บททั้งหมดของ 연옥화(軟玉花) — 향이 없는 꽃: บทที่ 71 - บทที่ 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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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화 개천가

곡소리가 담을 넘어 개천까지 왔다. 초상 사흘째였다.조문객이 끊기는 낮 참에 한경은 뒷문으로 나왔다.삼베 상복 소매가 넓어 손을 내리면 손끝이 보이지 않았고, 걸을 때마다 서걱거리는 소리가 곡소리보다 가까이서 났다.개천가에 앉아 있으려던 것은 아니었다.물가에 미나리가 있어서, 잎을 두어 줌 뜯어 소매에 넣었다.목이 마르다는 사람이 방에 셋이나 있었다.물이 얕고 맑았다.바닥의 돌이 다 보였고, 돌 사이에 붉은 것이 얕게 끼어 있었다. 물이끼였다.일어서다 사람을 봤다.* * *개천 건너편 버드나무 아래에 남자가 하나 서 있었다.미복이었다. 무명 두루마기에 갓끈이 짧았고, 신은 좋은 것이었는데 흙이 묻어 있었다.걷지 않는 사람의 신에 흙이 묻으면 그렇게 묻는다.해가 그 뒤에 있었다.버드나무 그늘과 역광이 겹쳐 얼굴이 반쯤 지워졌고, 보이는 것은 윤곽뿐이었다.키가 크고 어깨가 넓었다.서 있는 자세에 흐트러진 데가 없어서, 물가에 아무렇게나 선 사람으로 보이지 않았다.낯빛이 흰 것은 알 수 있었다.눈 밑에 그늘이 짙은 것도.한경이 물을 건너지 않고 그 자리에 섰다.상가 근처에서 사람이 서 있는 것은 드문 일이 아니었다.남자가 먼저 물었다.저 집이 초상이냐고."예. 우리 아버지요."남자가 고개를 숙였다.조의를 표하는 자세였는데, 숙인 각도가 어정쩡했다.누구에게 고개를 숙여 본 적이 없는 사람의 각도였다.한경이 그것을 보고 말았다.버드나무 잎이 물 위로 늘어져 있었다.바람이 한 번 지나가자 잎 끝이 물에 닿아 동그라미가 여럿 생겼다가 흘러갔다.남자가 그 물을 보고 있었다.보면서 손을 소매 안으로 넣었다.넣는 동작이 빨랐다.* * *한경의 눈이 그 소매에 갔다.갔다가 떨어지지 않았다."그거 오래되셨어요?"남자가 고개를 들었다.드는 데 시간이 걸렸다."…무엇이.""손이요. 지금 소매에 넣으신 거."물소리만 났다. 남자가 대답하지 않았고, 한경이 개천 이쪽에서 두 걸음 아래로 내려갔다.물이 좁아지는 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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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화 손 이야기

발인이 끝나고 성으로 돌아온 날, 궁에서 사람이 왔다.옥패를 받은 자는 부름에 응해야 한다는 것을 육정이 말한 대로였다.이번에는 날짜도 시각도 적혀 있었고, 들 곳이 태의원이라고 적혀 있었다.어공에 딸린 약재를 감별하는 자리에 안주인이 입회한다는 명분이었다.상중에 궁에 드는 것이 법도에 맞느냐고 총관이 물었다.답할 사람이 없었다.* * *태의원 마당에 시렁이 늘어서 있었다.한경은 흰 상복 위에 겉옷만 덧입고 들었다.머리는 흰 끈으로 묶은 그대로였고, 비녀도 노리개도 없었다.궁의 여자들이 그 차림을 흘끔거렸다.궤짝이 열리고 강목이 품목을 짚어 갔다.한경이 그 곁에 서서 뿌리를 몇 개 집어 꺾어 보고, 냄새를 맡고, 도로 놓았다.세 번째 궤짝에서 마당의 소리가 한꺼번에 죽었다.시렁 사이로 사람들이 물러나 벽에 붙었다.관원이 무릎을 꿇었고, 서리들이 엎드렸다.강목이 붓을 놓고 무릎을 꿇으면서 한경의 소매를 아래로 당겼다.한경이 고개를 숙였다.숙인 눈에 들어온 것은 마당의 흙과, 그 위를 지나가는 검은 옷자락이었다.금실이 가늘게 지나갔고, 걸음마다 빛을 물었다 놓았다.걸음이 컸다. 보폭이 일정했고, 흙 위에 찍히는 발자국이 깊었다.앞을 지나갈 때 침향이 왔다.* * *"약을 보는 자가 여럿이구나."낮은 목소리였다. 크지 않은데 마당 끝까지 갔다.강목이 아뢰었다. 어공에 딸린 물목을 맞추는 중이라 하였다."저 여인은.""…육가의 안주인이옵니다."발소리가 멎었다.한경은 고개를 숙인 채 있었다.숙인 시야 안에 검은 신코가 들어왔다.신코가 깨끗했고, 그 신이 흙 위에 서 있었다."상중이라 들었다."한경이 대답할 자리인지 아닌지 몰라 잠깐 있었다.아무도 대신 대답하지 않았으므로 대답했다."예.""…상중에 부른 것은 짐의 잘못이다."마당의 공기가 한 번 굳었다.관원이 이마를 흙에 더 붙였다.한경이 고개를 조금 들려다 말았다.강목의 손이 소매를 다시 당겼기 때문이었다."…아니옵니다.""들었다가 물러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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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화 가주

심가에 새 가주가 들어온 것은 삼우가 지난 날이었다.죽은 대인의 사촌 아우였다.성 남쪽에서 배를 부리던 사람이라 얼굴이 그을렸고 손이 두꺼웠는데, 배를 부리던 사람이 상복을 그렇게 입지는 않는다.어깨가 반듯했고 절하는 각도가 정확했다.이름은 심경(沈瓊)이라 했다.한경이 서재 쪽으로 가려는데 회랑 중간에 사람이 서 있었다.심가의 종이 아니었고, 처음 보는 자였다."이쪽은 닫았습니다.""닫다니요.""대인 유품을 정리하는 중이라, 손대지 말라 하셨습니다."서재 문에 봉함 종이가 붙어 있었는데, 인이 새것이라 인주가 아직 번들거렸다.* * *사랑에서 심경이 차를 내왔다.한경이 앉자마자 어릴 적 이야기를 꺼냈다.열 살 무렵의 명주를 두어 번 보았다는 말, 그때도 낯이 고왔다는 말.말이 부드러웠고 끊기는 데가 없었다."서재를 봉하셨더군요.""예.""저희 아버지 물건인데요.""이제 이 집 가주의 물건입니다." 심경이 찻잔을 밀어 주었다."출가한 딸이 친정 서재에 드는 법은 없습니다. 조카님."한경이 찻잔에 손을 대지 않았다.김이 오르다 말고 있었다."안에 뭐가 있는지는 아세요?""문서지요. 삼대 치 문서가.""어느 삼대요."심경이 웃었다. 웃을 때 눈꼬리가 접혔는데, 접힌 자리에 잔주름이 없었다.자주 웃는 사람이 그런 주름을 갖지는 않는다."조카님. 상중에 그런 것을 물으시는 것이 아닙니다.""저희 아버지가 마지막에 서재 쪽을 가리키셨어요.""…약을 찾으셨겠지요."찻물에서 오른 김이 두 사람 사이를 지나가는 동안 한경이 그 냄새를 맡았다.국화도 아니고 매실도 아닌 것이, 아래쪽에 단내가 얕게 돌았다."아저씨."심경의 눈이 한 번 흔들렸다.조카가 숙부를 그렇게 부르는 것은 예가 아니다."이 차, 어디서 나셨어요?""…궁에서 내려온 것을 얻었습니다. 귀한 것이지요."한경이 찻잔을 밀어 놓았다.소반 가장자리까지 밀었다.* * *돌아오는 길에 비가 왔다.가마꾼들이 삿갓을 눌러썼고, 주렴에 빗물이 튀어 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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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화 끊다

은쟁반이 엿새째 그대로 돌아왔다.붉은 알이 손도 대지 않은 채 올라갔다가 그대로 내려왔고, 내려온 것을 어의가 받아 세었다.세면서 손이 떨렸다.여드레째 되는 날 어의가 편전 앞에 엎드렸다.옥체를 생각하시라는 말, 선단을 거르시면 심질이 도진다는 말, 밤에 잠을 못 이루시는 것이 그 탓이라는 말이 차례로 나왔다.황제는 서안 앞에 앉아 있었다.등을 기대지 않고 앉아, 붓을 들어 글자를 썼다.한 자를 다 썼다.획이 어긋나지 않았다.붓을 놓고 어의를 봤다."엿새를 끊었더니 오늘은 한 자를 다 썼다."어의가 이마를 바닥에 붙였다.붙인 채로 대답했다."…우연이옵니다, 폐하.""그럴 것이다." 황제가 종이를 밀어 놓았다."그러니 이레를 더 끊어 보자.우연이 이레 더 가면 그때는 우연이 아니겠지."어의가 물러가지 못하고 그 자리에 엎드려 있었다.물러가라는 말이 오지 않았고, 오지 않는 동안 편전에 아무 소리도 나지 않았다.* * *그 소식이 태후 처소에 든 것은 같은 날 저녁이었다.발 안에서 염주 알이 굴렀다.여섯 알을 굴리고 멎었다.폐하께서 엿새째 진어하지 않으셨다는 말을 상궁이 두 번 되풀이했다.두 번째에는 목소리가 더 낮았다."누가 무어라 하더냐.""…아무도 아뢴 이가 없다 하옵니다.폐하께서 스스로."발이 흔들리지 않았다.안에서 염주 소리도 나지 않았다."어의를 나무라지 마라.나무라면 폐하께서 더 하신다.""…예.""침전에 향을 바꾸어라. 안식향으로."상궁이 잠깐 있었다.되물어도 되는지를 재는 사이였다."…폐하께서는 침향을 쓰십니다.""바꾸라 하였다. 폐하께서 요즘 잠을 못 이루시니, 어미가 향이라도 보내는 것이 무엇이 이상하냐."상궁이 물러갔다. 발 안에서 염주가 다시 굴렀다.이번에는 세지 않았다.* * *침전의 향로가 바뀐 것을 내관들은 알아채지 못했다.향은 늘 태워 왔고, 태우는 자도 같았고, 향로도 같은 것이었다.다만 연기가 전보다 무거워져 방바닥에 오래 가라앉았다.황제는 그 밤 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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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화 비

태의원 마당에 비가 들이쳤다.시렁의 약재를 걷느라 서리들이 뛰었고, 걷다 만 것들이 처마 밑에 쌓였다.젖은 뿌리에서 흙내가 올라와 마당에 낮게 깔렸다.한경은 회랑 기둥 아래에 서 있었다.상복을 벗은 지 얼마 되지 않아 옷이 아직 흰빛이었다.잿빛에 가까운 흰 저고리에 잿빛 치마, 머리는 낮게 틀어 은비녀 하나.비에 어깨가 젖어 저고리가 살에 붙었고, 붙은 자리에서 천이 반쯤 비쳤다.가마가 오지 않았다.성문 밖에서 물이 넘쳐 길이 끊겼다는 말이 왔고, 그 말을 전한 자도 젖어 있었다.강목이 삿갓을 내밀었다.받지 않겠다는 손짓에 그가 도로 거두었다가, 거둔 것을 기둥에 세워 두었다. 두고 갔다.육가에서 사람이 오지 않은 것은 사흘째였다.어공 문책이 관가에서 내려와 육정이 이틀을 관가에 붙들려 있었고, 그 이틀을 집에서도 아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 * *회랑 저쪽이 조용해진 것을 소리로 먼저 알았다.빗소리 말고 다른 소리가 다 없어졌다.서리들이 처마 밑에서 무릎을 꿇었고, 관원 하나가 젖은 마당에 그대로 엎드렸다.한경이 고개를 숙였다.발소리가 왔다. 회랑 널을 밟는 소리인데 무겁지 않았다.보폭이 일정했고, 비 오는 날인데도 걸음이 늦어지지 않았다.검은 옷자락이 시야에 들어왔다. 젖지 않았다.우산을 받은 자가 뒤에서 따라오고 있었으나 그 우산은 사람보다 반 자 뒤에 있었다.앞을 지나가려던 걸음이 멎었다.멎은 자리가 기둥 앞이었다.빗소리가 회랑 처마에서 굵어졌다.한경의 시야 안에 젖은 마당과 검은 신코와, 그 신코 옆으로 흘러내린 옷자락 끝이 있었다."…길이 끊겼다지."목소리가 낮았다. 대답할 자리인지 아닌지 몰라 잠깐 있었다."예.""오래 서 있었느냐.""…괜찮습니다."괜찮다는 말이 대답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말하고 나서 알았다.고개를 더 숙였다.* * *황제가 한 걸음 옆으로 옮겼다.옮기자 회랑 처마에서 떨어지던 빗줄기가 그의 어깨에 닿는 자리로 갔다.비껴선 자리에서 한경 쪽으로 들이치던 비가 끊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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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화 값이 된 아이

시전 서편 골목에서 오어멈이 헐레벌떡 왔다.장을 보러 나갔다가 사람을 봤다고 했다.여름에 시약장 앞에서 부인께 절하던 그 여자, 맨발로 가마를 따라오던 그 여자를 봤다는 것이었다."애는요.""…없었습니다."한경이 하던 일을 놓고 일어섰다.* * *여자는 시전 뒷골목 술청 앞에 앉아 있었다.머리에 수건을 쓰지 않았고, 머리가 헝클어진 채였다.한경을 알아보고 일어서려다 주저앉았다.일어설 힘이 없어서가 아니라 일어서면 안 될 것 같아서 주저앉는 몸짓이었다.한경이 그 앞에 쪼그려 앉았다."그 애 지금 어디 있어요."여자가 대답하지 않았다."은자는요.""…빚쟁이가 먼저 왔습니다."한경이 여자의 손목을 잡아 소매를 걷었다.팔 안쪽에 새 멍이 있었다.손가락 자국이었다."애를 어디로 넘겼어요.""…부인.""어디로."여자가 울기 시작했다.우는 소리가 크지 않았다.오래 울어 본 사람의 울음은 소리가 작다.성 밖 어느 집에 열이레 값으로 넘겼다는 말이 나왔다.시약장이 아니라 사삿집 이라고 했다.사삿집에서 무엇을 먹여 보는지는 묻지 못했다고 했다.* * *한경이 일어섰다. 일어서면서 치맛단을 털지 않았다.술청 앞의 사람들이 부인을 보고 있었고, 술청 안쪽에서 주인이 나와 무슨 일이냐고 물었다."이 집에 방 하나 있어요?""…예?""이 사람 오늘 밤 여기서 재우고, 밥 먹여요.값은 내가 물어요."주인이 여자를 보고 얼굴을 찡그렸다.이런 사람은 재우지 않는다는 말이 나오려는 참이었다.한경이 그 앞으로 한 발 갔다.목소리를 높이지 않았다.높이지 않았는데 술청 앞의 소리가 죽었다."방금 뭐라고 하려고 했어요?""…아, 아닙니다.""이 사람이 어제까지 뭐였는지는 나도 몰라요.근데 오늘 이 사람 애가 어디 팔려 갔는지 아는 사람은 이 사람뿐이에요.그러니까 이 사람은 오늘 이 성에서 제일 귀한 사람이에요."주인이 손을 앞으로 모았다."밥 먹이고 재워요.내일 아침에 내가 와요."한경이 소매에서 은자를 꺼내 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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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화 밭

대부인이 그것을 안 것은 소작인 하나가 안채까지 찾아오면서였다.남쪽 밭에 새 사람이 들어와 도지를 두 배로 부른다는 하소연이었다.대부인이 누구 밭이냐고 물었고, 소작인이 대답을 못 했다.그날 저녁 대부인이 아들을 불렀다.굳은 손으로는 문서를 들 수 없어서, 오어멈이 대신 들어 읽었다.읽는 소리가 방에 오래 남았다.육정은 무릎을 꿇은 채였다."…어느 놈에게 주었느냐."관가 낭관이라는 대답이 나왔다.무엇을 사고 주었느냐는 물음에는 대답이 늦었다."닷새를 샀습니다.""…닷새.""…밭이 나간 것은 지난달이고, 나간 것을 내가 안 것은 그제이며, 그제 알고도 어머니께 아뢰지 못한 것은 아뢰면 문중이 알고 문중이 알면 관가가 아는 까닭이었소.하여 내가 값을 치렀소.어공 올리는 날을 초닷새에서 초열흘로."대부인의 눈이 며느리 쪽으로 갔다.문지방 밖에 한경이 서 있었다."…네 처가 아느냐.""…모릅니다."한경이 문지방을 넘었다.아무도 들어오라 하지 않은 방이었다."알아요."* * *사랑에 두 사람만 남은 것은 밤이 깊어서였다.육정이 문을 닫고 서 있었다.앉으라는 말에도 서 있었고, 서 있는 동안 두 손을 뒤로 모았다가 앞으로 놓았다가 했다."왜 말 안 하셨어요.""…말할 것이 아니오.""밭 판 걸요, 아니면 닷새 산 걸요."대답이 오지 않았다.한경이 그의 앞으로 갔다.이번에는 무기를 꺼내지 않았다.눈꼬리도 접지 않았고 목소리도 낮추지 않았다."나 그날 궁에 갔으면 죽었어요?""…""닷새 늦춰서 뭐 하셨는데요."육정이 고개를 들었다.등불이 아래에서 들어 눈이 그늘 안에 있었다.닷새 동안 그가 한 일이 하나씩 나왔다.관가에 아는 사람을 넷 만난 것, 태의원 서리에게 술을 산 것, 어공 문서에서 안주인 함자를 지우는 법이 있는지를 알아본 것.없다는 것을 닷새째에 알았다는 것."…없더이다.""그래서요.""…그래서 못 지웠소."닷새째 밤에 그가 한 일이 하나 더 있었다.성 남쪽 밭 문서를 들고 나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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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화 향

밤중에 궁문이 열렸다.가마가 태의원 쪽으로 가지 않았다.회랑이 왼쪽으로 갈라지는 자리에서 내관이 왼쪽으로 갔고, 그 끝에서 무겁고 단 향이 왔다.한경이 걸음을 늦추지 않았다.태후 처소 앞에서 내관이 물러났다.상궁이 문을 열었고, 발이 걷혀 있었다.걷혀 있는 것이 지난번과 달랐다.황태후는 아랫목에 앉아 있었다.흰머리를 한 올도 흘리지 않고 틀어 올렸고, 무릎에 이불을 덮고 있었다. 방이 더웠다.한경이 절을 하고 앉았다.앉으면서 두 손을 겹쳤다.이 방에 들어오면 늘 손이 먼저 차가워졌다.향 때문이라고 여기기로 했다."밤중에 불러 미안하구나.""…아니옵니다.""내가 요즘 잠을 못 잔다."* * *맥을 짚으라는 말이 나왔다.상궁이 손목을 걷어 소반 위에 올려 주었다.늙은 손목이었고 살가죽이 얇았다.한경이 손끝을 얹었다.맥이 고르고 힘이 있었다.예순을 넘긴 사람의 맥이 이만하면 좋다.눈꺼풀을 보고, 혀를 보고, 잇몸을 봤다.잇몸에 아무것도 없었다."…어떠하냐.""편찮으신 데가 없으십니다.""잠을 못 자는데도.""잠은 몸이 아니라 다른 데서 못 잘 때도 있습니다."방 안이 조용해졌다.상궁의 손이 소반 위에서 굳었다.황태후가 웃었다. 웃는데 눈매가 움직이지 않았다."…네 입이 여전하구나."한경이 손을 거두고 물러앉았다. 그때 향이 왔다.화로에서 오른 것은 아니었다.방 한쪽 구석의 향로에서 나는 것이었고, 연기가 곧게 오르지 않고 바닥으로 눕고 있었다.한경의 눈이 그리로 갔다.* * *대부인 방에 든 향은 안식향이었다.거기까지는 지난번에도 맡았다.오늘은 그 아래에 다른 것이 있었다.단내였다. 아주 얕았고, 태우는 향에서는 그런 단내가 나지 않는다.뜨거워진 쇠에서 나는 단내에 가까웠다.한경이 숨을 한 번 더 들이켰다.목 안쪽에 그 단맛이 얕게 붙었다.머릿속에서 하나가 다른 하나 옆에 놓였다.붉은 알을 불에 올리면 오르는 것.그것을 굳이 삼키게 하지 않아도 되는 방법.방을 덥게 하고, 창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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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화 엎지른 것

궁에서 나온 것이 새벽이었다.가마가 육가 중문에 닿을 때까지 한경은 주렴을 걷지 않았다.무릎 위에 손을 겹쳐 놓고, 겹친 손등을 다른 손으로 몇 번 눌렀다.서하당에 들어와 옷도 갈아입지 않고 앉았다.창이 밝아 오는 것을 보다가 초하를 불렀다."강 심약 나리께 사람 보내.오늘 안에 오시라고.""…무어라 전할까요.""약재 물을 게 있다고."* * *강목이 온 것은 낮이 기울어서였다.마루에 앉자마자 한경이 물었다.태의원에서 궁의 향을 대느냐고, 향도 약재로 쳐서 도장을 받느냐고.강목이 잠깐 부인을 봤다.향은 내섬시에서 대고 태의원은 손대지 않는다는 대답이 왔다.다만 약을 넣어 태우는 향은 약으로 쳐서 태의원 도장을 받는다는 말이 뒤에 붙었다."침전 향은요.""…침향입니다.""바뀌었으면요."강목이 물그릇을 내려놓았다."부인.""예.""지금 무엇을 물으시는지 아십니까.""알아요.""…아시면 안 됩니다."한경이 소매에서 손수건을 꺼내 접힌 것을 펴자 안에 회색 가루가 조금 있었다.태후 처소 향로 곁 바닥에서 손끝으로 쓸어 온 것이었다.강목이 그것을 봤다.보고, 코를 가까이 대지 않았다."…부인. 이걸 어디서.""태우고 남은 거예요.""어디서 태운 것을."한경이 대답하지 않았다.강목이 손수건을 접어 부인으로 밀어 놓았다."가져가지 않겠습니다.""…강 나리.""소신이 이걸 태의원에 들이면, 사흘 안에 소신 방에서 또 무엇이 없어질 것입니다.그리고 이번에는 문서가 아닐 것입니다."강목이 일어섰다. 일어서다 도로 앉았다.앉아서, 삿갓 테를 두 번 만졌다."…소신이 어디서 났는지 묻지 않고 태울 방법을 하나 압니다."* * *그날 밤 궁에서 향로 하나가 엎어졌다.침전 곁방에서 향을 갈던 나인이 소반을 들다 발을 헛디뎠고, 향로가 넘어가 재가 방바닥에 쏟아졌다.불티가 깔개에 붙어 한 뼘쯤 탔다.사람이 뛰었고, 물이 왔고, 금방 꺼졌다.내관이 나인을 끌어내렸다.곤장 스물이라는 말이 나왔다.그 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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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화 얼굴

그날 태의원 마당에 어공 궤짝이 여덟 짝 들어왔다.가을 것이었다. 뿌리가 굵고 흙이 덜 마른 것이 많아 감별에 시간이 걸렸고, 한경도 입회로 불려 나와 시렁 사이에 서 있었다.해가 기울 무렵 회랑 쪽이 소란했다.소란이라 할 것도 없었다.소리가 아니라 소리가 없어지는 방식이 달랐다.사람들이 물러나 벽에 붙는 것이 아니라, 뛰었다.내관 하나가 마당을 가로질러 뛰어왔다.어의를 찾는 소리가 났다.강목이 붓을 놓고 일어섰다.궤짝 뚜껑을 덮지도 않았다.* * *편전 앞 계단 아래였다.황제가 무릎을 꿇은 자세로 있었다.쓰러진 것이 아니라 무릎이 먼저 꺾인 자세였고, 한 손으로 계단 모서리를 짚고 있었다.짚은 손이 떨렸다.곤복 자락이 계단에 흘러내려 있었다.관이 반쯤 기울었는데 아무도 손을 대지 못했다.내관 넷이 둘러섰다.부축하려 손을 뻗었다가 다시 거뒀다.옥체에 손을 대는 것이 무서웠고, 대지 않는 것도 무서웠다.어의가 뛰어왔다. 뛰어와서 두 걸음 앞에 엎드렸다."폐하. 폐하."황제가 무어라 말하려 했다.소리가 나오지 않았다.한경이 사람들 사이를 지나갔다.지나가는데 아무도 막지 못했다.막을 생각을 한 자가 하나 있었는데, 그자가 손을 들었을 때 한경은 이미 계단 아래에 있었다.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처음으로 고개를 들었다.* * *계단 위에 황제의 얼굴이 있었다. 젊었다.이목구비가 서늘하게 잘생겨서, 아픈 사람의 얼굴로 보이지 않았다.눈매가 길고 끝이 올라갔으며, 콧대가 높고 턱선이 날카로웠다.흰 낯빛이 병색인지 원래 그런 것인지 구분이 되지 않았다.땀이 관자놀이에서 턱으로 흘러내리는데, 그 얼굴은 일그러지지 않았다.이를 악문 것도 아니었다.아픈 것을 견디는 얼굴이 아니라 아픈 것을 보이지 않기로 한 얼굴이었다.허리가 굽지 않았다.무릎이 꺾였는데 등이 서 있었다.눈이 아래로 왔다. 마주쳤다.한경이 본 것은 거기까지였다.손을 뻗어 그의 손목을 잡으려 했다.맥이 먼저고 그다음이 눈, 그다음이 잇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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