸어 서재 앞까지 갔다.봉함 종이가 세로로 갈라진 채 아직 문설주에 붙어 있었고, 갈라진 자리에 손바닥으로 눌러 붙인 자국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한경이 어둠 속에서 문
심가 서재에 등이 켜져 있었으나 문은 닫혀 있었고, 한경은 마루 아래 마당에 서서 기다렸다.종이 아뢰러 들어간 뒤로 물확에 뜬 잎이 한 바퀴를 다 돌았다.발이 저려서 무게를 한쪽으로 옮겼다.옮기고 나서 반대쪽으로 또 옮겼다.담 너머에서 강바람이 들어와 마당의 등이 한 번 눕고 도로 섰다.나루가 가까워 밤에는 물 냄새가 담을 넘어오는데, 한경은 이 집에서 그 냄새를 맡은 기억이 없었다.늙은 종이 등을 들고 나와 마루 끝에 놓았다."아이고, 이 밤에 마당에 세워 두어 송구합니다.나리께서 안에 계신 줄 소인이 몰랐습니다.""안에 계신 줄 알고 왔어요."문이 열렸다.* * *"이 시각에 조카님이 오실 줄은 몰랐습니다.""낮에 오면 사람이 봐요."심경이 앞서 들어가 아랫목을 내주었다.소반에 잔이 둘 놓였는데 하나에만 김이 올랐다."어제 서재 봉함을 다시 하셨죠.""…예.""먹이 안 말라 있었어요.입회 칸은 나도 봤어요.이름이 둘인데 아래것이 뜯겨 나간 자리가 있어요."심경이 잔을 한 번 돌려놓았다."소인이 이 집에 들어와 그 문서를 다 폈습니다.삼대 치라 하였으나 삼대 치가 아니고, 위에서 열두 해 치만 따로 묶여 있었습니다.""…""시약을 한 번 치르려면 문서에 이름이 넷 있어야 합니다.부린 관원 하나, 도장을 찍는 심약 하나, 그리고 입회 둘입니다.입회는 그 집 사람으로 채웁니다.바깥 사람을 쓰면 이름이 하나 더 새니까요.""…""형님이 첫 칸에 당신 함자를 올리셨습니다.그런데 둘째 칸이 비었습니다.이 집에 어른이 형님 하나였습니다."한경이 잔에 손을 대지 않았다."그래서 누구를 올렸어요.""…조카님 함자를 올리셨습니다. 열 살에요."* * *"열 살짜리가 입회를 어떻게 서요.""서지 않았습니다."심경이 소매를 걷고 잔을 옮기다 놓치는 바람에 밑동이 소반 전에 부딪쳤고, 넘친 찻물이 소반 가장자리를 따라 번져 나가다 무릎 앞에서 멎었다."참, 조카님. 한 번은 세워야 이름이 붙습니다.그 밤
중문 빗장이 안에서 벗겨지는 소리가 나자 소하가 등을 들고 뛰어나왔다.뛰어나오다 등을 문설주에 부딪쳐 불이 한 번 꺼졌다가 도로 붙었다."아이고, 부인! 이 밤에 걸어오셨어요? 가마는요?""두고 왔어.""두고 오시면 그건 누가 끌고 와요.가마꾼들이 알아서 오기야 하겠지만 오늘 비 온 뒤라 길이 질고, 그, 상궁마님이…아니, 류가님이 저녁을 안 드시고 기다리세요.제가 자꾸 틀려요.어제도 이름을 세 번 틀렸어요."마루 끝에서 류가가 붓을 놓았다."…소인도 아직 제 이름이 낯섭니다."소하가 웃음을 터뜨렸고 한경도 따라 웃었다.류가가 웃는 낯을 얼른 종이 쪽으로 돌렸다."류가님. 저녁은 그냥 드세요.나 기다리다 식으면 어멈만 두 번 일해요."부엌 문지방 너머로 오어멈이 국자를 든 채 내다봤다."참, 국을 두 번 데웠습니다.세 번은 못 데웁니다.""오늘 것은 다 적으셨어요?""예. 그런데 부인.뒤채 아기씨가 낮부터 마루를 안 내려왔습니다."한경이 치맛단의 흙을 털지 않고 그대로 마루에 올라섰다.* * *뒤채 방에 등이 하나 켜져 있었고, 문 가까이 앉은 서란이 무릎 위에 소하의 적삼을 펴 놓은 채 겨드랑이 밑 터진 자리를 한 땀씩 물어 가고 있었다."들어가도 돼?""…부인께서 어찌 그런 것을 물으십니까."한경이 문지방을 넘어 들어가 앉았다."어. 그거 소하 거지?겨드랑이 또 텄네.""…물을 길으면서 두 번 텄다 합니다."한경이 소매에서 종이 한 장을 꺼내 방바닥에 폈다.접힌 자리가 두 번 눌려 도로 펴지지 않았다.서란의 바늘이 천에 반쯤 들어간 채로 멎었다."이걸 어디서.""아버지 돌아가시던 밤에 심가 서재 문지방 밖에서 주웠어.밟혀서 귀가 한 번 찢어졌더라."한경이 손끝으로 종이 위쪽을 짚었다.「입회」라 적힌 칸에 이름이 둘 있었고, 아래 이름 자리가 손으로 뜯겨 나가 있었다."…""서란아.""…부인.""네가 왜 뜯었는지를 나는 아직도 몰라."* * *서란이 바늘을 천에 꽂아 무릎 옆에 내
소하가 마루에서 새 등에 불을 붙여 문지방 안쪽에 놓고 물러났다.기름이 쏟아진 자리에는 화덕 재를 덮어 두어서 발밑이 서걱거렸다.심경이 들고 온 등을 방바닥에 내려놓고 앉았다.한쪽 무릎을 세우고 앉았는데 그 무릎에 손등을 얹었고, 손등이 두꺼웠다."이레 전에 사람이 왔습니다.""…""궁에서 왔다 하였고 표를 보였습니다.이 방에 들어와 상자를 열었고, 봉함을 뜯어 안에 있던 것을 가져갔습니다.저는 그 자리에 서 있었습니다.""어. 잠깐만요.""…""아저씨. 손등에 아직 흙이 있는데요.오늘 뭐 심으셨어요?""…낮에 마당 앞의 나무를 한 그루 옮겼습니다.조카님 드실 길이 좁아서요.""…""그럼 막으시지 그러셨어요.""실을 끊은 것이 제 손입니다.""…""어제 조카님이 오신다는 기별을 받고 문을 다시 봉했습니다.먹이 안 말랐을 겁니다.마르지 않은 것을 보시라고 그냥 두었습니다.""…왜요.""조카님이 아셔야 할 것 같아서요.""그럼 누가 보냈는지도 아시겠네요.""모릅니다.""…""물어보지 않았습니다.""테가 둥글었어요, 네모였어요?""…""아, 표에 찍힌 인이요.""둥글었습니다. 아래가 젖어서 뭉개졌고요."한경이 종이를 쥔 손바닥을 치맛단에 한 번 문질렀다."그 사람 나가는 것도 보셨어요?""문간까지요. 문간까지만 봤습니다.가마도 말도 없이 걸어 나갔고, 골목 끝에서 남쪽으로 꺾었습니다.""남쪽으로 가면 나루밖에 없는데요.""나루로 갔는지 나루를 지나갔는지는 모릅니다.저는 거기까지입니다."* * *"물어보면 되잖아요.""조카님.""아니, 그러니까 궤가 들어오면 열어 보면 되고, 열어 보고 이게 뭐냐고 물으면 되잖아요. 스무 해를요?스무 해 동안 한 번을요?"심경이 세웠던 무릎을 내리고 일어섰다."…스무 해라고 하셨지요.예, 스무 해입니다.제가 배를 받은 것이 스물둘일 때입니다.형님이 물목을 주시면서 장부를 보라고 하셨지 궤를 열라고는 안 하셨습니다.""…""열었으면 그날로 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