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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색탑의 수학자 のすべてのチャプター: チャプター 11 - チャプター 20

86 チャプター

11화. 작은 잔

가을 첫 보름은 맑았다.루엔은 해 뜨기 전에 깼다. 깨운 사람은 없었다. 밤새 몇 번 깼는지는 세지 않았다. 세기 시작하면 더 못 잘 것 같았다.마당에 내려가니 수레가 벌써 나와 있었다.가렛이 말 옆에 서 있었다. 엘리나도 있었다. 숄을 두르고, 손에 작은 바구니를 들었다.“어머니도 가십니까.”“영주도 오라고 했다며. 영주 부인은 오지 말라는 말은 없었잖니.”그 말은 맞았다. 쪽지에는 그런 줄이 없었다.코넬은 마구간 문간에 기대 있었다. 가겠다는 말도, 안 가겠다는 말도 없었다. 수레가 움직이자 목검을 허리에 끼고 뒤를 따라 걸었다. 펠릭스는 노새를 끌고 맨 뒤에 섰다.*마을 길을 지났다.세금 날이 나흘 전이었다. 곡식 창고 앞에 아직 되가 쌓여 있었다. 몰튼이 그 옆에서 셈판을 두드리다 영주 일행을 보고 허리를 숙였다.우물가에서는 두 아낙이 물동이를 들고 서 있었다.“마흔한 번째가 먼저지.”“집 세는 순서가 물 긷는 순서야? 도련님이 개울 위쪽부터 세셨을 뿐이라던데.”두 사람이 동시에 루엔을 보았다. 루엔은 입을 열었다가 닫았다. 어느 쪽 편을 들어도 오늘 안에 끝날 다툼이 아니었다.방앗간 아래를 지날 때, 겔트가 빈 수레를 끌고 오는 게 보였다. 올해 세금으로 낸 보리는 서른여덟 되였다고 몰튼이 말했었다. 지난해보다 아홉 되 적었다. 나머지는 빚부터 갚았다고 했다.겔트는 영주에게 고개를 숙이고 지나갔다. 루엔은 그 등을 눈으로 따라갔다.누가 빌려주었는지는 아직 몰랐다.*오스윈은 오두막 앞 텃밭 가에 넓고 얕은 나무 대야를 내놓고 있었다. 물이 반쯤 차 있었다.대야 가장자리에 곧은 막대 하나가 꽂혀 있었다. 막대에 금이 촘촘히 그어져 있었다. 손가락 한 마디마다 한 금.“마님까지 오셨군.” 오스윈이 말했다. 놀란 얼굴은 아니었다. “앉으시게. 오래 걸리지는 않네.”그는 루엔을 대야 앞에 세웠다.“두 손을 가장자리에 얹게. 내가 짧은 말을 하나 가르쳐 주지. 물을 들어 올리는 말일세. 일곱 마디.”“선생님 것은 스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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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화. 아흔여섯 모서리

새벽 옷장 안은 캄캄했다.숲에 가는 날은 해 뜨기 전에 일어나야 했다. 오전 수업에 늦지 않으려면 그랬다. 마르타가 촛대를 들고 옷장 앞에 쪼그려 앉았다.“잠깐만요, 도련님. 불부터 붙이고요.”부싯돌이 두 번 헛돌았다. 세 번째에도 불똥이 심지를 비껴갔다.루엔은 옷장 아래 칸에 손을 넣었다. 양말 바구니였다. 루엔의 양말은 두 가지 색뿐이었다. 잿빛과 밤색.손에 잡히는 대로 세 짝을 꺼냈다.“불 안 붙여도 됩니다.”“어두워서 짝을 못 맞추시잖아요.”“두 가지 색뿐입니다. 세 짝을 꺼내면 두 짝은 반드시 같은 색입니다.”마르타가 부싯돌을 든 채 멈췄다. 손가락을 하나씩 접었다 폈다. 잿빛, 잿빛, 밤색. 잿빛, 밤색, 밤색. 밤색, 밤색, 밤색.“… 정말 그러네요.”불이 붙었을 때 루엔은 이미 잿빛 두 짝을 신고 있었다. 남은 밤색 한 짝은 바구니에 돌려놓았다.그 뒤로 새벽 옷장 앞에서 초를 아끼는 하인들이 늘었다. 부엌데기 소녀는 이걸 「도련님 양말법」이라고 불렀다. 마부는 장갑에도 되느냐고 물었다. 장갑은 왼짝과 오른짝이 있어서 안 된다고 루엔이 말하자, 마부는 한참 제 손을 내려다보았다.*오두막 바닥에 오스윈이 원을 그렸다.끈 달린 말뚝으로 그린 큰 원이었다. 지름이 열 뼘. 오스윈은 끈 매듭으로 그 길이를 두 번 확인했다.“잘 보게. 이게 1서클 원진일세.”그는 원 가장자리 한 곳에 손끝을 대고 영창을 시작했다. 느리고 낮았다. 손끝에서 희미한 무언가가 흘러나와 원을 따라 기어갔다. 빛이라기보다 흔들림이었다. 여름날 뜨거운 돌 위의 공기처럼.흔들림이 원을 한 바퀴 돌았다.처음 자리로 돌아오기 직전, 거기서 번쩍, 하고 흰빛이 튀었다.오스윈의 영창이 반 박자 쉬었다. 번쩍임이 눌리듯 잦아들었다. 흔들림이 이어져 원이 닫혔다.“모든 원진엔 이런 자리가 있네. 탑에선 ‘매듭 자리’라고 부르지. 끝이 처음을 만나는 곳. 거기서 늘 튀어. 그래서 영창으로 누르는 걸세.”“반 박자 쉼이 그겁니까.”“그렇네. 스무 해 배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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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화. 빛나지 않는 성공

첫 고리를 쌓았다는 말은 하루 만에 성 안에 퍼졌다.퍼뜨린 사람은 펠릭스가 아니었다. 펠릭스는 입이 무거웠다. 오스윈은 성에 내려오지 않았다. 루엔은 말하지 않았다.코넬이었다.“쟤 이제 마법사래.”마구간 소년들에게, 기사들에게, 부엌에. 지난가을 그릇 재는 날 수레 뒤에서 돌멩이를 차던 형이, 이번엔 들고 다니며 말했다.그러고 나서 저녁 식탁에서 루엔에게 말했다.“그럼 불 켜 봐. 라이트. 셀빈 아저씨가 하던 거.”“선생님 오두막에서 먼저 합니다.”“왜.”“처음 하는 건 아는 사람 앞에서 해야 합니다. 틀리면 어디가 틀렸는지 봐 줄 사람이 있어야 합니다.”코넬은 입을 삐죽였다. “그럼 나도 간다.”*눈이 녹기 시작한 날, 셋이 숲으로 올라갔다. 루엔과 펠릭스와 코넬.길이 질었다. 비는 오지 않았다. 코넬은 오는 내내 목검으로 녹다 만 눈덩이를 쳤다.오스윈은 문간에서 코넬을 보았다.“맏이인가.”“코넬 하르트입니다.” 코넬이 가슴을 폈다.“텃밭은 밟지 말게.”오두막 탁자에 넓적한 석판이 놓여 있었다. 오스윈이 그 위에 작은 원진을 그렸다. 손바닥 두 개만 한 원. 안에 선 몇 개.“라이트일세. 탑에서 첫 고리를 쌓은 아이가 제일 먼저 배우는 것.”오스윈이 먼저 했다. 열한 마디였다. 셀빈과 같은 길이. 다만 더 느렸다.원진 위에 빛 구슬이 떠올랐다. 호두만 했다. 하얗게 빛났다. 가끔 깜빡였다. 윙 하는 소리가 가늘게 났고, 손을 가까이 대면 따뜻했다.코넬이 「우와」 하고 입을 벌렸다.루엔은 마르타의 서른을 셌다. 한 번, 두 번, 세 번. 네 번째 서른 중간에 빛이 흐려지더니 꺼졌다.“이게 라이트일세. 자네 차례.”*루엔은 컴퍼스를 받아 석판에 새 원진을 그렸다. 같은 크기, 같은 선.다른 건 원이었다.선은 같아도, 마나를 그 위에 얹을 때 둘레를 무엇으로 떠올리느냐가 달랐다. 겨울 내내 밀랍판에 적은 그 수. 세 배 하고, 백분의 열넷을 조금 넘게.영창은 같은 열한 마디.루엔은 그릇의 삼분의 일쯤을 붓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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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화. 새는 빛

이튿날은 해가 났다.봄이 오고 있었다. 루엔은 열흘 뒤면 일곱 살이었다.오스윈은 오두막 앞 텃밭 가에 그 넓은 나무 대야를 다시 내놓았다. 가을에 루엔의 그릇을 쟀던 대야였다. 금 그은 막대도 그대로 꽂혀 있었다.“오늘은 내가 들겠네. 자네는 재게.”루엔은 대야 옆에 쪼그려 앉았다. 손에는 밀랍판. 펠릭스는 뒤에서 또 한 장을 들었다.“세 가지로 하겠네. 부을 양은 셋 다 같게. 늙은이 손이라도 그만큼은 맞추네.”첫 번째는 스물아홉 마디. 열여섯째 마디 뒤 반 박자 쉼까지 넣은, 오스윈의 고운 영창.물이 솟았다. 가늘고 곧게. 끝이 거의 떨리지 않았다. 번쩍임은 햇빛 아래서 겨우 보일 만큼 옅었다.막대의 금으로 스물한 마디.두 번째는 같은 스물아홉 마디. 다만 반 박자 쉼을 뺐다.물이 솟았다. 끝이 조금 떨렸다. 번쩍, 하고 흰빛이 한 번 튀었다. 윙 소리가 짧게 났다.열여덟 마디.세 번째는 가을에 루엔에게 가르친 일곱 마디. 있는 대로 쏟아서 드는 말.물이 거칠게 치솟았다. 끝이 부르르 떨렸다. 흰빛이 여러 번 번쩍였다. 윙 소리가 귀를 울렸다. 대야 가까이 댄 루엔의 손등에 훅 하고 더운 기운이 닿았다.열네 마디.*오스윈은 대야 가장자리에서 손을 뗐다. 루엔이 밀랍판을 내밀었다. 세 줄이었다.고운 영창, 스물하나. 번쩍임 거의 없음.쉼을 뺀 영창, 열여덟. 번쩍임 한 번, 소리 조금.거친 영창, 열넷. 번쩍임 여러 번, 소리 큼, 더움.오스윈은 한참 그 세 줄을 보았다.“부은 건 같았네.”“예.”“물은 덜 들렸고, 번쩍임은 늘었고.”“소리도 늘었고, 열도 늘었습니다.”오스윈이 턱을 쓸었다. 긴 영창이 덜 번쩍인다는 건 탑에서 누구나 아는 일이었다. 더 곱게 든다고들 했다. 그래서 높은 마법일수록 영창이 길었다.“곱게 든다는 게,” 오스윈이 천천히 말했다. “덜 흘린다는 뜻이었군.”“예.”“물로 가야 할 것이 물로 안 가고, 빛으로 가고, 소리로 가고, 열로 갔다.”오스윈은 햇빛 속에서 제 손바닥을 내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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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화. 해를 모으는 유리

연기는 가늘었다. 금방 사라졌다.루엔은 유리 조각을 든 손을 조금 내렸다. 밝은 점이 커지면서 흐려졌다. 조금 올렸다. 점이 작아지고 눈이 아플 만큼 밝아졌다.더 올렸다. 다시 커지고 흐려졌다.가장 작고 가장 밝은 자리가 있었다. 창턱에서 손가락 네 마디 높이. 거기서 벗어나면 점은 번지고, 연기는 나지 않았다.루엔은 창턱의 까만 점을 손끝으로 쓸었다. 가루가 묻어났다.누가 불을 놓은 게 아니었다. 해가 놓았다. 유리가 해를 한 점으로 모았을 뿐이었다.*부엌 뒷마당에서 루엔은 마른 짚 한 줌을 돌바닥에 놓았다.유리 조각을 네 마디 높이에 들었다. 밝은 점이 짚 위에 맺혔다.부엌데기 소녀가 물동이를 들고 지나가다 멈췄다. 무얼 하느냐고 묻지 않았다. 요즘 이 도련님이 하는 일에는 묻지 않는 게 낫다는 걸 부엌 사람들은 알았다.짚 한 올이 까매졌다. 연기가 피었다. 루엔이 입김을 살짝 불었다.작은 불꽃이 올라왔다.소녀가 물동이를 떨어뜨렸다. 물이 돌바닥에 쏟아졌다. 반은 짚 쪽으로 흘러와서 불이 꺼졌다.“베르타 아주머니!”베르타가 국자를 들고 나왔다. 젖은 짚과 유리 조각과 루엔을 차례로 보았다.“불씨도 없이요?”“해가 불씨입니다.”베르타는 한참 유리 조각을 내려다보았다. 국자를 내렸다.“그거 해 나는 날만 되지요.”“예.”“비 오는 날이랑 밤엔 안 되고.”“안 됩니다.”“그럼 부싯돌은 그대로 둬야겠네요.” 베르타가 돌아섰다. 그러다 멈췄다. “여름 한낮에 화덕 불 다시 살릴 때는 좀 빌려 쓰겠어요.”루엔은 그 말이 옳다고 생각했다. 베르타는 한 번 보고 쓸 데와 못 쓸 데를 갈랐다. 삼십 년 부엌을 본 사람이었다.*열흘 뒤에 봄 점호가 있었다. 루엔이 일곱 살이 된 이튿날이었다.해마다 봄이면 가렛은 성의 기사와 병사를 전부 성 마당에 세웠다. 몰튼이 장부를 들고 이름을 불렀다. 그다음 행진을 했다. 겨우내 굳은 다리를 푸는 날이었다.루엔은 펠릭스와 성벽 위에서 보았다.행진은 대열을 바꿔 가며 했다. 셋씩 한 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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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화. 쇠로 만든 되

“되를 쇠로 만들자고요?”대장장이가 망치를 모루 위에 내려놓았다.마흔 줄의 큰 사내였다. 팔뚝에 불똥 자국이 별처럼 박혀 있었다. 왼쪽 눈썹 끝이 타서 짧았다. 이름은 브란. 성 아래 대장간을 아버지에게서 물려받았다고 했다.“예. 참나무는 닳습니다. 쇠는 덜 닳습니다.”루엔은 일곱 살 여름이었다. 쇠잔을 손에 쥐고 있었다.브란이 그 잔을 보았다. 눈이 잠깐 가늘어졌다.“그 잔, 나리가 제 모루로 두드리신 거지요.”루엔이 고개를 들었다.“망치 자국 보면 압니다. 그리고 그 이튿날 제 모루에 흠이 하나 새로 나 있었거든요.” 브란이 모루 모서리를 손가락으로 짚었다. 작고 반달 같은 자국이 있었다. “모른 척했습니다. 나리도 모른 척하시고요. 그러니 도련님도 모른 척하십시오.”“예.”브란이 크게 웃었다. 대장간 안이 울렸다.*일은 가렛이 먼저 정했다.가을 세금 날마다 되를 두고 다툼이 났다. 성의 참나무 되는 테두리 한쪽이 닳아 있었다. 할아버지 때부터 쓴 되였다. 로센 상인들은 제 되를 들고 왔다. 마을 사람들은 집마다 되가 조금씩 달랐다.“광장에 하나를 건다. 쇠로. 누구든 제 되를 들고 와서 대 보게.” 가렛이 말했다. “크기는 성의 되로.”“성의 되는 닳았습니다.” 루엔이 말했다.“그럼 닳기 전으로.”루엔은 참나무 되를 부엌 뒷마당으로 가져갔다.닳은 쪽 테두리에 밀랍을 붙였다. 펠릭스의 밀랍판을 녹인 것이었다. 닳지 않은 쪽 높이에 맞춰 곧은 자를 걸치고, 밀랍을 자 밑까지 채워 올렸다. 그다음 물을 부었다. 쇠잔으로.한 잔, 두 잔.베르타가 부엌 문간에서 팔짱을 끼고 보았다. 부엌데기 소녀가 옆에서 손가락을 접어 함께 셌다. 손가락이 모자라자 앞치마 주름을 접었다.마흔여덟 잔째에 물이 곧은 자 밑에 닿았다.“마흔여덟입니다.”“하고?” 베르타가 물었다.루엔이 베르타를 보았다. 베르타는 웃지 않았다. 진지하게 물은 것이었다. 칠 년을 이 도련님 옆에서 살아온 사람이었다.“하고, 없습니다. 딱 마흔여덟입니다.”베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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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화. 휘어진 막대

둘째 고리도 빛나지 않았다.여덟 살 봄, 생일을 보름 넘긴 날이었다. 오스윈은 루엔의 등에 손바닥을 대고 한참 있다가 뗐다.“닫혔네. 둘째도.”“예.”“탑에선 여덟 살에 둘째 고리를 쌓으면 이르다고들 하지.” 오스윈이 말했다. “그릇 아홉짜리가 쌓는 건 본 적이 없고.”둘째 고리는 첫째 고리 위에 겹쳐 앉았다. 오스윈의 영창대로라면 두 고리가 맞닿는 자리가 둘 생겼다. 탑에서는 그 두 자리를 「쌍매듭」이라고 부르며 반 박자씩 두 번 눌렀다.루엔은 누르지 않았다. 두 고리가 어디서 만나는지, 고리 위의 자리를 먼저 셈해 두었다. 동쪽에서 몇째, 위에서 몇째. 만나는 자리를 알면 튈 까닭이 없었다.오스윈은 그 셈을 적은 밀랍판을 오래 보았다. 줄과 칸이 그어져 있었다.“이건 지도 같군.”“자리에 이름을 붙인 겁니다. 이름이 있으면 찾을 수 있습니다.”오스윈이 밀랍판을 돌려주었다. 선반의 푸른 끈 묶음 쪽은 보지 않았다. 요즘은 한 번도 보지 않았다. 루엔은 그게 오히려 마음에 걸렸다.*사흘 뒤 저녁, 로센령에서 편지가 왔다.가렛이 식탁에서 봉인을 뜯었다. 읽는 데 오래 걸리지 않았다. 다 읽고 펠릭스에게 넘겼다. 펠릭스가 소리 내 읽었다.로센 영주의 인사. 쇠 되를 광장에 건 일은 들었다. 좋은 뜻인 줄 안다. 다만 되를 정하는 것은 왕의 일이다. 한 영지가 제 되를 쇠로 굳히면 이웃 영지는 그것을 따르라는 말로 듣는다. 로센 장터에서는 로센 되를 쓴다. 로센 상인도 하르트령에서 로센 되를 쓸 것이다.펠릭스가 편지를 내려놓았다.“틀린 말은 아닙니다.” 펠릭스가 말했다. “왕도에도 되가 있긴 하지요. 다만 왕도 밖에서 그걸 쓰는 영지는 거의 없습니다.”“로센 되가 하르트 되보다 크니까요.” 루엔이 말했다. “열 되가 열한 되 하고 조금.”“그러니 저쪽은 바꿀 까닭이 없지.” 가렛이 빵을 뜯었다. “살 때는 큰 되로 사고 팔 때는 작은 되로 판다. 도르크는 웃으면서 그걸 한다.”“그럼 우리는 어떻게 합니까.”“우리 광장에선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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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화. 1동화

틀린 사람은 루엔이었다.그걸 알아낸 건 새벽이었다. 촛불이 세 자루째 바닥에 닿을 무렵이었다.*일은 여름 결산에서 시작되었다.해마다 한여름이면 몰튼이 반년 치 장부를 가렛 앞에 펼쳤다. 들어온 것, 나간 것, 남은 것. 몰튼은 옛 글자로 적고 셈판으로 셈했다. 막대, 갈래, 엇갈림, 지붕. 한 줄에 글자가 열 개씩 늘어섰다.올해는 가렛이 한 가지를 더 시켰다.“루엔. 몰튼 장부를 네 글자로 한 벌 옮겨라. 그걸로도 셈해 보자.”몰튼은 반대하지 않았다. 다만 한마디 했다.“제 셈판은 틀린 적이 없습니다, 나리.”“그러니 두 벌이 같게 나오겠지.” 가렛이 말했다.루엔은 사흘 동안 옮겨 적었다. 몰튼의 한 줄을 루엔의 글자로 바꾸면 한 줄이 서너 글자로 줄었다. 둥근 글자, 매듭 같은 글자, 꺾인 글자. 자리대로 세우니 더하기는 금방이었다.나흘째 저녁, 반년 치 남은 돈이 나왔다.몰튼 장부와 1동화가 달랐다.루엔 쪽이 1동화 적었다.*가렛은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1동화면 됐다. 내일 보자.”“예.”루엔은 방으로 돌아가 다시 밀랍판을 폈다.처음엔 제 더하기를 의심했다. 한 장씩 다시 더했다. 맞았다. 그다음은 몰튼 장부를 의심했다. 몰튼의 줄을 한 줄씩 셈판으로 다시 놓아 보았다. 셈판은 몰튼만큼 빠르지 않았다. 그래도 맞았다.둘 다 맞는데 1동화가 달랐다.그렇다면 옮겨 적은 자리였다. 몰튼의 줄과 루엔의 줄 사이. 스무 장 넘는 장부, 줄로는 사백 줄이 넘었다.루엔은 첫 줄부터 다시 맞대기 시작했다.마르타가 한 번 문을 열었다. “도련님, 초가—”“새 초를 주십시오.”마르타는 한숨을 쉬고 새 초를 가져왔다. 엘리나가 한 번 왔다. 침대 끝에 앉았다가, 루엔이 고개를 한 번도 들지 않자 이마에 입을 맞추고 갔다.자정이 지나 문이 또 열렸다. 코넬이었다. 잠옷 바람에 머리가 까치집이었다.“아직도 그 1동화야?”“예.”코넬은 하품을 하며 방으로 들어와 탁자 위에 무언가를 탁 놓았다. 동화 한 닢이었다.“여기 1동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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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화. 두 조각 막대

두 조각이 맞붙었다. 그런데 틈이 있었다.햇빛에 대 보니 가는 빛줄기가 새어 들었다. 막대 한가운데쯤, 손가락 두 마디 길이만큼.루엔은 그 빛을 보면서 알았다. 이 장부는 누군가 고쳐 썼다.*루엔이 여덟 살이 된 해 가을, 세금 날이었다.광장 돌기둥 위에 쇠 되가 사슬에 묶여 있었다. 깎기 막대도 그 옆에. 한 해 사이 테두리가 조금 반들반들해졌을 뿐, 찌그러진 데는 없었다. 아이들은 올해도 그걸 쓰고 싶어 했지만 사슬이 짧았다.몰튼이 탁자를 펴고 장부를 폈다. 핌 차례가 되자 몰튼이 장부를 한 장 앞으로 넘겼다.“노인장. 지난해 치가 모자라네.”핌이 허리를 펴려다 말았다.“모자라다니요.”“지난해 여덟 되 하고 스무 잔. 올해 몫은 열한 되. 밀린 세 되에, 밀린 벌로 한 되를 더 얹네.”몰튼의 목소리는 평소와 같았다. 낮고 고르고, 조금 피곤했다. 장부를 핌 쪽으로 돌려 보여 주기까지 했다. 핌은 글자를 몰랐다. 몰튼도 그걸 알았다.“열한 되 냈는디요.” 핌이 말했다. “도련님이 스무 잔까지 쳐 주셨고요.”“스무 잔은 맞네. 되는 여덟이야.” 몰튼이 말했다. “노인장 나이면 한 해 전 일은 흐릴 수 있지.”줄 선 사람들이 조용해졌다. 몰튼의 말이 틀렸다고 할 사람은 없었다. 몰튼은 이 광장에서 서른 해 셈을 해 온 사람이었다. 그의 셈판은 틀린 적이 없었다.핌이 루엔을 찾았다. 광장 가장자리에 서 있던 루엔과 눈이 마주쳤다.루엔은 지난해 그 자리에 있었다. 스무 잔을 쇠잔으로 뜬 게 루엔이었다. 되는 세지 않았다. 되를 센 건 몰튼이었다.기억만으로는 말할 수 없었다. 여덟 살 아이의 기억과 서른 해 집사의 장부. 광장 사람들이 어느 쪽을 믿을지는 셈할 필요도 없었다.그때 핌이 허리춤에 손을 넣었다.*개암나무 반쪽이 나왔다.한 해 동안 품에 넣고 다녀서 겉이 손때로 까맸다. 칼금이 열한 개. 그 옆에 짧은 금 하나.“여기 있는디요.”몰튼이 막대를 보았다. 얼굴이 변하지 않았다. 다만 대답이 한 숨 늦었다.“노인장 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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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화. 달마다 곱해 보면

열 되가 한 해 만에 서른한 되가 되었다.하고, 조금.루엔은 밀랍판 맨 아래 줄에 그 수를 적고 한참 보았다. 곁에서 펠릭스가 셈판으로 같은 길을 따라왔다. 돌이 마지막 줄에 멈췄다. 같은 수였다.*겔트가 성에 올라온 건 몰튼의 궤짝을 연 이튿날 아침이었다.모자를 두 손으로 쥐고 가렛 방 문간에 섰다. 들어오라는 말에도 한 걸음만 들어왔다.가렛이 얇은 장부를 탁자 위에 펴 놓았다. 겔트의 이름이 적힌 장.“몰튼에게 빌렸나.”겔트의 얼굴이 굳었다. 한참 뒤에 고개를 끄덕였다.“세 해 전 봄에… 씨보리를요. 그해 겨울에 보리가 썩어서 씨할 게 없었습니다.”“왜 말하지 않았나.”“집사 나리가 말하지 말라고 했습니다.” 겔트가 모자를 비틀었다. “말하면 세금 적을 때 어찌 될지 모른다고요. 세금은 집사 나리가 적으니까요.”가렛은 대답하지 않았다. 대답할 말이 없는 얼굴이었다. 서른 해 동안 그 장부를 믿은 사람은 가렛이었다.“얼마를 빌렸나.”“열 되요. 집사 나리 되로. 작은 되였습니다.” 겔트가 말했다. “갚을 땐 성 창고 되로 갚으라 했고요. 그건 컸지요. 그땐 되가 다 제각각이었으니, 따질 데가 없었습니다.”“이자는.”“달마다 열에 하나.”펠릭스가 고개를 들었다. 루엔은 이미 밀랍판을 펴고 있었다.*“겔트 아저씨는 한 해에 얼마를 갚아야 한다고 생각하셨습니까.” 루엔이 물었다.겔트가 루엔을 보았다. 이 도련님 앞에서 셈을 틀리면 안 된다는 얼굴이었다. 그래도 또박또박 말했다.“열 되에 열에 하나면 달마다 한 되. 열두 달이면 열두 되. 빌린 열 되하고 해서 스물두 되요. 처음엔 그렇게 셈했습니다.”틀린 셈이 아니었다. 이자가 빌린 것에만 붙는다면 그게 맞았다. 겔트는 손가락으로 제대로 셈할 줄 아는 사람이었다.“그런데 스물두 되를 들고 갔더니,” 겔트가 말했다. “모자란다고 했습니다. 붙은 것에도 붙는다고요. 그게 무슨 말인지 몰랐습니다. 그냥 모자란다니까 모자란 줄 알았지요.”루엔은 밀랍판을 돌려 겔트 앞에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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