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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색탑의 수학자 のすべてのチャプター: チャプター 41 - チャプター 50

86 チャプター

41화. 두 사람이 따로 셈한다

곱셈을 덧셈으로 바꾸는 표.루엔은 그 생각을 사흘 동안 밀랍판에만 적었다. 말로 꺼내기 전에 칸 수부터 셈했다.수마다 짝이 되는 값을 하나씩 정해 적어 둔다. 열의 값은 하나. 백의 값은 둘. 천의 값은 셋. 열을 두 번 곱하면 백이고, 하나에 하나를 더하면 둘이다. 곱하면 값이 더해진다.그러면 큰 두 수를 곱할 때 곱하지 않아도 된다. 두 수의 값을 표에서 찾아 더하고, 더한 값의 주인을 표에서 거꾸로 찾으면 된다. 곱셈 하나가 덧셈 하나와 표 찾기 세 번이 된다.문제는 그 사이의 수들이었다. 천과 만 사이, 천일, 천이, 천삼. 그 값을 일곱 자리까지.셈하는 길은 있었다. 두 번 곱해 열이 되는 수를 찾으면 그 값은 반이다. 셋에 셋을 곱하면 아홉이니, 그 수는 셋보다 조금 크다. 그 수를 다시 두 번 곱해 그 수가 되는 수를 찾으면 반의 반. 그렇게 쪼개 내려가면서 사이 값들을 맞춰 나간다. 길은 곧았다. 다만 길었다.루엔은 밀랍판 맨 아래에 적었다. 천부터 만까지. 구천 칸. 한 칸에 모래시계 두 번쯤. 혼자 날마다 하면 여섯 해. 두 사람이 따로 셈하면 그 두 배. 다만 뼈대 칸을 먼저 세우면 사이 칸은 앞 칸과의 차이로 채울 수 있다. 차이가 고르게 줄어드는지 보면서.그 아래 한 줄을 더 적었다. 사람이 필요함.*도서관 뒤에 작은 방이 하나 있었다. 옛날 책을 꿰매던 방이라고 오드리크가 말했다. 제본하는 사람이 떠난 뒤 스무 해 동안 비어 있었다.“무엇에 쓰려나.”“표를 만들려고 합니다. 여럿이 오래 셈할 방이 필요합니다.”“얼마나 오래.”“두 해쯤입니다.”오드리크가 속삭였다. “자네가 두 해쯤이라고 하면 두 해가 조금 넘겠군.”루엔은 부정하지 않았다. 오드리크가 열쇠를 내주었다. 녹이 슬어 있었다. 루엔이 기름을 먹여 돌렸다. 문이 열리자 먼지 냄새와 오래된 아교 냄새가 났다. 창이 하나, 긴 탁자가 하나.*식당 문 옆에 종이를 붙였다.셈을 오래 할 사람을 찾음. 서기가 되고 싶은 사람. 삯은 없음. 칸마다 셈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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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화. 스물네 번

테오가 칼브 가게에 마지막 동화 넷을 낸 건 가을 학기가 끝나 가는 무렵이었다.스물여섯 주. 한 주도 빠지지 않았다. 테오는 영수증을 받아 들고 기숙사로 뛰어 올라왔다. 루엔 책상에 영수증을 탁 내려놓았다.“끝!”루엔은 영수증을 읽었다. 날짜, 금액, 칼브의 도장. 그리고 맨 아래 작은 글씨. 남은 것 없음.“끝입니다.”“너도 끝이라고 했다. 이제 진짜 끝이다.”그 주말, 열세 살 생일을 이레 넘긴 날이었다. 테오는 빚이 끝난 기분을 장터에서 썼다.*해 질 무렵 테오가 빈 주머니로 돌아왔다.“주사위 판이 있었어. 둘 굴려서 합이 일곱이면 네 배를 줘. 일곱이 제일 잘 나오잖아. 그래서 일곱에 걸었지.”“얼마나 거셨습니까.”“한 번에 한 닢씩. 아홉 번.”“몇 번 나왔습니까.”“… 한 번.”테오가 침대에 쓰러졌다. 동화 아홉 닢을 걸고 네 닢을 받았다. 다섯 닢이 사라졌다.루엔은 분필을 들었다. 방에 넓은 판이 없었다. 벽이 있었다.첫째 주사위가 하나일 때 둘째가 하나부터 여섯. 첫째가 둘일 때 또 여섯. 루엔은 벽에 줄을 그어 나갔다. 여섯 줄에 여섯 칸. 서른여섯 칸마다 두 수와 그 합을 적었다.“일곱이 제일 잘 나오는 건 맞습니다.” 루엔이 합이 일곱인 칸에 동그라미를 쳤다. “여섯 칸입니다. 서른여섯 가운데 여섯. 여섯 번에 한 번꼴입니다.”“그래서 네 배를 주는 거 아냐?”“여섯 번에 한 번 나오는 걸 맞히면, 걸었던 돈 말고 다섯 닢을 더 받아야 서로 안 잃습니다. 그 판은 건 한 닢까지 쳐서 네 닢을 줍니다. 두 닢이 판 주인 몫입니다. 여섯 번마다.”테오가 벽을 올려다보았다. 서른여섯 칸이 벽 한 면을 채우고 있었다.문이 열렸다.사감 이르마 뮐이 서 있었다. 키가 크고 마른 사람이었다. 허리에 열쇠 꾸러미가 달려 있었다. 물시계 통 값 영수증을 앞치마에 넣었던 그 사감이었다.사감은 벽을 보았다. 서른여섯 칸을 끝에서 끝까지.“누가 썼느냐.”“제가 썼습니다.” 루엔이 말했다.“제가 쓰게 했습니다.” 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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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화. 천 판

천 판은 경비대 초소 마당에서 던졌다.탁자 다섯을 내놓았다. 탁자마다 경비병 넷. 둘이 던지고 둘이 셌다. 주사위는 경비대 창고에서 꺼낸 것이었다. 병사들이 쉬는 날 굴리던 나무 주사위. 모서리가 닳아 둥글었다.루엔은 던지기 전에 주사위부터 굴려 보았다. 한 알에 백스무 번씩. 여섯이 스물하나, 열여덟, 스물. 다른 눈들도 그 언저리였다. 치우친 데가 없었다.“주사위도 재냐.” 호스가 물었다.“판마다 같은 주사위인지부터 알아야 합니다. 주사위가 다르면 판이 다릅니다.”호스가 코로 숨을 뿜었다. 휜 코라 소리가 한쪽으로 났다.마당 가장자리에 널빤지를 세웠다. 테오가 숯으로 금을 그었다. 손님이 이긴 판은 왼쪽, 주인이 이긴 판은 오른쪽. 다섯 판마다 가로로 그어 묶었다.클라리사도 와 있었다. 누가 부른 게 아니었다. 장터에서 소문을 들었다고 했다.“숯은 번지잖아.” 클라리사가 산가지 주머니를 열었다. “나는 따로 셀게. 둘이 다르면 다시 세.”테오가 숯 묻은 손을 들어 보였다.“나 못 믿어?”“너도 못 믿고 나도 못 믿어. 그러니까 둘이 세는 거야.”루엔은 그 말을 받아 적고 싶었다. 참았다. 대신 고개를 끄덕였다.*첫날 아침, 경비병들은 신이 나 있었다.서른여섯에 스물넷. 셋에 둘. 아직 그렇게 믿는 병사가 더 많았다. 여섯 여섯이 나올 때마다 탁자마다 고함이 났다.백 판째에서 테오가 왼쪽 금을 셌다.“손님 쉰셋.”마당이 들썩였다. 누군가 루엔 쪽을 보며 초소 벽을 가리켰다. 걸레질하는 시늉을 했다.“백 판은 흔들립니다.” 루엔이 말했다. 목소리가 크지 않았다. 아무도 듣지 않았다.이백 판. 손님 아흔일곱.삼백 판. 손님 백마흔넷.고함이 조금씩 줄었다. 해가 기울자 병사들 팔이 무거워졌다. 스물네 번을 던지고 또 스물네 번. 한 판에 모래시계 한 줌. 첫날이 저물 때 사백열 판이었다. 손님 백아흔아홉.그날 밤 초소 경비병 하나가 루엔 옆에 앉았다. 드렉슬러 판에서 월급 두 닢을 잃었다던 병사였다.“아까 네 말. 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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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화. 사기 아님 확인

헤일로크 교수가 칠판 앞에서 영창처럼 끊어 말했다.“원진은. 해 뜨는 쪽에서. 긋기 시작하네.”앞줄 학생 하나가 손을 들었다. 올가을 들어온 신입생이었다.“왜 해 뜨는 쪽입니까?”교수가 잠깐 입을 다물었다. 두툼한 손으로 턱을 쓸었다.“원래. 그렇네.”루엔은 수첩을 폈다. 앞쪽, 원래 그렇다 쪽. 마지막 줄 아래에 조용히 적었다. 원진은 해 뜨는 쪽에서 긋는다. — 헤일로크 교수. 열세 살 늦겨울. 그리고 줄 앞에 번호를 붙였다.서른일곱.교수는 느렸지만 눈은 느리지 않았다. 칠판에서 돌아서다 루엔의 펜을 보았다. 교탁을 내려와 계단식 의자 사이를 걸어 올라왔다. 한 걸음에 한 마디씩. 강의실이 조용해졌다.“무엇을. 적었나.”“서른일곱 번째입니다.”“무엇의.”루엔은 수첩을 돌려 내밀었다. 교수가 받아 들었다. 첫 장부터 읽기 시작했다. 소리 내어. 느리게.“되는 고을마다. 다르다. 핌. 네 살. 가을.”뒷줄에서 누가 킥킥거렸다.“동전은. 깎인 채로. 한 닢. 아버지. 다섯 살.”“간은 손이. 안다. 베르타. 다섯 살.” 교수가 멈췄다. 그 줄엔 두 줄이 그어져 있었다. 옆에 작은 글씨. 고침: 베르타. “고쳤군.”“베르타가 고쳤습니다. 저울을 쓰게 되었습니다.”교수는 다음 줄로 넘어갔다. 빌리는 사람이 약하다. 겔트. 한 줄 한 줄. 누가 말했는지, 몇 살 어느 계절인지. 강의실 학생들은 처음엔 웃었고, 열 줄쯤부터는 웃지 않았다. 스무 줄쯤부터는 몸을 앞으로 기울였다. 줄마다 고쳤는지 아닌지가 적혀 있었다. 고친 줄이 생각보다 많았다.서른째 줄쯤에서 종이 울렸다. 종지기 게릭의 종이었다. 강의가 끝났다는 종.아무도 일어나지 않았다.교수가 서른여섯째 줄까지 읽고 서른일곱째에서 멈췄다. 제 이름이 있는 줄이었다. 교수는 한참 그 줄을 보다가 수첩을 돌려주었다.“서른일곱 번째. 옆은. 비워 두게.”“예.”“까닭을. 찾아보지.” 교수가 계단을 내려갔다. 한 마디씩. “사십 년 동안. 해 뜨는 쪽에서. 그었네. 까닭은. 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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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화. 여섯 다음 집

봄 방학 강배는 얼음이 풀리고 뜬 첫 배였다.강을 거슬러 스무 날. 하르트 성 돌계단은 서른두 칸이었다. 루엔은 세면서 올라갔다. 마르타가 울었고 베르타가 「말랐네」 했다. 순서도 작년과 같았다.눈 녹는 달 첫 주였다. 성 마당 그늘엔 아직 눈이 거뭇하게 남아 있었다. 개울은 불어 소리가 커졌다.이튿날 아침 루엔은 먼저 방앗간으로 내려갔다.토빈이 장부를 내밀었다. 가죽 표지가 손때로 반들거렸다. 루엔은 첫 장부터 넘겼다. 여름, 가을, 겨울. 날짜마다 숫자 하나. 얼음이 언 날엔 「얼음」이라고 적고 얼음 위 물 높이를 적었다. 빠진 날이 없었다.“이백여든하루입니다.” 토빈이 말했다. 제가 세어 둔 얼굴이었다. “하루도 안 빠졌습니다.”“이백여든하루입니다.” 루엔도 셌다. “여름까지 여든넷 남았습니다.”“여든넷이야 뭐.” 토빈이 웃었다. 그러다 조금 멋쩍은 얼굴로 덧붙였다. “보리 싹 틀 무렵에 딸내미 혼사가 있어서. 그때 좀 바쁘긴 할 겁니다.”“바쁘셔도 해 뜰 때 한 번입니다.”“압니다, 알아요.”토빈은 계단을 내려가며 무릎을 짚었다. 이번엔 손을 흔들지 않았다.돌아오는 길에 루엔은 노르벡 아래 우물을 보았다. 네 해 전 벤노가 한 켜 더 올린 돌담이 허리 높이로 서 있었다. 나무 뚜껑이 덮여 있었다. 도랑은 우물을 비켜 돌아 흘렀다. 눈 녹은 물이 불어 도랑이 넘칠 듯했지만, 우물 쪽으로는 한 방울도 가지 않았다.교회 앞에서 앨드릭을 만났다. 앨드릭이 먼저 말했다.“올봄은 아직 줄 하나도 안 그었습니다.”해마다 봄 끝나는 날 긋기로 한 줄. 봄 죽은 사람 표였다. 앨드릭은 장부를 루엔보다 먼저 떠올리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그날 오후 강 건너에서 나룻배가 왔다.새 마을 촌장이었다. 로센에서 온 늙은 농부. 모자를 벗어 쥔 손이 떨렸다. 방앗간 망루 아래서 루엔을 보자 곧장 다가왔다.“도련님. 영주님께 여쭈러 가는 길인데.”“무슨 일입니까.”“애들이 앓습니다. 열이 나고, 설사를 하고. 살갗이 잿빛이 돼요.”루엔은 망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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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화. 사십 일의 오두막

가렛은 우물 앞에서 말에서 내렸다.판자 테두리를 한 바퀴 돌아보았다. 도랑을 보았다. 젖은 판자 아래를 보았다. 루엔이 명부를 펴 보이려 하자 손을 들어 막았다.“다 봤다.”그러고는 기사들에게 짧게 말했다.“덮어라.”기사 둘이 수레에서 널빤지를 내렸다. 우물 위에 걸쳐 못을 박았다. 그 위에 쇠사슬을 둘렀다. 한 사람은 우물 옆에 남아 섰다. 창을 세우고.마을 사람들이 몰려나왔다. 웅성거렸다. 아래 우물을 긷던 집이 열넷이었다.“물은 어디서 긷소!”“윗 우물과 강물.” 가렛이 대답했다. “끓여서.”“땔감이 모자라오. 겨울 끝이라.”가렛이 루엔을 보았다. 루엔은 그 물음을 밤새 셈해 두었다.“한 집 하루 마실 물을 끓이는 데 장작 한 아름이 조금 안 듭니다. 아래 우물 집 열넷이면 열넷 아름. 성 장작 광에서 날마다 보내 주시면 됩니다. 스무 날이면 이백팔십 아름입니다.”가렛은 셈을 되묻지 않았다. 기사 하나를 성으로 보냈다.*앓는 사람은 그날까지 열둘이 되었다. 아홉 집.루엔은 마을 위쪽, 바람이 등지는 언덕배기에 빈 양 우리를 찾았다. 돌벽 셋에 지붕이 반쯤 남아 있었다. 코넬과 한스가 지붕을 덮었다. 짚을 깔았다.“앓는 사람은 여기서 지냅니다. 돌보는 사람도 여기서 지냅니다. 오늘부터 마흔 날.”“마흔 날이나?” 촌장이 물었다.“앓는 사람이 다 나은 뒤로도 한동안은 몸에서 병이 나갑니다. 얼마나 오래인지는 병마다 다릅니다. 마흔 날이면 넉넉합니다. 넉넉하게 잡는 건 반올림이 아니라 모르는 만큼 남겨 두는 겁니다.”오두막 문설주에 루엔은 막대 하나를 박았다. 오스윈의 말뚝처럼. 마흔 칸을 그어 두고, 날마다 해 질 때 한 칸씩 칼로 깊게 파게 했다. 숯으로 긋지 않고 판 까닭은 하나였다. 비가 와도, 누가 손으로 문질러도 지워지지 않게.칠번 집 아낙이 가장 먼저 짐을 싸서 올라왔다. 딸을 업고.*돌보는 사람들에게 루엔은 세 가지를 일렀다.첫째, 아픈 사람 몸에서 나온 것을 만지고 나면 손을 씻는다. 비누로. 손가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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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화. 걸어서 잰 세상

돌아가는 길은 강이 아니었다.눈 녹은 물이 강을 채웠다. 방앗간 기둥의 물이 날마다 금 하나씩 올라갔다. 보움 상단 선장은 큰물 동안 남쪽으로 배를 띄우지 않는다는 말을 보내왔다. 떠내려가는 나무가 배를 친다고.가렛이 마차를 내주었다. 로센령 고개를 넘어 남쪽 큰길로. 열아흐레쯤 걸린다고 했다.루엔은 그 말을 듣고 수첩을 폈다. 두 해 전 강배에서 적은 줄이 있었다. 틀린 게 강 탓인지 책 탓인지. 그건 걸어서 곧게 가 봐야 알 것이었다.큰길은 강보다 곧았다. 곧지는 않았지만, 강보다는.*마부는 쿠노였다.두 해 전 나루까지 루엔을 태웠던 그 마부였다. 로센령 고개 빗길에서 채찍을 들었다가 가렛의 「천천히」에 내려놓은 사람. 쉰 줄이었다. 등이 조금 굽고 팔이 길었다. 그 뒤로 채찍을 거의 쓰지 않는다고 했다. 말 이름을 불렀다. 앞 말은 밤톨, 뒷 말은 늦둥이.떠나는 날 아침 루엔은 마차에 오르지 않았다. 옆에서 걸었다.“도련님, 타시지요.”“걸음을 세야 합니다.”“걸음은 왜.”“하루에 얼마나 가는지 알아야 합니다. 밤마다 별 높이를 잽니다. 별이 얼마나 낮아졌는지와 그날 간 거리를 맞대면 세상 둘레가 나옵니다.”쿠노는 고삐를 쥔 채 루엔을 한참 내려다보았다.“세상 둘레를 도련님 걸음으로요.”“예.”“도련님 걸음보다 제 말 발굽이 더 고릅니다.”루엔은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대신 셈했다. 그리고 대답했다.“재 보겠습니다.”*로센령 고개 아래에 돌기둥이 둘 서 있었다. 옛날 황색탑이 돌길을 낼 때 세운 이정표라고 쿠노가 말했다. 두 기둥 사이는 평평하고 곧았다.루엔은 그 사이를 세 번 걸었다. 걸음을 셌다.천이백열넷. 천백아흔여섯. 천이백서른.가장 적은 것과 가장 많은 것 사이가 서른넷이었다. 두 번째는 오르막에서 보폭이 커졌다. 세 번째는 발밑 돌을 피하느라 잔걸음이 섞였다.그다음엔 쿠노가 마차를 몰았다. 루엔은 마차 옆에서 밤톨의 오른쪽 앞발만 보았다. 그 발이 땅을 짚을 때마다 하나.팔백일곱. 팔백아홉. 팔백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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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화. 끊기지 않는 선

늙은 석공은 일흔 가까워 보였다. 무릎을 꿇은 채 돌마당 홈을 손가락으로 쓸어 나갔다. 손가락 마디가 굵고 손톱이 닳아 평평했다.루엔이 곁에 쪼그려 앉았다.“두 군데서 멈추셨습니다.”석공이 고개를 들었다. 눈이 작고 주름이 깊었다.“봤소?”“예. 북쪽 작은 원 옆 한 군데, 남쪽 한 군데.”석공이 손가락으로 그 자리를 짚었다. 홈 가장자리 돌이 다른 데보다 거뭇했다. 서리가 앉았다 녹았다를 오래 되풀이한 자국이었다.“여기서 끌을 떼오. 해마다.”*강당 앞 돌마당에 새겨진 원진은 학교에서 가장 컸다.지름이 마흔 걸음이 넘었다. 큰 원 하나. 그 안에 작은 원 넷. 원과 원을 잇는 곧은 선들, 가운데서 엇갈리는 선들. 교정을 감싼 방어 결계의 심장이었다. 실습장에서 튄 불덩이, 밤중에 담을 넘는 손님. 결계가 그것들을 막았다.돌바닥 홈은 겨울마다 서리에 갈라졌다. 그래서 봄마다 석공들이 옛 홈을 따라 새로 팠다. 끌을 한 번 대면 끝까지 떼지 않고 파야 했다. 마나는 홈을 따라 흐르는데, 끊긴 데서는 넘치고 샜다.해 뜨는 쪽 끝에 여는 자리가 있었다. 해 지는 쪽 끝에 닫는 자리. 교관들이 새벽마다 여는 자리에 마나를 부으면 홈을 타고 흘러 닫는 자리까지 갔다.“그런데 한 번에는 못 파오.” 석공이 말했다. “도면대로 가면 꼭 두 번 끌을 떼야 해. 북쪽에서 한 번, 남쪽에서 한 번. 백 년 동안 누가 해도 그랬소. 내가 마흔 번을 팠는데 마흔 번 다 그랬고.”“떼신 자리는 어떻게 하십니까.”“다시 대고 이어 파지. 그래도 이음매는 이음매요. 겨울밤에 거기서 서리가 반짝거려. 새는 거지.”석공이 끌 자루로 거뭇한 자리를 두드렸다.“원래 그렇소.”루엔은 수첩을 폈다. 앞쪽, 원래 그렇다 쪽. 서른여덟. 대마법진은 두 군데서 끊긴다. — 석공. 일흔 가까움. 열세 살 봄.석공이 수첩을 흘끗 보았다.“그건 뭐요.”“고칠 것들입니다.”*도면은 교장실 궤짝에 있었다. 헤일로크 교수가 꺼내 주었다.백 년 전 황색탑이 그린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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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화. 두 군데의 끊김

새김 날 아침, 돌마당에 석공 여섯이 모였다.늙은 석공이 맨 앞이었다. 나머지는 그의 아들과 손자, 조카들이었다. 한 집안이 백 년 가까이 이 원진을 팠다고 했다. 끌과 망치가 가죽 두루마리 안에 크기대로 꽂혀 있었다.루엔은 종이 한 장을 늙은 석공에게 건넸다.새기는 차례였다. 여는 자리에서 닫는 자리까지. 선을 토막으로 나눠 번호를 붙였다. 하나부터 서른일곱까지. 토막마다 어디서 시작해 어디서 끝나는지. 새로 긋는 스물두 걸음짜리 선은 열아홉째 토막이었다.석공은 글을 몰랐다. 그래도 숫자는 읽었다. 루엔 글자 숫자는 장터 빵집 널빤지에서 배웠다고 했다.“번호대로 가면 한 번도 안 뗀다.”“예. 번호대로 가시면.”석공이 종이를 접어 가슴께 옷 속에 넣었다. 끌을 뽑았다.*돌마당 가장자리에 구경꾼이 늘었다. 학생들, 교관들. 헤일로크 교수는 교탁 대신 돌 의자에 앉아 보정표를 무릎에 펴 놓았다. 교장은 강당 계단 맨 위에 섰다.그리고 낯선 여자 하나.마흔 후반쯤. 키는 크지 않았다. 어깨가 넓었다. 노란 겉옷을 걸쳤는데 치마 끝에 돌가루가 허옇게 묻어 있었다. 곧장 공사장에서 온 사람 같았다. 손등이 거칠었다.“황색탑 건설원장이래.” 테오가 루엔 귀에 속삭였다. “오틸리에 브라이트. 일곱 고리.”“왜 왔습니까.”“저 도면을 그린 게 황색탑이라서 해마다 사람을 보낸대. 근데 원장이 직접 온 건 처음이래.”구경꾼 틈에 디트마르도 있었다. 팔짱을 끼고 턱을 들고. 루엔을 보자 턱으로 돌마당을 가리켰다.“해마다 끊기는 데서 번쩍인다며. 오늘 번쩍이면 네 셈이 틀린 거지.”“예. 번쩍이면 제가 틀린 겁니다.”“그럼 번쩍일 때까지 보고 가지.”“번쩍이지 않으면요.”디트마르가 코웃음을 쳤다. 그러고는 돌 의자 하나를 차지하고 앉았다. 하루 종일 있을 사람처럼.여자는 돌마당을 한 바퀴 돌았다. 새 선을 그을 자리에 석회로 그어 둔 줄 앞에서 멈췄다. 쪼그려 앉아 돌바닥을 손바닥으로 두드렸다. 들보를 두드려 속이 찼는지 보는 사람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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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화. 세 탑의 편지

여름 방학에 방앗간 기둥 장부는 한 해가 찼다.삼백예순다섯 칸. 토빈은 장부를 내밀며 가슴을 폈다. 빠진 날이 없다고.루엔은 장부를 넘겼다. 여름, 가을, 겨울. 봄. 봄 석 달 칸에서 손이 느려졌다. 숫자가 고왔다. 너무 고왔다. 하루 오르면 이튿날 조금 더 오르고, 사흘째 조금 내렸다. 날마다 그렇게 얌전했다. 앞 가을과 겨울의 칸들은 그렇지 않았다. 비 온 이튿날엔 금 셋이 뛰었고, 가문 주엔 날마다 같은 금에 머물렀다. 강은 얌전하지 않았다.루엔은 영점을 셈하지 않았다.“한 해를 더 적어 주십시오.”“한 해를 더요?” 토빈이 눈을 끔벅였다. “왜요.”루엔은 대답을 골랐다. 여러 개가 떠올랐다. 고른 건 가장 짧은 것이었다.“한 해로는 모자랍니다.”토빈은 까닭을 더 묻지 않았다. 투덜거리며 장부 뒤에 새 종이를 덧대었다. 루엔은 토빈이 계단을 내려갈 때 무릎을 짚는 걸 보았다. 그리고 수첩에 적었다. 기둥: 한 해 더. 영점은 열네 살 여름.*가을 첫 보름날 밤, 조합 회관에서 되를 댔다.클라리사가 산가지로 받아 적었다. 도장 찍힌 되 서른하나. 스물아홉이 맞았다. 둘이 찌그러져 있었다. 하나는 수레에서 떨어졌고, 하나는 누가 돌에 대고 두드렸다.곡물 조합장이 찌그러진 둘의 도장을 끌로 긁어 지웠다. 누가 시키지 않았다.“두드려 고쳐서 다시 가져오시오. 올해 도장은 그때.”루엔은 옆에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할 말이 없었다. 규칙이 사람 손으로 돌고 있었다.도서관 뒤 작은 방에서는 로그표가 사천오백 칸을 넘었다. 벽의 네 무더기는 달마다 작아졌다. 받아올림 무더기가 가장 빨리 줄었다. 가장 어린 학생이 받아올림을 가장 덜 틀리게 되어 있었다.*초겨울 어느 주, 편지가 셋 왔다.첫째는 그 주 첫날이었다. 노란 밀랍. 망치와 컴퍼스가 엇갈린 무늬. 황색탑.하르트 학생. 봄에 말한 새김 규격 말일세. 조건은 나중에 셈하기로 했지. 그 전에 하나 보겠네. 황색탑 원진 도면 세 장을 넣었네. 어느 것이 한 번에 새겨지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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