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믐을 이틀 앞둔 문안 자리에서, 주씨는 편지를 끝까지 읽지 못했다.북변에서 인편에 온 그 편지는, 유월 초닷새에 군약 궤짝을 호송해 떠난 남편 육준의 글씨였다."배는 닿았답니다, 어머님.닿았는데 포대 절반이 모래였답니다.그리고 여기요, 금창약을 바른 사람들이요, 상처가 아물지 않고 썩는답니다.그이가 이렇게 썼어요.형님, 이 약이 우리 집 것이 맞습니까."목소리가 거기서 꺾였고, 육설의 손가락에서 쉬지 않고 돌던 반지가 멎었다."태워라."노부인의 염주는 멎지 않았다.주씨는 편지를 접어 가슴에 대고, 두 손으로 그 위를 눌렀다."못 태웁니다, 어머님.그이 글씨입니다."염주가 한 알 넘어갔고, 노부인은 더 다그치지 않았다."…그럼 네 방에 두어라.문밖에는 내지 말고."여태 이 사람이 문안 자리에 옮겨 온 것은 절에서 주워 온 남의 소문뿐이었으니, 제 말로 노부인의 말을 막는 것을 한경은 처음 보았고, 그 사실이 이상하게 마음에 걸렸다.육설은 끝내 편지 쪽을 보지 않았다.멎었던 반지가 다시 돌기 시작했는데, 아까보다 훨씬 빨랐다.한경은 인형의 눈으로 그 접힌 편지를 가만히 바라보았다.북에 가시거든 궤를 열 때마다 맛을 보시라고, 유월 초닷새 마당에서 그녀가 시동생에게 일렀었다.그는 맛을 보았고, 그래서 이 편지가 왔다는 것을 한경은 알았다.소매 안에는 약방 열쇠가 들어 있었다.가운데 줄 서랍 여섯에 든 서 푼짜리 뿌리와 금창약 자리에 든 밀가루가, 지금 북변에서 군졸들의 상처를 썩히고 있었다.그것을 바꿔 넣은 손은 엿새 전에 광에서 목이 졸렸고, 그 사람을 광에 넣은 것은 한경의 한마디였다.그러나 궤짝은 그보다 한 달 반이나 먼저 떠났다.사람 하나가 죽었다고 해서 되돌아오는 궤짝은 없었다.---어젯밤 끈을 감던 노부인은, 내일은 네 서방이 온다는 한마디를 처음으로 보탰다.아흐레째 매듭은 그 말과 함께, 마지막으로 틈 없이 조여졌다.칠월 그믐밤이었고, 달이 없었다.회랑에서 들려온 그의 발소리는 한경이 알던 것보다
Last Updated : 2026-08-16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